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37)
#제37화
“좋네. 자 이리 와 봐.”
마진노가 다가온다. 그를 향해 진시후가 손을 뻗었다. 피하려 했지만 의미 없었다. 진시후는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마진노가 침을 꿀꺽 삼킨다.
이게, 수준이 너무 다르다.
무슨 어린아이와 어른 수준이다.
“설마 방금 피하려고 한 거야? 내 착각이지?”
“……그렇다.”
“내 착각이 맞구나. 생긴 게 워낙 험악해서 오해 많이 받을 관상이야. 그래서 내가 지금 오해할 뻔한 거 아니야, 그치?”
“…….”
“뭐 해? 연결 안 하고.”
마진노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살고 싶었으니까.
마진노가 품에서 매우 작은 구슬을 꺼내 들었다.
“그거야?”
“……그렇다. 통신 수정구. 사도들 중 특별한 사도들만 지니고 있다. 이 통신 수정구는 오직 그분과만 통신이 가능한 아티펙트로써…….”
“적당히 하고 바로 시작해.”
미간을 구긴 마진노가 통신 수정구를 살짝 튕겼다. 수정구가 공중으로 떠오른다.
회색으로 물들어 있던 수정구가 천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마진노가 말했다.
“그분과 연결이 됐다. 이제 말하면 된다.”
입을 열려다 잠시 멈칫했다.
문득 영화 하나가 떠올랐기에.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말았다.
“i don’t know who you are. I don’t know what you wan…….”
-장난은 그쯤 하지.
어마어마한 영화의 명대사가 중간에 끊겼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보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중후하다.
한국말로 들리는데, 착각인가.
진시후는, 진심으로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한국어’가 매우 유창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었다.
“너 한국인이냐?”
-그럴 리가.
“근데 한국말을 잘하네.”
-이런 쓰잘데기없는 걸 묻고 싶어서 이런 일을 벌였나?
오랜만에 말문이 막혔다.
-본론으로 들어가지.
이거 생각보다 재미가 없는 놈이네.
쯧.
혀를 찬 뒤 물었다.
“일단 확인차 묻는 건데, 네가 그분이라는 놈이 맞냐?”
-…….
“몇 초 만에 벙어리가 됐나. 왜 답이 없어.”
-그러는 너는 진시후가 맞나?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몰라서 묻나?
웃고 말았다.
재미없는 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닌 거 같다. 의외로 유머 감각이 있는 놈일 수도.
빙빙 돌리는 건 이쯤이면 충분하다.
“길게 말 안 한다. 가진 힘도 제대로 사용 못 하는 머저리들 말고 그냥 네가 와라.”
-…….
“깔끔하게 가자. 네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 참고로 네가 오면 한 대고, 내가 가면 열 대야. 잘 생각해. 뒈지게 처맞다가 후회하지 말고.”
148번째 사도 마진노가 다급하게 그만하라고 외쳤지만, 의미 없었다. 진시후가 그대로 손을 뻗어 마진노의 얼굴을 잡아챘다.
그대로 힘을 주었다.
퍼석-!
마진노의 얼굴이 터진다.
허공에 남은 수정구가 흩어진다. 그 수정구 안에서 흘러나온 답이 진시후의 귓가를 울린다.
-Good Luck.
* * *
장르 소설의 역사는 오래됐다.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보통 웹소설로 퉁치는 경향이 있는데, 대체로 역사 소설, 현대 판타지, 정통 판타지, SF 판타지 등등.
이 모든 게 장르 소설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작가가 소설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옛날에는 출판사 쪽으로 투고를 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인터넷으로 연재를 하는 방식이 추가되기 시작했고, 종이책 시장은 거의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보통 인터넷 출판업을 중심으로 하는 매니지먼트로 투고를 하는 형식과 인터넷 연재 사이트, 대한민국에서는 현재 카카오 스테이지와 문피아가 양대 산맥인데 이곳에서 연재를 시작하면 된다.
문피아는 연재 중간에 유료로 전환할 수 있으며 카카오 스테이지에서는 연재를 하다 일정 분량이 쌓이면 카카오 페이지로 넘어가 유료로 연재를 한다.
