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57)
제257화
양손을 맞잡았다.
온몸에서 백련기가 끓어오른다.
엉키고, 분리되고, 증폭되고 섞이고 다시 분리되고 증폭되고.
도합 열 번의 과정을 거쳤다.
거대한 대검의 끝이 내 머리에 닿기 전.
기운이 사방으로 방출된다.
[백련교 성화칠결.] [오의(奧義), 사문(四門), 천리일도(千里一跳).]——-!!
떨리던 공간이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떨어져 내리던 대검은 순식간에 와해되었고, 그 뒤를 이루던 수천 개의 무구들도 부서졌다. 그 너머에 있던 붉은 눈을 수천 개 지닌 괴생명체도 부서졌다.
아무것도 보여 주지 못한 채, 그대로 터져 버린 것이다.
멀리 있던 [육도선인]의 두 눈이 크게 떠지는 게 보인다.
당황한 게 분명했다.
“뭐…… 뭐냐, 그것은.”
굳이 답하지 않았다.
다리에 백색 연기가 맺힌다. 곧이어 천하검이 화르르 타오른다.
발로 땅을 쳐 냈다. 내 몸이 순식간에 [육도선인] 앞으로 이동한다.
단순하게 움직인 게 아니다. 공간을 접은 거다.
[축지], 타이탄에서 내가 주로 쓰던 기술이다. 두 눈이 크게 떠진 놈을 향해 천하검을 휘둘렀다.백련기가 초승달을 그린다.
[백련교 성화칠결.] [5장, 일월.]놈이 팔을 들어 올린다. 서걱, 팔을 베며 그 너머로 내려찍힌다.
콰직.
그의 쇄골에 박혔다. 더 이상 뚫지 못했다. 힘을 넣기 애매한 상황이었기에.
내 반대쪽 손은 내 목으로부터 정확히 10cm 앞에 있었다. 손을 이렇게 올리지 않았더라면, 놈이 휘두른 도끼에 목이 잘렸을 거다.
도끼의 날을 움켜쥐고 있던 다섯 손가락에 강하게 힘을 주었다.
힘줄이 돋아나고 근육이 부풀어 오른다.
쇄골에 박힌 천하검을 힐끗 바라본 [육도선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히, 승천을 하지 않았음에도 네놈의 힘은 승천자에게 닿아 있구나.”
“전에 뒈진 새끼랑 똑같은 말을 하네.”
“[플라티]를 말하는가. 그의 판단이라면 나의 판단과 거의 흡사할 터.”
묵묵히 손에 힘을 주었다. 쇄골을 넘어 그 아래, 심장을 반으로 도려낼 생각이었다. 놈도 마찬가지였다. 놈은 내 목을 그대로 베어 내려 도끼를 앞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놈의 입이 열린다.
“[더미]의 기억에는 없던 기술들이 있던데…… 놀랍구나. 진심으로 놀라워.”
주저리주저리, 말이 참 많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무색하게 [육도선인]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한다. 그건 슬프면서도 정말 아쉽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놀라운 것을 넘어 아쉽구나. [천좌의 주인]에 의해 만들어진 재능이어도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하다니.”
“죽여? 네가 나를?”
“할 수 있느냐 할 수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하느냐 하지 않느냐다. 내게는 그 정도의 힘이 충분히 있고, 너에게는 그 힘에 대항할 방법이 없다. 아쉽구나. 진심으로 아쉬워.”
무언가 말하려던 그때였다.
“이것은 천하정폐(天下停廢)이라는 이름의 기술이다. 영광으로 알거라.”
우뚝.
세상이 멈춘다.
뭐지.
기이했다.
움직인다.
내가 아니라 [육도선인]이.
그의 손이 움직인다. 가장 먼저 자신의 쇄골에 닿아 있던 천하검을 옆으로 밀었다.
파지지직.
놈의 손이 타들어 간다. 살갗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사방으로 핏물들이 흩어진다.
이후.
놈의 손이 내 목을 향해 뻗어 온다.
파지지직.
혈관이 타들어 가고 그의 손에 뼈만 남게 된다. 그 뼈마저 천천히 갈아 없어지고 있다.
…….
