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38)
#제38화
“편의는 우리 구원 길드가 지금까지 봐준 걸 편의라고 하는 겁니다. 뇌물 받고 뒤에서 공작질하고, 이딴 거 그냥 다 건너뛰고 깔끔하게 정리하겠습니다.”
“……말씀해 보시죠.”
“구원 길드는 앞으로 서울에서 활동할 겁니다. 또한 대한민국 전역에 나타나는 SS급 이상의 게이트에 대해 우선 클리어권을 가질 겁니다. 입찰도 안 합니다. 합류하고 싶으면 구원 길드에 정식으로 요청을 하면 됩니다. 몇몇 길드는 데리고 함께 클리어하는 융통성 정도는 가지고 있을 테니 걱정 마시고요.”
“……저 그건 좀…….”
“그리고.”
어찌 보면 이게 결론이었다.
윤영수가 그대로 다리를 꼬았다.
“총리님께는 개인적인 감정이 없는데,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여기 왜 나오셨습니까?”
“……예?”
“여기 왜 나왔냐고.”
윤영수는 단순히 분위기만으로 지금 정치 기술로 총리에 오른 성길수를 압도하고 있었다.
“왜 권한 없는 놈이 나와서 내 시간을 낭비하냐 이겁니다. 지금 제가 부탁하는 걸로 보이십니까?”
“…….”
“대통령이 살 만한가 봅니다. 이제 슬슬 레임덕 올 때라 긴장 많이 해야 할 텐데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
험악한 표정의 윤영수가 담배를 한 모금 빨며 말을 이었다.
“제 말 대통령한테 그대로 전해요. 건방지게 권한 없는 놈 데려다 앉히지 말고 직접 오라고.”
성길수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 붉어진 그의 얼굴은, 노련한 정치인이 보이면 안 되는 표정이기도 했다.
그 정도로 화가 난 거다. 그런데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딱 한 단어가 머릿속에 꽂힌다.
권한 없는 놈.
개 같은 새끼가, 지금 감히.
주먹이 부르르 떨렸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말을 깜빡했네. 30분 줄게. 30분 안에 내 앞에 대통령이 앉아 있지 않으면 일이 커질 겁니다. 총리님은 이만 가 봐요.”
반말과 존댓말을 교묘하게 섞어서 하는 윤영수의 화법에 성길수는 여전히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구원 길드의 힘은 그 정도다.
그리고 지금 구원 길드가 제대로 칼을 갈았다는 것을 성길수는 확실하게 눈치챘다.
괜히 여기서 뭐라고 해 봤자 얻는 것도 없다. 성길수는 상황을 가장 냉철하고 확실하게 파악한 거다.
그렇게 성길수가 밖으로 나갔고, 이어서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와, 형. 진짜 칼 제대로 갈았구나.”
홍현이다. 구원 길드에서 진송이 다음으로 강한 순수 SSS급 각성자.
그에게 윤영수가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굽신댔던 거지. 너도 알잖아. 마스터가 지금까지 너무 욕심이 없었다는 거.”
“그건 맞지.”
“없을 만도 해. 그냥 지금처럼만 해도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노는 강자니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마스터조차 어떻게 할 수 없는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잖아.”
홍현이 팔짱을 끼며 벽에 등을 기댔다.
음.
“그 사도라는 애들이 그렇게 세?”
“어, 너랑 마스터가 합을 맞추면 한 명 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전에 텍사스에서 나타났던 99번째, 걔는 둘로도 어려울 거 같더라.”
윤영수도 나름 보는 눈이 있다. 직접 카르마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진송이의 워치 기록을 건네받았다.
그 워치에 찍힌 카르마의 힘은 진짜다.
홍현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졌다.
“재미있네.”
“넌 재미있겠지.”
윤영수는 담배가 들어 있는 잔을 옆으로 대충 치운 뒤 술병을 그대로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댔다.
“마스터는 더 성장해야 돼. 지금까지도 그 끝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고유 각성자가 고작 판교에 박혀서 자잘한 게이트만 클리어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안 되지.”
“물론 마스터가 그렇게 양보하고 또 양보해서 대한민국의 각성자들 수준이 전체적으로 오른 건 맞아. 그런데 보니까 알겠더라. 물량 싸움으로는 안 된다는 거. 양보다는 질로 가야 돼. 현아.”
