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41)
제241화
그녀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있었다.
“와…… 뭐야, 이거? 나 지금 되게 놀랐어.”
몸을 반으로 토막 내려 했는데 실패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웃으며 그녀가 물었다.
“지금 뭘 벤 거야?”
빗나가거나, 피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무엇을’ 베었는지를 발렌타인은 묻고 있었다. 하지만 질문과는 별개로 이미 그녀는 답을 알고 있었다.
그 정도의 강자니까.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 정신과 시간의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며? 그런데 고작 그 정도로 그만한 힘을 지닌다고?”
진시후가 검을 고쳐 쥐었다. 그러자 발렌타인이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선다.
검의 반경을 피한 거다. 이쯤이면 어떤 공격이 와도 일단 최소 한 번은 피할 수 있다.
“너 뭐야? 이해가 안 가.”
관심 없었다.
이해가 가든 안 가든.
차별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성과 여성은 분명하게 다르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신체적인 부분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
가슴이 크거나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신체적인 특성.
남성은 여성에 비해 골격근이 더 많고 골질량과 고밀도도 더 크다. 지방 배치 분포, 혈액 당 적혈구의 양 면역 세포의 양, 감각 세포 분포 등.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아무리 마나와 탈혼기로 신체를 강화시킨다 해도 결국 근본적인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을 절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영역이 하나 있는데 바로 유연성이다.
관절의 가동 범위.
여성은 그것이 남성보다 월등하다.
발렌타인은 그 차이를 인정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발전시켜 승천자까지 올라간 괴물이다.
유연함.
그 부분에 있어서 그 어떤 승천자가 와도 우위에 선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동작은 민첩하고, 동작과 동작이 연결되는 시간은 그 누구보다 빠르다.
지금처럼.
발렌타인의 주먹이 진시후의 얼굴을 향해 뻗어 간다. 진시후가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스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왼쪽 무릎이 진시후의 복부를 향해 뻗어 간다. 진시후는 반응했다. 뒤로 물러섰지만 스친다.
탈혼기를 끌어 올린 발렌타인이다. 스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 증거로 진시후의 복부와 옆얼굴에서는 상당한 양의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검을 내려찍었다. 땅을 밟으며 발렌타인이 몸을 옆으로 틀었다. 옆을 스친다. 그녀의 주먹이 뻗어 온다. 진시후도 몸을 틀었다. 사각, 옆구리가 길게 베어진다.
주먹이 아닌 주먹에 휘감겨 있는 탈혼기에 스친 거다.
빠르고, 유연했다.
뒤로 물러섰다. 발렌타인이 따라붙는다. 그녀가 몸을 회전시키며 팔꿈치를 휘둘렀다. 진시후가 팔목을 들어 막는다.
꽈아아앙-!!
곧장 발렌타인의 목을 움켜쥐려 손을 뻗은 진시후였지만 후웅, 허공을 스친다.
발렌타인은 그곳에 없었다.
진시후가 발로 땅을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앙-!!
진시후를 기준으로 반경 2km 이상이 흡사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초토화된다.
진시후의 사각을 노리며 접근하려던 발렌타인이 휘청였다. 그곳으로 고개를 돌린 진시후가 그것과 같은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무신검공.] [3장 일중극점(一重極点).]검 끝이 발렌타인의 얼굴 정면으로 향한다. 눈을 동그랗게 뜬 발렌타인의 다리가 땅을 가볍게 딛는다.
퉁.
아까와 같았다.
그녀의 몸이 그 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즉시, 진시후는 주변으로 기파를 흘렸다.
감지되는 게 정확히 두 개 있었다.
하나는 페이크다.
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기파가 두 개에서 열 개, 백 개, 천 개로 늘어난다.
분명했다.
고속으로, 물리 법칙에서 벗어난 세계선에서 발렌타인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를 노릴지 진시후는 모른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바보도 아니고, 이 정도 탐색전이면 숨기고 있는 패 몇 개 빼고는 다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있을 때였다.
