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320)
#320화
진나라의 상황은, 전체적으로 보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일단 체계부터가 좋지 않았다.
분명 진나라라는 곳으로 묶여 있긴 하나, 엄밀히 말하면 진나라라는 국가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황제가 있고 관직이 있고 관청이 있으나 허수아비일 뿐이다.
북무림, 남무림, 서무림.
이 세 개를 지배하는 세 개의 단체가 진나라라는 국가를 지배한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결국 힘이 있는 자가 질서를 주도한다.
국가가 국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은 오래되었으나 이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남무림의 지배자인 무림맹의 맹주 단목천도는 결론을 내렸다.
전쟁을 일으키기로.
이건 절대로 쉽게 마음먹은 일이 아니었다.
만월도종과 혈교의 폭정은 이미 오랜 세월 유지되어 왔다.
그들은 명백하게 마도를 걷는 문파였고 문제가 생기면 곧장 가서 그 대상을 죽이고 그 대상과 관련된 이들을 죽였다.
그렇게 해서 쌓아 올린 명성이다.
멀리 갈 거 없이 지금 세력이 가장 큰 것은 무림맹이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달이 뜨는 날마다 괴인이 되는 괴물들과 매일 피를 마시고 무인들의 살점을 뜯어먹는 혈교의 무인들을 어찌 좋게 여길 수 있겠나.
그게 그들의 특성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문제를 만든다.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아닌데도 문제로 만들고 모조리 몰살시키고 연회를 연다.
그 연회는 가히 지옥도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피와 살점들이 난무했고 그 사이에서 웃음 짓는 그들은.
절대로 같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일제히 열을 맞춘 수만 명의 무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흡사 군사처럼 꼿꼿한 자세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곳에 흰색 무복을 입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 채워진 곧게 뻗은 검은 유명하다.
그 검의 이름은 군자검(君子劍).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그 검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녹이 슬지 않고 그 어떤 것을 베어낸다 해도 날이 상하지 않는.
기물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의 명검이었다.
그리고 이곳 진나라에서 저 검의 주인은 오직 한 명이다.
무림맹주(武林盟主), 천룡대제(天龍大帝) 단목천도(端木踐道).
그가 입을 열었다.
“오랜 세월, 무림은 마도에 의해 시달려 왔다.”
모두가 그의 입을 주목한다.
“그들의 폭정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백성들은 매일매일 공포에 떨었고 무인들은 살기 위해 피를 바치고 있다. 그들의 휘하 세력으로 들어가기 위해 가족을 파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들 모두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들의 선택이 어찌 되었건, 그 선택을 내린 이들이 애초에 마도였건 아니었건 그것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단목천도의 두 눈이 이글거린다.
“본인의 목숨과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을 하는데, 그들로서 무슨 방도가 있었겠는가. 결국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이들이 가장 큰 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혈교, 만월도종, 이 두 세력은 무림이라는 곳을 넘어 세상을 잡아먹는 마굴이다.”
스르릉, 단목천도가 군자검을 뽑아 들었다.
“그런 것을 어찌 정도 무림의 대표인 무림맹이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있겠는가.”
이제.
“그들의 폭정을 끝낼 때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가 살아남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 이 일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모두가 전멸할 수도 있고 가족이 모조리 추살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마저 외면한다면 대체 누가 그들의 폭정을 끝낼 수 있겠는가.”
군자검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출정이다!”
수만 명의 무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존명-!””
무림맹의 건물 전체가 진동할 정도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진다.
모두가 그렇게 전의를 다졌을 때였다.
꾹 닫혀있던 무림맹의 정문이 열렸다. 그곳에 두 사람이 있었는데,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시 문을 닫았다.
이 기이한 상황에 모두가 눈을 끔뻑인다.
* * *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어마어마하다.
일단 문을 열었다.
수만 명이 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검 하나를 하늘 높이 들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와 헬레나에게 꽂힌다.
다시 문을 닫았다.
“왜 닫아요?”
“분위기가 좀 아닌 거 같아서.”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쓰셨다고.”
“야. 쟤들 분위기를 봐. 보니까 지금 되게 중요한 순간인 거 같던데, 저기 그늘진 곳에 가서 담배 한 대만 피우고 들어가자.”
