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78)
제278화
종소리가 울려 퍼졌으니까.
그건 굉장히 묵직했으며, 거대했다.
부족장의 표정이 환해진다.
“저건 족장님께서 작업을 끝내셨을 때만 치는 종입니다.”
그럼.
“완성됐다는 건가?”
“예. 완성됐습니다.”
이게, 타이밍이라는 게 무시할 수가 없었다.
대에에에엥-!!
비슷하지만 다른 종류의 종이 울려 퍼진다.
멀리서 누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드워프족 부족장이 내게 말했다.
“저희 쪽도 완성됐습니다!”
오늘.
나는 파천의 양소를 칠 생각이다.
그 전에 검부터 확인하고.
“가자. 길 터.”
서리 거인 부족장이 당차게 답했다.
“예!”
그때였다.
누나가 손을 뻗어 드워프 부족장의 멱살을 움켜쥔 뒤 벽에 처박았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부족장을 노려본다.
아까 뒤에서 무슨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긴 했는데 제대로 듣지 못했다.
뭐길래.
“……이 땅거지 새끼, 당장 죽여 버릴까.”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걸까.
* * *
별 #1000.
단언컨대 진송이는 이 별에 ‘처음’ 와 봤다.
더 나아가 별과 별을 건너뛰어서 움직여 본 게 이번이 처음이다. 이건 어비스나 이런 것과는 분명히 다른 종류의 것이다.
이곳에 발을 딛자마자, 진송이는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이성적인 끌림이나 이딴 게 아니라, 언젠가 한 번 와 봤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언가, 공기나 자연에서 흐르는 모든 기운이 익숙한, 정말 이 별에서 오랜 기간 지냈던 것 같은 그런 느낌.
이상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건지.
동생이 명란젓 코난의 주인공의 흑화판이 되어 사건을 조작하겠다는 말을 하고, 편집자라는 사람의 목을 꿰뚫고 심장을 터트린 뒤 인형을 안고 있던 꼬마의 머리통을 부숴 버리는 것까지.
이 모든 것들은 분명 시야에 들어오긴 했으나 생각은 다른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동생의 발에 심장이 터진 채 벽에 처박힌 아홉 번째 편집자.
그는 두 눈을 뜬 채 죽어 있었는데, 진송이의 머릿속에서는 비웃음을 머금은 채 두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적합자도 아닌 년이 대체 왜 적합자의 곁에 있지?’
‘천존은 끝났다. 그의 반란은 조잡했고 결국 그 끝은 정해져 있었다. 정해진 결말대로 이야기가 끝났으니 이제 너는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아니, 꺼져라.’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렸다. 머리가 터져 있는 여자애가 보인다.
통성명은 한 적이 없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름이 떠오른다.
제인 크루스무슈.
‘네가 광명술사야? 별거 없네.’
‘내가 모시는 분이 너를 마음에 들어 하던데, 나랑 갈래? 아니면 여기서 죽을래?’
‘내가 누굴 모시냐고? [트리무르티]. 들어 봤지?’
고개를 돌렸다.
진시후와 대화하고 있는 중년 엘프, 그의 이름은 탈렌 라엘렉.
그에게서 진송이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명이 떠오른다.
[세계수의 부름을 받은 자].‘적합자와 거리를 두어라.’
‘내가 너의 배후성으로서 있는 순간만큼은 절대로 적합자와 함께해서는 안 된다.’
‘적합자와 함께한다면 계약을 끊어 버리는 수밖에.’
배후성과 화신으로서의 기억은 물론.
‘이명 [광명을 깨우친 자], 진명 진송이. 맞나?’
‘성운 [세계수 연합]에 너를 초대하고자 한다. 우리와 함께하겠는가.’
성좌 대 성좌로서 대화했던 기억도 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던 진송이와 눈이 마주친 남자가 있었다.
키가 작고 얼굴을 덥수룩하게 덮은 노란색 수염이 인상적인 남자.
부족장이었다.
