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36)
#제36화
의미 없었다.
첫째로 거리가 너무 가까웠고, 둘째로 소병민이 너무 빨랐으니까.
그들이 행동하기도 전에 소병민의 몸은 게이트 너머로 사라졌다.
게이트 너머로 들어간 소병민은 이 모든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일단 생존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궁금한 게 있으면 그것을 밝힐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스스로의 위치를 소병민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
구독자가 무려 450만이다. 전국구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수준을 넘었다. 말이 450만이지, 단순 숫자로 보면 부산시 총인구수보다 많다.
부산광역시장과 개인적인 친분도 있고, 정치 쪽으로 뒤를 봐줄 정치인도 여러 명 있다.
믿고 있는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들어가서 뭐 하는지 대충 찍고, 별 내용 아니면 그냥 대중에 공개하고, 심각한 내용이면 약간의 뽀찌를 좀 챙긴 뒤 편집 좀 해주고.
‘히야. 소병민, 이 기가 막힌 새끼. 머리도 비상한데 행동력도 있고. 쥑이네, 새끼.’
속으로 자화자찬을 한 소병민은 안에 들어가자마자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게 뭐지.
두 눈을 의심했다.
빛이 번쩍번쩍한다.
진시후, 진송이의 동생이자 비각성자로 알려진 삼류 작가가 지금 하늘을 날아다니며 웬 뿔이 달린 괴물 세 마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아니, 상대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분명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 보이지도 않았다. 불과 얼음이 얽힌다.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쳤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번쩍.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빛보다 환한, 그리고 거대한 빛이 터졌다.
그와 동시에 소병민은 느꼈다. 오른쪽 어깨가 휑해졌다는 거.
이어서 어깨에서부터 어마어마한 통증이 올라온다.
“아…… 아아아…….”
의식하지도 못했다. 오른팔이 어깨에서부터 잘려 나갔다. 그대로 뒷걸음질 쳤다. 그제야 주변 상황이 보인다.
땅은 본래 숲이었던 것 같은데, 무슨 미사일이 수백 발 떨어진 것처럼 곳곳에 크레이터가 있었고, 나무처럼 보이는 게 근처에 막 널브러져 있었다. 심지어 저 멀리에는 이상한 시체들도 보인다.
몬스터인 것 같다. 그래, 몬스터가 맞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하늘에서 빛이 번쩍인다.
콰아아아앙-!!
땅에 괴물 하나가 처박혔다. 미동조차 없는 것을 보면 죽은 게 확실하다. 그런데 모자랐나 보다.
하늘에 있던 진시후가 땅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의 몸에서 흰색 연기가 솟아오른다. 진시후의 주먹이 그대로, 바닥에 있던 괴물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앙-!!
주변이 움푹 파인다. 거의 반경 10미터 이상이 그냥 파였다.
반경만 보면 10미터인데, 아래까지 보면 더 깊다고 해야 할까.
괴물의 몸이 그냥 땅속 깊은 곳에 처박힌 것 같다. 여전히 미동은 없었다.
덜덜덜.
몸이 떨렸다.
그런 소병민의 옆에 한 괴물이 내려선다. 그는 그대로 소병민의 머리를 잡아챘다.
화들짝 놀랐다. 아픈 거 이전에 이건 아니잖아.
여기에 끼고 싶지 않았다.
“자…… 잠시만…… 저는 아무 관련 없습니다. 그냥…… 그냥 보내 주십시오, 제발.”
그러자 괴물이 말했다.
“넌 입 닥쳐.”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긴 했지만 뭔가 묘했다.
목소리가 어디에서 들어 본 적 있는 목소리다.
“……진시후, 그 자리에서 멈춰라, 이 괴물 새끼. 네놈이 움직이면 이놈의 목을 이 자리에서…….”
소병민의 머릿속에서 번개가 쳤다.
“혹시 부산시청 국장 호남이 형……?”
나선형 뿔을 지닌 괴물이 와락 미간을 구겼다. 말이 끊겼기에 화가 난 거다.
“입, 닥치고 있으라고 했다.”
“아니, 호남이 형. 저 병민이에요, 병민이. 모습은 왜 그런 거…… 아니, 저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냥 보내만 주십시오. 진짜로.”
정호남으로 추정되는 괴물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걸 왜 나한테 빌지? 저기 있는 진시후, 저놈한테 빌어야지.”
상황은 간단했다.
지금 인질을 잡은 거다.
진시후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한마디 했다.
“너넨 존심도 없냐?”
* * *
정호남은, 아니 167번째 사도는 생각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건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처음부터다.
그냥 처음부터 모든 게 잘못됐다. 오판했고 오만했다.
