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44)
#제44화
게이트 클리어 보상이 어떻든, 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 게이트의 클리어 조건인 탐을 제거하는 것이다.
전과는 달랐다.
멀리 갈 거 없이 상태창의 내용이 그것을 증명했다.
[이름 : 진송이] [직업 : 구원 길드 길드 마스터] [*칭호 : 광명술사] [레벨 : 597] [현재 등급 : *미정] [잠재 등급 : *미정] [업적 : 149] [스텟] [힘:SS+] [민첩:SSS+] [지능:SS] [체력:SS+] [마나(내공):SSS+] [잔여 스텟 포인트 : 10]스스로가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전보다 훨씬 더 성장했다는 거.
전부 다 인식했다.
살아온 세상을 바꾸고, 스스로의 위치를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상대해야 할 적들의 수준을 스스로가 확인해야 한다.
하늘을 뚫었다.
그리고.
그대로 멈칫했다.
순간 떠올렸다. 실수.
뒤늦게 자연기를 끌어 올린 뒤 손을 뻗었다.
진송이의 손끝에 멀리서 뻗어 온 섬광이 닿는다. 진송이의 몸이 뒤로 밀린다. 사방으로 부서지며 날리는 섬광은, 이렇게 표현하긴 조금 그렇지만 매우 아름다웠다.
그대로 손을 털어 냈다.
정면을 바라보았다.
앞서 행동으로 보였듯 진송이는 웬만한 일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특히 각오까지 굳세게 다짐한 순간에는 눈에 보이는 게 없다.
그런 진송이의 각오는 흔들리지 않았으나 평정심이 흔들렸다.
하늘 위에 있던 이 풍경을 보게 된다면 진송이가 아닌 그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끔찍했다.
모든 것이 어두웠고 허공에는 피처럼 보이는 것들이 떠다녔다. 마나는 흉포했고 공기는 썩었으며 바람은 차디찬 설산에서 부는 피리 소리 같았다. 냄새도 고약했다. 하수구 냄새는 애교처럼 보일 그런 냄새가 코를 찌른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기절했거나 정신이, 나갔을 거다.
순식간에 온몸이 으슬으슬해진다.
선악(善惡).
누구는 말한다. 무엇이 악하고 무엇이 착한가.
진송이는 모든 것이 주관적이라고 말해왔다.
주관에 의해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있고, 나쁜 사람도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객관적인 건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선의 존재와 악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명백히 선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니까.
당연히 악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희망이 없는 악.
생명을 소멸시킬 악.
그게 지금 눈앞에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들은 악(惡) 그 자체였다.
그리고 정면에서 떠돌아다니는 저 거대한 연기 덩어리.
형체가 없는 저것은, 이 공간에 있는 것들을 지배하는 듯했다.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저것이 바로 탐이다.
이 게이트의 클리어 조건.
진송이의 몸에 빛이 스며들었다.
어둡고, 칙칙한 공간에 거대한 광채가 생겨나자 탐이 반응했다. 소름 끼치는 일은 이때 벌어졌다.
연기였던 그것이 ‘눈’을 뜬다.
한 쌍의 눈이라든가, 그런 게 아니었다.
곳곳에 사람의 그것처럼 너무나도 선명한 눈동자가 수백 개, 아니 수천 개 이상 있었다.
일반 각성자들보다 이미 한 단계 성장한 진송이조차 이럴진대, 다른 각성자였다면 저 모습을 보자마자 오줌을 지렸을 거다.
여러모로, 여태의 게이트와는 달랐다.
대자연의 힘을 끌어모았다. 진송이의 주변이 불타오른다.
악을 집어삼킬 듯한, 너무나도 거대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진송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의 주변으로 ‘불타오르는 광명구체’가 떠올랐다.
무려 열 개다.
진송이가 손을 뻗는다.
열 개의 구체가 빛을 뿜어냈다.
열 줄기의 불타오르는 섬광이 뻗어 나간다.
가장 먼저 탐의 눈깔을 갈기갈기 찢었다.
이후, 다시 한번 빛을 뿜었다.
그대로 탐의 몸을 관통했다.
-@$@$@@@!!