피식 웃은 헬레나가 굳게 닫혀 있는 정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조금 이따가 피우셔야겠는데요?”
문이 벌컥 열린다. 두 남자가 있었다.
그중 사각턱의 남자가 말했다.
“……네놈들은 누구냐.”
“허어, 언제 봤다고 이놈 저놈이야.”
“……말해라. 무림맹에 왜 온 거지? 그것도 지금 이 순간에.”
한숨을 터트렸다.
좋은 분위기에 초 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내 식대로 해야 하나 보다.
“무림맹주를 좀 만나러 왔는데, 시간 되나?”
“……되는 걸로 보이나? 헛소리하지 말고 꺼져라.”
눈을 끔뻑였다.
난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니 근데 이 새끼가, 언제 봤다고 아까부터…….”
말을 잇지 못했다.
꽈아아앙-!
굉음이 터지며 남자가 그대로 날아갔으니까.
헬레나였다.
헬레나가 발을 뻗은 자세 그대로 멈춰 있었다.
헬레나가 자기 잘했냐는 식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잘하긴 했다.
녀석의 다리를 아래로 내려주었다.
“장로원 가기 전에 수만 명 먼저 상대해야 할 수도 있겠네.”
“뭐 어때요. 항상 그러셨는데.”
“그런가.”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수만 명의 남자들이 일제히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든다. 최소 삼분의 이 이상이 탈혼경의 강자였다. 그 살기가 상당하다.
천하검을 꺼내려던 그때였다. 내 앞에, 한 남자가 당도한다.
고작 한 걸음이었다.
저 멀리서 단 한 걸음 만에 내 앞으로 왔다.
“그대들은 대체 누구십니까?”
누구인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이 남자가 그 천룡대제 단목천도일 거다.
무엇보다 예의가 바르다.
웃으며 답했다.
“판타지아에서 왔습니다.”
“……판타지아…… 제가 알기로 그곳에 두 분 만큼의 강자는 부유성 쪽에 계실 텐데…….”
고개를 저었다.
“그 판타지아가 아니라, 다른 판타지아요.”
“……다른…… 판타지아?”
단목천도의 두 눈이 떨린다.
그걸로 확신했다.
“뭐 알고 있는 게 있으신가 보네.”
“……너무나도 먼 과거, 이 땅의 존재들이 살았던 [중간계]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알고 있습니다.”
이거 이야기가 편해질 것 같다.
“잘 아시네. 거기에서 왔습니다.”
“먼 거리를 오셨군요.”
뒤를 힐끗 바라본 단목천도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저 무인의 무례함은 대신 사죄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라 많이 예민합니다. 이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이해는 하는데……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답 좀 해 주실래요?”
“……우연이군요. 저도 마침 궁금한 게 생겼는데.”
“잘됐네. 그럼 서로 질문 던지고 답도 하나씩 던집시다.”
“좋습니다. 먼저 하시지요.”
“여기에도 천좌의 주인이라는 애가 있던데, 거기에 대해서 뭐 아시는 거 있으십니까?”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천좌의 주인이라면…… 중간계에 있는 절대적인 존재를 의미하는 것일 텐데…… 제가 볼 때는 당신이 그 천좌의 주인인 것 같군요.”
어깨를 으쓱했다.
단목천도가 물었다.
“이곳 [진계]에는 왜 오셨습니까?”
“지키기 위해서.”
“……지키기 위해서라…….”
“이제 제 차롄데, 태양존자라는 사람의 제자시라고?”
“예.”
“어디 있습니까?”
“제 스승님은 현재…… 행방이 묘연하십니다.”
“행방이 묘연하다?”
“예. 이미 백 년도 넘었습니다. 아무리 연락을 해도 닿지 않고 그분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분을 비롯해 다른 무신들조차 행방이 묘연합니다.”
“행방이 묘연하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장로전이 텅 비었습니다.”
“…….”
턱을 긁적였다.
텅 비어 있다.
왜 비어 있을까.
부유성은 가득 차 있었는데.
“그런데 전쟁 준비하신다고 하시던데.”
“……예 맞습니다. 그보다 말씀 낮추시지요. 천좌의 주인이시면 저보다 월등한 격을 갖추신 존재일 텐데 듣는 제가 불편합니다.”
“어우. 이거 이제 보니 호탕하신 분이셨네.”
