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95)
제295화
-나의 결론은 이러하다. 별 전체를 터트림으로써 네놈과 공멸하는 것.
듣고만 있던 이스마엘은 급격한 현기증에 잠시 비틀거렸다.
그러면 모든 것이 설명이 가능하다.
구천이라는 별은 일반적인 별들과 다르다.
머무는 생명체의 숫자도 차원이 다르고, 가진 힘도 차원이 다르다.
별이 품고 있는 자연기의 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인데, 이런 별을 한 번에 터트린다?
일반적인 별을 터트리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럼에도 그것을 가능하게 할 방법이 있긴 하다.
별을 터트릴 힘을 다른 곳에서 구하면 된다.
예를 들면.
-총인구 69억 4,372만 3,221명. 그중 마나 유저 20억, 자연경의 각성자 11만, 탈혼경의 각성자 5,000명. 이 모든 이들이 가진 영혼의 힘으로 윤천을 터트릴 것이다.
그렇다. 모자란 힘은 이렇게 구하면 된다.
-낙원에서 별을 통제했다지? 그것과 같다. 나는 이곳을 통제하고 있다. 너는 이동석을 비롯한 그 어떤 것들로도 이 별을 벗어날 수 없다.
프리고진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네놈은 이곳에서 나와 함께 죽는 것이다. 클클클클클.
프리고진이 준비한 수는 하나였다.
자폭.
진시후가 고개를 돌려 이스마엘에게 물었다.
“야, 방법 없냐?”
이스마엘이라고 뭐 있을 리 없다.
승천자가 저렇게 작정하고 준비했는데 아직 탈혼경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이스마엘이 뭘 한다고 해서 그게 영향이 있을까.
이스마엘이 고개를 저었다.
“없나 보네.”
“……예. 없습니다.”
진시후가 머리를 긁적였다.
큰일 났네.
그런데 이스마엘은 그런 진시후에게서 다른 것을 느꼈나 보다.
“……방법이 있으십니까?”
“없어, 인마.”
“있으신 거 다 압니다.”
“알긴 뭘 알아. 없다니까?”
“재미없습니다.”
“나도 재미있으라고 한 거 아니야. 없어.”
“……정말 없습니까?”
의외로, 계속 없다고 하던 진시후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가 생각이 났나 보다.
묘해지는 표정을 바라보며 이스마엘이 중얼거렸다.
“……있으시네.”
확실하진 않지만 시도해 볼 법한 게 하나 있긴 했다.
이 두 사람의 대화는 프리고진도 듣고 있었다.
조용히 있던 그가 말했다.
-너희가 이 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단언컨대 없다.
진시후가 물었다.
“정말로 없어?”
-없다.
“있을걸?”
-……없다고 했다.
“없기를 바라는 건 아니고?”
이쯤 되니 프리고진도 궁금했다.
-적당히 하고 까 봐라. 대체 무슨 패를 숨겨 두고 있는 거지?
“별건 아니고.”
진시후는 묵묵히 아공간에서 작은 수정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분명히 말하는데 이동석은 아니었다.
-……그게 뭐냐.
“이거?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약속의 증표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약속의, 증표?
“누구랑 한 약속인지 안 궁금해?”
-…….
“아마 너희한테 이를 갈고 있을걸. 기다려 봐. 대면시켜 줄게.”
그대로 가지고 있던 수정을 부쉈다.
퍼석.
그 소리가 울리자마자, 진시후와 이스마엘의 앞에 있던 공간이 일렁였다.
절대로 열리지 않을 거라 호언장담하던 프리고진이 눈을 크게 뜬다.
이윽고.
쩌저저적.
공간이 찢어진다. 그곳에서 어깨에 대검을 걸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첫 번째 편집자 유하였다.
“……언제 그 수정을 부수나 했는데, 이제야 부수는군.”
유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당황한 프리고진과 눈이 마주친다. 그대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웃고 있는 진시후와 눈이 마주쳤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충, 무슨 상황인지 유하는 파악했다.
진시후가 물었다.
“한 가지 들어준다고 했었지?”
“그렇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알 거고?”
유하가 잠시 턱을 쓸어내린다.
진시후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 새끼.
“왜 이래, 갑자기.”
“아무래도 이게 상당히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이 자리에서 진시후와 프리고진을 공명시킬 아주 좋은 기회가 분명하긴 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진시후의 말에 유하는 정신 차렸다.
이미 손을 잡기로 했다.
아직 제대로 된 대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바로 통수부터 후려쳐 버리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특히 유하는 명령을 받는 입장으로서 이번 일에 있어서 만큼은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없었다.
“……장난이다.”
“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어. 설마 우리 첫 번째 편집자님께서 뒤통수를 칠 리 없잖아. 그치?”
“…….”
“가자.”
유하가 손을 휘저었다. 쩌저적, 다시 공간이 찢어진다.
-자…… 잠깐!
다급한 프리고진의 외침을 진시후는 무시했지만 유하는 아니었다. 유하의 발걸음이 잠시 멈춘다.
-……대체 어떻게 결계를 뚫은 거지?
“…….”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프리고진의 말을 더 이상 들을 생각이 없던 진시후가 재촉했다.
“야, 뭐 하냐. 저 개소리 다 듣고 가게?”
“……간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차례대로 뚫린 공간으로 이동한다.
마지막으로 진시후만 남았다.
진시후가 고개를 돌렸다.
“그, 유감이야.”
-……뭐?
“유감이라고. 열심히 준비한 게 의미가 없어졌잖아.”
-…….
“쓸데없이 너를 따르던 애들만 죽어 나간 꼴이긴 한데……. 알아서 정리해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고생하고, 다음에는 좀 적당히 깝치면서 살아. 오케이?”
