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미간을 찌푸린 황제가 중얼거렸다.
“……천좌의…… 주인?”
“왜? 들어봤어?”
“……아니, 그보다 감히 누구 앞에서 주인을 논하는가. 거기다 천좌? 진나라에서 온 것이냐.”
“그건 아닌데.”
“거짓말이 서툴군. 그 외모, 진나라 특유의 외모가 아니더냐.”
머리를 긁적였다. 오해하는 것도 좋고 뭐, 다 좋은데.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 좀 해 줄래? 내가 궁금한 게 많아서.”
“아니, 할 필요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오히려 내가 할 말이 있다.”
원래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는 법이다.
먼저 주겠다는데 일단 받고 보자.
“뭔데?”
“그 자리에서 나오거라. 그곳은 너희들의 자리가 아니다.”
“아 여기가 지정석이었어? 쓰여 있는 이름이 없길래 몰랐지.”
“잔말 말고 나와라. 그곳은 너희 따위가 있을 장소가 아니란 말이다.”
황제는 명백하게 명령을 하고 있었다.
내가 누구한테 명령받는 걸 병적으로 싫어해서 이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일어서기가 귀찮네. 구도가 나쁘지 않아. 훤히 보이잖아.”
“……내려와라.”
“야. 내가 네 백성이냐? 새끼가 말에 천근추를 처달았나, 뭐 이리 무게를 잡아.”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래도 말로 해서는 못 알아듣는 모양이군.”
“내가 원래 좀 그런데, 쉽게 갈 수 있는 일을 너무 어렵게 풀려는 거 아니야?”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지금 황제의 옆으로 수천 명의 근위병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으니까. 아래에 있던 귀족들은 빠르게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해리 후작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답하지 않았다. 호의에는 호의로.
“애들 다 죽이게?”
“죽일 수 있나?”
“못할 거였으면 말도 안 꺼냈지.”
“…….”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진계, 판타지아, 수십만 년 전에 천좌의 주인을 막기 위해 파견된 검존과 혈존, 여기에 대해서 아는 거 있나?”
“없다.”
“정말로?”
“없다고 했다.”
“……그러면…….”
담배를 툭, 던졌다.
“쓸모없는데.”
“…….”
“헬레나야.”
“네.”
“얼마나 줄까?”
“뭘요?”
“저거 제압하는 데 필요한 시간.”
황제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헬레나가 피식 웃었다.
“5분?”
“3분으로 줄이자.”
“그럼 죽일 수도 있는데요?”
황제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저거, 아는 게 있다.
이건 직감이나 그런 것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분명히 보았다.
저 황제라는 놈, 내가 검존과 혈존, 진계, 판타지아, 이것에 대해 언급할 때 두 눈이 흔들렸다.
아는 게 있지 않고서야 저 반응은 말이 안 된다.
곱게 말해서는 못 알아 처먹는 것 같으니 어쩔 수 없다.
쉽게 가련다.
“숨통만 붙여놔.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알겠어요. 담배 한 대만 더 피우고 있어요. 그 안에 끝낼게요.”
“오냐.”
“……참으로 건방진 연놈이로…….”
황제가 말을 잇지 못한다. 순식간에 그의 앞에 헬레나가 있었다. 헬레나의 곧게 뻗었던 발이 휘둘러진다.
뻐걱-!
목을 얻어맞은 황제가 옆으로 주르륵 밀려났다. 황제의 두 눈에 살기가 깃든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거대한 대검이 들려 있었다.
황제가 검을 휘두르고 헬레나가 피한다. 주변에 있던 근위병들이 싸움에 끼어들려던 그때였다.
묵묵히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수천에 이르던 근위병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머리를 박았다.
“좋은 구경인데, 끼어들면 쓰나.”
황제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헬레나의 말대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였다.
조용히 지켜보았다.
헬레나와 황제의 싸움은 치열했다.
베이고, 또 베인다.
살점과 핏물들이 흩날린다.
헬레나의 상처는 금방 재생되었고 황제의 상처도 금방 재생되었다.
놀랍게도 헬레나의 그것과 흡사한 수준의 재생력이다.
헬레나도 놀란 것이 분명했다.
“초재생이 두 명이라…… 신기하네.”
황제의 경지는 분명 반무극경이 맞았다.