쩌저저적-!
진시후의 주변, 수십 개의 공간이 갈가리 찢어진다. 경이로웠다. 찢어진 공간 안에서 발렌타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의 머리는 짧아져 있었다.
아까, 진시후의 검을 제대로 못 피한 거다. 단발머리가 된 그녀가 탈혼기가 뭉친 주먹을 그대로 뻗었다.
[구천 십계명(진).] [파괴.]속도는 상당했다.
진시후가 고개를 돌린다. 이번에도 피하기엔 늦었다.
발렌타인의 주먹이 진시후의 명치에 그대로 박힌다.
꽈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진시후의 명치가 뻥 뚫렸다.
발렌타인은 순간 실망할 뻔했다.
고작 이 정도에 이렇게 당한다고? 플라티를 죽인 건 우연이었나?
정말 잠시였다.
진시후의 명치에 주먹이 닿는 것과 동시에 진시후에 의해 머리채가 잡히고 말았으니까.
간단한 거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육참골단.
서늘했다.
정말 간만에, 아니지, 굉장히 오랜만에 느낀다.
위기라고 해야 할까.
진시후의 천하검이 그대로 내려찍힌다. 목표는 발렌타인의 목.
퍽-!
무슨 나무에 검 박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럴 만도 했다.
천하검은 발렌타인의 목을 3분의 1 정도 깊이에 박혀 있었다. 더 깊이 가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진시후의 명치를 뚫었던 팔로 천하검의 검날을 잡아채고 있었으니까. 유연하고 신속했다.
그런데 힘이 조금 모자랐다.
덜덜 떨리는 천하검과 덜덜 떨리는 발렌타인의 팔.
막는 쪽과 뚫으려는 쪽.
막는 쪽은 반성했다. 너무 쉽게 봤다.
뚫으려는 쪽도 반성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조금씩 진시후의 검이 안으로 파고든다. 뚝뚝, 검에 맺힌 피가 땅에 떨어지고 발렌타인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소강상태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진시후의 뚫려진 명치는 아직 재생되지 않았다. 그쪽으로 발렌타인이 시선을 옮긴다. 진시후도 눈치챘다.
발렌타인이 반대쪽 팔로 진시후의 명치를 짚는다.
그녀의 기운이 진시후의 심장 쪽으로 파고들기도 전에 진시후도 반대쪽 팔로 그녀의 팔목을 잡아챘다.
기운이 중간에 와해된다.
“……제법이네.”
진시후는 답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지금까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발렌타인의 무릎이 움직인다.
그건 그대로 천하검의 검날을 사선으로 후려쳤다.
콰아아앙-!!
천하검을 움켜쥐고 있던 진시후의 팔이 튕겨진다.
진시후는 볼 수 있었다.
백색으로 물들어 있는 발렌타인의 두 눈을.
왠지 모르게 굉장히 섬뜩했다.
진시후는 곧장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반 정도 베어져 있던 발렌타인의 목, 그리고 방금 천하검을 후려치면서 똑같이 반 정도 베어진 무릎.
그녀가 자리를 박찬다.
뻗어 오던 그녀의 몸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움직임이 굉장히 신출귀몰했다.
귀신같다고 해야 하나.
아까처럼 땅을 찍으려던 그때였다.
즉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런 그의 옆머리를 향해 발렌타인의 발이 뻗어 온다. 천하검을 옆으로 세운 뒤 강하게 내밀었다.
우뚝.
천하검과 1c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발렌타인의 발이 멈췄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발이 회수되며 발렌타인이 몸을 회전한다. 원심력을 담은 그녀의 반대쪽 발이 휘둘러졌다.
결국.
빠아아악-!!
횡으로 휘둘러지는 채찍 같은 발렌타인의 발이 진시후의 어깨에 적중한다.
그리고.
발렌타인도 볼 수 있었다.
