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67)
제267화
“……이거 놓고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나.”
“싫은데, 왜? 존심 상해?”
웃음이 나온다.
“존심은 오히려 내가 상해야지. 과거에도 너 같은 애들이 있긴 했는데 이 나이 처먹고,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들을 전부 봤으면서도 또 기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
“…….”
“사실, 이렇게 됐으니 하는 말인데, 너희한테 일 맡길 생각은 없었어. 대접을 아주 엿같이 하는데 뭘 믿고? 적어도 저쪽은 대족장이 직접 나섰는데 이건 뭐, 모자란 건지 멍청한 건지.”
“바쁘다고, 하지 않았느냐.”
“야, 안 바쁜 사람이 어딨어? 그 기준은 상대적인 거야. 서리 거인도 바빴는데 시간 냈잖아, 아니야?”
할 말이 없는지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린 산트라를 건너편으로 던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천장에서, 그리고 도시 곳곳에서 거대한 대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레일 건이었나.
인터넷으로 미래 기술 어쩌고저쩌고하는 기사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지금 그게 수만 개가 넘는다.
전부 진시후를 겨냥하고 있었다. 코웃음이 나왔다.
“300kg이야. 저걸로 천하검이랑 같은 거 하나 만들어 놔.”
“……싫다면?”
“싫으면 드워프라는 종족은 씨가 마르는 거지.”
“……미친놈…….”
“너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는데, 난 검이 필요하거든. 그래서 의뢰하려고. 너희가 한 자루, 서리 거인 쪽이 한 자루,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두 자루의 검이 기대 이하다? 그러면 그때는 내가 진짜 양아치 새끼가 되는 거야. 그러니.”
왼손으로 미스릴을 툭툭 쳤다.
“이걸로 멋들어지게 하나 만들어. 알아들었어?”
“……너의 이런 행태를 [편집자]들이 가만히 둘 거라 생각하느냐.”
“어. 가만히 둘 거라고 생각하는데. 왜? 이제 와서 걱정돼?”
“…….”
“그러니 장난질은 사람 봐 가면서 쳤어야지. 그럼 보상도 주고 그랬을 텐데 왜 선을 넘어.”
산트라는 구겨진 미간으로 진시후를 노려보고 있었다.
똥 싼 놈이 되레 화내는 상황이 웃기긴 한데, 그냥 그러려니 했다.
“시간은 얼마나 줄까?”
“…….”
“내가 이쪽 업계는 잘 모르긴 한데, 아까 서리 거인이 그러더라고. 부서진 파천만…… 아, 이거 이름 너무 이상한데. 천하검이라고 부르자. 천하검을 고치는 데에는 이틀이면 충분하대.”
산트라의 미간이 한 번 더 구겨졌다.
“……이틀? 분명 놈들이 이틀이라 했나?”
“어, 이틀이래. 그런데 걔네가 이틀 만에 하는 일을 너희가 막 사흘 나흘 넘기고 그러면 쪽팔린 거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그러니 하루 줄게. 하루 만에 하나 만들어 봐.”
“……하루는 역부족이다. 놈들이 말한 이틀은 ‘수리’를 이야기하는 거고 이건 만드는 건데 그게 어찌 같단 말이냐.”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여기 재료가 다 준비되어 있는데. 뭐야, 뭐 만드는 데에 우주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구라 친 거였어?”
“……사흘에서 나흘, 그 기간 안에 하겠다.”
“좀 긴 거 아니야?”
“새로 만들고 제련까지 할 것이다. 길게 잡으면 나흘, 짧게 잡으면 사흘이다. 내가 직접 모든 작업에 참여할 것이니, 이보다 더 짧게는 불가능하다.”
웃고 말았다.
“그래, 그렇게 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드워프는 봤으니, 서리 거인도 볼 생각이다.
그리고.
“야, 내가 그냥 참을까 하다가 한마디 하는 건데, 네가 사고 친 거라며.”
“…….”
“싸움에서 이겨 놓고 영혼을 갈아 버린다는 게 미친놈도 아니고, 왜 그랬어?”
