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71)
제271화
“내 말이 맞지? 그러니, 이제 불평불만 그만 토로하고 가, 새끼야.”
“……다시 보게 될 겁니다.”
“알았으니까. 좀 꺼져. 아니 근데, 존댓말을 하는데 이 새끼 왜 이렇게 말투가 띠껍지?”
라파엘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대로 사라졌다.
멍했던 숨의 두 눈이 돌아온다.
그의 뺨을 찰싹찰싹, 정확히 두 번 쳤다.
“아…… 아…… 아픕니다. 왜 때리십니까.”
“그냥. 진짜 빠져나갔나 싶어서.”
뭔 개소리를 하냐는 듯한 숨은 곧 자신의 옆에 있는 분리된 가죽들을 보더니 입을 떡 벌렸다.
“……이거, 설마 제가 한 겁니까?”
“그럴걸.”
“……설마 내가 벌써 무아의 경지에 들었나…… 그 정돈 아닌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하튼.
상황 파악 못 하고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망령들을 향해 주사위를 던졌다.
무슨 눈이 나왔는지는 지들이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
여전히 가만히 앉아서 내가 오는 것을 기다리는 선택지를 택하면, 그냥 그 정도일 뿐이다.
시간을 확인했다.
천하검의 수리까지 대략 80시간 정도 남았다.
* * *
별 #2403의 사태 이후, 곧장 최고 회의의 일정이 잡혔다.
연회장이 다시 채워졌고 그곳에 있어야 할 이들이 자리한다.
물론 전부 오지는 않았다.
총 3명의 승천자와 2명의 편집자.
고작 3명밖에 없는 승천자였지만 상관없었다.
첨삭이 제안할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으니까.
장천의 발렌타인, 파천의 양소, 화천의 트리무르티.
그리고 첫 번째 편집자와 두 번째 편집자.
다섯 명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첫 번째 편집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뭐, 아시다시피 수만 년, 수십 년간의 역사 중에서 맹약이 깨질 뻔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맹약을 위반한 것이고, 이에 따른 저희 측은 당연한 요구를 하나 할 생각입니다.”
발렌타인이 말했다.
“해 봐. 뭘 원하는데?”
“당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별의 모든 소유권을 받아 가야겠습니다.”
와인을 마시려던 발렌타인의 손이 우뚝 멈춘다.
발렌타인뿐만이 아니라, 양소와 트리무르티도 마찬가지였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과한데?”
발렌타인의 말에 유하가 실소를 터트린다.
“그렇습니까?”
“응. 너무 과해. 그리고 너무 불쾌한데.”
“뭐가 그렇게 불쾌하십니까. 이미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했지. 했는데 이건 아니지.”
이 자리에 있는 승천자들이 전부 바보는 아니었다.
의도가 너무 뻔했다.
새삼스럽지만 승천자들은 #이 붙는 모든 별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 없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는 가능하다.
자신들을 따르는 성좌들을 이용해 여러 개의 별을 지배하는 것, 이것까지는 첨삭이 막지는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맹약을 어긴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모든 승천자들이 성좌를 수하로 둔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별을 지배하지 않는 이들도 몇 명 있다.
“이간질하는 거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여러분들의 마음에 달린 것이고, 저희는 당연한 요구를 했을 뿐입니다. 솔직히 ‘재미’로 지배하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그런 장난을 하시려고 하십니까. 이제 그만둘 때도 됐지요.”
불쾌했다.
발렌타인은 저 수작이, 너무 불쾌했다.
그때였다.
유하의 옆에 있던 두 번째 편집자가 그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인다.
천천히 유하의 미간이 구겨졌다.
“……정말이지, 여러모로 어려운 분들이십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승천자들은 몰랐다. 유하가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허공에 거대한 화면이 생겨났다.
그곳에는, 서리 거인의 몸에 빙의한 라파엘과 진시후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발렌타인이 헛웃음을 터트린다.
“회의에 나올 시간은 없고 저기서 저럴 시간은 있나 보네.”
그냥 자연스러웠다.
무슨 대화를 하는지 유하는 궁금했고 승천자들도 궁금했다. 그래서 화면을 계속 띄워 놨다.
진시후와 라파엘의 대화는 그렇게 이어졌다.
이어지다가, 승천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편집자들은 가만히 두십니까? 원흉은 이미 따로 존재하는데.
-편집자들에게 이용당한다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이건 승천자의 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치졸했고 조잡해 보였다.
그냥.
떼쓰는 어린애나 다름이 없었다.
웃을 이유로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다음 대화로 인해, 편집자들의 표정도 굳어졌다.
-가장 이득을 보는 세력이 편집자랑 첨삭이라며. 그럼 그 첨삭과 편집자들을 너희가 건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
-너희가 나를 적으로 삼는 거 이전에 난 너희만 조질 건데, 너희의 죽음으로 가장 이득을 볼 애들이 따로 있잖아. 안 억울해? 걔네는 다 가질 거고 너흰 다 잃을 텐데.
-가장 이득을 보는 세력이 편집자랑 첨삭이라며. 그럼 그 첨삭과 편집자들을 너희가 건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
-혹시 모르지. 너희가 움직임으로써 많은 게 달라질지도.
분위기가 착 가라앉는다.
화면 속에서 진시후와 라파엘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왜 가만히 있어? 세력도 많잖아. 난 너희를 하나하나 상대할 건데 다구리치게? 그것도 나쁘진 않아. 그런데 너희가 다구리치면 편집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날 이용해 먹으려는 애들인데 그땐 움직이겠지. 아니야?
맞다. 움직인다.
편집자들은 진시후를 최강의 칼로 생각하고 있다. 적합자가 그 주변에 있다 해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는 진시후라는 존재가 아직은 너무나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승천자들은 너무 컸다.
