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324)
#324화
“……그분의 존재는 장로원과 집행원이 하나로 합쳐져 있을 때부터 오직 우리들만이 알고 있던 진실이었다.”
“우리의 선대 무신들이 남긴 어록에 의하면, 그분은 중간계에서 넘어와 이곳 진계를 만드셨고,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큰 힘을 소모하여 영면에 가까운 잠에 빠져들었다고 하더군.”
“그분은 여전히 중간계가 존재할 것이라 믿었고, 그곳을 멸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후회한다고 계속해서 강조하셨다. 그분을 직접 보지는 못하였으나, 우리도 느끼고는 있었다. 중간계로 넘어가는 결계가 십수만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으니까.”
“그것을 뚫을 힘이 우리에게는 없었다. 모든 무극경이 ‘승천자’들이 모여 힘을 합쳤음에도 뚫리지 않았지. 과거 그곳으로 파견되었던 두 명의 승천자는 사망한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의아했던 것은 왜 결계를 뚫고 이 너머로 오지 않으냐는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알아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선대들이 말하던 ‘그분’조차 그 결계를 뚫지 못했다. 이곳 진계 어딘가에 있으실 그분은, 반드시 언젠가는 깨어날 것이고 과거에 하지 못했던 일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더군.”
“그렇다. 무수한 시간이 흘렀을 때, 그분은 다시 돌아올 것이고, 진계와 중간계를 막는 결계를 부수고 그 너머의 중간계를 멸할 것이라 천명하셨다. 우리는 그저 기다렸을 뿐이다.”
“그러다, 언젠가 우리 장로원의 승천자들에게 기이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직감했다. 그분이 깨어나셨음을.”
“그러나 그분은 상당한 힘을 소모하신 상태였다.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영면에 가까운 잠에 들었던 이유는 진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입었던 원기를 회복시키기 위함이라고 하더군. 그분의 말을 우리는 의심하지 않았다. 각자 일정 경지에 이른 존재들인데 그런 우리의 정신에 너무나도 쉽게 들어와 있었으니.”
“그렇게 우리는 그분에서 우리가 가진 힘을 나누어주기로 했다.”
“이게 전부다.”
조용히 태양존자를 바라보았다.
“그렇구나. 좋은 정보 고마워.”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이곳에 온 것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다는 거.
무극경에 이른 강자들을 승천자들이라 부르는 것 같은데, 익숙한 단어라 나쁘지는 않았다.
그 승천자들이 그분이라 부르는 존재는 명백하게, 내가 사는 중간계를 무너뜨리고자 하고 있었다.
과거의 업을 완수하겠다는 그 야망.
대화의 흐름으로 미루어 보면 이 진계라는 곳 자체를 만드는 데 너무나도 큰 힘을 사용한 그는 힘을 회복하기 위해 잠에 들었고, 최근에 깨어났다.
그러나 깨어만 났을 뿐 힘이 없었고, 그 힘을 이곳 장로원의 존재들이 채워주었다.
그 과정에서 장로원의 무신들의 격은 급격하게 떨어졌기에 지금 저 모양 저 꼴인 거다.
안타깝다거나 하는 그런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관심 없다.
지들이 그렇게 한 건데 원래 이런 선택은 존중해줘야 하는 거다.
그런 내게 헬레나가 다가왔다.
“결국 싸우긴 해야 하네요.”
고개를 돌렸다.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십수만 년 전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난 지 얼마 안 됐으면…… 당시의 그 감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건데…… 괜찮으시겠어요?”
걱정이 한껏 담긴 헬레나의 말에 그저 웃어 보였다.
뭐 어쩌겠나.
어차피 이런 상황을 생각하고 온 거다.
“헬레나야. 너는 이제 중간계로 돌아…….”
말이 멈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즉시 손을 뻗어 헬레나를 잡아챈 뒤 옆으로 몸을 날렸다.
털썩, 헬레나와 포개진 채 바닥에 쓰러졌다. 내 두 눈에는 또렷하게 보였다.
