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5)
#제25화
화르륵.
내 몸이 흰색 불꽃에 휩싸인다. 놈이 움찔했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네가 숨 쉬고 있는 건 말이 되고?”
빠드득, 놈의 미간에 힘줄이 그어진다. 더 이상 새겨질 곳도 없는 것 같은데 계속 생겨나는 거 보니 이마가 생각보다 넓다.
이어서 놈이 외쳤다.
“건방진 새끼! 죽어라!”
찰나였다. 놈의 양손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그 빛은, 놈의 주변 모든 것을 삭제했다. 땅이 사라지고 마나가 사라지고 공기가 사라진다.
그대로, 팔을 휘저었다.
[백련교(白蓮敎) 성화칠결(聖火七結).] [5장 일월(日月).]달이 내려온다.
그렇게.
콰아아아아아앙-!!
* * *
게이트의 색이 변했다. 밖에서 대기하던 차주연은 볼 수 있었다. 천천히 걸어 나오는 진시후를.
이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처음 저 남자를 보았을 때는 되게 왜소했다. 간간이 보면서 인사 정도는 해 왔었는데……. 뭔가, 외모가 조금 변한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지금 느낀 게 아니다. 얼마 전 판교에서 보았을 때, 그리고 처음 이 게이트에 와서 인사를 나눴을 때, 그리고 지금.
이렇게 세 번 느낀 거다.
외모가 분명 변했다.
그리고.
더 잘생겨졌다. 분위기도 부드러워졌고.
전에는 없던 여유가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저 코트는 왜 입고 있는 거지. 이제 여름인데.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축하요?”
“네, 지금 진시후 님이 B급 게이트 최단 시간 클리어 기록을 경신하셨거든요. 물론 불법이라 비공식으로 처리되겠지만.”
진시후는 그런 것에 별로 관심 없다는 듯 그저 웃었다.
그보다.
“대체 언제 각성자가 되신 거예요? 저랑 인사하면서 지낸 지 벌써 8년이 넘었는데 너무하시네요.”
“그런 건 아닙니다.”
“뭐가요?”
“각성한 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힘 좀 씁니다.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단순히 힘쓰는 수준이 아닌데…….
그렇게 진시후를 바라보는 차주연의 시선처럼 진시후도 차주연을 살폈다. 정확히는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그건 성적인 시선이나 그런 게 아니었다.
진시후가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말했다.
“아, 그쪽이구나.”
“……네?”
“그때 판교에서 한번 봤죠? 야밤에.”
“봤죠. 기억하시나 봐요. 야밤이었는데, 거리도 꽤 멀었고.”
차주연의 말에 진시후는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원 길드의 각성자들은 차주연과 진시후가 있는 곳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다른 곳을 경계하고 있었다.
명령 체계가 확실하게 잡혀 있나 보다.
이런 건 조금 괜찮았다.
진시후가 물었다.
“활, 다루시나 봐요?”
지금 차주연은 평상복 차림이다. 활 같은 건 꺼내지도 않았다.
아니지.
조금 정확하게 말하면 활을 꺼낼 필요도 없다. 차주연이 어떤 무기를 쓰는지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아니까.
“……너무 새삼스러운데.”
“음, 그런데 하나 조언 드려도 괜찮을까요?”
차주연은 궁금했다. 무슨 조언을 주려는 거지.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진시후가 말했다.
“소검 한번 써 보는 게 어때요?”
“소검이요?”
“네. 대신 손잡이 길이는 40cm 정도, 검날의 길이는 대충 50cm. 고동은 어떤 형태든 상관없는데, 반드시 손잡이보다 검날이 조금 길어야 해요. 많이 길면 안 됩니다. 그런 소검 한번 써 봐요. 잘 쓰실 거 같네요.”
솔직히 말하면 차주연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아니, 손잡이 길이가 40cm에 검날의 길이가 50cm, 이런 검이 존재하긴 하나.