그대로 손을 뻗어 우리 무림맹주님의 어깨를 잡아챘다.
“지금까지 나한테 한 말, 전부 사실인가?”
“……예. 사실입니다. 저는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스승님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장로원으로 찾아갔었지만 그곳에는 먼지만이 쌓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짐작 가는 곳도 없나?”
“……하나 있긴 합니다.”
“어딘데 그게.”
“……장로원 깊숙한 곳에는 신당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신당?”
“저희 스승님을 비롯한 무신들은 가끔 그곳으로 들어가서 폐관 수련을 하시는데…… 그곳만큼은 그 누구의 접근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저도 그곳까지는 들어가지 못하였습니다. 애초에 그곳을 막고 있는 결계에 의해 진입이 막히는 것도 있지만 천지의 모든 기운이 그곳에 몰려있기에 저 같은 [반무극경]의 무인들은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소멸될 것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좋은 정보 고맙고, 고생해라.”
그대로 몸을 돌리려던 그때였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길 안내를 해도 되겠습니까.”
고개를 돌렸다.
“길 안내?”
“예. 장로원으로 가는 길, 그리고 그 장로원 안에 있는 신당이 어디에 있는지.”
물끄러미 단목천도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그럴 이유가 없다고 해야 할까.
“다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게 뭐지?”
“아시겠지만 저희가 지금 전쟁을 치르려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동행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거기 동행해 주면 장로원까지 안내해 주겠다?”
“예.”
헬레나를 바라보았다. 헬레나는 단목천도를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 판타지아 제국을 들렀는데, 거기서 뭘 했는지 아나?”
“무엇을 하셨습니까?”
“집행원을 개박살 내고 왔어.”
“…….”
“어차피 다 눈치챌 거라서 굳이 숨길 이유가 없는 진실인데, 내가 속해 있는 중간계에는 무극경에 오른 게 나 혼자거든. 나름 휴전을 하려고 왔는데 여기 애들 전력 차가 너무 크더라. 그래서 다 죽이려고. 내가 설마 여기 진나라까지 여행하러 온 건 아닐 거 아니야.”
“……장로원의 무신들도 죽일 생각이시군요.”
“네 스승인 태양존자도 마찬가지고.”
“……좋습니다. 그 부분이 신경 쓰이신다면…… 이 자리에서 약속드리겠습니다. 제 스승이신 태양존자가 당신의 손에 죽게 되어도 저는 당신께 검을 겨누지 않을 것입니다.”
이건 또 의외였다.
“그래 놓고 뒤통수치는 놈들을 내가 수도 없이 봐왔는데.”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단목천도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그가 허리춤의 검을 뽑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그의 주변으로 갑골 문자처럼 생긴 기이한 글자들이 떠오른다.
그가 말했다.
“나 단목천도는 내 스승인 태양존자가 눈앞에 있는 천좌의 주인에게 사망한다 하여도 절대 그에게 검을 겨누지 않을 것을, 내 [원령]에 걸고 맹세한다.”
그것은 내게 하는 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영혼에 하는 소리였다.
파아아아앙-!!
엄청난 폭풍이 몰아친다. 내 머리카락과 헬레나의 금색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단목천도가 검을 허리춤에 꽂아 넣었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이건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유가 뭐지?”
“정의를 위해서입니다.”
“정의?”
“저는 진정 마도의 길을 걷는 이들이 이 땅의 백성들을 착취하고, 죽이는 것을 도저히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스승님의 일은 스승님의 일이고 저의 일은 저의 일입니다. 분명 제가 당신에게 좋은 감정이 생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단목천도가 내 앞에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가능하다면 제 스승님은 가장 마지막에 죽여 주십시오.”
이 대화의 흐름은 결국 한 가지를 의미했다.
단목천도는 자신이 일으킨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고자 한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신당에 들어갔을 확률이 높은 장로원의 세 명의 무신.
그들이 참전한다면 전쟁은 흐지부지될 것이다.
내게 그것을 부탁하고 있는 거다.
막아달라고.
그리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헬레나를 바라보았다. 묘한 눈으로 단목천도를 바라보던 녀석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대충 납득했다.
짧게 말했다.
“좋다.”
단목천도가 포권을 취한다.
“감사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