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73)
제273화
네 번째가 고개를 저었다.
“강해지기 이전에 맞은 거야. 별과 별을 이동했던 게 이레귤러가 최초라고 생각하지 마.”
묵묵히 막대 사탕을 빨았다. 혀로 날름, 사과 맛 사탕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항상 맛있다.
“맛있어?”
“응.”
“……그래서, 왜 왔어? 나 바쁜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뜻이었고 진송이도 굳이 시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적합자래.”
“……맞아. 솔직히 아니길 바랐는데, 누나더라고. 반각성 상태의 적합자, 가장 위험하고 가장 예측할 수 없는 존재지.”
“칭찬이야?”
“아닌데.”
“그냥 칭찬이라고 하자. 네 번째야. 네 궁극적인 목적은 뭐야?”
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네 번째뿐만이 아니라 모든 편집자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으니까.
“세상의 안정.”
“안정?”
“멸망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것, 그게 우리 모두의 목적이야.”
“그렇구나. 그럼 이야기가 편하겠네. 편집자 그만두고 내 옆으로 와.”
흠칫했다.
“……뭐?”
“내 옆으로 오라고. 빈자리가 많아. 비서실장 자리 줄게. 함께하자.”
“……모든 역사 통틀어서 적합자와 편집자가 손을 잡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그럼 다른 별의 내 동생인 네가 최초가 되면 되겠네.”
네 번째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한데 그건 안 돼. 난 모시는 사람이 있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아는 시후는 누구를 모시고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건 이쪽 별의 이레귤러고, 난 그 이레귤러가 아니야.”
“그래도 내 동생이잖아. 아니야?”
“……누나의 동생은 아니지. 내 진짜 누나는 진작에 죽었으니까.”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도저히 못 그만두겠어?”
“응.”
“그만둘 의지는 있니?”
“없어. 난 그분과 함께 갈 거야. 끝까지.”
그분이 누군지 진송이도 안다.
언젠가 보았던 대검을 들고 있던 남자.
유하라는 이름의 그 남자가 분명하다.
막대 사탕을 와그작, 씹었다.
“역대 모든 역사 중에서 편집자와 적합자가 손을 잡은 적이 없다고?”
“없어. 단 한 번도.”
생각해 보면 있는 게 이상했다.
적합자라는 것은 첨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최강의 칼이다. 그 칼이 첨삭과 손을 잡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설령 잡는다 해도 편집자들이 가만히 둘 리 없다.
전략적인 상황이나 이런 것도 의미 없다. 그냥 필연적인 거다.
적합자는 그 정도로 위험한 존재고 어떤 식으로든 편집자들과 적이 된다.
그렇다.
적.
“그럼 어쩔 수 없네.”
“맞아. 어쩔 수 없어. 그러니 그냥 가. phase3가 얼마 안 남았잖아. 이제 거기에 집중…….”
네 번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고개를 뒤로 젖힌다.
그 앞으로 진송이의 쭉 뻗은 발이 스쳐 지나갔다.
파공음은 뒤늦게 울렸다. 뒤로 물러선 네 번째가 물었다.
“뭐 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했잖아.”
“…….”
“너 여기서 죽이려고. 나중에 후환이 될 사람이잖아.”
“아까는 동생이라며?”
“배다른 동생 비슷한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는데 네 말대로 진짜 동생은 아니잖아. 어릴 적 내 지주였고 지금도 내 곁을 지켜 주는 듬직한 놈, 걔 하나만 내 동생이야. 그래서.”
“…….”
“너는 미리 죽여 놓는 게 편할 거 같아.”
어이가 없었다.
“무서운 사람이네.”
“다른 별의 진송이는 안 이랬나 봐?”
“……안 그랬지. 어쩌면 다른 그 점이 적합자와 아닌 자를 가르는 기준일 수도 있겠어.”
굳이 더 들을 필요가 없었다. 진송이는 진심이었다.
