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34)
#제34화
진송이도 할 말은 있었다.
“꼬우시면 직접 클리어하시지 그랬어요. 원조 요청을 했다던데 안 왔잖아. 제이미 윌슨, 당신 혹시.”
“혹시 뭐?”
“겁먹으신 거예요?”
“……뭐?”
“게이트 수치가 계속 올라갔다고 하던데, 그 수치에 겁먹은 거잖아요. 아니에요?”
“이 개같은 년이 진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제이미 윌슨과 여전히 자리에 앉아 다리까지 꼬고 있는 진송이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웃으며 진송이가 말했다.
“안심해요. 그거 사실 측정 오류였으니까.”
“……뭐?”
“이따 밖에서 인터뷰 일정 잡았는데, 그냥 미리 말씀드릴게요. 그거 그냥 SS급 게이트였어요. 고스트 킹이 대충 오십 마리, 그리고 고스트 엠페러가 하나 등장한 게이트요. 한 2년 전에 우리 고유 각성자들이 함께 클리어 했던 백두산 게이트에 비하면 거의 조족지혈 수준이었죠.”
“…….”
“그런데 고작 그런 게이트에 쫄으신 거예요? 정말 실망인데.”
제이미 윌슨의 몸에서 마나가 터져 나왔다. 성이 진동한다. 진송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진송이의 몸 주변에 두 개의 구체가 떠올랐고, 성의 천장에 세 개의 구체가, 그리고 제이미 윌슨의 뒤쪽, 거리는 정확히 6m 거리에 한 개의 구체가 떠올랐다.
총 6개의 구체였다.
“이 자리에서 한번 해 볼까? 응?”
제이미 윌슨은 쫄지 않았다.
당연히 진송이도 쫄지 않았다. 싸우면 질 확률이 높았지만 그건 과거의 이야기다. 지금은 다르다.
진송이는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 싸우면 무조건 이긴다고.
또, 진송이는 항상 생각했다.
“하필이면 왜 당신 같은 사람이 미국에서 태어난 거죠?”
“뭐?”
“인성은 개차반에, 말로는 자유주의를 부르짖지만, 하는 행동은 공산주의자나 다름이 없고. 존중도 모르고 예의도 모르고. 그거 아세요? 당신이 미합중국의 명예를 깎아 먹고 있다는 거?”
다른 고유 각성자들은 이 상황이 흥미롭다는 듯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중, 정말 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볼에 긴 흉터 자국이 있는 동양인 남자.
그는 중국의 고유 각성자로서 레벨은 무려 680레벨.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각성자들 중 최고 레벨이었다.
이름은 이강.
그는 진송이와 제이미 윌슨의 대립을 지켜보며 누군가에게 워치로 메시지를 보냈다.
이내 답장이 온다.
‘지켜만 볼 것.’
흡사 명령조와도 같았다. 이강은 그 메시지까지 본 뒤 그대로 워치를 껐다.
결국 상황이 묘해지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공격을 시작하려던 그때였다.
“자자, 우리 영웅분들 진정 좀 하시고.”
협회장 산티아고 뮤네즈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이다.
그가 사람 좋은 얼굴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지금 전 세계가 여길 주목하고 있어요. 두 분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지금 여기에서 싸우면 두 사람 입장이 매우 난처해지지 않겠어요? 아니지,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나도 난처해지고, 여기에 있는 모든 영웅분들이 다 난처해져요. 그러니 일단 진정들 하시고.”
산티아고는 전국 각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물 중의 거물이다. 두 사람이 아무리 막 나가도 눈치는 있다.
여기에서 싸우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하게 될 거다.
결국 두 사람은 기운을 거두었다.
산티아고가 짝, 손뼉을 쳤다.
“이제 건설적인 대화를 좀 해 볼까요?”
* * *
나는 청주로 왔다.
전부터 한 번쯤 언급하고 싶었던 건데 확실히 세상이 좋아지긴 했다. 경북 김천 혁신 도시처럼 과거에 게이트 브레이크로 인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은 지역 같은 경우는 게이트 안전 지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도시 내부에 S급 각성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SS급 각성자가 있는지, 이것들을 기준으로 게이트 안전 지역이 되는데, 이 안전 지역들끼리는 이동이 너무나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서울도 안전 지역이고, 청주도 안전 지역이다.