-……이런 미, 친 새끼.
피식 웃은 진시후도 뚫린 공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드넓은 윤천에 오직 프리고진만이 남았다.
그는 정말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나 보다.
멍하니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뚫은 거지?
첫 번째 편집자 유하의 힘을 과소평가했나? 아니지, 과소평가했다 해도 이곳은 윤천이다.
윤천에 살던 모든 생명체의 영혼으로 별을 감았다.
유하가 아무리 강해도 저걸 저렇게 뚫는다?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저건 유하가 뚫은 게 아니다. 유하가 뚫을 수 있도록, 누군가가 개입한 거다.
유하보다 월등히 위에 있고, 프리고진 본인보다도 더 위에 있는 존재.
첨삭보다 더 위에 있는, [천좌의 주인]이 개입한 것이 분명했다.
모든 상황이 프리고진의 죽음을 확정 짓고 있었다.
허탈했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수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내면 안 되는 건데.
어쩔 수가 없긴 했다.
이게 세상이다.
변수로 가득한 세상.
이윽고 시간이 다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승천자 프리고진이 눈을 감는다.
꽈아아아앙-!!
윤천이 폭발했다.
***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묵묵히 바라보던 진시후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일단.
“여긴 또 어디야?”
흰색 공간이었다.
저기도 흰색, 여기도 흰색.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흰색으로 물들어 있는 공간.
그곳 가운데에는 원탁이 있고, 그 주변에는 열네 개의 의자가 있었다.
진시후쯤 되는 존재면 대충 짐작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아, 공간을 쪼개고 쪼개서 남은 찌꺼기들로 별도의 공간을 만들었구나.
여기가 편집자들의 아지트 비슷한 거구나.
이것과 비슷한 공간은 진시후도 만들 수 있다. 넓게 보면 진시후가 사용하는 아공간의 개념이 이것과 비슷하다.
클리어너들이 사용하는 인벤토리의 개념도 비슷하고.
딱 여기까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시후가 묘한 느낌을 가진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이 공간 전체에서 느껴지는 ‘기운의 기이한 흐름’.
인위적이었지만 또 자연적이었다.
‘……뭐지, 이거 어디서 느껴 본 거 같은데.’
착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느껴 봤다.
그런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진시후에게 유하가 답했다.
“편집자들의 회의 장소다. 편집자들은 이곳에서 모여 보고를 하고 명령을 내리고 수행하지.”
원하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진시후는 그대로 손을 내밀었다.
“하나 남은 거 있으면 줘 봐.”
“무엇을 말하는 거지?”
“우천으로 향하는 이동석.”
“……너도 있는 걸로 아는데, 그거 써라.”
“야박하네. 같이 손잡은 사이인데 너흰 그거 넉넉할 거 아니야. 하나만 줘 봐.”
잠시 고민하던 유하는 상당히 재미있는 제안을 하나 꺼내 들었다.
“기왕 협력하게 된 거, [길가메시]를 함께 잡는 것으로 우리의 동맹을 더 끈끈하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지?”
진시후가 묘한 미소를 짓는다.
나쁘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시후의 힘은 회복되고 있었다. 유하가 가세한다면 마지막 승천자를 죽이는 것이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여담인데, 두 명의 승천자를 동시에 상대하던 그 순간에 보았던 ‘봉인된 기억’, 진시후는 그것을 인식한 순간부터 회복력이 한 단계 이상 상승했다.
괴물 그 이상이 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안 그래도 괴물이었는데.
“그렇게 해. 그리고 너.”
진시후가 가리킨 것은 이스마엘이었다.
원했던 방향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복수를 끝냈다.
[프리고진]의 죽음이 확실시된 상황이다.그런 이스마엘에게 진시후가 말했다.
“같이 가자.”
“……저요? 제가 가서 할 일이 있을까요?”
“그건 모르는 거지. 할 것도 없잖아. 그냥 와.”
머리를 긁적이던 이스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유하가 우천으로 향하는 이동석을 부쉈다.
퍼석.
세 남자는 뚫린 공간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화아아악.
공간의 파동을 느끼며 진시후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대로 당황했다.
“……이건 또 뭐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만들어져 있었다고 해야 할까.
진시후뿐만이 아니라 함께 온 이스마엘과 유하, 둘 다 당황했다.
그럴 만도 했다.
한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는 황금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진시후는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저게 황금처럼 보일 뿐이지 실제로는 황금이 아니라 금빛으로 물든 ‘미스릴 갑옷’이라는 것을.
쉽게 부서지지도 않고 금이 가지도 않는다.
지금 쓰고 있는 천하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 남자를 바라보던 유하가 작게 중얼거린다.
“……길가메시……?”
마지막 남은 승천자 길가메시.
그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길가메시를 내려다보는 봉두난발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를 유하와 이스마엘은 몰랐지만 진시후는 알고 있었다.
때마침, 그가 고개를 돌린다. 진시후와 눈이 마주쳤다.
“오랜만이군.”
“그러게. 유하야, 오랜만이야.”
편집자 유하를 힐끗 바라본 별 #2403의 한폐제 유하가 표정 없는 얼굴로 진시후에게 말했다.
“그 이름은 버렸다.”
“멋있는 이름인데 왜?”
그 이유를 굳이 답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내 이름은 무명이다. 앞으로 그렇게 불러 줬으면 좋겠군.”
마침 편집자 유하랑 이름이 겹쳐서 애매한 상황이긴 했었는데 알아서 교통 정리를 해 주니 진시후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그보다.
“그, 네 밑에 있는 거 설마 네가 죽였냐?”
“그렇다.”
“으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