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308)
제308화
검과 검이 맞닿는 그 순간이었다.
진시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러고는 그대로 뒤쪽으로 자리를 박찼다.
서거거거거걱-!!
기이한 절삭음이 울려 퍼진다. 방금 전까지 진시후가 있던 공간이 조각나는 소리다.
검존이 무형검을 밑으로 늘어뜨리며 진시후를 응시했다.
무형검이 어찌 형체가 있을까.
이것도 간단했다. 그저 그렇게 보이게 했을 뿐이다.
진정한 무형검이라는 것은 형체가 없는 검으로서, 언제 어디서건 일정한 위력으로 목표를 베어낼 수 있다.
검존은 손에 무형검을 하나 꺼내 들게 되면 동시에 백번이 넘는 공격을 할 수 있다.
이것은 검존 스스로가 완성시킨 기술로서, [무형천하(無形天下)]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검존의 절기였고 상시로 펼쳐지는 영역 전개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기술을 쓰네.”
묵묵히, 검존이 반대쪽 손을 밑으로 늘어뜨렸다.
그런 그의 손에 또 다른 무형검 하나가 생겨난다.
두 개의 검이었다.
모든 기술을 펼칠 때에는 당연히 사전 준비 동작이 필요한 법이다.
이것이 그 준비 동작이다.
탈혼기로 만들어 낸 검을 손에 쥐고 있게 된다면 백 개의 무형검을 허공에 쏘아낼 수 있고, 두 개의 검을 들고 있게 된다면 그의 배수인 이백 개의 무형검을 허공에서 쏘아낼 수 있다.
“이래서 검존인가 봐. 검을 잘쓰는 건 둘째 치고 숫자가 너무 많아. 왜, 그런 말이 있잖아.”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냐. 유언이라도 남기려는 것이냐.”
진시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말 길게 끄는 거 싫어하는 거 같으니 짧게 해 줄게. 원래 질보다 양이라는 말이 있더라고, 딱 그거에 맞춘 거 아니야? 질이 딸리니까 양으로 승부 보려고.”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런 소리인가.”
“왜? 이거 되게 중요한 건데, 난 지금 검 하나로 승부 보고 있고 넌 백 개가 넘는 검으로 승부 보려 하고 있잖아. 아니야?”
“내가 곧 검이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인정하기 싫다 그런 건가.”
실실 웃던 진시후가 손을 까딱였다.
“들어와 봐. 나도 지금 이 경지에 올라서서 조금 들떴거든. 한계를 좀 알아봐야 할 거 같아.”
졸지에 전투력 측정기가 되어버린 검존은 간만에 가슴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무심이어도 이건 어쩔 수 없다.
늘어뜨렸던 두 개의 검을 강하게 말아쥐었다.
두 눈이 번뜩인다.
즉시.
자리를 박찼다.
그의 몸이 앞으로 뻗어나간다. 거리는 무의미했다.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진시후의 앞까지 도달했다. 진시후가 검을 휘두른다. 검존도 검을 휘둘렀다.
쩌어어엉-!!
이번에도 두 남자는 밀려나지 않았다. 한 개의 검과 한 개의 검이 서로에게 잡혀 있다.
검존의 반대쪽 검이 진시후의 목을 향해 뻗어나간다.
그와 동시에.
이번에는 진시후의 두 눈이 번뜩였다.
-천하정폐.
세상 모든 것이 멈췄다.
진시후의 두 눈에 보이는 것은, 다른 이들은 절대로 보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주변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검존의 무형검.
그 숫자는 200개가 아니었다.
최소 400개, 어쩌면 500개, 모르겠다. 빈틈없이 모든 곳에 검이 자리하고 있었다.
흥미로웠다.
저런 걸 상시로 유지한다는 게 말이 쉽지 절대 쉬운 게 아니다. 몸에 담고 있는 기운은 물론 영혼의 기운이 세상 전체를 지배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진시후도 그에 못지않다.
들고 있던 천하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전처럼 살갗이 벗겨진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경지가 상승했으니 그에 따라 신체도 상승하는 것이 맞다.
꽈아아아앙-!
최소 이백 개 정도의 검이 순식간에 개박살 난다. 파편은 여전했지만 검으로서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게 중요했다. 진시후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뎠다. 천하검을 뒤로 뺀 뒤 강하게 내질렀다.
이때.
진시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검존의 두 눈이 움직이더니, 진시후를 직시한 것이다.
진시후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검존이 움직인다.
왼손에 쥐고 있던 검을 놓은 그가 진시후의 천하검을 움켜쥐었다.
서로 의문은 많았다.
어찌 이 멈춰진 세상에서 너도 움직일 수 있는 거냐고.
검존은 어찌 너 따위가 이런 기술을 쓸 수 있는 거냐고.
그러나, 전부 명쾌한 답이 있었다.
검존 정도면 움직일 수 있고 진시후 정도면 이런 기술을 쓸 수도 있다.
이미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존재들이기에.
그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여도 말이 된다.
검존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천하검이 허공에서 우뚝 멈춘다. 진시후의 미간이 살짝 파인다. 힘이 상당하다.
천천히.
허공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했다.
박살 났던 검존의 무형검 파편들이 일제히 진시후를 향해 날아온다.
천하정폐는 여전히 풀지 않았다.
어차피 승부수다.
여기에서 물러서는 이가 먼저 죽는 거다. 혹은 치명상을 입거나.
진시후의 발이 앞으로 한 걸음 움직인다.
무형검 파편 일부가 진시후의 몸에 박히기 시작했다. 상관없다.
반대쪽 손을 뻗었다.
이도의 손끝이 검존의 목 앞에까지 나아간다. 검존의 몸을 뒤로 젖히고 반대쪽 검을 움직인다. 이도의 손을 베어내기 위해서였다.
