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319)
#319화
처음에는 하늘을 건너서 가려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그래도 간만에 얻게 된 휴식인데, 조금은 쉬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소모된 탈혼기도 회복시킬 겸, 나와 헬레나는 판타지아 제국 동쪽 끝에 있는 항구 도시로 향했다.
이곳은 레이카르트 공작령에 속한 케일럼이라는 도시였는데, 이곳에서 진나라의 명월군이라는 곳까지 다이렉트로 갈 수 있는 배편이 있었다.
금액은 300골드였는데, 아공간에 있던 금화로 값을 치렀다. 모양과 상징은 달랐으나 그래도 금은 금이다.
소장품 가치가 있다면서 배편의 안내원이 함박웃음을 짓던 것이 기억이 난다.
“진시후 님.”
“왜?”
“제가 아까 가서 좀 알아봤는데요.”
“뭘 알아봤는데?”
“지금 진나라의 상황이요.”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또 언제 알아 왔어?”
“방금요. 듣고 싶으세요?”
“왜 이렇게 뜸을 들일까. 말해 봐.”
“기다려 봐요. 저기요. 아저씨, 이리 와 봐요.”
헬레나가 부른 것은 조금 먼 거리에서 입가에 함박웃음을 띠고 있는 중년인이었다.
그는 한눈에 봐도 이곳 판타지아의 복식과는 딴판인, 무슨 무협 소설에 나올 법한 흑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외모도 동양인이었다. 진나라 사람이 분명하다.
그가 다가오더니 내게 악수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저는 진나라 삼봉현에 위치한 장안 표국의 대총관 순자명입니다.”
“반가워요.”
악수를 받으며 말하자 순자명이라 소개한 남자가 해맑게 웃는다.
“허허허허, 이런 곳에서 이런 귀인들을 만나게 될 줄이야. 아무래도 제 인생의 운을 오늘 몰아 쓰려나 봅니다 그려. 허허허허.”
일단 맥락을 좀 파악하고 싶었다. 헬레나가 내게 다가오더니 귓속말로 속삭인다.
“자기가 속한 장안 표국이 위기라고 하길래, 지구에 있던 골드 몇 개를 좀 줬더니, 고맙다면서 뭐든 말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골드?”
“네. 골드요. 정확히는 골드바.”
어쩐지, 그래서 지금 저 남자가 허리춤에 매고 있던 보따리를 정성스럽게 안고 있는 거구나.
“잘했네.”
“뭘요. 이 정도는 해야죠.”
헬레나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순자명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정보가 좀 필요한데 말입니다. 아는 대로 말씀해 주실래요.”
“허허허허. 당연하죠.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가는 길이 머니 내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장로원에 대해 궁금한데, 좀 아시는 거 있으십니까?”
그 말에 순자명이 크게 놀랐다.
“허허, 장로원이라…… 이거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이 되는군요. 아는 거, 당연히 있습니다. 자, 장로원이란 무엇이냐, 현 진나라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계시는 ‘무신’들의 사원입니다. 명칭은 정확히 두 가지입니다. 앞서 귀인께서 말씀하셨던 장로원, 그리고 무신종.”
“무신종?”
“예. 무신들이 계신 사원이니, 보통 저희 무림인들은 그렇게 부릅니다. 물론 장로원이라고 부르셔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 장로원에 어떤 분들이 계시냐, 총 세 분이 계십니다. 당연히 성함으로 부르지는 않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곳 판타지아와는 다르게 진나라는 별호라는 것이 있는데, 이 세분은 각각 [수라마신(修羅魔神)], [태양존자(太陽尊子)], [혈령존자(血靈尊者)]. 이렇게 불립니다.”
이거 생각보다 정보가 술술 나온다.
“그리고 이건 최근에 들려오는 소문인데.”
“무슨 소문입니까?”
“본래 장로원에는, 총 네 명의 무신이 계셨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분과 검존이라는 분까지 총 네 명이었죠. 그런데 이중 검존께서 판타지아 제국으로 적을 옮기셨다는 이상한 소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현 무림을 지배하고 있는 이들이 그것을 적극적으로 반박을 하지 않더랍니다. 아무래도 옮긴 게 맞는 것 같아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검존에 대한 건 이제 관심 없다. 어차피 뒈진 놈인데 관심 가져서 뭐 하나.
