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96)
제296화
참 묘한 상황이었다.
별 #2403에 있었을 때의 무명은 절대 승천자급의 힘을 지닌 존재가 아니었었는데 지금, 그는 길가메시라는 승천자를 죽일 정도의 강자가 되어 있었다. 놀랍긴 했으나, 이해할 순 있었다.
진시후가 무어라 말을 하려던 그때였다.
주춤, 편집자 유하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이어서 이스마엘이 자리에서 주저앉는다.
이 둘만 반응한 것이 아니었다.
진시후와 무명도 반응했다.
네 명의 남자가 한 곳을 바라본다.
그곳에, 언제부터였는지 모를 기이한 존재가 하나 있었다.
머리는 길었다. 몸은 전체적으로 얇았는데 입고 있는 슈트는 상당히 고급져 보였다.
특징은 하나였다.
두 눈.
그의 두 눈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동공이며 흰자며 모든 것이 붉었다.
그의 존재를 인식하자마자, 도저히 보아서는 안 될 것을, 그리고 느껴서는 안 될 것을 느낀 것처럼 이스마엘이 주저앉아 머리를 부여잡은 것이다.
공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진시후가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띤다.
“넌 또 뭐야?”
진시후가 느끼기에, 저 붉은 눈의 남자가 가진 기운의 크기는 흡사 일반인과 같았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붉은 눈의 남자가 상당한 기운을 품고 있다는 뜻과 같았다.
붉은 눈의 남자가 진시후를 바라보았다.
주변 사람들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처럼, 그의 시선은 오직 진시후에게 꽂혀 있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진시후가 옆에 있던 편집자 유하에게 물었다.
“반응 보니까 너는 아는 거 같은데, 쟤 뭐야?”
“……모른다.”
“모르는데 반응이 왜 그래?”
유하의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지나치게 ‘겁’을 먹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유하가 말했다.
“……모른다. 가슴속에서부터 역겨움과 불길함이 몰려오고 있다.”
스스로도 모르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저 본능처럼, 직감처럼 유하는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진시후는 굉장히 묘했다.
그때였다.
입 다문 채 진시후를 뚫어져라 노려보던 붉은 눈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태초의 변수, 천좌의 주인의 새로운 사냥개, 나쁘지 않군.”
잘못 들었나 싶었다.
“무슨 개?”
“사냥개, 결국 너는 첨삭과 함께 ‘우리’를 노리는 존재가 아니더냐.”
대충 짐작 가는 게 있긴 했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반응에 붉은 눈의 남자가 헛웃음을 터트린다.
“아직 모르는가.”
“뭐를.”
“우리의 존재를.”
진시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얼마 전에 만났던 승천자 바운스고르가 했던 그 이야기가 맞는 것 같았다.
붉은 눈의 남자가 말했다.
“우리는 잔재다.”
“그래서?”
“그래서, 짧게 말하마. 넘어오지 마라.”
넘어오지 말라는 게 무슨 뜻인지 잠시 고민했다. 그 고민의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는지 곧장 붉은 눈의 남자가 말했다.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곧 적합자로 각성할 네 누이와 함께 별 #2403에서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그러면 우리는 너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웃고 말았다.
“말이 명령조로 들리는데?”
“선택은 네가 하는 것이다. 이후의 말은 의미 없을 것 같군.”
슬쩍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바라본 붉은 눈의 남자가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무명이 있었다.
“공허의 기운을 다루는 자여, 갈 길을 잃은 것 같은데, 나와 함께 가겠나?”
무명이 물었다.
“함께 가면 내게 무엇이 돌아오지?”
“전부.”
“……전부?”
“그렇다. 너에게 전부를 주마. 이미 ‘운명을 뒤흔들 존재’가 된 너를 천좌의 주인은 가만히 두지 않을 터. 나와 함께 가자.”
무명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붉은 눈의 남자가 손을 뻗는다.
유하와 둘 사이의 공간이 쩌어억 벌어진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시후가 천하검을 고쳐 잡으며 물었다.
“그냥 가게?”
붉은 눈이 진시후를 향한다.
“궁금한 게 많아졌어. 온 김에 설명도 좀 해 봐.”
“설명?”
“걔는 어디로 데려가는 거고, 잔재라며? 그게 뭔지도.”
붉은 눈이 피식 웃는다.
“바라는 게 많군. 천좌의 주인이 이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게 아니었다면 너는 지금 죽었을 것이다.”
진시후도 피식 웃었다.
“네가? 나를?”
“못 할 거라 생각하나?”
그런 붉은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시후가 대뜸, 정말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이 새끼 봐라. 너 지금 시간 끄냐?”
붉은 눈의 미간이 꿈틀한다.
