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53)
제253화
그는 인맥이 뛰어났다. 사업적으로도, 인간성도, 모든 부분에서 특출났다. 그 인맥을 바탕으로 전국 각지에 정보원을 두고 활동하는 회계사.
그는 진송이가 하려는 일에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진송이 님과 함께 PMC를 설립하고 싶습니다. 같이하시겠습니까?’
‘저는 진송이 님이 독립 의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게이트 구조대, 취지는 좋지만 진송이 님은 고작 정부 따위에 묶여 있으면 안 됩니다. 자유로워야 합니다. 날개를 달아 드리겠습니다.’
‘제 모든 것을 바쳐서, 당신을 보필하겠습니다.’
홀렸다기보다는 뜻이 일치했다.
진송이는 정부에 엮여 있으면 더 이상 발전이 없을 거라는 판단을 했다. 지나치게 간섭하려 했고 지나치게 휘두르려 했다. 선을 넘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그때마다 진송이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참고 또 참았다.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윤영수의 손을 잡았다.
‘진송이 님의 꿈은 무엇입니까.’
게이트가 없는, 평화로운 삶이라고 진송이는 답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게이트가 사라진 세상을 원합니다.’
윤영수가 밝게 웃었다.
‘혼란한 세상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 세상을 구원하는 길드, 그런 의미에서 [구원 길드] 어떠십니까.’
진송이도 웃었다.
구원.
게이트가 사라진 세상을 만들어 사람들을 구원한다, 마음에 들었다.
구원 길드는 그렇게 탄생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스터.’
밝게 웃는 윤영수의 모습과 눈앞에 죽어 있는 윤영수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정체를 숨긴 존재였어도 함께했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배신감, 동생에게는 미안하지만 배신감까지는 들지 않았다.
진송이는 단호한 여자다.
선을 넘는 이가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해야 할 행동을 한다. 죽이든지, 치우든지.
가끔 왔다 갔다 하긴 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선은 존재한다.
윤영수는, 한 번 정도는 선을 넘어도 용서가 가능한 수준의 남자였다.
그가 해 온 일들이 있으니까.
구원 길드가 지금까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이유 중 윤영수의 지분은 거의 70퍼센트 이상이다.
그렇기에.
안타까웠다.
고개를 돌렸다. 말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진시후가 보인다.
“이제 한 명 남았다고?”
“응.”
“그렇구나.”
그런 진송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시후가, 물었다.
“힘들어?”
“……조금.”
“무너질 거 같아?”
고개를 돌렸다.
“힘들면 그만둬도 돼.”
동생의 말이 굉장히 묘하게 들렸다.
그거.
“무슨 의미야?”
“별 의미 없어. 누누이 말했지만 난 누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 힘들면 이쯤에서 쉬어도 돼.”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너는?”
“나?”
“너는 여기서 그만둘 거야?”
진시후가 묘한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으로 확신했다.
진시후는, 모든 승천자들을 죽일 생각이다.
그리고 첨삭도 지울 생각이다.
타협이나 그런 건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상황이, 잠시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육도선인은 첨삭이든 승천자든, 그런 놈들보다 최우선 순위에 있다.
육도선인 본인은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어쩌면 진시후와 육도선인은 서로 ‘숙적’일 수도 있다.
아니지.
숙적이다.
“시후야.”
“응?”
“네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대충은 아는데, 나도 평탄하게 살아온 건 아니야.”
잠시 말을 멈춘 진송이는 윤영수의 시신에 손을 가져다 댔다.
위치는 심장.
그 위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별의 이야기와 어비스, 그리고 게이트. 이런 것으로부터 목숨을 위협당하는 세상을 끝낼 거야. 그 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과정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거든.”
“…….”
“같은 거야. 여기서 멈출 거냐고?”
잠시 그렇게 서 있던 진송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
진송이도 멈추지 않는다.
문득.
정말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진시후는 궁금한 게 생겼다.
“그런데, 현이는 어딨어?”
* * *
가브리엘라는 현존하는 별 #2403에서 가장 강력한 버프 각성자 중 한 명이다.
라플라스의 마녀라는 별명을 지닌 영국의 이사벨라 케인의 버프에 비하면 조금 모자라긴 하지만, 딱 한 명.
지정한 대상에게 주어지는 가브리엘라의 버프는 가히, 최강의 버프라는 말을 붙여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였다.
고유 각성자가 아닌 홍현이 가브리엘라의 버프를 받으면 거의 중급 성좌급에 달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아직 영역 전개조차 펼치지 못하는 홍현이 그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버프의 힘이 일반적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는 뜻이고, 이건 라플라스의 마녀가 다수의 지정자에게 버프를 줄 수 있는 것과 확실하게 비교되는 특징이었다.
이것 때문에 가브리엘라가 가장 강력한 버프 각성자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런 가브리엘라는 오직 홍현만 따라다닌다.
정이 많이 들기도 했고, 멕시코에서 도망치던 자신을 도와주러 왔던 유일한 각성자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 두 사람은 ‘게이트’에 있었다.
어비스가 시작되면 그것과 거의 동시에 phase1에서 나타나던 게이트가 생겨난다.
등급은 B급 내지 C급.
숫자는 많으면 100개, 적으면 40개 정도다.
이 게이트에는 어비스에서 등장했던 것과 흡사한 배경이 펼쳐지는데, 이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되는 건 게이트 중 몇 개가 항상 심해나 하늘처럼 이상한 곳에 생성된다는 거다.
저번에는 옐로스톤 분화구에 생성되기도 했다.