조금 전까지 헬레나가 있던 그 공간이 갈라졌고 그곳에서 뻗어 나온 너무나도 긴 손이 벽에 박혀 있는 태양존자의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것을.
“어우…… 고무 인간이야 뭐야.”
팔 길이가 거의 5미터는 넘는다.
“주…… 주인이시여……!”
그리 말한 태양존자의 몸이 홀쭉해진다. 생기가 사라지고 몸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고작 2초? 모르겠다. 한 3초?
그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멀리서 주저앉아 있던 단목천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그보다 먼저.
시공간에 박아두었던 천하검을 꺼낸 뒤 휘둘렀다.
서걱-!
팔이 반으로 잘린다.
그런데 의미 없었나 보다.
잘려진 팔이 그대로 공간 너머로 회수되었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음의 준비도 안 했는데, 바로 시작인가 보네.”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이미 닫혀 있는 공간을 향해 천하검을 내려 베었다.
서걱-!
공간이 갈라진다.
아까 보았던, 그 장소다.
공간 안의 공간.
그곳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아, 그러고 보니 헬레나한테 그만 중간계로 돌아가라고 할 셈이었는데.
옆을 보니 그사이에 따라와 있었다.
헬레나가 빙긋 웃는다.
“안 갈 거예요.”
“왜?”
“그냥…… 죽어도 같이 죽고 싶어서?”
“죽긴 누가 죽어. 밥맛 떨어지는 소리 하고 있어.”
“진시후 님.”
“왜?”
“그냥 같이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기로 했잖아요. 우리.”
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맞는데, 쟤 생긴 것 좀 봐. 저거 안 무서워?”
내 검지가 가리킨 곳에 한 남자가 있었다.
아니,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다.
성별 특정이 불가능하다.
편의상 그라고 표현을 하면, 그것의 모습은…… 솔직히 조금 익숙하긴 했다.
벌거벗은 민머리의 사람 형체에, 반은 검은색, 반은 흰색.
생식기나 이런 거 없는, 쉽게 말하면 태양신 라나 승천자 트리무르티 같은 외모였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느껴지는 기세가 상당하다는 거.
“……생긴 건 무섭게 생겼는데, 저런 거에 겁먹을 리가 없잖아요.”
헬레나는 안다.
나와 계속 함께했기에 모를 수가 없다.
헬레나가 나를 볼 때 거의 평범한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그건 헬레나의 경지가 나보다 한참 밑에 있기 때문에 나의 기운을 읽지 못하는 거다.
내가 의도적으로 기운을 뿜어내지 않는 이상, 읽지 못한다.
저 앞에 있는 저것도 마찬가지다.
헬레나는 지금 저것에서 아무런 기운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 말인즉.
최소 나와 동급이라는 뜻이다.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헬레나는 최대한 침착해 보이려 하고 있었지만 팔이 조금씩 떨려오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때였다.
[결국, 그는 성공했는가.]고개를 돌렸다.
[판타지아는 멸망하지 않았구나.]“그렇게 됐어.”
[……너 같은 놈을 키워낼 줄이야…… 필히 그놈의 마지막 씨앗일 테지.]어이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말이 이상한데, 마지막 씨앗이라니, 누가 보면 그 천좌의 노인이 나를 낳은 줄 알겠네.”
[말장난을 하자는 것인가.]“이 새끼 웃기는 새끼네. 네가 시작했잖아. 콱 씨.”
[……그래도 한때 내가 속해 있던 땅이다. 나의 업을 확실하게 수행했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네놈처럼 한없이 가벼운 놈이 중간계의 수호자를 자처하는가.]고개를 돌렸다.
이곳으로 들어온 공간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그곳에는 멈춰있는 단목천도가 있었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멈춘 것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명확했다.
이곳은 시간의 방이다.
밖의 시간이 느리고 이곳의 시간이 빠르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전혀 아니다.
밖에서의 1초가 이곳에서는…… 얼추 0.0001초.
상대적으로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이 맞다.
문제는.
이 1초라는 절대적인 시간이 변했다는 거다.