뭐야, 이거.
내 거랑 같잖아.
* * *
육도선인은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만든 영역 전개인 [육도윤회도], 이것을 뛰어넘어 갈고닦은 기술이다.
육도선인이 살아오며 깨달았던 모든 것들이 함축되어 있는 이 기술은 기존의 [육도윤회도]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이것은, 그 자체로 세상의 모든 질서와 흐름에 간섭하는 기술이었으며 세상에 흐르는 절대적인 [시간]을 비틀 수 있는 기술이다.
진정한 의미의 [인과율]을 뒤틀어 버리는 기술이라고 해야 할까.
육도선인은 모든 승천자들과 싸웠을 때 이길 자신 있었다.
당연히 1:1을 기준으로 할 때 이야기다.
물론 나머지 승천자들도 숨기고 있는 자신들만의 ‘기술’ 정도는 있겠지만 육도선인은 그 누구의 기술보다 자신의 기술이 월등하다고 생각했다.
그 판단은, 솔직히 정확하기도 했다.
적어도 육도선인은 구천이 항상 전쟁을 일으키던 시절에 단 한 번도 영역을 빼앗겨 본 적이 없는 존재다.
안타까웠다.
진시후라는 존재.
이 존재의 힘은 가히, 승천을 논할 만하다.
유용한 장기말을 넘어서 새로운 승천자의 자리에 앉아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존재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거슬렸고, 불길했다. 비탄을 금치 못했다.
그의 원한은 너무나도 크고 그와 협상은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반드시 파투 난다.
그래서 죽여야 한다.
[육도윤회도.] [오의, 천하정폐(天下停廢).]모든 것이 멈췄다.
바람도, 공기도, 기운도.
그리고 눈앞의 진시후도.
오직 멈춰진 세상에서 육도선인만이 움직였다.
쇄골에 박혀 심장을 향해 내려찍히고 있는 검을 옆으로 치웠다.
이후, 손을 뻗었다.
진시후의 목을 움켜쥐고, 그대로 터트릴 생각이었다.
육도선인조차도 이 기술은 오래 지속할 수 없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터억.
멈췄던 진시후가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움직였다.
“……어?”
자리한 위치에 걸맞지 않은 소리가 육도선인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그는 수만 년 동안 살아오며 이토록 당황해 본 적이 없다.
진시후가 반대쪽 손을 뻗는다. 파지지지직, 그의 손도 타들어 간다. 육도선인도 반대쪽 손을 뻗었다.
파지지직, 똑같이 타들어 간다.
두 손이 허공에서 교차한다. 진시후가 팔을 굽혀 육도선인의 팔을 막는다. 진시후의 팔목이 타들어 가며 사라졌고 그것에 맞은 육도선인의 손도 사라졌다.
감정 조절이, 도저히 되질 않는다.
이걸 어떻게.
대체 어떻게?
뇌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다.
아니지, 느낌이 아니었다.
실제로 타들어 가고 있었다.
이 기술은 오래 지속할 수가 없는 기술이다.
시간을 멈춘다는 게 이게 말이 쉽지, 아무런 리스크가 없는 기술이 아니다.
허용 한계선은 이미 지났다.
기술을 해제해야 하는데, 아직 진시후가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해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진시후도 앞으로 걸음을 옮긴다.
느릿느릿.
그렇게 옮긴 한 걸음씩이지만, 이게 거의 멈춰진 세상이라 느려 보이는 거지 밖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거다.
진시후가 손을 뻗는다. 그러다 진시후가 미간을 구겼다.
육도선인은 아까부터 느낀 한계선을 진시후는 지금 느낀 거다.
육도선인처럼 버틸 이유가 없었다. 이미 더 큰 리스크는 육도선인이 더 많이 지고 있었으니까.
진시후는 망설임 없이 해제했다. 그에 맞춰 육도선인도 해제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에 이어 두 사람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날아간다. 거의 수 킬로를 날아갔다. 벽에 처박히고 나무에 처박히고 땅을 파고들고 튕겨져 나가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먼저 정신을 차린 것도, 먼저 움직인 것도, 먼저 우위를 잡은 것도.
진시후일 수밖에 없었다.