“형님. 어제는 왜 연락이 안 되신 거예요.”
“바빴어, 인마.”
진시후는 꼬박 하루가 지나서 들어왔다.
정빈은 하루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전부 진시후에게 말했다. 노트 하나가 빼곡하게 찰 정도의 분량을 확보했고 5개까지 올렸다고.
“댓글 좀 보시겠습니까?”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형님, 고작 5개밖에 안 올렸는데, 반응이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봐봐.”
정빈이 댓글 창을 진시후에게 보여 주었다.
[시바시바견 : 작가님 신작 올리셨네요. 기대됩니다.] [정발산기슭곰발 : 이번에도 또 쓰레기나 쓰겠지. 제목이 타이탄이 뭐냐, 타이탄이.] [피터파커123 : 누나 덕만 보는 삼류 작가 새끼, 적당히 나대라. 그리고 깜냥 안 되면 절필하고. 쓰레기 돈 주고 보는 것도 지친다, 이제.]이건 1화 댓글이었다.
아마 읽지도 않고 바로 댓글부터 단 게 분명하다. 왜냐면 초반 댓글과 중반부터의 댓글이 너무나도 딴판이었으니까.
[피터파커123 : 이거 뭐야. 미쳤네.] [태양의노예 : 작가님. 흔한 이세계물인데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에요. 분량도 좋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느낌.] [닐리리맘보18세 : 진시후 님 진짜 뭐예요, 이거. 뭔가 너무 다른데, 지금까지랑.] [반지하의 제왕 : 작가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됩니다.]조회 수는 이미 10만을 넘어서고 있었으며 추천이 무려 5만이다.
보통 추천 비율은 조회 수에 비해 10분의 1 정도가 적당한 법인데 이건 조금, 많이 지나치다.
이렇게 웹으로 연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연독률인데, 1화가 조회 수 18만, 5화가 17만 6천이다. 이탈이 거의 없었고 추천 수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5화의 추천 수가 무려 7만이었다.
미친 수준을 넘었다.
“괜찮네?”
“형님, 괜찮은 수준이 아닙니다. 지금 5화까지 달린 댓글들이 전부 합쳐서 4천갭니다, 4천개. 이벤트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메인에 올라간 것도 아닙니다. 이거, 제가 장담하는데 장르 소설 역사를 새로 쓸 겁니다.”
진시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뭔가 시작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독자들 사이에서 은은히 퍼지기 시작했고,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소설 타이탄에서도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정빈의 이야기를 듣는 진시후는, 5화의 마지막 댓글을 보고 있었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발산기슭곰발 : 진시후 이 새끼, 대필 작가 쓰나 보네.]* * *
제대로 봤네.
“제법인데. 역시 독자들은 대단해.”
내 반응이 묘했는지, 정빈이 눈을 끔뻑였다.
“형님, 괜찮아요? 저런 소리 들어도?”
“틀린 말도 아니잖아.”
“그건 맞지만, 기분 안 나쁘세요?”
“나쁠 이유가 있나. 명확하게 말해서 대필 작가 맞아. 이런 걸로 성내고 그러면 쓰나. 애도 아니고.”
부드럽게 웃었다.
“하나만 생각해. 누가 뭐라고 해도 이 타이탄이라는 소설은 세상에서 잊혀진 사람들의 이야기야. 그들을 세상에 알리는 게 주목적이고. 대필 작가라고 욕먹든 어디에서 철퇴 같은 게 날아오든, 까놓고 말해서 무슨 상관이냐.”
어차피 나는.
“작가 생활 같은 거 할 생각 없어. 그러니 괜히 이런 거에 성 내지 말고 마음이나 다시 잡아.”
묘한 표정의 정빈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빈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한테 사랑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모든 사람들한테 미움받는 것도 아니야. 욕하는 이들만 보지 말고 응원하는 사람을 봐.”
정빈이 웃었다. 이런 사람이구나, 그런 표정이다.
“형님, 전부터 느낀 건데 좀 재미있는 사람인 거 같습니다.”