“……그건 다 이유가 있었다.”
“그래, 있었겠지. 선택한 건 너고. 전쟁을 끝낼 기회를 네가 걷어찬 거잖아. 네 손으로 직접 물 엎질러 놓고 왜 남한테 그걸 주워 담아 달라고 하냐. 새끼야, 사내새끼가 쪽팔리게. 콱, 씨.”
산트라의 뺨을 툭툭 치며 말했다.
“사흘 준다. 사흘 뒤, 정확히 이 시간에 여기로 올 테니까 준비해 놔. 함정 파 놓으면 다 뒈지는 거고, 완성된 물건 없으면 그에 따른 해명도 하고. 알아들어?”
진시후를 이용하려 했던 건 분명하다.
팩트고,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분노로 수염이 파르르 떨릴 정도였지만 일단, 이 상황을 넘겨야 했다.
그래서.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다.”
* * *
진시후가 떠난 무구의 성지에서 산트라는 곧장 통신 수정구를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신호가 세 번 가기도 전에 답이 온다.
-뭐지?
남성의 목소리였다. 선이 굵고, 울림이 있으며 음성 자체에 힘이 실리는, 그런 목소리의 남자에게 산트라는 말했다.
“지금 이레귤러가 다녀갔습니다.”
-그래서?
와락, 미간이 구겨졌다.
그래서?
이 생양아치 새끼가.
“별 #1000은 편집자들 모두의 동의를 얻고 그 지지를 바탕으로 존속되는 ‘중립 별’ 아닙니까?”
-맞지.
“그런데 왜 이번 일에 대해서 그를 제지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
“그 건방진 새끼가 와서 검을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감히, 드워프의 왕인 내게 지시를 했다 이 말입니다.”
감정 없는 답변이 들려온다.
-그러니까, 그래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막아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편집자들을 믿고 있었는데! 우리가 왜 당신들의 무구를 만들어 주고, 왜 당신들의 요청을 아무 대가 없이 들어주는지, 모르지 않을 텐…….”
-어이. 적당히 해.
말이 끊긴 것은 둘째 치고, 손이 덜덜 떨려 온다.
-기분이 더럽겠지. 왜 보호해 주지 않느냐, 그만큼 처받아먹었는데 왜 돌아오는 게 없냐, 이런 일에 나서 줘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 다 이해해. 이해하는데 그 이레귤러가 지금 우리가 가진 ‘최강의 칼’이야.
“……뭐요? 무슨 칼?”
-최강의 칼, 승천자들을 도륙 낼 수 있는 최고의 예리함을 지닌 괴물 같은 칼이지. 그 칼은 가만히 두기만 하면 우리의 가장 거슬리는 곳을 처리해 줘. 우리라고 가만히 있고 싶겠어? 그런데 가만히 있어야 돼. 지금은 그게 맞아. 그러니.
“가만히 있어라?”
-그래, 가만히 있어. 그렇게 해 줄 수 있나? 우리 편집자들을 위해서.
말이 굉장히 묘했다.
산트라는 뭔가, 아슬아슬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지.
이건 기시감이다.
산트라는 이레귤러를 ‘이용’해 서리 거인들을 제거하려 했다.
편집자들은 이레귤러를 이용해 승천자들을 제거하려 한다.
-왜 말이 없나? 생각 중인가?
그래, 생각 중이다, X 같은 새끼야,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이거, 애매하다.
상황이 재미있었다.
오래 알지는 못했지만 지금 이레귤러 진시후가 어떤 남자인지 대충은 파악했다.
저거, 건드리면 피곤해지는 놈이다.
그런데 편집자들은 이미 진시후를 이용해 먹으려 하고 있었다. 아니지, 계속 이용해 먹고 있다.
저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오래갈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가 않는다.
아무래도 세계에 퍼진 권력들의 재분배가 시작되려나 보다.
보호해 줄 편집자들과의 관계가 오래갈 거라는 확신이 사라진 지금, 산트라 곤은 드워프로서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대답을 할 거면 빨리해 줬으면 좋겠는데.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그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겠습니다.”