148번째 사도인 마진노.
159번째 사도 임경태.
우리 세 명이 모이면 어떤 식으로든 놈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럴 만도 했다. 사도들이 가진 힘은 그 정도니까.
각성자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도달할 수 없는 경지가 있는 법이다.
애초에 각성자들이 사용하는 기운은 단순한 ‘마나’다.
하지만 사도들은 마나가 아니라 ‘자연기’를 사용한다.
이 두 개는 엄밀히 말하면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마나, 보통 내공이라고도 불리는 그 힘은 자연에 떠돌아다니는 기(氣)를 정제하고 가공한 힘이다.
그에 반해 자연기는 가공되지 않은 순순한 기(氣)를 의미한다.
사도들은 그 자연기를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용한다.
그건 크다.
압도적인 잠재력을 지닌 기운을 이용해 그냥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썰어 버리는 것이, 사도들은 가능하다.
무엇보다 자연기 너머의 힘인 탈혼기, 즉 영혼의 힘마저 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자신만만했다.
게이트에 들어오고 놈과 싸움이 붙었을 때, 눈 깜짝할 사이에 세 명이 한 대씩 얻어맞았다. 뒤늦게 자신들이 자신 있는 속성을 전부 끌어내 합을 맞췄다.
흙더미가 피어올랐고 허공에 게이트 전체를 덮어 버릴 법한 허리케인이 생겨났으며 그 허리케인을 꺼지지 않는 불꽃이 휘감았다.
놈은 분명 그 중간에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허리케인에 구멍이 뚫렸고, 그 사이로 놈이 튀어나왔다. 피어올랐던 흙더미가 꺼지고, 허리케인이 사라지고, 꺼지지 않는 불꽃이 성냥불처럼 훅 꺼진 그 순간, 임경태가 고작 두 대 맞고 사망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뇌 정지가 온 느낌이다.
그러다 게이트로 진입하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누구인지 안다.
방송 스트리머, 소병민.
구독자가 400만이었나 450만이었나. 국장으로 살 때 여러 도움이 되길래 같이 끼고 여러 번 놀았었다.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는 게 마음에 들지 않긴 했지만, 그게 지금은 뭔가 득이 된 기분이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진시후에게 말했다.
이놈을 죽이고 싶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멈추라고.
생각을 해 보자.
진시후, 저놈은 강하다.
그런데 놈이 왜 이 게이트로 사도들을 불렀을까.
뻔했다.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거다.
그 말인즉, 놈은 ‘대외적인 시선’을 신경 쓴다는 이야기였다. 아무 죄 없이 이 싸움에 휘말린 일반인을 놈은 과연 어떻게 할까.
정호남은 놈이 싸움을 멈출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거다. 관계없는 제삼자가 끼어들었으니 적어도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멈춘다.
정호남은 생각했다. 일단 협상을 하자. 이 싸움은 안 된다. 아직은 시기상조다.
그런데, 들려오는 진시후의 답이 상상을 초월했다.
“힘 빠지게 하네.”
“……뭐?”
“저기, 이름이 병민 씨 맞아요?”
소병민이 재빨리 말했다.
“예, 병민 맞습니다. 소병민입니다. 진시후 님! 저 진짜 작가님 팬이에요. 작품 전부 소장했습니다. 여기에서 있었던 일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을 테니까 저 진짜 좀 살려 주십시오. 제발.”
진시후가 물었다.
“여기 왜 들어왔어요?”
“……어…… 그냥요.”
솔직한 이유였다.
그냥.
이 그냥이라는 게 정말 마법의 단어가 따로 없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냥 답 그 자체였다.
소병민은 그냥 들어온 거다. 진시후도 그냥 말했다.
“다음 생부터는 딱 봐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 싶으면 그냥 하지 마세요.”
“예, 감사합니…… 예?”
처음에는 ‘다음부터는’이라고 들은 것 같았다. 그런데 아니다.
분명 진시후는 ‘다음 생부터’라고 했다.
그래.
다음 생부터다.
진시후가 오른손을 쭉 뻗었다.
그리고 그 자세를 취한 순간, 살아남은 두 명의 사도는 엄청난 존재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진시후가 보여 준 적이 없던, 아니 살면서 정확히 ‘딱 한 번’ 느껴 본 그 존재감이다.
사도들의 왕, 그분이 딱 저러했다.
“기분이 좀 그래. 그래도 경지에 이른 이들이면 좀 정상적으로 행동할 줄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길게 대화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진시후의 눈동자가 번뜩인다.
곧게 펴졌던 오른손을 말아쥐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세상이 뒤로 밀리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고, 세상에 구멍이 뚫려 그곳으로 모든 것이 흡수되는 것 같은.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느낌이 들었다.