천하검을 쥐고 있던 오른팔의 손아귀에서 힘을 뺐다. 즉시 오른팔로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는 검존의 검을 잡아챘다. 검존의 미간이 구겨진다.
웃고 있는 진시후의 면상이 검존의 두 눈에 크게 비친다.
손끝이 다가온다. 목 코 앞까지 왔다.
퍼거걱.
목을 살짝 파고든다.
검존은 결정해야 했다.
온몸의 모든 기운을 일제히 방출시켰다.
빛이 그의 몸에 깃든다.
그 빛은 세상의 인과율로 스며들었다. 시간을 멈췄다는 결과를 뒤틀었다. 공간과 시공간이 얽히며 진동한다.
그렇게.
꽈아아아아아앙-!!
천하정폐가 강제로 풀렸다.
두 사람이 움직였던 여파로 인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진시후의 몸에 박혀 있던 무형검 파편들도 폭발했고 검존의 목을 1cm 정도 파고들었던 진시후의 손에 남아있던 백련기의 잔여물도 폭발했다.
검존이 멀리 날아갔고 진시후도 멀리 날아갔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진시후였다. 적어도 목에 당한 상처는 아니었으니까.
주르르륵 밀려 나가던 그가 팔을 땅에 박아 넣는다. 우뚝, 진시후의 몸이 멈췄다. 고개를 드는 것과 동시에 눈앞의 공간을 직시했다.
즉시 자리를 박찼다.
공간이 접힌다. 진시후는 금방 검존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정신을 차린 검존이 다시 무형검을 꺼내드는 것과 동시에, 진시후의 주먹이 검존의 얼굴에 박혔다.
꽈아아아아아앙-!!
검존의 몸이 멀리 날아가 아무것도 없던 벽에 처박힌다. 힐끗, 진시후가 첨삭을 바라보았다. 첨삭이 띄운 거다. 싸움에는 끼어들지 말라 했는데 도저히 그게 안 되나 보다.
일단 신경 쓰지 않았다.
몸을 재생시킨 뒤, 손을 뻗었다. 천하검이 손안에 딸려온다.
양손으로 강하게 움켜쥔 뒤 자세를 잡았다.
검존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선다. 놀라움이 가득한 그의 표정은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대변하고 있었다.
진시후의 힘이 상상 이상이다.
무극경에 오른 지 얼마 안 된 수준인 것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였다.
검존도 몸을 재생시켰다. 여파는 남아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앞으로 한 번이다.
단 한 번.
이것으로 승부를 가를 것이다.
이를 악물며 검존이 자리를 박찬다.
그의 주변으로 수천 개의 무형검이 뜨기 시작했다.
영혼의 기운을 넘어서, 생명 본연의 기운마저 끌어올렸다.
이 자리에서 저놈을 반드시 죽여놔야 한다.
실체적인 위협을 넘어서 진계 자체에 위협이 될 놈이다.
반드시.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죽여야 한다.
그 살의가 수천 개의 무형검에 깃든다.
그가 다가올 때까지도 진시후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눈을 감은 채 검을 늘어뜨리고 있을 뿐이었다.
검존이 다가온다. 검존의 무형검이 진시후의 몸을 찢어발기기 직전이었다.
쿠우우웅.
진시후의 몸에서 백색 빛이 터져 나온다.
검존은 순간 생각했다.
그것은 흡사, 하나의 백련화와도 같았다고.
모든 무형검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천하정폐?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멈춘 거다.
경악했다.
대체 어떻게?
진시후의 가라앉은 두 눈이 검존을 응시한다.
즉시.
진시후가 천하검을 크게 휘둘렀다.
[백련교.] [오의, 오문, 천령파천검(天嶺破天劍).]그 궤적을 넘어서 시간 자체가 베어진다.
모든 것이 터져나갔다.
허공에 떠 있던 수천 개의 무형검은 물론, 검존의 손에 들려 있는 실체가 있는 무형검도.
그리고 그것을 쥐고 있는 검존의 팔과 그의 하체, 그리고 상체.
모든 것이 터져나갔다.
꽈아아아아앙-!!!
검존이 멀리 날아간다.
그렇게 날아가 벽에 처박힌 검존은, 아까처럼 일어서거나 그러지 못했다.
아니.
앞으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검을 늘어뜨린 진시후가 숨을 몰아쉬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한 줄기의 땀과 입가에서 흐르는 한 줄기의 핏물.
이 정도면 충분했다.
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문 뒤, 천천히 걸었다.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고 있는 검존을 내려다보다 피식 웃었다.
검존의 두 눈에는 의문이 많아 보였지만 그 모든 것들을 풀어줄 생각이, 진시후에게는 없었다.
딱 보니까 한 1분 정도 후면 뒈질 것 같은데.
그래도 선물을 하나 줄 생각이다.
그대로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궁금하지? 대체 내 계획이 뭔지.”
“……나를 불러내는 것이 전부 아니었더냐.”
도저히 웃음이 사라지질 않는다.
“그럴 리 없지. 너를 죽이거나 혈존이니 뭔지 하는 놈을 죽이는 건 후순위야. 어디까지나 우리 목적은 그 핵이라는 걸 회수하는 거니까.”
“…….”
“어떤 식으로든 회수할 거긴 한데 그게 리셋되는 장소가 랜덤이라며.”
“……그래 랜덤이다.”
“그리고 그걸 찾으려고 지금 되다 별 #2404로 몰려간 거고, 맞지?”
검존은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걸까.
“정말 모르겠어?”
“…….”
답이 없는 검존의 모습에 진시후의 웃음이 짙어졌다.
“감도 못 잡나 보네. 야 첨삭아.”
“예. 진시후 님.”
“‘그거’, 시작하자.”
첨삭도 웃었다.
“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