그러나 올라선 지 얼마 안 된 것이 분명했고 헬레나는 그보다 조금 더 위에 있었다.
조금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 무극경에 관련된 경지다.
헬레나가 우위에 있었다.
아무리 재생이 되고 또 되어도, 우위를 잡고 있는 헬레나가 바보도 아니고 그걸 놓아줄 리 없다.
헬레나의 주먹이 황제의 면상을 강타했다. 그의 얼굴이 젖혀진다. 허공에 뿌려지는 핏물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황제가 즉시 검을 뻗는다. 그의 검은 흡사 생명을 가진 것처럼 움직이더니 헬레나의 복부를 뚫었다. 거기까지였다. 헬레나의 반대쪽 손이 황제의 목을 찢었으니까.
그 상태로 멈췄다.
헬레나의 손은 황제의 목뼈 바로 앞에 있었고, 황제는 지금 헬레나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 자신의 목이 끊기리라는 것을 확실히 알아챘다.
멈추는 게 맞다.
“3분 됐어요?”
“아니, 2분.”
헬레나가 빙긋 웃던 그때였다.
미간이 구겨진다. 곧장 코앞의 공간을 뚫었다. 동시에 손을 뻗었다.
터억.
헬레나의 얼굴 앞, 정확히 2cm에서 멈췄다.
뭐가 멈췄냐면, 검이다.
검 하나가 헬레나의 얼굴을 꿰뚫을 뻔했다. 이 모든 상황을 뒤늦게 눈치챈 헬레나가 눈을 크게 뜬다. 그녀의 앞에, 그리고 내 옆에.
한 남자가 있었다.
긴 머리에.
키는 약 180cm.
그리고 젊었다.
황제가 대략 20대 중후반쯤으로 보였는데, 얘는 20대 초반쯤으로 보인다.
“너희는 누구지? 아니지, 너는 누구지?”
명백하게 나를 향한 질문이었다.
그의 질문에 헬레나가 뒤로 물러섰다. 황제도 물러섰다. 남자의 두 눈은 내게 꽂혀 있었다.
쯧.
“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천좌의 주인이라고.”
“……천좌의 주인?”
남자의 미간이 꿈틀거리는 것으로 확신했다.
“아나 보네.”
“……수십만 년 전에 죽었던 그 반역자를 이야기하나.”
“그 양반 입장에서는 너희가 반역자 아닐까? 별 하나 멸망시키고 도망친 거잖아.”
“……너는 천좌의 주인이 아니군.”
“맞다니까. 너네가 아는 그 양반은 얼마 전에 하늘나라 갔어.”
“…….”
“해달라고는 안 해서 장례는 그냥 생략했는데, 말 나온 김에 여기 일 다 끝내고 가서 장례나 좀 치러주려고.”
“…….”
“여하튼 내가 그 뒤를 이었어. 그런데.”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넌 아는 게 좀 많나 봐.”
“……말해줄 생각은 없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 정말 걱정하지 마.”
반대쪽 손을 아래로 내렸다. 시공간 속에 넣어두었던 천하검이 내 손에 잡힌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하게 될 거야.”
가차 없이 천하검을 내려찍었다.
서걱-!
남자의 팔이 하늘로 솟구쳤다.
갑자기 등장한 남자가 경악한다. 잘린 팔을 잠시 바라보던 그가 순식간에 재생시키더니 뒤쪽으로 자리를 박찼다.
나도 자리를 박찼다.
순식간에 황성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 떠 있는 놈의 표정에는 경악이 가득 담겨 있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방금 팔이 잘렸을 때, 쟤가 아니라 그 누구였어도 똑같이 경악했을 거다.
자리를 박찼다.
나는 놈의 앞으로 와 있었다.
“이름.”
“……먼저 밝혀라.”
“진시후.”
“……나는 검존이다.”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검존?
“징하네. 이름에 마가 꼈나. 어떻게 가는 곳마다 얽히는 걸까.”
“……질문 하나 하지.”
“해봐.”
“중간계에서 왔나?”
고개를 끄덕였다.
“……멸망한 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 있었군.”
“그렇게 됐네.”
그리 말하면서 웃어 보였더니, 우리 검존님께서 미간을 구기셨다.
“그 웃음이 얼마나 갈지 궁금하군.”
“오래갈걸.”