“수라마신은 누굽니까.”
“아. 역시 귀인답게 이번에도 또 어마어마한 주제로 시작이 되는군요. 수라마신, 그는 무려 수만 년 전부터 존재했던 무신입니다. 마신이라는 이름답게 그가 걸었던 모든 길은 피로 물들었었고 도전하는 자를 매우 좋아하며 마음에 드는 자를 자신의 권속으로 삼아 무림을 지배하게 만들었지요. 재미있는 게 있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순자명이 곧장 말을 이었다.
“달이 뜨는 날마다…… 그분의 모습이 변한다고 합니다.”
“……달이 뜨는 날마다?”
“예. 흥미롭지요. 이분의 권속이 되는 자는 그 힘을 이어받게 되는데 현재는 무림의 만월도종이 그분의 권속이며 세 개로 나뉘어 있는 무림중 북무림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대충 들어도 알 것 같았다.
수라마신.
그는 늑대인간이다. 그리고 만월도종은 그의 권속이니……. 우리 무명 님께서 어디로 갔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럼 태양존자는 뭡니까.”
“태양존자, 어찌 보면 이분이 또 핵심이라 할 수 있지요. 수라마신이 무림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그분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수라마신처럼 무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무림을 아끼시는 분이라 제자를 한 명 받아들였는데…… 그분이 바로 현 무림맹의 맹주이신 천룡대제(天龍大帝) 단목천도(端木踐道) 님이십니다.”
조금 흥미로웠다.
“혈령존자는 뭡니까.”
“혈령존자. 이분이 또 중요하죠.”
“이 양반은 뭐 다 중요하대.”
“……정말 중요한 걸 어쩌겠습니까…….”
“화낸 거 아니니까, 계속해 봐요.”
“예. 계속하겠습니다. 앞서 대략적으로 말씀드렸는데, 현 무림이 세 개로 나뉘어 있다는 거, 기억하십니까.”
“하죠.”
“만월도종은 북무림을 지배하고 있고, 무림맹은 남무림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혈교(血敎)가 서무림을 지배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 혈교를 지배하는 것은 또 누구인 것인가. 일단 혈교의 교주는 천년혈마(千年血魔)라는 별호를 지니고 있는 금옥령(金玉令)이라는 이름의 여인입니다. 이 혈교가…… 이름에서 아시다시피 피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혹시 피를 먹습니까?”
내 말에 순자명이 눈을 끔뻑였다.
“판타지아의 산속에서 수십 년을 수련하다 내려오셨다더니…… 매우 잘 아시는군요.”
“대충 감으로 찍은 겁니다.”
“허허…… 일단 맞습니다. 혈교에 속한 이들은 모두 피를 먹습니다. 참으로 기이하게도 낮에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고 밤에만 활동하는 이상한 곳이기도 하죠. 그러나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서무림을 괜히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보십시오. 북무림의 만월도종, 남무림의 무림맹, 서무림의 혈교, 감이 잡히지 않습니까?”
“대충 잡히긴 하네요. 세 개의 문파, 세 개의 무림.”
“맞습니다. 이 세 개의 문파는 모두 무신님들의 의견을 대신하는 조직인 셈이죠. 혈교는 당연히 혈령존자 님을 모십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정확히 그분의 권속이라고도 표현을 하시는데……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혈령존자 님도 피를 마시니까요. 특히 무림인 중 뛰어난 이들의 피를 마십니다. 그래서 서무림 쪽에서는 일정 경지에 이른 이들의 피를 사고팔 수가 있지요.”
“사고판다?”
“예. 무공 경지가 뛰어난 이들이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건 비밀 아닌 비밀인데, 혈교가 값을 되게 후하게 쳐주거든요.”
이 정도면 대충 들을 건 다 들었다고 봐도 좋았다.
그런데 더 주고 싶은 정보가 있었나 보다.