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처음 들어 보는 언어였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저 탐이라는 존재가 매우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자리를 박찼다.
흩어진 탐을 향해 나아가던 진송이가 고개를 옆으로 젖힌다. 연기였다. 연기의 형태를 한 한 줄기 선이 허공에 그어져 있었다.
마치 와이어 같다고 해야 할까. 저기에 스치면 단순히 절단되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즉시, 진송이가 걸음을 멈췄다.
곳곳에 선이 그어져 있었다.
‘……언제부터 있던 거지.’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코앞, 다리 앞, 팔 앞.
정면에 있는 모든 것에 흐릿한 선이 그어져 있었으니까.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확히는 절반만 돌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머리 뒤쪽에도 선이 그어져 있었으니까.
포위됐다.
-$@@$@@~~
비웃는 듯한 탐의 목소리가 하늘 전체에 울린다.
공간 전체가 말려들어 온다. 공기가 무거워진다. 몸 전체에 엄청난 압박이 밀려들어 왔다.
자연기를 깨닫지 못했더라면 분명 이 자리에서 죽었을 거다.
진송이의 주변으로 다시 한번 열 개의 구체가 떠올랐다.
‘도박인데, 한번 해 볼까.’
시간의 방에서 진송이는 탈혼기의 힘과 자연기의 힘을 명확하게 깨달았다.
자연기의 힘은 분명 대단하다. 탐의 공격을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였고 탐을 제대로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탈혼기를 온전히 깨우쳤다면 어땠을까.
탈혼기를 온전히 깨우쳤다면 이 게이트를 클리어하는데 5분도 안 걸렸을 것이다.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생각한 게 이거다. 도박 중의 도박.
이내 광명구체가 일제히 진송이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 힘을 그대로 흡수했다. 광채가 짙어진다.
심장이 크게 뛴다. 몸의 핏줄이 돋아난다. 시야가 맑아지고 감각이 예민해진다.
띠링!
[일시적으로 종을 초월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2배 상승합니다.]진송이가 왼쪽으로 손을 휘저었다.
그어져 있던 선들이, 그것도 겹겹이 쌓여 시야를 확보할 수조차 없을 그 선들이 일제히 끊어진다. 진송이가 옆으로 이동했다.
잔상이 남을 정도의 속도였고 그 결과 뒤늦게 진송이가 있던 자리에 탐의 공격이 쏟아진다.
진송이가 고개를 들었다.
하아.
그녀의 입에서 흰색 연기가 피어오른다.
과부하였다.
허용되지 않은 힘을 허용되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한 대가.
시간의 방에서 진송이는 공격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면서 대자연의 힘을 깨우쳤다. 그 방식처럼 광명구체를 몸 안에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
분명 탈혼기를 온전히 깨우치지는 못하겠지만 광명구체에 담긴 힘을, 몸 안에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신체 강화’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도박은 성공했다.
이제는, 해 볼 만했다.
진송이가 자리를 박찼다.
잔상만이 남는다. 탐의 본체가 코앞에 있다. 즉시 오른팔을 뻗었다.
[염양신마결(炎陽神魔訣).] [5장 횡소천군(橫掃千軍).]불의 파도가 생겨난다. 그 길이가 무려 수십 미터다.
탐의 몸이 그대로 반으로 갈렸다. 갈린 부분에 불꽃이 달라붙는다.
-!@%@@@!!!!!
고통 어린 탐의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확신했다. 최소 두 번.
두 번 정도만 공격하면 탐을 죽일 수 있다.
다시 공격을 이어가려던 그때였다.
우뚝, 몸이 멈춘다. 목 아래에서 무언가가 올라온다. 다시 삼켰다.
하지만 주르륵,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주저앉고 싶었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이 통증들은, 그 정도였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은 고통스러웠고 온몸의 혈관들이 의지를 벗어나 춤을 춘다. 속이 울렁거렸다. 다시 올라온다.
쿨럭.
피를 토해내고 말았다. 엄청난 양이었다.
진송이는 볼 수 있었다.
매우 어중간한 모습으로 하늘에 떠 있는 탐을.
저건 누가 봐도 도망치려다가 상황을 살피는 듯한 모습이었다.
