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309)
제309화
조용했다.
천천히 둘러보았다.
자리를 박찼다. 시선은 계속해서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어느 순간 우뚝, 그녀의 몸이 멈춘다. 동굴 구석에 있었다.
마치 흔한 돌멩이처럼 굴러다니는 그것은 오색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이곳에 오기 전, 죽은 별에서 보았던 그 핵과 같았다.
눈을 질끈 감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복잡했다. 검존의 말도 일리가 있고 그들과 적대하는 이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
진시후를 만나서 이야기하든 뭘 하든.
일단 챙기고 생각을 해보자.
그렇게 손을 뻗어 핵을 잡아채려던 그 순간이었다.
띠링!
[금일부로 별 #2404의 모든 메인 스토리가 종료됩니다.] [앞으로의 앞날이 밝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멍했다.
이게 무슨, 개소리지.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갑자기 종료가 되나.
끝이 아니었다.
고작 2cm 거리에 있던 핵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사라진 것이다.
“……설마…….”
이걸 노린 건가?
한정아는 경악했다.
이런 생각을 할 법한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진시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검존과 혈존의 세력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한정아 자신을 포함해 모두 별 #2404에 있다.
그렇다면.
별 #2405에는 누가 있는가.
한정아는 그 자리에서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모두가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구나.
과연.
그 남자다웠다.
***
진시후를 추종하는 이들은 많다.
타이탄, 다른 말로는 탄천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진시후는 신이나 다름이 없다.
진시후의 명령 하나에 움직일 이들이 수만이 훌쩍 넘는다. 그리고 그 수만이 무슨 일반인인가.
그럴 리 없다.
마법사, 무인, 진시후가 없는 탄천에서 거의 정점에 선 이들이 모두 포함된다.
그들이 또다시 명령을 내리면 수만이 아니라 수십만이 움직인다.
한천은 어떠한가.
플라티를 죽이고 홍현을 한천의 황제로 만든 진시후를 홍현과 류이치는 은인으로 여긴다.
별 #2403이 위험했을 때 그곳으로 와서 도움을 주었던 것이 그 증거다.
그들 모두가 진시후의 말 한마디면 하던 일 전부 내려놓고 무기를 들고 일어선다.
별 #2404에서의 수색이 시작되기 전.
진시후는 혼자서 큰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대로 지금 진행이 되었다.
별 #2405.
중원.
이곳에 수십만이 넘는 이방인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중원의 각 지역을 점령했다.
기존에 별 #2405를 지배하고 있던 수많은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백련교의 교주가 직접 포권을 취하며 동의를 구하니, 그들로서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백련교 교주와 신성제국의 황제, 그리고 한천의 황제가 한자리에 모였다.
백련교 교주가 말했다.
“우리 태상 교주께서 말씀하신 그 시각이 곧 다가올 겁니다.”
신성제국의 황제가 빙긋 웃는다.
“다시 생각해도 참으로 특이합니다. 신성제국과 백련교가 손을 잡게 될 줄이야.”
“그거야 태상께서 그리 원하셨으니, 그리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맞긴 합니다만, 왜 자꾸 태상이라고 하십니까. 그분은 신성제국의 사령관입니다.”
“허허, 언제 적 이야기를 하고 그러십니까.”
“언제 적 이야기긴요. 고작 1년도 안 된 이야기 아닙니까?”
“허어, 사령관 자리에서 내려오신 게 언젠데 무슨 그런 구닥다리 같은 소리를 하고 그러시는 건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백련교의 교주 자리에서 내려온 건 더 오래된 일 아닙니까? 가장 최근의 직위를 따져보면 신성제국 총사령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거참, 그게 아니라고 수차례 말씀을 드리는데도 자꾸 그러시네.”
“제가 할 말을 대신해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두 사람의 이 유치한 말싸움을 지켜보던 홍현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적당히들 하지. 누가 더 친하네 마네 이딴 소리 하려고 모인 건 아니지 않나.”
그건 맞는 말이라 탄천의 두 사람이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세 사람이 앉아 있는 탁자 정중앙에는 수정구가 하나 있었다.
통신 수정구다.
이들은 지금 기다리고 있었다.
진시후의 계획이 시작되는 것을.
머지않아.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작됐어요. 별 #2404의 메인 스테이지가 지금 막 종료됐고 이제 별 #2405로 갈 겁니다.
여인의 목소리였다.
이 여인의 목소리를 이 세 명이 모를 리 없다.
탄천의 두 사람은 정확히 한 번 만났지만 홍현은 아니었다.
비록 별 #2403의 그 홍현이 아닐지라도 별 #13의 메인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그녀의 도플갱어를 수차례 봐오지 않았는가.
그렇다.
목소리의 주인은 진송이였다.
진시후의 친누나이자 별 #2403의 오리지널 진송이.
-무운을 빌게요. 반드시 그들보다 먼저 찾으셔야 해요.
시선을 돌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완벽하게 숨겨야 했다.
진시후는 철저하게 숨겼고, 그 과정에서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진송이를 비롯한 진시후의 핵심 세력들, 특히 별 #2403의 사람들이 별 #2404를 미친 듯이 수색하고 있다면 상대는 무조건 걸려들 수밖에 없다.
결론만 말하면 성공이었다.
검존과 혈존, 심지어 무명을 비롯한 한정아마저도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으니까.
머지않아 수정구에서 발하던 빛이 사라진다.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시작이다.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각자의 수단으로 자신들의 아랫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제부터 행동을 개시하라고.
당장 핵을 찾아서 가지고 오라고.
수십만에 달하는 인원들이 수색을 시작했다.
***
묵묵히 기다리던 내게 첨삭이 희소식을 전한다.
“진시후 님.”
“왜?”
“찾았다고 합니다.”