“아니, 오래 못 갈 것이다. 과오의 증거가 아직 남아 있다면 그것을 무너뜨리고, 찢고, 다시 부숴버려야 한다. 이건 매우 중요한 안건이니 장로원과 집행원이 다시 뭉치게 될 것이고 우리는 온갖 병사들을 이끌고 그 별을 부숴버릴 것이다. 너의 소중한 사람들, 너의 가족들, 그래, 그들이 모두 죽을 것이다. 단 한 명의 생명체도 남겨두지 않은 채 모조리 찢어버릴 것이다. 그리되었을 때도 네놈이 웃을 수 있을까.”
천하검을 어깨에 대충 걸쳤다.
“내가 잠시 생각이라는 걸 해봤거든.”
“…….”
“뭐, 과거도 다 잊었고, 중간계에 있던 검존이나 혈존이나 전부 없던 존재가 되어 있는데 굳이 이 싸움을 지속해야 하나.”
“…….”
“확신이 필요했거든, 그래서 이 별의 지배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와봤는데…… 대충 답 나온 거 같네.”
천하검에 기운을 끌어모았다.
“잠시나마 ‘휴전’ 비슷한 걸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게 내 패착이야.”
진심이었다.
이미 마음을 정했다.
“들을 말이 참 많아.”
검존이 무언가 하려고 하던 그때였다. 자리를 박찼다. 두 눈이 번뜩인다.
나는 싸움을 길게 끌 생각이 없다.
-천하정폐.
세상이 멈췄다.
* * *
두 남자가 황성을 벗어난다.
이제 이 내부에 남은 것은 두 명이었다. 수천 명이 넘는 근위병도 있었으나, 없는 것만 못하다.
헬레나가 고개를 돌렸다.
황제는 여전히 당황한 것 같았다.
한숨을 터트렸다.
“뭐, 더 하실 거예요?”
“……그만하지. 굳이 힘 낭비를 해서 뭐하겠나. 어차피 너와 함께 온 그 남자는 곧 ‘검존’ 님에 의해 제압당한 채로 끌려올 터인데.”
헬레나가 피식 웃었다.
“저 남자가 검존이라고요?”
“그렇다.”
“참…… 묘하네요.”
“묘하다? 무엇이?”
“그냥 그렇다고요. 아니 그런데, 언제 봤다고 자꾸 말 까세요?”
“…….”
“그런데 일 쉽게 진행할 생각 없어요?”
“없다.”
“피차 피곤하게 하지 말고, 그냥 말하면 안 되나? 어떤 상황인지 지금 이해했잖아. 아니야?”
자연스럽게 헬레나도 말을 놓았다. 황제는 개의치 않았다.
인정한 상대다.
반무극경.
이 경지에 오른 이들의 위아래는 그 위의 존재들만이 정할 수 있다. 동급은 모두가 동등하다.
“중간계, 진작에 멸망했을 줄 알았는데……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묘한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던 헬레나가 툭 던지듯 물었다.
“그런데 이름이?”
“……티베리우스다.”
“티베리우스, 무슨 로마 황제 이름 같네.”
“…….”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될 것 같은데?”
“……하나밖에 없지 않나?”
“그러니까, 그 하나가 뭔데.”
“전쟁이다.”
“…….”
“이 세상에 ‘판타지아’는 오직 하나여야만 한다. 과거의 흔적을 지운다는 명분이 있다면 진나라도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집행원과 장로원의 무극경 강자들이 모일 것이고 우리는 병사들을 끌어모을 것이다. 수십만이 넘는 탈혼경의 강자들이 너희 별을 침략할 것이고, 가루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헬레나는 조용히 있었다.
“너희를 돕는 이들, 함께하는 이들, 그 모든 존재들을 찢어발길 것이다. 머리를 뽑을 것이며 땅을 부숴버릴 거고 생명이 싹틀 수 없게 환경을 짓이겨 버릴 것이다. 재난을 일으켜 버릴 것이고 별 전체를 찢을 것이다. 너희는 절규하다가 죽게 될…….”
티베리우스의 말끝이 흐려지는 것과 헬레나가 피식 실소를 터트리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두 남녀가 고개를 돌린다.
황성 입구에서 진시후가 걸어오고 있었다.
진시후의 손에는 머리채가 잡힌 검존이 있었는데, 그는 땅에 질질 끌리고 있었다.
헬레나가 물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한다고?”
황제가 입을 떡 벌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