탐의 몸에 붙었던 불꽃들이 사그라진다. 이어서 탐의 몸에 붙어 있던 수천 개의 눈들이 휘어졌다. 누가 봐도 웃는 형태다.
이를 악, 물었다.
멈추면 안 된다. 더 공격해야 한다.
강제로라도 자리를 박차려던 그때였다.
어깨에 손 하나가 턱 올라온다.
“조금 더 기다려 줄까 했는데, 이 이상은 안 되겠어.”
시후였다.
“탈혼기는 아직 이야. 광명구체라고 했지? 그걸 사용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몸 안에 그걸 넣는 건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을게. 그거 아니야.”
“……얼마나 지났니?”
“30분.”
그때였다. 다시 한번 공간이 조여 온다.
진송이가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시후가 먼저 반응했다.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청명한 소리와 함께 주변 공간이 와장창 깨진다.
파편이 하늘 아래의 하늘로 흘러내렸다.
“오해하지 마. 누나가 저걸 못 잡는 게 아니야. 그저.”
“시간이 걸릴 뿐이지.”
“맞아.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대충 10시간 정도면 누나 혼자서 잡을 수 있었을 거야. 다른 고유 각성자가 있었으면 6시간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 같고.”
시후가 고개를 돌려 연기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저거랑 비슷한 게 앞으로 또 안 나올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 여기까지만 해. 7명의 고유 각성자, 잊지 않았지?”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이미 제한 시간이 꽤 흐른 상태다. 진송이가 시간을 확인했다.
정확하게 남은 시간은 71시간 하고도 15분.
결국 진송이가 손을 내렸다.
“잘했어.”
시후가 진송이의 몸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순식간에 진송이의 몸이 안정된다. 진시후가 말을 이었다.
“보고 잘 느껴 봐.”
진시후가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후, 오른손과 왼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허공이었지만 분명 바닥은 존재한다.
천천히 진시후의 양쪽 손바닥에서 화르륵 흰색 불꽃이 피어오른다.
굉장히 진했다.
순식간에 열기가 차오른다. 진송이는 느꼈다.
이게 가능한 건가.
백색인 저 불꽃에서 느껴지는 ‘열기’는 최소 몇천 도가 넘는 것 같았다. 아는 이들은 알겠지만 백색 불꽃은 1,300~1,500도에서 보이는 색이다.
저 정도의 온도면 푸른색이 보여야 하겠지만 그냥 백색이었다. 그것도 기이한 연기를 품고 있는 백색 불꽃.
상식이 부정당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시후가 그대로 양손을 맞잡는다.
불꽃이 합쳐지며 더욱더 거대한 불꽃이 되었다.
[백련교(白蓮敎) 성화칠결(聖火七結).] [6장 염화침식(炎火侵蝕).]불꽃이 퍼져 간다. 흉포하고 어두웠던 공간들이 일제히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무너져 내리는 공간을 바라보며 진송이는 허탈해했다.
저걸 부숴 보려고 그렇게 개고생을 했는데.
그렇게 생각한 그때였다.
-@$%@@@@!!
기이한 괴물의 소음이 울린다. 진송이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아까 느꼈던 작은 공간이 순식간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보인다.
탐이라 불리는 것의 본체.
그것은 너무나도 기이했다.
모든 것이 검은색이었다. 주변 전부를 집어삼킬 듯한 그런 검은색.
저 근처에는 흰색이라는 것 따위가 없는 것처럼, 불길함과 흉포함만이 남은 그 존재는 머리가 한 개, 팔이 네 개, 다리가 네 개인 괴상한 형체를 하고 있었다.
그가 자리를 박찬다. 그가 움직이는 자리들이 모두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진송이는 보았다.
시후가 그런 탐을 향해 손가락을 튕기는 것을.
[백련교(白蓮敎) 성화칠결(聖火七結).] [1장 파천탄지결(破天彈指訣).]타오르는 흰색 불꽃이 한 줄기 점이 되어 뻗어 나간다.
푸욱.
그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멈췄다. 시간마저 멈춘 듯했다.
진송이는 진심으로 그리 느꼈다.
그렇게.
띠링!
[별 #2403은 이 시점으로부터 Phase 2에 진입합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