그런데 그런 걸 써 보라고? 활을 쓰는 사람한테 갑자기?
“저 놀리시는 거죠?”
“이런 걸로 누구 놀릴 만큼 양아치 아닙니다.”
“…….”
“제가 눈이 좀 좋습니다. 뭘 잘 쓸지, 뭘 잘할지, 그런 건 대충 보면 알아요. 그리고.”
그리고?
“우리 비서실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출근하셨죠. 밀린 일이 너무 많아서요. 마침 오늘 저녁에 마스터도 귀국하고, 진시후 씨도 아시다시피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바빠요.”
그러려니 했다.
“음, 고마워요. 그럼 고생해요.”
진시후는 그렇게 자리를 벗어났고, 차주연은 멍한 표정으로 그런 진시후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뭔가 변했어.
* * *
차주연은 그 길로 곧장 구원 길드 비서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언제나처럼 책상에 앉아 워치를 두드리고, 서류를 작성하는 윤영수의 모습이 보인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섹시했다. 어쩌면 많이.
“진시후 씨가 무사히 게이트를 클리어했다는 보고는 받았습니다. 그런데, 따로 하실 말씀이 있다고요?”
하던 일에 열중하며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입만 열고 있는 윤영수를 차주연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런 모습도 섹시하다.
일에 미친 남자.
그러면서 다정한 남자.
이거, 안 빠져들면 이상하다. 심지어 잘생겼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윤영수가 고개를 들어 차주연을 바라보았다.
“팀장님?”
“아, 네.”
“혹시 무슨 일 있습니까?”
차주연이 손사래를 쳤다.
“에이, 저한테 무슨, 그런 거 없어요.”
그럼 본론을 말해 보라는 듯한 윤영수의 표정에 차주연은 곧장 본론을 말했다. 윤영수에 대해서는 알 만큼 안다고 자부한다. 윤영수는 사족 같은 건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딸기 맛 사탕을 좋아하고.
“진시후 씨가 게이트를 클리어했어요. 웬 이상한 사람 하나를 데려갔는데 혼자 나왔고요. 이거, 설명 좀 해 주세요.”
윤영수는 아무 말 없이 차주연을 바라보았다.
“차 팀장님.”
“네, 비서실장님.”
“바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이게 최고 등급 수준의 기밀이라서요.”
“……이거 판교에서부터 정말 섭섭해지려고 해요. 저한테 뭐 화난 거 있으세요?”
“그런 건 아닙니다.”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제 권한이 아니라서요. 그런데 점심은 하셨습니까?”
그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차주연이 환하게 웃었다. 바쁠 리가 있나. 시간이 아주 많다.
돌아가는 분위기상 이거, 데이트 신청이다.
드디어.
“그럼 갑시다.”
“어디로 갈까요? 저 코스 같은 거 잘 못 짜는데.”
윤영수는 눈을 끔뻑였다. 코스라니, 이게 뭔 소리지.
“코스요?”
“……밥 이야기한 거예요. 코스 요리, 제가 코스 요리를 좋아하잖아요.”
“그러셨습니까? 코스 요리보다 짜장면에 탕수육을 더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예, 그럼 코스 요리로 먹으러 가시죠. 제가 잘하는 곳 하나 압니다. 소고기 괜찮으시죠?”
“물론이죠.”
그렇게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구원 길드 정문 입구를 나서던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춰 섰다.
그건 정면에서 걸어오던 한 남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남자는.
적어도 구원 길드의 핵심 인물들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남자였다.
머리는 깔끔했다. 옷은 정장 차림이었으며 블랙으로 쫙 빼입은 그는, 관리를 잘했는지 본래의 나이인 50대 후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약 40대 중반쯤의 나이로 보였다.
“오, 비서실장님 아니십니까? 그리고 양궁 전 국가 대표 차주연 선수까지 계시는군요.”
“차주연 선수가 아니라, 차주연 팀장님이십니다.”