진송이와 눈이 마주친 그가 움찔한다.
진송이가 물었다.
“……야. 너 나 알지.”
“……모릅니다. 초면입니다.”
“초면이라고?”
마치 빔 프로젝터로 보는 영화처럼, 몇 개의 장면이 연상된다.
‘천존께서 맡기신 물건입니다. 족장께서 직접 수리를 마치신 최상급의 건틀렛입니다.’
‘저희는 적합자님을 존경합니다. 부디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길.’
기억 속에 이런 장면이 맴돈다.
진송이는 바실리스크의 가죽으로 만든 로브를 뒤집어쓴 채, 어느 벽에 등을 기대 있었다.
그런 그녀의 뒤로 두 남녀의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증거가 있습니까?’
‘없지.’
‘없는데, 왜 그런 소문이 들리는 겁니까?’
굵직한 목소리였고 살면서 처음 들어 보는 목소리였지만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드워프 족장이다.
그리고 그 족장과 대화를 나누는 여인은 [두 번째 편집자] 오렐리아가 분명하다.
무슨 증거를 말하는 건지.
무슨 소문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기억이 끊겼으니까.
진송이가 눈을 떴다.
부족장이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인다.
“다시 묻는다. 너 나 알지.”
“……모릅니다.”
진송이는 그대로 부족장의 멱살을 잡아챈 뒤 벽에 처박아 버렸다.
“이 땅거지 새끼, 당장 죽여 버릴까.”
“대체 제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네가 나를 모를 리 없잖아. 천존의 무구를 나한테 직접 건네줬는데.”
“…….”
“알아, 몰라.”
“……알지만 그건 다른 ‘진송이’입니다. 지금은 죽어 없어진.”
“아니지.”
정말 그건 아니다. 왜냐면.
“내 머릿속에 살아 있으니까.”
“긴가민가했지만 정말…… 적합자셨군요.”
“맞아. 그러니까 혓바닥 놀리지 마. 사실대로 말해. 나 알지.”
“……예, 압니다.”
“할 말 없어?”
“……모르는 척해서 죄송합니다.”
구겨진 미간이 점차 펴진다.
엄밀히 말하면 남 일이긴 하다.
천존이라는 남자와 진송이가 어떤 관계였는지는 어차피 전부 과거의 이야기고.
같은 존재건 같은 영혼을 공유하건 그때의 기억을 흡수하건.
지금의 진송이는 지금의 진송이일 뿐이다.
무엇보다 기억이 완전히 흡수되지 않았다.
진송이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거지.
왜 이렇게 역겨운 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분명 기억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긴 한데 이게 완전한 기억이 아니니 이제는 오히려 이것 때문에 짜증이 난다.
일단 손에 힘을 풀었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하던 거 마저 해요.”
엉클어진 수염을 매만지던 부족장이 미간을 찌푸린다.
사람이 뭐 이렇게 왔다 갔다 해.
사이코도 아니고.
* * *
같은 길이, 같은 폭, 같은 문양의 검신.
하지만 다른 모양의 손잡이 다른 모양의 코등이.
왼쪽에 있는 게 드워프가 만든 거고 오른쪽에 있는 게 서리 거인이 만든 거다.
드워프의 것은 고고했다.
마치 정갈하게 차려진 최고급 일식 코스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그에 반해 서리 거인의 것은 파괴적이었다.
손잡이에서부터 그냥 느낌이 달랐다.
이건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 같다고 해야 할까. 드워프의 것과는 그냥, 성격 자체가 너무나도 달랐다.
“파천만계의 검신은 기존 레시피가 남아 있었기에 그대로 제작했습니다. 물론 더 발전된 기술로요. 전보다 더 단단할 겁니다.”
이건 드워프 족장의 말이었고, 서리 거인 족장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저런 비열한 새끼들은 레시피대로 만들었겠지만 저희는 아닙니다. 진시후 님께서 주신 부서진 파천만계의 검신에 강화된 미스릴을 섞고, 거기에 더 강한 제련 기술로 기존의 것보다 월등한 수준의 검을 탄생시켰습니다.”