날아가는 와중에 진시후는 손을 땅에 박아 넣었다. 콰지지직, 갈고리가 땅을 할퀴는 것처럼 주르륵 날아가던 진시후의 몸이 우뚝 멈춘다.
즉시, 백련기를 끌어올렸다. 백색 연기가 몸을 덮고 다리를 덮는다.
자리를 박찼다.
눈앞의 공간이 접힌다. 그대로 통과했다. 진시후의 앞에는 여전히 날아가고 있는 육도선인이 있었다.
오른손에 쥐어져 있던 천하검을 역수로 고쳐 쥔 뒤 그대로 내려찍었다.
푸우우욱-!!
“크읍…….”
육도선인의 명치에 그대로 박힌다. 그대로 육도선인의 몸이 땅으로 수직 낙하했다.
콰아아앙,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나며 먼지가 피어오른다.
명치에 천하검이 박힌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육도선인과 그 육도선인의 몸 위에 올라탄 채 양손으로 천하검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진시후.
두 사람의 싸움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아직이다.
진시후는 속으로 감탄했다.
천하검이 노린 부위는 [일체혈]이다.
지금 명치에 박혀 있긴 하나 [일체혈] 바로 옆에 박혀 있다. 이건 육도선인이 그 와중에 몸을 틀었다는 증거다.
순간의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갠 시간 동안 내린 판단이 이 정도라는 건 그 자체로 감탄을 야기시킬 이유로 충분했다.
그 와중에 저 정도라니.
승천자라는 존재는 확실히 일반적인 이들과 다르다.
정말 이 찰나의 순간, 진시후의 직감이 경고를 보낸다.
무언가가 온다.
“[태초의 육도윤회].”
콰르르르르릉.
세상이 겹쳐진다. 땅이 하늘로 올라가고 하늘이 땅으로 내려서며 뒤쪽에 있던 거대한 산과 바다가 겹쳐진다.
“[태초의 사슬].”
사방에서 생성된 진홍빛 사슬이 내게 날아와 내 몸을 구속했다.
그 숫자가 족히 수천 개는 넘는다.
천하검을 옆으로 조금만 움직이면 되는데.
일체혈을 터트리고 심장을 베어 낼 수 있는데, 사슬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육도선인과 눈이 마주쳤다.
왜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가.
그건 불쾌했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었다.
육도선인이 뿜어낼 수 있는 힘의 한계치.
지금 그것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고수는 비장의 한 수를 숨기는 법인데, 육도선인은 총 두 가지의 수를 숨기고 있었다.
하나는 시간을 멈추고 혼자서 움직일 수 있는 천하정폐, 다른 하나는 언령이다.
밑천을 전부 보였다.
이런 상황을 육도선인은 예상하지 못했다.
플라티를 죽였다 해도 설마 천하정폐를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이상하다.
[천좌의 주인]이 만들어 낸 재능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설마.
그냥 스스로가 저렇게 강해진 거라고? 스스로의 한계를 계속해서 깨면서?
승천자에 닿아 있으면서도 승천을 하지 않은 존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존재 자체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뭐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잡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이대로 싸움을 끝내야 한다.
“[태초의 육도홍정(六度紅情)].”
진시후를 묶고 있던 수천 개의 사슬이 일제히 불타오른다. 그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육도선인은 오른팔로는 진시후의 팔목을, 그리고 나머지 왼팔로는 진시후의 다리를 붙잡았다.
“이거, 마지막 발악이야?”
“……닥쳐라.”
온몸이 불타오르는 와중에도 진시후는 웃고 있었다. 통증이라는 것 자체에 면역이 된 사람처럼.
아니지.
저게 어떻게 사람인가.
괴물이다. 인외의 존재인 육도선인이 보았을 때도 그렇게 보였다. 진시후가 섬뜩하게 웃는다.
“갈 때까지 가 보자.”
진홍색의 불꽃의 아래에서부터 백색 화염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증폭되었다.
육도선인의 두 눈이 크게 떠진다. 그것보다 더 빠르게 빛이 커진다.
[백련교 성화칠결.] [오의(奧義), 사문(四門), 천리일도(千里一跳).]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