네 번째 편집자, 제육천마왕 진시후를 이 자리에서 죽여 놓을 생각이다.
진송이가 자리를 박찼다. 그녀의 흰색으로 물든 손이 뻗어 나간다. 네 번째가 몸을 회전시키며 진송이의 팔을 쳐 냈다. 상관없다. 이미 진송이의 왼쪽 다리는 땅을 밀어내고 있었으니까.
힘의 전환.
그대로 진송이의 몸이 회전한다. 네 번째의 힘을 역으로 이용했다. 진송이의 반대쪽 손바닥이 그대로 뻗어 간다.
꽈아아아아앙-!!
닿았다. 네 번째의 명치에서 불꽃이 타오른다. 그의 몸이 그대로 날아가 자동차 도로 밑의 바다에 처박힌다.
진송이가 양손을 뻗었다.
허공에 스무 개의 광명구체가 생겨난다.
일제히 빛을 뿜어냈다.
콰과과과과광-!!
바다가 터져 나가고, 갈려 나가고, 찢겨져 나가고 그대로 소멸한다.
바닥에 처박혀 있던 네 번째에게는 타격이 없었다.
손을 뻗고 있는 그의 앞으로 거대한 막이 쳐져 있었으니까.
진송이가 자리를 박찼다.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킨 뒤 그대로 내리꽂혔다.
진송이의 발뒤꿈치가 막에 닿는다.
콰아아아아앙-!!
막이 그대로 찢겨져 나간다. 머리카락에 반쯤 가려져 있던 네 번째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즉시 왼손을 뻗었다. 뻗어 오던 진송이의 오른팔을 잡아챘다. 그 손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빛이 막힌다.
광명구체가 진송이와 네 번째 사이에 생성된다. 그것은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불완전했다. 곧.
환한 빛이 터져 나온다.
콰아아아아앙-!!
둘 사이에 광명구체가 터졌다. 진송이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서고 네 번째가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선다.
“……진심이구나.”
진송이가 빙긋 웃었다.
앞서도 말했듯 길게 말할 이유가 없었다. 죽인다고 했으니 죽일 생각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수준이 아닐 테니, 전력으로 가야 한다.
진송이가 와그작, 막대 사탕의 나머지 부분을 씹었다.
그러자 사방에 생겨나 있던 광명구체의 빛이 사라진다. 천천히 빛을 잃은 구체가 실타래처럼 풀린다.
그녀의 두 눈이 번뜩인다.
[영역 전개.] [광명의 실타래.]수천 개의, 아니 수억 개로 나누어진 실타래들이 진송이의 주변에 자리한다.
빼곡했다.
진송이가 자리를 박찼다. 도저히 막기만 하던 네 번째도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대응을 해야 했다. 죽이는 건 안 된다. 아직 지령이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제압해야 한다.
그 목적으로 자리를 박차려던 그때였다.
머릿속에 메시지가 울린다.
-맹약이 파기됐다. 전원 지금 하던 일 멈추고 안가로 집합하라.
정면을 바라보았다. 수억 개의 실타래들이 뻗어 온다. 주변 바다는 이미 회 쳐진 지 오래였다. 장관이다.
네 번째는, 온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대로 왼손을 펼쳤다.
거대한 방패가 생겨난다. 그 방패는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을 밀어냈다.
그 정도로 거대했다.
파아아아아아앙-!!
진송이의 모든 실타래가 막힌다. 그 방패 앞에서 진송이는 멈췄다.
그대로 왼손으로 똑똑, 두드렸다.
“단단하네.”
그런 진송이를 네 번째는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뭔가, 변했다.
적합자라는 존재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진송이가 방패를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사람이 노크를 하는데 왜 문을 닫고 있어? 열어 줘.”
웃고 있었다.
아까부터, 시종일관 진송이는 웃고 있었다.
싸늘했다.
뭐라고 해야 하나.
망설임이 사라졌다고 해야 할까.