167번째 사도, 정호남은 분명 그렇게 느꼈다.
[백련교(白蓮敎) 성화칠결(聖火七結).] [2장 은야칠금선(隱夜七琴線).]마치 도화지에 먹을 묻힌 것처럼, 너무나도 투명한 일곱 개의 선이 그어진다.
그것은, 정말 순식간에 생겨났다.
정호남과 소병민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선이 세상에 그어져 있는 것을 보는 기분이란, 도저히 말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
신비로웠고 경이로웠다.
이건 세상의 균형에 간섭을 한 거다.
아니, 세상의 의지를 넘어 선거다.
사각-!!
절삭음조차 느끼지 못했다. 정호남의 시선이 기울어진다. 그의 몸이 기울어지고 있었다.
정호남의 상체와 하체가 그대로 분리된다. 정확히는 복부, 그 부분이 수십 조각으로 갈려져 있었다.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시선은 움직였기에 팔을 확인했다. 팔이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머리가 땅에 닿는다.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팔다리가 전부 절단됐고 몸도 잘렸구나. 기이하게도 재생이 되지 않았다.
절망했다.
천천히 진시후가 걸음을 옮긴다.
먼저 소병민에게 다가갔다.
“유감이야.”
정호남의 몸이 처참하게 토막 났는데 소병민이 멀쩡할 리 없다.
소병민의 몸은 정확히 절반으로 갈려져 있다. 그가 피를 흘리며 한마디 했다.
“……이…… 개새…….”
“입이 걸걸하네, 그런데 다 녹화한 거야? 전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래도 소병민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이 게이트에 들어온 이후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의 동영상 녹화 버튼을 단 한 순간도 중지시킨 적이 없다는 거.
심지어 450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프로 방송인답게 온갖 엿 같은 상황이 벌어졌어도 계속 진시후와 사도들을 찍었다.
“했나 보네. 쯧쯧.”
진시후가 소병민의 머리를 짓밟았다.
퍼석.
머리가 터진다.
이어서 소병민의 손에 들려 있던 카메라를 박살 냈다. 흔적도 없이 가루로 만든 뒤 고개를 들었다.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호남과 눈이 마주쳤다.
“오해하지 마. 고통 없이 보내 준 거니까.”
“……미친놈. 네놈은 미친놈이다.”
진시후는 정호남의 앞으로 걸어간 뒤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호남아, 힘들지?”
“……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
“뭘 어떻게 해. 이걸 내가 설명한다고 네가 알면 네가 지금 내 경지에 있지 않을까?”
맞는 말이라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진시후는 그대로 발을 휘둘렀다.
퍼걱-!
정호남의 머리가 터진다.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남자, 148번째 사도인 마진노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에게 진시후가 물었다.
“‘그분’이라는 놈이랑 대화 좀 하고 싶은데, 직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없다.”
“없긴 인마, 누굴 바보 등신으로 알아. 아까 네 표정이 다 말하더라고, ‘나는 그분이랑 직통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렇게.”
“…….”
“들어봐. 솔직히 네가 지금 여기서 살아날 수 있을 거 같아?”
질문 그대로다. 진시후가 과연 살려줄까.
회의적이다.
슬쩍 뒤쪽을 바라보았다. 탈출 게이트조차 없다.
이 게이트는 아직 클리어조차 되지 않았다. 도망칠 수조차 없다. 기회가, 없다.
“잘 생각해. 너희가 말하는 ‘그분’이랑 내가 대화를 했는데 만약 그 대화가 잘 풀리면? 그러면 너는 나름 공을 세우게 되는 거잖아. 아니야?”
듣고 보니, 뭔가 그럴듯하다.
“대화가 잘 풀렸는데 내가 너를 죽일까? 그럴 리가. 상부상조할 수도 있잖아. 평화의 증표 같은 그런 느낌으로다가. 이야, 이거 말하다 보니 되게 나쁘지 않네. 넌 사도들과 나의 전쟁을 끝낸 영웅이 되는 거야. 벌써 그럴듯하네. 그런 너한테는 과연 뭐가 떨어질까. 힘? 돈? 여자? 모르겠네. 내 상상력이 빈약해서.”
진시후가 고개를 내밀었다. 부드럽게 웃는 얼굴에 마진노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하지만 넌 알 거 아니야. 뭐가 네 손에 떨어질지. 그분이 줄 선물, 상상만 해도 막 심장이 벌렁벌렁하지?”
“…….”
“자, 이제 말해 봐. 너희가 말하는 ‘그분’이랑 직통으로 연결하는 거, 지금 가능하냐?”
“……가능은 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