이런 이상한 곳에 생겨나는 게이트들은 자국 내의 정부나, 프리메이슨이 정리하는데.
이번에는 백두산 쪽에 게이트가 생겨났다. 위치가 천지 끝자락이다.
구원 길드의 홍현과 가브리엘라는 그 게이트를 클리어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조금 거슬리는 일이 하나 생겼다.
phase2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에 총 7명의 새로운 고유 각성자가 등장했다.
버프 능력자 가브리엘라.
공간을 다루는 더그 카렐리.
바람을 다루는 올리비아 메스터.
노래를 이용해 공격을 하기도 하고 버프를 주기도 하는 단테 알리기에리.
용으로 변신할 수 있는 아놀드 오스본.
상대의 정신을 조작하는 리두슈.
신체를 변형시키는 능력의 켈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그중 두 명이 홍현의 앞에 있었다.
미국 뉴욕의 뒷세계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렐리 패밀리의 장남 더그 카렐리.
그리고 미국의 떠오르는 초신성 올리비아 메스터.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저 두 명은 흡사 [특전]이라도 얻은 것처럼 성장세가 어마어마했다.
괜히 고유 각성자가 아니라는 듯, 두 사람 다 레벨이 400에 육박한다.
홍현은 바보가 아니다.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
아무리 고유 각성자여도 저 정도의 성장 속도는 말이 안 된다.
재미있는 건 여기 있는 두 명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다섯 명도 비슷한 수준이라는 거다.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배후성]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거.이상했다.
너무나도 이상했다.
더그 카렐리가 홍현에게 말했다.
“여긴 왜 오셨습니까?”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데. 백두산에 있는 게이트는 우리 구원 길드에서 처리한다는 공문, 못 받았나?”
“못 받았는데요.”
그리 말하는 더그의 표정으로부터 홍현은 읽을 수 있었다.
공문을 확인했다는 것을.
짧은 금발에 상당한 덩치.
대충 듣기로 대학 시절 미식축구 팀에서 쿼터백으로 뛰었다던데, 확실히 체격이 좋긴 하다.
그의 능력도 매우 출중했다. 미래 가치를 보면 분명 상당한 가치를 지닌 남자였지만 거기까지였다.
“월권하지 말고, 가라.”
홍현의 말에 더그가 피식 웃는다.
“전부터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데, 왜 구원 길드만 특별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겁니까?”
뜬금없는 말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 구원 길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클리어너들이 늘어났다.
최근에 있었던 유일급 아티펙트를 나눠 주며 몇몇 각성자들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왜 차별하냐는 말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구원 길드는 세력이 너무 커져서 행태가 도가 지나치다느니, 온갖 소리가 나온다.
대부분 무시했는데, [프리메이슨] 소속의 각성자가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그건 헬레나한테 가서 따지고, 가라. 좋게 말할 때.”
“그것도 문제입니다.”
홍현이 고개를 갸웃한다.
뭐가 문제라는 거지.
“고유 각성자도 아니신 분이, 프리메이슨의 행사에 관여까지 하시고, 오히려 월권은 지금 그쪽이 하고 계신 거 아닙니까?”
이쯤 되니 홍현도 확실하게 눈치챘다.
“시비를 걸러 왔구나.”
“시비가 아니라, 경고라는 단어를 써야 하는 거 아닐까요?”
이해할 수 없었다.
굳이.
그것도 지금?
조금 짜증이 난 홍현이 살벌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아무리 [라이프]가 있어도, 이 자리에서 내가 너희를 못 죽일 거 같아?”
“그건 저희 쪽도 가능한 건데요.”
홍현은 분명 강하다.
강하지만 고유 능력은 없다.
가브리엘라로부터 버프를 받는다 해도 고유 능력이 없기에 수준급에 이른 고유 각성자들에게는 조금 밀린다.
그런데 그 ‘수준급에 이른 고유 각성자’는 진송이 급을 이야기하는 거지 적어도 눈앞의 저 둘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었다.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
“화염술사 홍현, 당신의 힘을 조금 보고 싶습니다.”
“…….”
“저희가 어느 정도까지 닿아 있는지 판단하고 싶다, 이 말입니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전투력 측정기가 되어 버린 홍현이 헛웃음을 터트린다. 옆에 있던 가브리엘라가 작게 말했다.
“아저씨, 우리 그냥 가면 안 돼요?”
가긴 뭘 가나.
“내가 아무 소속이 없었으면 그냥 갔는데, 지금 아니잖아.”
홍현의 직책은 구원 길드 제1 팀장이다.
제1 팀장이라는 소리는 구원 길드 내에서 진송이 다음가는 강자라는 뜻이고, 진송이가 부재 시 길드를 이끌어야 하는 총사령관이다.
참모인 윤영수의 ‘조언’을 듣긴 하지만 이게 구원 길드 내부의 직책이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어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띠링!
[별 #2403의 수준이 예상치를 아득히 뛰어넘었습니다.] [예정되어 있던 모든 chapter가 생략됩니다.] [별 #2403은 금일부로 phase3로 진입합니다.] [모든 각성자들의 라이프가 ‘1’로 고정됩니다.] [업적 상점, 랜덤 상점, 랜덤 상자에서 라이프를 구매하셔도 숫자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1로 고정된 라이프를 늘리는 방법은 어비스 내부에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셔야만 합니다.] [첫째, 최상위 성적을 내는 것. 둘째, 어비스 내부에 숨겨진 히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것만이 고정된 라이프를 늘릴 유일한 방법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안내드리겠습니다.] [일주일간의 휴식기가 주어집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