진시후가 뜬금없는 소리를 했던 것처럼, 붉은 눈의 남자도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더 위험한 놈이었군.”
설명하긴 어려웠지만 여태껏 진시후가 살면서 만나 온 사람들이 대체 얼마인가.
또 그 많은 이들 중 수작을 부리는 이들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10년이라는 세월이 누군가에게는 짧은 세월이겠지만 진시후에게는 굉장히 긴 시간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고 또 싸웠다. 쉬었던 기간? 솔직히 쓰러져서 기절해 있는 순간 말고는 거의 쉬었던 적이 없다.
진시후의 직감은 그런 경험들로 인해 발전했고, 시간의 방에서 했던 수련들로 인해 완성되었다.
“한 놈이 아닌가 보네.”
“…….”
“또 다른 놈이 있고, 걔는 다른 쪽에서 수작을 부리나?”
“…….”
“천좌의 주인이라는 놈의 눈을 너한테 집중시키고, 걔는 다른 걸 한다. 맞아? 표정 보니까 맞나 보네.”
붉은 눈이 손을 들어 올린다. 묵묵히 바라보며 진시후가 말을 이었다.
“야, 유하야. 너 빨리 주인한테 알려야겠다.”
유하가 무언가를 하려던 그때였다.
섬광 한 줄기가 유하를 향해 뻗어 나간다.
유하는 반응하지 못했다.
콰아아아앙-!!
피를 뿌리며 그대로 멀리 날아갔다.
“어이쿠.”
붉은 눈의 남자가 너스레를 떠는 진시후를 향해 손을 뻗는다.
방금처럼 그 손에서 빛이 뭉치더니 그대로 뻗어 나갔다.
진시후는 가만히 있었다. 유하처럼 반응을 못 했다거나 하는 그런 게 아니다.
꽈아아아앙-!!
뻗어 오던 섬광은 하늘에서 내려온 다른 섬광과 부딪쳤다.
붉은 눈의 남자와 진시후 둘 사이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먼지는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붉은 눈이 말했다.
“아무래도 천좌의 주인이 너를 매우 아끼는 것 같군.”
“그런가. 그, 질문에는 답 안 하려고?”
붉은 눈이 피식 웃는다.
“알아서 찾아보거라.”
그와 무명의 몸이 흐릿해진다.
완전히 사라지기 전 무명과 눈이 마주쳤다.
진시후는 묵묵히 물었다.
“후회 안 하겠어?”
“글쎄.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
묘한 표정을 지으며 진시후는 웃었다.
머지않아 무명과 붉은 눈의 몸이 완전히 사라진다.
머리를 긁적였다.
의도치 않았지만 그래도 죽여야 할 놈들은 전부 죽였다.
몇 가지 미심쩍은 게 있긴 하나, 그래도 일이 끝난 것은 확실하다.
진시후가 몸을 돌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유하에게 다가갔다.
“야. 괜찮냐?”
유하의 표정은 굉장히 복잡해 보였다.
음.
“설마 섭섭해하는 건 아니지?”
하늘을 바라보던 유하의 시선이 진시후에게 향한다.
“다 이유가 있었겠지. 너무 그러지 마.”
위로 아닌 위로를 하자 유하가 피식 웃는다.
방금 붉은 눈은 두 번의 공격을 했다.
한번은 유하에게, 그리고 다른 한 번은 진시후에게.
유하에게 향했던 공격은 적중했으나 진시후에게 향했던 공격은 하늘에서 내린 섬광에 의해 불발됐다.
누가 쏘아냈는지는 너무나도 뻔했다.
유하가 모신다는 [천좌의 주인]이다.
첨삭을 운용하며 별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주체 중의 주체.
그는 자신의 수하인 유하를 버리고 진시후만을 도와주었다.
유하로서는 섭섭할 만했다.
진시후가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인마.”
씁쓸한 표정의 유하가 진시후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쿠우우웅.
굉음과 함께 두 남자의 앞에 거대한 게이트가 하나 생겨났다.
그것은 흡사 phase1 때 많이 보였던 그것과 흡사했다. 다른 점이라면 기존의 게이트들보다 크기가 압도적이라는 점인데.
유하는 저 게이트가 뭔지 아는 모양이었다.
“……그분께서 부르시는군.”
“누구를? 너를?”
“내가 아니라 너를.”
첨삭을 운용하는 [천좌의 주인].
그가 보낸 초대장이 분명했다.
진시후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가 봐라. 가서 손해 볼 건 없을 터이니.”
“넌 안 가게?”
“그분께서 나까지 불렀다면 내게 따로 메시지를 보내셨겠지. 가라.”
턱을 긁적였다.
갈까 말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