“그래?”
“예. 지금 가지고 오겠습니다.”
물끄러미 첨삭을 바라보았다.
나는 웬만해선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다. 첨삭은 뭐, 엄밀히 말하면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으로 칠 수 있다.
나는 쟤도 안 믿는다.
그래도, 그냥 지켜보다 한마디 툭 던졌다.
“야 첨삭아.”
“예.”
“음…… 아니다, 갔다 와.”
“예.”
첨삭의 그 거대한 몸체가 그대로 사라졌다.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던 검존이 픽 웃는다.
“저놈들을 믿나?”
“갑자기?”
“천좌의 주인이나 우리나, 수십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싸워왔다.”
“그래서?”
“존중은 해 줄 수 있으나 아닌 것을 맞다고 할 수는 없지. 우리는 누군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살아온 세월이 수십만 년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일반인들의 그것과 같다고 생각하나?”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작전 변경한 거야? 분열 시켜보려고?”
“글쎄, 판단은 네 몫이다. 나라면 지금 당장 저 첨삭의 뒤를 쫓아갈 것이다.”
손으로 우리 검존님의 머리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기특하네. 형 걱정도 해 주고.”
“……치워라.”
“네가 치워보든가. 할 수 있으면.”
계속 두드렸다. 우리 검존님은 지금 나이를 하도 처드셔서 숟가락 하나 들 힘도 없으시다.
그렇게 검존을 가지고 놀고 있을 때였다.
첨삭이 왔다.
그 거대한 나무처럼 생겼던 동체에서 기다란 나뭇가지가 내 쪽으로 뻗어온다. 고개를 돌렸다. 내 앞에.
‘핵’이 있었다.
“가지고 왔습니다. 혹시 의심하셨습니까?”
첨삭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하셨는데 왜 보내신 겁니까?”
“그냥.”
“……확실히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십니다.”
그러려니 했다. 첨삭에게서 핵을 건네받았다.
검존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진다.
“아까 뭐라고? 너라면 가서 쟤 뒤를 쫓을 거라고?”
“…….”
“니들이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사람의 이 깊은 뜻을 이리도 파악하지 못하니 계속 내 손바닥에서 놀아나지.”
“……개같은 새끼들.”
웃으며 천하검을 움켜 쥐었다.
“자, 이제 갈 시간이야. 유언은 충분히 남겼으니까 미련 없지?”
핵을 잠시 옆에 내려놓고는 검존의 머리를 잡아챘다.
목덜미가 훤히 보인다.
천하검을 가져다 댔다.
천천히 톱질하듯이 힘을 주었다.
서걱, 서걱.
“크으…….”
“아 새끼, 더럽게 안 썰리네.”
묵묵히 검존의 목을 잘라냈다.
한 손에는 검존의 목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핵을.
웃으며 첨삭에게 말했다.
“천좌의 정원인가 뭔가하는 곳으로 포탈 열어.”
“예.”
***
천좌의 주인과 혈존은 여전히 대치 중이었다.
들고 있던 검을 지팡이 삼아 기대고 있는 천좌의 주인과 그에 반해 상당히 여유롭긴 하나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는 혈존.
격전을 치른 뒤 휴식을 취하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은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혈존의 미간이, 처참하게 구겨져 있었으니까.
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당했군.”
모든 전후 관계를 파악했다.
미소 짓고 있는 천좌의 주인을 노려보았다.
“……이게 그 계책이었나? 우리 모두를 속일?”
“그렇다네. 일이 전부 진행되었으니 속 시원하게 말하는 건데,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군.”
“…….”
“참으로 대단한 남자야. 어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진시후와 이들의 다른 점은 하나였다.
일단 서로를 경험한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
천좌의 주인과 검존과 혈존은 수십만 년을 싸워왔다.
수십만 년 동안 진행되었던 별의 이야기들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두 최소 수백 년 이상 지속되었다.
별의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은 챕터 4, 메인 스테이지의 마지막 단계가 끝을 맺었을 때다.
그것이 단순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다.
“별의 이야기를 스킵하고 곧장 다음으로 넘어간다……. 생각할수록 기발해.”
“…….”
“별의 이야기의 끝과 시작을 외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 자연스럽게 핵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도 오직 나에게만 있는 것이지. 흘흘…… 기분이 어떠신가?”
“좋지는 않군.”
“흘흘…….”
“그러나 변하는 건 없다. 핵을 가지게 되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네놈을 죽이면 되는 것이다. 진시후라는 놈의 계략이 그렇다 해도 검존이 그놈에게 패할 리는 없고, 무엇보다 네놈의 수명은 이미 얼마 남지 않았다. 검존이 오기 전에 금방 끝을 내줄 것이다.”
혈존이 행동하려던 그때였다.
포탈이 열린다.
그곳에서 한 손에는 긴 장검을 어깨에 걸치고 한 손에는 누군가의 목을 들고 있는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는가.”
“검…… 존……!”
첫 번째로 말한 것은 천좌의 주인이었고 두 번째로 말한 것은 혈존이었다.
검존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혈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시후가 천좌의 주인에게 한마디했다.
“그래도 잘 버티셨네요.”
“자네를 믿고 버텼지. 자네의 계략이 제대로 성공했어. 축하한다네.”
“축배를 들기엔 조금 이르지 않습니까?”
“……응?”
진시후가 검존의 목을 귀찮다는 듯 대충 옆에다 집어 던졌다.
천좌의 주인을 바라보며 빙긋 웃는다.
“이제, 저한테 말씀하지 않으신 그 1%의 진실을 말씀해 주시죠.”
“…….”
“하지 않는다면 이 판타지아의 핵이라는 거, 그냥 저기 있는 혈존한테 건네줄 겁니다.”
상황이 역전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