그 1초를 수없이 쪼개고 또 쪼개고, 그렇게 상대적으로 더 느리게 흐르는 이곳의 시간도 쪼개고 또 쪼개고.
시간의 방의 원리는 이렇다.
밖에서의 1초를 쪼개서 만드는 게 아니라, 0.1초를 쪼갠 뒤, 그다음 0.01초를 쪼개고, 다시 0.001초를 쪼개고, 그걸 계속 쪼개고 쪼개서 시간상의 불균형을 일으킨 뒤 증폭시킨다.
그 범위를 늘리고 또 늘리면.
그게 시간의 방이다.
그러면서도 수없이 쪼개진 시간을 1초라고 느끼니, 이것이야말로 신의 영역에 다다른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헬레나도 그것을 눈치챘다.
왜 눈앞의 저놈이 지금 나와 비슷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왜 저렇게 멀쩡한 모습인지.
방금 단목천도의 몸을 흡수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흡수하고 있던 그 기운들을 바탕으로 본연의 힘을 회복한 것이 분명하다.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밖에 없다.
이게.
그냥 내 답이다.
헬레나의 어깨에 올리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헬레나야.”
“……네.”
“위에 올라가서 첨삭한테 내가 보냈다고 해.”
슬며시 헬레나의 어깨에 ‘표식’을 새겼다.
첨삭에게 그 누가 와도 결계를 열지 말라고 했으나, 이 표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헬레나가 버틴다. 손을 뻗어 내 몸을 잡아챘다.
“싫다고 했잖아요.”
“야. 우리 여기 로맨스 찍으러 온 거 아니잖아.”
“……판타지도 찍고 로맨스도 찍으면 안 돼요?”
“나도 찍고는 싶은데, 할 일이 있는 걸 어쩌겠어. 그리고 여기서 죽게 될 것 같은데.”
그 말과 동시에 천하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쩌어엉-!!
괴상하게 생긴 놈이 뻗어 낸 기운의 파동이 순식간에 와해된다.
힐끗 보니, 더 큰 공격을 준비하는 듯하다.
끝이 아니었다.
뒤쪽에 있던 공간이 순식간에 닫혔다.
같이 묻어버릴 생각인가 보다.
“헬레나야.”
“……네.”
“행복해라. 착하게 살고.”
그대로 뒤쪽으로 집어 던졌다.
닫혔던 공간이 열린다. 그 너머로 헬레나가 빠져나갔다.
의념을 보냈다.
기다리지 말라고.
손을 흔들었다.
이후 공간을 닫았다. 그것과 동시에.
꽈아아앙-!!
내 등이 폭발했다. 하늘로 솟구치는 목을 기준으로 아래의 모든 것을 재생시켰다.
쑥 하고 튀어나온다. 손을 뻗자 신당 구석으로 향하던 천하검이 내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제법이구나.]웃고 말았다.
이거 이제 보니, 이 공간은 아무런 형체가 없었다.
항아리처럼 보이던 것도 있고 그랬는데, 전부 만들어 낸 것이었다.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청명한 소리와 함께 동굴처럼 조성되어 있던 주변 모든 것이 깨져나간다. 놈의 백색 눈동자와 흑색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자리를 박차며 천하검을 뻗었다. 검 끝이 놈의 얼굴에 닿는다. 푸욱.
그대로 빼냈다. 놈의 시신이 바닥에 쓰러진다.
고개를 돌렸다.
똑같은 형체 수십 명이, 아니, 수십 개가 있었다.
놈들의 입이 동시에 열린다.
[소개를 다시 하지. 판타지아의 초대 황제, 천(天)이다.]도플러 효과도 아니고,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게 귀가 아파 올 정도였다.
묵묵히 아공간에서 옷을 하나 꺼내입었다.
내가 아무리 싸우는 걸 좋아해도 이렇게 덜렁거리는 모습으로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백련화가 새겨진 장포를 걸쳤다.
이제야 좀 사람 같다.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는 조용히 말했다.