-좋군.
그대로 연결이 끊겼다.
한동안 산트라는 그렇게 있었다.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 것 같다.
시선을 옮겨 300kg짜리 미스릴을 바라보았다.
서리 거인들에게도 맡기겠다 했었던가.
과정들은 둘째 치고.
마음에 들지도 않지만.
“……멀대 놈들한테 질 수는 없지.”
산트라는 곧장 작업에 들어갔다.
* * *
유하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수정구를 그대로 아공간에 던져 넣었다.
“정말이지, 예측이 안 되는 놈이네.”
혼잣말이었다. 유하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이레귤러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별 #2403에서 장례식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별 #1000으로 가서 깽판을 치고 있나.
상식적이지가 않았다.
앉아 있던 소파에 그대로 드러누운 뒤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런 그에게 불을 붙여 주는 이가 있었다.
네 번째 편집자, 제육천마왕 진시후였다.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는 유하에게, 네 번째가 물었다.
“폐하, 대체 무슨 일을 계획 중이신 겁니까.”
“궁금해?”
“예.”
유하가 피식 웃었다.
“궁금할 게 있나. 네가 전에 말했잖아.”
“제가요?”
“어. 네가요.”
잠시 고민하던 네 번째는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레귤러를 이용해 승천자들을 제거하시려는 겁니까?”
이제 숨길 이유가 없고, 시선을 돌릴 이유도 없었다.
명백했으니까.
“맞아.”
“…….”
“효과는 좋잖아. 이미 플라티가 죽었고 육도선인이 죽었어. 그리고 이제는 다음 승천자의 목을 딸 준비를 하고 있잖아.”
“몇 명까지 생각하고 계십니까?”
“한 6마리?”
명이 아니라 마리.
유하가 승천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 단어 하나로 설명이 가능했다.
“2마리가 죽었으니 이제 4마리만 죽이면 더할 나위 없지. 그땐 축배라도 들자고.”
유하는 웃었지만 제육천마왕은 웃지 않았다.
유하가 의아한 듯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
“일이, 너무 잘 풀려서요.”
“그런가?”
“예.”
유하가 대충 손사래 쳤다.
“걱정하지 마. 일이 잘못돼봐야 얼마나 잘못되겠어?”
“…….”
“일단 지켜보자고, 그리고 최고 회의는 오렐리아만 데려갈 거니까, 넌 대기해.”
“존명.”
* * *
누누이 말하지만 거래의 주제는 항상 상대적인 거다.
드워프들이 원하는 게 뭔지는 이미 파악했다.
서리 거인의 제거.
이게 참 묘하다.
정말 내가 그 일을 할 거라고 아까 그 살찐 돼지는 진심으로 믿고 있었던 걸까.
아무리 급해도 누군가를 죽이는 건 다른 이야기다.
물론 내 손에 죽은 이들은 많다.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이유 없이 죽이지는 않았다.
반드시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가 아니면 나는 살생 같은 건 안 한다.
이걸 역이용해서 모략을 꾸미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들 모두 죽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멀쩡한 천하검이 필요했기에 아까 그 드워프를 죽이지 않은 거다.
검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때는 죽일 거다.
나를 이용해 먹으려 했는데 살려 두는 건 안 될 일이다.
다른 애들이 보고 뭘 배우겠나.
그러다 문득 떠오른다.
‘주군께서 승천자들과 싸울 때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편집자들입니다.’
‘편집자들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으나, 뒤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성철이가 일을 그렇게 잘하지는 않는데, 가끔 이렇게 깜빡하고 있던 사실들을 깨우쳐 주곤 한다.
아주 능력 있는 친구다. 건실한 친구고.
편집자들.
분명 걔네도 정리하긴 해야 한다.
지금 내 행동으로 인해서 가장 이득을 보는 집단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이거, 난 눈 뜨고 못 본다.
그때였다.
“드워프들과는 무슨 대화를 하고 왔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