순자명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 이건 저도 최근 들어 들은 소식인데 말입니다…….”
소곤소곤, 거의 개미 기어들어 가는 듯한 소리였다. 괜히 궁금해진다.
“뭔데요?”
“……무림맹이…… 지금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뜬금없이, 갑자기요?”
“갑자기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그 세 명의 무신님들이…… 거의 삼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타나지 않으셨습니다. 정말……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으셨죠.”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아휴, 저 같은 일개 상인이 뭘 알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몰라도 그 세분의 권속분은 잘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전쟁 일으킨다면서요.”
내 목소리가 컸는지 순자명이 황급히 검지로 자기 입을 가리며 쉬이잇, 이런 이상한 소리를 냈다.
웃고 말았다.
“이 주변을 기로 둘러싸서 듣는 사람 없으니까, 편하게 하시죠.”
“아. 그런 것도 가능하십니까? 그럼 진작에 말씀해 주시지…….”
“안 물어봤잖습니까.”
딱히 할 말이 없는지 순자명이 머리를 긁적인다. 주변에 쳐져 있는 기막을 손가락으로 서너 번 두드리더니, 내게 말했다.
“이름과 특성에서부터 눈치를 채셨겠지만, 만월도종과 혈교는…… 정도를 걷는 문파가 아닙니다. 그들은 명백히 마도를 걷습니다. 만월도종은 사람을 잡아먹고 혈교는 피를 뽑아먹죠. 무림맹은 이들을 계속해서 막아왔으나…… 한계에 다다른 것이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무림맹주 단목천도 님께서 전쟁을 준비하는 것은 솔직히 그다지 큰 비밀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비밀이죠.”
“이유요?”
“예. 이건 다르게 보면 세 무신님들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을 세 개로 나누어서 지배하던 가문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전쟁을 준비한다?
위에 있는 그 무신이라는 애들이 아무것도 안 한다면 그건 즉,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일단.
“고마워요. 큰 정보가 됐네. 그런데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 배가 가는 곳이…….”
“예. 명월군입니다. 남무림의 지배 구역이기도 하지요.”
마침 잘됐다.
그렇게 순자명은 헬레나에게서 골드바 하나를 더 받고는 멀리 벗어났다.
난간에 기대 바다를 바라보았다. 내 옆으로 헬레나가 온다. 그녀의 머리가 내 얼굴을 가렸다. 그냥 가린 게 아니라 찰싹찰싹 계속 후려친다. 그래서 위치를 바꿨다.
헬레나가 물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처음 계획은 일단 장로원으로 밀고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애매했다.
솔직히 이건 아무런 대안이 없을 때나 하는 행동이지, 판타지아의 집행원처럼 세 명 모두가 무극경의 고수가 맞다면…… 일단 세 명을 한 번에 상대하는 방법은 조금 후순위로 미뤄둬야 한다.
가능하면 판타지아 제국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한 명을 일단 죽여놓은 다음에 두 명을 상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이 경우는 너무 애매했다.
그냥 명확하게 말하면 헬레나를 잃을 수도 있다.
헬레나가 나를 바라본다.
“저기요.”
“왜?”
“저는 죽어도 돼요.”
와락 미간이 구겨진다.
“피 모자라? 어제부터 왜 이렇게 이상한 소리를 할까.”
“……그건 아니에요. 나름 저를 선택해 주셨는데 괜히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짐은 아니고,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는 거지.”
“그런가요.”
“어 그런 거야.”
일단.
무림맹으로 가볼 생각이다. 가서 장로 세 명의 위치를 알아낸 다음 하나를 끌어내서 죽이는 것도 괜찮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 만월도종인지 뭔지랑 혈교라는 것을 좀 건드려 보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일단 가장 먼저 무림맹으로 가야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단목천도라는 남자는 먼저 행동하고 있으니까.
그는 분명 무언가 아는 게 있을 거다.
아는 게 있으니까, 그 늑대인간이랑 뱀파이어들보다 먼저 움직이는 거겠지.
“무림맹으로 가자.”
헬레나가 빙긋 웃었다.
“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