이 두 도시를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버스를 기준으로 고작 30분이다.
청주에 도착한 나는 곧장 택시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목련공원으로 가 주세요.”
목련공원은 청주에 위치한 공원묘지다.
주변 풍경이 홱홱 지나갔다.
시간이 흐른다.
언제였더라.
내가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할 때였나.
그때 내 은사님이자 내 인생의 은인이신 그분이 돌아가셨다.
철이 없었던 거다. 정확히는 몰랐다.
고개를 들어 납골당의 이름을 바라보았다.
조애현.
그렇게 적혀 있었다.
몸이 약하신 분이셨다.
간혹 자리에서 주저앉으시기도 했고, 길을 걷다 비틀거리시기도 했다.
심각성을 전혀 몰랐다.
돌아가시기 2개월 전이었나.
이미 선생님은 말기 암이셨다.
모르는 사이에 피도 토하고, 병원에서 치료도 받고.
하지만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이후, 선생님은 병원에 가지 않고 나와 누나를 챙겨 주셨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너희가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떤 삶을 살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너희가 옳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기를 바라.’
‘세상이 등 돌리고, 아무리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너희는 할 수 있어. 그리고 나를 생각하는 것처럼 너희도 누군가에게 또 다른 내가 되어 주렴.’
그 외에도 좋은 말씀을 너무 많이 해 주셨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분은, 아니 이분은 내 인생의 스승님이셨다.
고아였다고 들은 것 같다. 결혼을 하긴 했었지만,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을 여의셨고, 쭉 홀로 사시다 나와 누나를 발견하신 거다. 나와 누나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타이탄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분의 가르침 덕분이다.
나는 이분에게서 절대로 굽히지 않는 신념을 배웠고,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의지를 배웠다.
“……또 오겠습니다, 선생님.”
그대로 그 자리에서 절을 했다.
확실하게 말하는데, 내 인생, 타이탄에서건 지구에서건 그 모든 삶을 통틀어 나는 그 누구에게도 절을 해 본 적이 없다. 타이탄에서 왕이라 불리는 이들, 황제라 불리는 이들, 한 종족의 로드, 고대의 존재, 그 누구에게도 절한 적 없다. 무릎조차 굽힌 적이 없다.
진태섭이 나를 괜히 싫어한 게 아니다.
처음이다.
그렇게 한동안 그 자리에서 엎드려 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갈 곳이, 있었다.
* * *
대한민국 제2의 수도, 부산.
굳이 더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부산은 크다. 게이트가 발생하는 데에는 땅의 면적도 매우 중요하다. 부산에서 나타나는 게이트는 수도 없이 많고, 그런 부산의 터줏대감은 SS+급 각성자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광안리 미친놈들’ 길드다.
두말할 필요 없이 길드명답게 미친놈들로 이루어진 이 길드는 오늘 부산에 있는 S급 게이트의 클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부산의 게이트 안전 관리부와 경찰들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는 그곳에 광안리 미친놈들의 최정예가 도착했다.
길드의 중간 관리자이자 부길드 마스터인 정준호는 최근 들어 길드 마스터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뭘까.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길드의 마스터는 길드명을 광안리 미친놈들이라고 지을 정도로 미친놈 그 자체였다.
이름은 마진노.
그 이름에 맞춰 길드명을 지은 게 아니냐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아니다. 이름을 맞춘 게 아니라 이름보다 더한 진짜 미친놈이어서 길드명을 그따위로 지은 거다.
항상 웃었고, 막는 놈들이 있으면 공무원이고 나발이고 죄다 묵사발 내는 등의 개차반이 따로 없던 마진노가, 매우 잔잔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가?”
“……최근 들어 뭔가, 잔잔해지신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있으신 거면……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있겠습니까?”
마진노가 고개를 저었다.
“없어. 걱정 말고 게이트나 클리어하자고.”
“예.”
그렇게 게이트 안으로 진입하려던 그때였다.
모두가 그 자리에서 멈췄다.
게이트 앞에 한 남자가 의자를 가져다 놓은 채 앉아 있었다.