“내가?”
“예. 뭔가 미래에 뭘 할지 궁금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실없는 소리 하지 말고.”
머쓱하게 웃은 정빈이 내게 묻는다.
“형님. 그런데 가셨던 일은 잘 해결되신 겁니까?”
“대충은.”
“무슨 부산에서 형님이 시청 국장이랑 경찰청장, 그리고 광안리 미친놈들 길드의 마스터를 호출해서 S급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던데. 그거 맞아요?”
말없이 웃었다.
* * *
그 시각 윤영수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조용한 목소리로 윤영수가 말했다.
“그렇습니까?”
-네. 그래서 당분간은 여기 스위스에 있어야 할 거 같아요.
“그럼 저희도 이곳에서의 일이 해결되는 대로 합류하겠습니다.”
-미안해요. 이런 일은 제가 직접 가야 하는 건데.
“아닙니다. 이성재나 대통령이나, 그 정도 인물들을 상대하는 데에는 마스터가 나서실 필요 없습니다.”
워치 너머의 진송이가 작게 웃었다.
-정말 괜찮겠어요? 우리 비서실장님, 또 ‘옛날’처럼 막 나가는 거 아닌가 몰라.
“걱정 마십시오. 다 수습 가능한 선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윤영수는 진지했다.
지금까지, 구원 길드가 대한민국에 해 준 게 얼마인가.
솔직히 말하면 셀 수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게이트가 나타나면 진송이가 가장 먼저 협회에 요청을 한다. 타국에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게이트가 나타나면 가장 먼저 진송이를 부른다.
진송이는 대한민국이 강대국으로 있을 수 있게 지탱하고 있던 기둥 중의 기둥이다. 그 기둥을 그들은 지금까지 이용해 왔다. 윤영수는 알고도 가만히 있었다.
마스터인 진송이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았으니까.
진송이가 너무 착했으니까.
조금만 더 욕심을 가져 줬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진시후의 등장으로 진송이가 욕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좋은 징조다.
윤영수는 그동안 미뤄 왔던 그 일들을, 지금 하려고 한다.
-고마워요. 제가 비서실장님 아니면 또 누굴 믿겠어요.
짧게 통화한 뒤 윤영수가 워치를 껐다.
그리고 건너편에 앉은 중후한 인상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까 뭐라고 하셨죠?”
“어…… 그러니까, 진송이 씨가 서울로 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어렵지 않나……. 지금처럼 윤영수 씨가 서울에 구원 길드 2군을 만들고, 그 2군으로 게이트를 클리어할 때 진송이 씨에게 원조를 요청하는 식의, 그런 편의를 봐주는 식으로 진행을 하고 싶…….”
“총리님.”
현재 대한민국의 총리, 성길수는 잠시 미간을 구겼다.
이렇게 말이 끊길 줄은 몰랐다.
아니, 감히 누가 총리의 말을 끊는가.
무어라 따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너무 당황했기에.
윤영수가 품에서 담배를 꺼내 물더니 그대로 불을 붙인 것이다.
“……지금 뭐 하는……?”
연기를 한 번 내뿜은 윤영수가 표정 없는 얼굴로 성길수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 시선에 성길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눈앞의 윤영수는 A+급 각성자이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인 구원 길드의 비서실장이다.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담배는 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기 금연 구역입니다.”
윤영수가 피식 웃었다.
“금연 구역…… 그렇군요. 법을 그렇게 잘 지키시는 분이셨나 봅니다.”
웃는 얼굴 그대로 윤영수가 담배를 집어 들고는 그대로 눈앞에 있는 술잔에 집어넣었다.
치지직.
그 소리가 성길수는 마치 천둥처럼 들렸다.
말은 안 했는데 저 술잔, 방금 성길수가 따라 준 거다.
“서로 입장이라는 게 있고, 그래서 지금까지 이렇게 양보해 왔는데 이게 뭡니까?”
“……예?”
“편의를 봐주겠다? 지금 저랑 장난하십니까?”
성길수가 침을 꿀꺽 삼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