윤영수의 말에 옆에 있던 차주연이 묘한 시선으로 윤영수를 올려다보았다. 여하튼.
윤영수가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웬일이십니까. 이 시간에.”
분명히 말하는데 윤영수는 굉장히 예의 바른 남자였다. 모르는 사람이든 아는 사람이든 항상 친절하게 대했으며 기본적으로 말투에 항상 호의를 담고 말했다.
그냥 그런 남자다. 윤영수는.
하지만 지금 윤영수는 누가 보아도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화가 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럴 수밖에 없다. 눈앞의 이 남자는 윤영수가 화를 내게 할 정도의 인물이다.
그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웬일이긴, 이 사람아. 당연히 이거 때문이지.”
오른손 검지와 엄지를 비비는 그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돈 때문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염치가, 정말 없으시군요.”
“염치? 그런 게 밥 먹여 주나?”
윤영수는 짜증이 났다. 진심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왜입니까?”
“그런 거까지 내가 비서실장님한테 일일이 말해야 하나?”
“예, 해야 합니다. 길드 차원에서 줄 수 있는 돈에 한계라는 게 있는 거고, 그 한계를 정하는 건 저니까요.”
남자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참…… 깐깐하시네. 음, 그보다 왜냐고? 그냥 친구들끼리 모여서 가볍게 게임 몇 개를 했는데, 원래 게임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 하다 보면 막 뭐라도 걸게 되고, 가끔 잃기도 하고.”
“도박했다, 이겁니까?”
“거, 말씀을 참 이상하게 하시네. 도박이 아니라 게임이라니까?”
진시후와 진송이는 다시 재회한 이후, 단 한 순간도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건 까먹었다거나 하는 그런 게 아니다. 서로 의도했다. 서로 다른 이유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진시후와 진송이는 고아가 아니다.
본래 서울 태생이었지만 ‘아버지’의 도박 빚 때문에 청주로 내려간 거다.
어머니는 사고로 돌아가셨고, 그 보험금으로까지 도박을 한 두 남매의 아버지는 진태섭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이 사람이 정말 머나먼 과거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매우 개차반 그 자체였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개로 봐도 좋았다.
“진태섭 씨, 그때 분명히 말씀드렸던 것으로 압니다. 도박을 하면 더 이상의 지원금은 없다고.”
“거참, 도박이 아니라 게임이래도.”
진태섭은 항상 이러했다.
돈을 요구했다. 진송이와의 친분을 이용해 언론 플레이부터 시작해서 온갖 골치 아픈 일들을 그는 해 왔다.
윤영수의 선에서 컨트롤이 안 될 정도의 인물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진송이가 너무 정이 많았다.
그 정 때문에 이 남자를 치우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냥 쓰레기 그 자체였는데.
“가십시오. 드릴 돈 없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윤영수는 정문 경비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남자, 팔다리를 부수든 뭘 하든 상관없습니다. 출입 못 하게 막으세요. 책임은 제가 집니다.”
윤영수의 그런 행동에 진상처럼 보이던 진태섭도 결국 멈출 수밖에 없었다.
“허허……. 웃어른 공경도 모르고 말이야. 소싯적이었으면 확 그냥.”
이어서 혀를 쯧쯧 차는 진태섭을 차주연과 윤영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몸을 돌려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도, 계속 바라보았다.
차주연이 슬쩍 귀띔하듯 말했다.
“꿍꿍이가 있는 거 같은데요?”
“……그게 뭐든,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차주연은 정말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영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오히려 일을 너무 잘했다.
그리고 진송이도,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못은 없다.
그저 정이 너무 많았을 뿐이다.
그건 그녀에게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스터한테 한번 말씀 드려 보는 게 어때요?”
“……봐서요, 안 그래도 지금 바쁘신데 이런 걸로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깨를 으쓱한 차주연은 윤영수를 데리고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은 먹어야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