……마치, 이레귤러 같았다.
“강제로 부술까?”
“……미안한데, 가 봐야겠어.”
“왜?”
“……직접 물어봐. 그 이레귤러한테.”
그게 전부였다.
꽈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나루토 해협 전체에 울려 퍼진다.
거대한 폭발이었다.
그 폭발 사이로 네 번째의 모습이 사라진다.
진송이도 자리를 피했다. 곧이어 밀려났던 파도들이 일제히 몰려온다. 자리를 박찼다.
하늘로 올라선 뒤 고가 도로 난간을 붙잡았다.
그곳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아공간’에서 막대 사탕을 하나 꺼내 물었다.
그녀는 웃고 있지 않았다.
아쉬웠다.
죽여 놨어야 했는데.
* * *
차선책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편집자로서의 경험과 아직 진송이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들을 편집자들은 안다.
멸망을 한다는 게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역사의 분기점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지, 그 외 등등.
편집자를 가까이에 두면 유용한 게 많다. 그렇기에 최선책이었다.
네 번째 편집자이자, 다른 별의 진시후.
그를 비서실장으로 두게 된다면 진송이가 하려는 일이 더 수월해질 것이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결렬되었으니, 그다음을 생각해야 하는데.
솔직히 이건 말이 차선책이지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 않은 일이었다.
고개를 들었다.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키는 작았다. 하지만 가진 힘은, 적어도 별 #2403에서 진시후를 제외하고 그 누구보다 크다.
심지어 천마 주성철보다 강하다.
“안녕하세요.”
진송이의 인사말에 마르실라가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냐고, 눈으로 묻는 마르실라에게 진송이는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구원 길드의 일을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요?”
“네. 마르실 라님이요.”
피식, 웃은 마르실라가 책을 덮었다.
“싫어요. 난 이제 좀 쉬고 싶거든요.”
저 단호한 태도를 보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한 이유가 있었다.
진송이는 아공간에서 막대사탕을 꺼내 물며 질문을 던졌다.
“고생을 그렇게 많이 하셨어요?”
“했죠.”
“얼마나 하셨는데요?”
마르실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대체 무슨 고생을, 얼마나, 어떻게 했기에 벌써부터 쉬고 싶다는 헛소리가 나오는지 궁금해서요.”
탁.
마르실라가 책을 덮었다.
“헛소리?”
“네.”
“너 지금 시비 걸러 왔니?”
“아닐걸요.”
쓰고 있던 안경을 추켜올린 마르실라가 툭 던지듯 말했다.
“시후한테 내가 미안한 감정이 아직 있거든. 그러니 한 번은 넘어가 줄게. 적당히 까불고, 가.”
“제가 아직 원하는 대답을 못 들어서요.”
“하아…… 네가 하려는 일을 도와달라고?”
“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어차피 할 일도 없으시잖아요. 한량처럼 그러고 계시는 거보다 좀 생산적인 일을 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앞서도 말했듯 단순한 대화로 설득시킬 생각 같은 건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진시후와 마르실라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전해 들었다.
친밀한 사이였지만 그런 사이마저 져버릴 정도로 은둔을 원한 여인.
쉽지 않다.
그래서 최대한 자극시킬 생각이다.
은둔 성향의 사람이 저런 힘을 지니고 있는데 나태하다? 모순이다.
이럴 때 쓰는 게 힘이다.
진송이는 힘으로.
설득시킬 생각이었다.
“싫어. 안 한다고.”
“애처럼 떼쓰는 거 말고 할 줄 아시는 게 대체 뭐예요?”
“……뭐?”
“지구에 별로 정이 없다는 건 대충 알아요. 그런데 당신의 그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네가 필요한 게 아니고?”
“저도 그중 하나죠.”
“일없어. 생각 없으니까, 그냥 가.”
진송이가 와그작, 사탕을 깨물었다.
“혹시 겁나세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