“왜?”
“너도 빨리 +찍어. 적어도 다음 주부터는 바빠질 테니까, 마음의 준비 제대로 하고.”
와.
“지금 내 걱정해 주는 거야?”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홍현은 구원 길드의 최고 전력 중 하나니까.
고유 각성자가 아니다 뿐이지, 전 세계에서도 극히 드문 SSS급 각성자다.
“그리고 2타격대장이랑 같이 정복자 길드에 한번 갔다 와. 거기 이성재, 기어오르지 못하게 경고도 좀 해 주고.”
이성재는 정복자라는 길드를 운영하는 각성자다.
이게, 대격변 이후 시대가 바뀌어서 각성자들이 게이트를 클리어하려는 목적으로 법인을 세울 때 그 법인을 보통 길드라고 한다.
말이 길드지 그냥 회사나 다름이 없다.
유통부터 생산, 엔터테인먼트 등등, 온갖 것을 다 손댈 수도 있는 게 길드인데 정복자는 서울에 터를 둔 길드로서 시가 총액이 무려 1조 달러 가까이 되는 대기업이다.
길드 마스터이자 회장인 이성재는 구원 길드의 진송이와 사이가 좋지 않다.
과거에 있었던 악연 때문인데, 그 악연이 생각보다 매우 질겨서 지금까지도 쭉 이어져 오고 있다.
진송이가 마음을 정한 이후, 윤영수는 곧장 언론사들을 움직여 구원 길드가 서울로 본사를 옮길 거라는 기사를 퍼트렸다.
그리고 그에 맞서 미국과의 약속이니, 정복자 길드와의 악연이라느니, 사람들은 진송이가 판교에서 지금처럼 서울로 오가는 식으로 활동하는 게 더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느니.
온갖 웃기지도 않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게 다 정복자 길드가 뒤에서 사주한 거다.
물론 최근에 진시후가 정복자의 하위 길드인 나랏님 길드와 마찰이 있었다. 당시 CCTV를 비롯한 모든 기록을 삭제해서 지금 난리가 난 상황인데, 여러모로 정복자와 얽히는 일이 많다.
한 번쯤 제대로 된 경고를 해 주긴 해야 했다.
그래서 홍현더러 갔다 오라는 건데, 돌아오는 홍현의 답이 가관이다.
“죽여도 돼?”
윤영수의 대답은 더 가관이었다.
“말이 안 통하면 죽여.”
* * *
이성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붉어질 대로 붉어진 그의 표정은 지금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뭐라고?”
“우리 비서실장님이 전하래. 그만 나대라고.”
“……이 새끼들이 단체로 미쳤나. 약이라도 처먹고 왔어? 응?”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홍현은 분노하고 있는 이성재와는 달랐다.
매우 여유로웠다. 홍현이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터트렸다.
“솔직히 우리 까놓고 한번 말해 보자. 네가 기어오른 건 맞잖아.”
“……이 새끼가…….”
“적당히 해, 적당히.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아 준 거면 충분하잖아. 어디까지 기어오르게? 이러다 네발로 히말라야 등반이라도 하겠어.”
이성재가 쾅,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책상이 그대로 조각난다. 구석에서 뒷짐을 진 채 바라보고 있던 정복자 길드의 부길드 마스터 김선재가 눈을 질끈 감았다.
또 부쉈네. 저거 구하기 어려운 건데.
이성재가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서울로 올라오고 싶냐? 그런데 그게 쉬워?”
“어렵지는 않던데? 그동안 우리 마스터가 별 욕심을 부리지 않았을 뿐이잖아. 하는 건 쉬워.”
“……단체로 미친 게 맞네. 미국과의 관계는? 정치권의 압력은? 국민들의 의견은? 그딴 걸 다 무시하겠다? 적당히 해라. 그냥 판교에 처박혀 있어. 너희는 그게 어울…….”
“미안한데, 말은 정정하자. 미국과의 관계가 아니야. 미국의 고유 각성자인 제이미 윌슨과의 관계지. 그동안 놀아 준 거면 충분하잖아.”
“놀아줬다?”
“웃기지도 않은 협정에 어울리는 건 여기까지야. 제이미 윌슨이 이 일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으면, 아마 일이 꽤 커질 거야.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마 두 쪽 나지 않을까?”