힐끗 드워프 족장을 바라본 서리 거인 족장이 말을 잇는다.
“단언하건대, 저희 서리 거인족이 지금껏 만들어 온 모든 검 중에 이 검이 최고입니다. 검 손잡이 부분과 코등이 부분은 진시후 님의 성격을 참고해 만들어 보았는데, 어떻게, 마음에 드십니까?”
당연히 마음에 든다.
잠시 누나를 바라보았다.
복잡한 표정으로 드워프 족장을 노려보고 있는 게 심상치 않아 보였다.
아까도 부족장을 갈궈 대던데, 딱히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래서 누나를 데려온 거다.
일단 옆에 두고 지켜보려고.
아직까진 괜찮아 보인다.
다시 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왼손으로는 드워프의 검을, 오른손으로는 서리 거인의 검을 집어 들었다.
둘 다 괜찮다.
적어도 내 눈으로 볼 때 상당하다.
기존의 파천만계도 대단했는데 이건, 그 이상이다.
문득, 주성철한테 맡겨 놓았던 발몽이 떠오른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에고 소드의 정신을 육체로 옮길 수 있나?”
“……에고 소드의 정신을…… 육체로요? 왜요?”
서리 거인은 의문을 표했고, 드워프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한가?”
“이상하죠. 에고 소드가 특별한 이유는 말 그대로 에고 소드이기 때문인데, 그 특별함을 버린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명확했다.
이 두 명은 철저하게 대장장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검으로 살면 분명 좋은 점이 있다.
일단 부러지지 않는 한 오래 살 수 있다. 심지어 부러져도 고치면 된다. 검이 소멸하지만 않으면 영원불멸하다.
심지어 그 기간 동안 경험이 쌓인다.
쉽게 말하면 발전하고 또 발전하는 검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육체로 이전된다면 그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에고가 담긴 검으로서의 특별함은 사라지고 그저, ‘사람’이 될 뿐이다.
대장장이의 시선이든 뭐든 관심 없다.
우리 발몽은 오래 살았다. 녀석은 내게 이 불멸을 끝내고 싶다는 이야기만 해 왔다.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도 포기한 건지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얼마 전에 이야기했을 때 녀석은 좋아했다.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도 같았다.
난.
한번 한 약속은 지키고 내 사람과 한 약속은 내가 뒈지는 한이 있어도 지킨다.
“그래서 되냐고.”
두 족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되긴 하는데…… 그 검이 어느 정도의 검인지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그 삶 동안 축적된 기억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그걸 받아들일 육체의 수준을 정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생각해 둔 게 있었다.
“육체의 수준이 만약 내 수준이면?”
“……그 어떤 에고 소드건 무조건 가능합니다.”
“그래, 그럼 됐어.”
발몽이 가지고 있는 기운과 그 기억, 쉽게 말하면 ‘격’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게 어느 수준이건 내 육체 정도면 반드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내 몸을 준다는 건 아니다. 이게 얼마나 귀한 건데.
승천자.
전부 처죽일 그놈들의 육체라면, 발몽의 격을 담고도 남을 거다.
“이번 일 다 끝나면 의뢰 하나만 맡기자.”
서리 거인 족장은 눈치가 빨랐다.
“……에고 소드의 에고를 육체로 옮기는 의뢰를 말씀하시는 것이겠군요.”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드워프 족장이 곧장 입을 열었다.
“그 일은 우리 드워프에게 단독으로 맡겨 주시면, 확실하게 해내겠습니다.”
서리 거인 족장이 질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어허, 어딜 드워프 따위가 이번 일에 끼어드나. 결국 영혼을 육체로 이전시키는 작업인데, 이건 넓게 보면 ‘제작’의 영역이 아닌 ‘제련’의 영역이다. 제련은 우리 서리 거인이 드워프보다 한 수 위니, 당연히 우리가 그 일을 맡는 것이 마땅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