몇 명 죽여 놓을 필요가 있었다. 다 죽으면 더 좋고.
승천자들이 진시후를 다구리친다면 그땐 편집자들도 움직인다. 별 #2403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넌 지금 여기서 억울하다느니, 왜 그러고 있냐느니, 이 지X 하고 있을 게 아니라, 가서 애들 끌어모아서 편집자를 쳐야 돼. 별 #2403에서 똥 싸지른 육도선인 때문에 그래? 야, 너희가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어. 생양아치 새끼들이.
자신감이 너무 충만해서, 차마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다.
누구한테 타깃이 되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만 손해 볼 수 없으니 가장 이득을 볼 이들을 먼저 공격한다? 대체 언제 이들이 그런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봤겠나.
적이 있으면 그 적을 죽이면 된다.
가지고 놀 대상이었으면 가지고 놀다 죽이면 된다.
그게 전부였다. ‘일반적인 사람’처럼 생각할 수가 없다.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게 당연한 거다.
그런데 지금, 깨달았다.
방법이 있었다는 거.
진시후는 지속적으로 판을 만들어 주고 있었지만 읽지 못했다.
그 누구도.
편집자도 마찬가지고 승천자들도 마찬가지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발렌타인이 와인 잔을 흔들었다.
“그, 아까 뭐라고 했더라?”
“…….”
“승천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하위 별을, 어떻게 하라고?”
가라앉은 분위기는 도저히 쉽게 돌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자.
생각을 해 보자.
지금 이 자리에는 승천자가 3명이 있고, 편집자가 2명이 있다.
싸우게 된다면 절대적으로 승천자가 유리하다.
혹시나 하는 상황, 뭐 이딴 건 가정할 필요도 없다.
탁, 와인 잔을 내려놓은 발렌타인이 승천자들 전부와 눈을 맞췄다.
전부 의지는 확실했다.
웃으며 발렌타인이 물었다.
“그, 첨삭의 의지는 다 알겠는데 그거 대답하기 전에 먼저 대답해 줬으면 하는 질문이 있어.”
짜증 난다는 듯, 미간을 구긴 채 유하가 물었다.
“……그게 뭡니까?”
“다른 건 아니고, 네가 첫 번째잖아. 생각을 해 봤는데 만약에, 정말 만약에 네가 죽으면 어떻게 돼?”
“…….”
“지휘권을 잃나? 편집자들은 중구난방 흩어지고 막, 그러나?”
발렌타인이 그런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첫 번째의 옆에 있던 두 번째는 진작부터 상황을 읽었다.
그의 손은 옆에 있던 유하의 허벅지에 가 있었다. 그 허벅지에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짧았다.
내용은 이러했다.
-가십시오. 당장.
발렌타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쟤 말이 맞는 거 같아. 애초에 맹약이나 이런 건 문제가 아니었네. 너희가 너무 이득을 보잖아. 같은 길을 가는데 같이 피를 흘릴 생각은 안 하고 쟤 앞에 세워서 우리를 정리한다?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지금 하려는 거, 하지 마십시오.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될 겁니다.”
발렌타인이 웃었다. 천천히 양소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트리무르티, 그녀 혼자만이 앉아 있었는데 사실 그녀는 일어서나 앉으나 상관이 없다.
[의지]로 만물을 다스리는 여인이기에.“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될지 안 될지, 그걸 왜 네가 판단해?”
“…….”
“그거 판단하기 이전에 상황 정리를 네가 했었어야지.”
“…….”
“저 미친 새끼 하나 앞에 세우기 전에 생각했어야지. 맹약을 바탕으로 같은 목적지를 향하는데, 일방적으로 피를 흘리기를 강요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렇게 말하시는 거치고 계속 가만히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저희는 이레귤러와 당신들 간의 싸움을 그저 지켜만 보았을 뿐입니다.”
“그게 변명이야?”
“변명보다는 사실에 가깝죠. 아닙니까?”
“부정하진 않을게. 우리가 너무 군림만 해서 저런 건 생각도 못 했어. 간만에 제대로 된 도전자가 나타나서 1:1로 싸워서 승자를 가리면 된다는 생각만 했거든. 그런데 너희 편집자들은 오히려 쟤를 두둔하잖아. 쟤 이용해서 우리 목 따려고. 아니야?”
같은 배를 타고 있긴 하나, 사이가 좋지는 않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워낙 개성적인 성격들이 많고 타협보다는 주먹이 더 가까운 이들이라 정상적인 대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소통의 부재, 그건 수만 년 동안 이어져 왔고 결국 곪았다.
그저, 터졌을 뿐이다.
터진 것을 늦게 눈치챈 승천자와 터트린 편집자.
그 차이다.
“마찬가지로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 부정하지 마. 부정하면 추해져. 라파엘처럼.”
“…….”
“자, 그럼 여기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할게. 한배를 탄 사이에서 뒤통수를 노리는 게 말이나 돼? 이레귤러는 우리가 알아서 잡아 죽일 테니까, 너희는 아무것도 하지 마.”
곧장 대답하려던 유하였지만 발렌타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별 #2403에 들어갔던 거에 대해서도 아무 말 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말라?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야.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지배하고 있는 별의 해방이니 뭐니 하는 개소리를 포함해서 아무런 요구 같은 거 하지 마.”
“……저희 측의 모든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겠다, 이 말입니까?”
“다르지. 들을 생각도 없다는 뜻이니까.”
강하게 나가는 발렌타인이었고 다른 승천자들은 그런 발렌타인의 말에 딴지조차 걸지 않았다.
그냥 발렌타인이 승천자들 중에서는 가장 말이 잘 통한다. 전부 일임했다고 보면 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