“미쳤군.”
“성재야. 걔가 괴물인 건 우리 구원 길드에서 기르는 돼지도 알아.”
‘돼지’는 구원 길드 예비 타격대에서 기르는 도베르만의 이름이다. 도그쇼 그랜드 챔피언이기도 하다. 여담인데 기존에 진시후의 도플갱어가 기르던 도베르만이 이 돼지의 혈통이다.
홍현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리 마스터도 그에 못지않아. 그리고 미국을 무시하는 건 아닌데, 솔직히 너도 알잖아. 나한테 하루만 주면 놈을 따르는 미국의 각성자들을 다 죽일 수 있다는 거.”
충분히 홍현은 그럴 능력이 있다.
“물론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너의 거취겠지. 일이 그렇게까지 되면 너도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야. 내 손에 죽을지 마스터 손에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넌 무조건 죽어. 살 가능성? 없어. 그리고.”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는 듯, 홍현이 실소를 터트린다.
“정치권은 걱정 안 해도 돼. 네 생각과는 다르게 오늘 중으로 전부 처리될 테니까. 국민들의 의견? 아마추어도 아니고 오늘 왜 이래. 생각이라는 걸 할 줄 아는 사람 새끼면 반대할 리가 없잖아.”
“너희들의 의견과 다른 사람들은 전부 무시하겠다? 구원 길드가 이렇게 막 나가는 길드인 줄은 몰랐네. 아, 아니지, 내가 실수를 했네. 구원 길드는 원래 양아치 새끼들만 모아 놓은 데잖아.”
“뭔 소리야?”
“8년 전 사건을 잊었나? 기억력이 그 정도로 형편없는 줄은 몰랐는데.”
홍현이 피식 웃었다.
이건 웃지 않는 게 이상했다.
간단했다.
이성재와 진송이의 악연은 정확히 8년 전 ‘그 사건’에서부터 시작됐다.
여기서 말하는 그 사건이란, 8년 전에 발생했던 A급 게이트에서 진송이가 정복자 길드의 길드원들과 마찰을 빚었던 그 사건을 이야기한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그 게이트에서 살아 돌아온 것은 오직 진송이 하나뿐이었으니까.
“우리 마스터가 그러더라. 그때 그 게이트에서 정복자 길드원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
“그 정도였으면 그러려니 했을 거야. 나름 각성자들이면 다툼 정도는 있어 줘야지. 그런데 보스 몬스터를 잡는 마스터의 뒤통수를 치는 건 선을 많이 넘은 거잖아. 그래서 전부 죽였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당방위 아니야?”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지.”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라.”
앉아 있는 홍현의 옆으로 이성재가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몸을 굽혀 홍현을 노려보았다. 홍현이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마지막 경고다. 구원 길드가 서울로 올라오는 일은 없어. 그러니 다시 짐 싸서 판교로 꺼져라.”
홍현이 깊은 한숨을 터트렸다.
“말귀를 못 알아 처먹는 건 여전하네. 성재야, 경고는 네가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는 거야.”
“……뭐?”
“딱 하루 줄게. 기사 전부 내려. 그리고 앞으로 구원 길드가 하려는 일에 훼방 놓지 말고. 이 중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지키지 않을 시 넌 죽어.”
이성재의 눈이 붉어졌다.
분노로 실핏줄이 터진 거다.
“원래는 우리 비서실장님이 말 안 들으면 그냥 바로 죽이랬는데, 내가 또 정이 많잖아. 옛정을 생각해서 하루 정도는 줄게.”
홍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구석에서 팔짱을 낀 채 등을 기대고 있던 2 타격대장 윤지후에게 눈짓했다. 나가자고.
어깨를 으쓱한 윤지후가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간다. 그 뒤를 따라가려는 홍현에게 이성재가 말했다.
“많이 컸네. 내 뒤나 졸졸 따라다니던 꼬맹이 새끼가.”
홍현이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말했잖아. 옛정이라고.”
“…….”
“잘 생각해. 비서실장님이나 마스터가 직접 안 오고 왜 내가 여기 왔는지. 우리는 정도를 지켜. 그런 길드거든. 그런데 그게 어려워지면 그땐 우리도 어쩔 수 없어. 이번만큼은 절대로 물러설 수 없거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