그 남자는 드디어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는 듯 미소 지었다.
“진노야, 왔어?”
뒤쪽에 있던 마진노였기에 그 남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얼굴도 체형도.
미간이 구겨진다.
아니, 어떤 상놈의 새끼가 감히.
부길드 마스터를 제치고 앞으로 나온 마진노는 그대로 자리에서 멈췄다.
“괜히 시간 질질 끌고 그러지 말자. 정호남, 임경태, 전부 부산 살지? 다 데려와.”
말을 멈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귀가합시다. 경찰도, 일반인도, 각성자도 전부.”
“…….”
“진노야, 기다릴 테니까 연락 돌려.”
마진노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그보다 네가 뭔데 여기에서 이러고 있냐? 누나가 진송이라고 눈에 뵈는 게 없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삼류 작가 새끼면 삼류 작가답게 서울 가서 쓰레기나 써라.”
마침 말이 나왔으니 하는 건데.
“그 쓰레기에 너희들도 등장하는 거 알아?”
“……장난 그만하고 꺼져라. 여긴 너 같은 애새끼가 올 곳이 아니다.”
이게 미친놈이라 불리는 마진노의 본모습이었다. 마진노는 항상 이랬다.
부길드 마스터는 그제서야 안심했다. 아무 일 없었구나. 우리 마스터는 괜찮은 거구나.
그때 진시후가 헛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형이 지금 판 마련해 주고 있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
“안에 있을 테니까 주접떨지 말고 부산에 있는 사도들 전부 데리고 들어와. 먼저 간다.”
진시후는 그 말만 남기고 게이트 너머로 사라졌다.
모두가 어어, 그런 소리를 냈다.
진시후는 비각성자인데, 다른 게이트도 아니고 S급 게이트에 들어간다고? 미친 건가?
오직 한 명만이 굳어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광안리 미친놈들 길드의 마스터인 마진노.
그는 148번째 사도였다.
그는 곧장 워치를 켰다.
* * *
게이트 내부는 평범했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건너편에 기괴한 건축물이 있었고, 주변에 수인족처럼 보이는 기이한 모습의 존재들이 있는.
혹시나 해서 그 수인족처럼 보이는 이들에게 질문했다.
“머리는 개, 몸은 인간, 타이탄에서 풍랑족이라 불리는 애들이랑 좀 닮은 거 같은데, 너희는 뭐라고 불러야 하냐?”
그들은 길게 말하지 않았다.
“신의 뜻대로.”
조금 놀랐다.
“한국말을 하네. 너희가 믿는 신은 누군데? 예수? 부처?”
그들은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게이트에 진입하면 자연스럽게 몬스터들의 말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종족이나 이런 건 전부 다른데, 각 인종에 맞춰서 한국인이면 한국말로, 미국인이면 미국식 영어, 영국인이면 영국식 영어, 일본인이면 일본어,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인도인이면 인도어, 보통 공용어인 힌디어로 들리는 식이다.
게이트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듣기로는 이렇게 말이 통하긴 해도 결국 긴 대화는 나눌 수 없다고 한다.
왜냐면.
지금처럼 이런 일이 벌어질 테니까.
숫자는 어림잡아 대충 50명.
각각 등급은 A급 각성자와 흡사하다.
어느샌가 내 근처까지 다가온 그들이 각자의 무기를 휘두른다.
할버드, 창, 검, 단검.
제각각이었다.
잠시 고민했다.
얘네를 죽여 놔야 하나.
난 웬만하면 손에 피를 잘 안 묻힌다.
물론 지금까지 사도들을 죽이러 다닌 건 변명할 여지가 없긴 한데, 그거랑 이건 별개다.
그건 내가 죽일 이유가 있어서 찾아가 죽인 거고, 이건 내가 직접 들어온 건데.
누나나 다른 각성자들과는 다르게 나는 아직 게이트 내의 몬스터들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안일하다 볼 수 있지만 뭐 어쩌겠나, 그게 내 생각인데.
“쯧.”
가볍게 혀를 찼다.
전에 골렘들을 죽였을 때랑 같다. 이건 나도 어쩔 수 없다.
그대로 손을 뻗었다.
콰아아아앙-!!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