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진시후의 두 눈을.
진시후의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밀려나지 않고 버텼다. 어깨가 으스러지긴 했지만 상관없다.
백색으로 물든 천하검이 그대로 내려찍힌다.
서걱-!
발렌타인의 잘려진 발이 땅에 처박힌다. 어깨를 재생시킨 진시후가 그대로 왼손을 뻗었다.
백련기가 뭉친다.
그대로 펼쳤다.
[백련교(白蓮敎) 성화칠결(聖火七結).] [1장 파천탄지결(破天彈指訣).]다섯 줄기의 지탄이 그대로 뻗어 간다. 아니, 뻗어 가다 그대로 발렌타인의 얼굴 앞에서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땅이 들썩이고 하늘이 맑아진다.
엄청난 양의 탈혼기에 자연 전체가 진동했다.
진시후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먼지가 걷힌다.
조금 먼 거리에서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검 한 자루를 쥐고 있는 발렌타인이 보인다.
별다른 타격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금안신공으로 대충 본 진시후는 의아해하지 않았다.
저 검으로 탈혼기의 파편들을 전부 튕겨 내는 것을 확실하게 보았으니까.
무신이라더니.
단순히 움직임만 신출귀몰했던 건 아니었다. 주먹을 주로 쓰는 줄 알았는데 검을 휘두르는 수준을 보니 주먹보다 훨씬 낫다.
발렌타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물끄러미 진시후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굉장히 묘했다.
그녀와는 다르게 진시후는 잠시 멈춘 싸움을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녀의 말만 아니었다면, 아마 계속 시작했을 거다.
“우리 그만하자.”
그만하잔다. 목과 다리를 비롯해 상처를 전부 회복시킨 그녀가 치켜세웠던 검을 내린다.
“솔직히 말할게. 나 너랑 사생결단 낼 생각 없어.”
“그게 네 마음대로 되나?”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는 탄천이야. 너랑 내가 싸웠다고 쳐. 내가 죽든 네가 죽든, 결국 하나는 죽을 거 아니야.”
“그렇겠지.”
“내가 살건, 네가 살건, 장담하는데 결국 죽어.”
“이유는?”
“다른 승천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으니까.”
생각지도 못한 문제였다.
“한천의 경우와는 달라. 한천으로 가는 이동석을 플라티는 철저하게 통제했어. 물론 이동석이 없는 것은 아니야. 그때는 플라티가 졌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 판단 미스라고 봐도 돼. 그래서 네가 살아 있는 거고.”
발렌타인은 진지했다.
“모든 승천자가 ‘고결’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 너랑 내가 전력으로 싸웠고 누군가 패배한다면, 분명 다른 승천자 중 누군가는 이곳으로 와. 내가 살아남았다면 나를 죽일 거고 네가 살아남았다면 너를 죽이겠지.”
의외였다.
사생결단을 내려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애초에.
“목숨 걸고 결판낼 생각은 없었나 보네.”
“없었지. 말했잖아. 실력 좀 보자고.”
들고 있던 검을 아공간에 집어넣은 발렌타인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무방비한 상태로 진시후의 앞까지 그녀는 걸어왔다.
약 50cm.
그 정도 거리를 사이에 두고 그녀가 멈춘다.
진시후는 잠시 고민했다. 검으로 목을 쳐 버릴까, 말까.
하지만 이어지는 발렌타인의 말에 잠시 당황했다.
“승천자가 될 생각, 없어?”
* * *
솔직히 짐작은 하고 있었다.
싸우는 순간만큼은 진심이긴 했으나, 발렌타인에게서 농도 짙은 살기 같은 건 단 한 순간도 뻗어 나오질 않았으니까.
의외긴 했다.
별을 통째로 비우면서까지 나를 초대했는데 기껏 한다는 게 실력검증이라니.
불쾌하다기보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왜 그랬는지, 지금 발렌타인의 말로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손을 잡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