“대충 감 잡았는데, 이렇게 공간을 개조하는 게 특기인가?”
[그렇다.]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시간의 방의 원조가 판타지아 제국이라고 들었는데, 그 원리를 혹시 처음으로 제시한 새낀가?”
[말투가 참으로 천박하구나. 질문에 답하자면 그렇다.]“그래서 우리 폐하께서 자신감이 넘치시나 보네.”
수십 개, 아니, 수백 개에 달하는 놈의 형체가 웃는다. 공포 영화가 따로 없을 정도다. 생긴 것도 뭣같이 생긴 놈이.
그러니까.
“결국 먼저 기력이 소모되는 쪽이 지는 거다?”
[정확히는 정신력이겠지.]“아하.”
힘을 받은 적은 없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엄밀히 말하면 결계를 치는 것도 힘은 힘이니까.
그런데.
“너 다음 대라고?”
[그렇다. 내가, 초대 천좌의 주인이다.]천이라 소개한 놈이 빙긋 웃었다.
[판타지아의 초대 황제이자, 새로운 별을 만들어 그곳으로 이주할 것을 천명한, 본좌가 이 세상의 유일신이다.]웃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 판타지아에서 도망친 버러지 새끼가 본인이라는 거 아니야.”
[…….]“뭘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어. 그리고 네 다음 대 천좌의 노인이 그러기…….”
[인(人)이다.]“인?”
[네놈에게 힘을 준 놈의 진명(眞名)도 모르는 것이냐.]“듣기로는 되게 길었던 거 같은데.”
[스스로의 운명을 거부한 놈이 진명을 쓰겠느냐.]그러려니 했다.
“여하튼, 그 판타지아에서 벌어진 전쟁을 수습도 못 하고 그냥 도망친 거라며. 아니야?”
[……이주라는 단어가 있는데, 무지한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으나 자랑스럽게 말하는 꼴은 보기 힘들구나.]“그거나 그거나, 그리고 내 정신력이 너보다 뛰어날 거라는 생각은 안 해?”
천은 내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이곳을 왜 진리의 문 너머라 부르는지 아나?]“그걸 내가 알아야 하나?”
[알아야 할 것이다. 너희 세상을 지배하던 마나, 자연기, 탈혼기, 이 모든 것의 명칭을 내가 만들었다.]진지하게 궁금했다.
“그래서?”
[……내가 곧 진리다. 진리의 문 너머에는 진리가 있을 뿐이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이 바로 본좌란 말이다.]머리를 긁적였다.
“극한의 나르시시스트인 것 같은데, 결국 명칭만 만든 거 아니야?”
[…….]“네가 탈혼기라는 것을 만든 것도 아니고, 애초에 탈혼기라는 게 인간 영혼에 담긴 본연의 기운을 발전시키는 건데…… 십수만 년을 처자더니 정신이 나갔나. 뭔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아까부터.”
[……재미있군.]“뭐가?”
[진명을 부여해 준다는 것의 의미를 네놈 정도가 모를 리 없을 터, 얄팍한 수를 쓰는구나.]무시하고 담배를 피웠다.
모든 상황을 파악했다.
주변, 이 모든 공간은 만들어진 공간이다.
시전자는 저기 있는 천이고, 나는 이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놈을 죽여야 한다.
서로가 있는 경지가 있기에 육체의 재생이나 이런 것은 의미 없다.
먼저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놈이 죽는 거다.
지금부터는 서로의 정신력을 갉아내기 위한 싸움이라는 뜻이다.
담배를 한 대 더 피웠다.
천은 기다려 주었다.
그래서 두 대를 더 피웠다.
[……적당히 피우지.]“야박하네. 나름 황제였다는 새끼가.”
줄담배를 태웠다. 아마 앞으로 담배를 필 시간이 없을 것 같다.
꽁초를 놈의 면상을 향해 튕겼다.
한두 놈이 아니라 명중률 문제는 걱정 없었다.
검을 고쳐 쥐었다.
“시작하자.”
‘놈들’이 달려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