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47)
#제47화
진송이가 말했다.
“회장님, 그 소설은 ‘실화’입니다.”
-……내가 가는 귀가 아직 안 먹었는데, 지금 실화라고 하셨소? 그 ‘소설’이?
“소설 읽어 보셨다면서요. 초반 부분이랑 뒷부분에 항상 들어가 있을 텐데요. ‘이 소설은 실화입니다.’라고.”
-……이거, 농이 지나치시구려.
“죄송합니다만, 회장님. 이건 농담이 아닙니다. 소설 15화에 등장한 정효주와 정성주는 회장님의 따님과 아드님이 맞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타이탄에서 사망했고요.”
이윽고, 건너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정재석 회장이다.
그가 웃고 있는 거다.
-나와 농담을 하자는 게 맞았구려. 좋아. 내 어울려 드리지. 그 소설이 실화라면 지금 멀쩡히 사업하고 있는 효주와 성주는 대체 무엇이오?
진송이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도플갱어입니다.”
-……도플갱어? 그 도시 괴담?
“도시 괴담이지만 이번에는 진짜입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그들은 도플갱어이며, 그들은 스스로를 사도라 칭합니다.”
-……돌겠군. 진송이 각성자가 이토록 허무맹랑한…….
“회장님, 제 동생 행세를 하던 도플갱어는 200번째 사도였습니다.”
정재석의 말이 우뚝 멈춘다.
“회장님의 자제분들은 타이탄이라는 세상에서 이미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금 지구에 있는 정효주와 정성주는 도플갱어입니다.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
“믿기 힘드신 거 압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자리를 마련해 주시면 눈앞에서 직접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건너편의 정재석은 잠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송이 각성자, 그대는 지금 진심이군.
“예, 회장님. 전 진심입니다.”
-그대 정도의 인물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할 일은 없고, 또한 시답잖은 장난 같은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 하지만.
조용히 있었다.
-이게 장난이라면 아무리 진송이 각성자가 대한민국의 영웅이어도 각오해야 할 거요.
노인 같은 말투에서 순식간에 중장년의 그것처럼 변한 정재석의 말투에도 진송이는 개의치 않았다.
앞서도 말했듯 정재석은 매우 정정하다.
나이가 70대지만 신체 나이는 40대일 정도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온갖 보양식이란 보양식은 다 챙겨 먹는다.
그의 특징 중 하나는 진지해질 때, 지금처럼 말투가 변한다는 거다.
-내일 본사 회장실을 비워 놓지. 그곳으로 오시게.
“네, 회장님.”
* * *
정재석 회장.
그는 흰색 머리에 흰색 수염을 한, 거구의 노인이었다.
정말 거구라는 단어 하나로 전부 설명이 가능했다.
190cm에 육박하는 거대한 키와 80kg의 적당한 몸무게.
심지어 근육질이다.
눈빛은 아직도 총명했으며 신체의 내부와 외부에 문제 있는 부분은 거의 제로에 수렴했다.
진송이와의 회담은 크게 어려운 부분 없이 잘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도플갱어니 뭐니 하는 소리를 정재석은 믿지 않았다. 정재석뿐만이 아니라 그냥 그 누가 들어도 믿지 못했을 거다.
그룹 총수의 자리에 앉아 있는 정재석은 진송이의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정천 그룹의 지분을 약 11%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로서 어제부터 시작된 ‘한 달의 휴식기’ 동안 무언가 중요한 것을 제안하기 위해서.
그 제안은 별게 아니었다.
아마 높은 확률로 구원 길드와의 협업이겠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나 한번 들어나 보자.
그래서 자리를 마련한 거다. 그 외의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문제가 생겼다.
“당사자끼리의 대화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랬죠.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네요.”
“그건 내가 할 소리야. 왜 저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온 겐가?”
“제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왜 여기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거죠?”
이 대화가 오가는 배경은 매우 단순했다.
일단.
진송이는 진시후와 단둘이서 오지 않았다.
구원 길드에는 총 네 명의 강자가 있다.
다른 이들은 차치하고, 진송이 다음으로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남자.
그는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유명한 남자다. 주로 불을 다루는 것이 특징인 그는 구원 길드의 제1 타격대장을 맡고 있다.
지금 입구 쪽에서 후드를 뒤집어쓴 채 뒷짐을 지고 있는 저 남자가 바로 구원 길드의 제1 타격대장 홍현이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굉장히 특이한 복장의 남자가 있었다. 펑퍼짐하면서도 매우 아방가르드한 바지를 입었으며 구두를 신었고,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건 확실히 해야 한다.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거지, 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니니까.
그의 엄청난 근육이 꿈틀거린다. 젖꼭지가 인사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투술의 전문가라 불리는 그는, 과거 UFC 헤비급 챔피언이기도 했다.
구원 길드의 제2 타격대장인 윤지후는 팔짱을 끼고 있었고, 그 옆에는 한낮에, 무슨 무도회장에 가는 것도 아닌데도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가면으로 얼굴까지 가리고 있었는데, 어딜 봐도 정상처럼은 안 보였다. 그녀가 구원 길드의 제3 타격대장이자 SS+급 각성자인 한정아였으며 그녀의 옆에는 앞선 세 사람과는 다르게 매우 평범한 복장의 여인이 있었다.
구원 길드 제4 타격 대장이자 S+급 각성자인 그녀는 허리춤에 검 한 자루를 채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소검 같았다.
이들이 바로 진송이가 데려온 사람들이다.
구원 길드의 간판이란 간판은 죄다 데려온 거다.
솔직히 이 인원이면 국가 전복을 한번 시도해 볼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다.
그리고 이들이 입구를 들어섰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정재석 회장은 정천 그룹에서 키우는, 그리고 지원해 주는 길드들을 전부 소집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길드는 총 네 개다.
진송이의 구원 길드.
이성재의 정복자 길드.
강찬희의 하이테크 길드.
에드워드 장의 검머외모임 길드.
이 중 에드워드 장의 검머외모임 길드의 최정예가 즉시 소집됐고, 정천 그룹 산하의 정천 길드에서 S+급 각성자가 모두 소집됐다.
지금 이 회장실 안에는 총 48명의 사람이 존재했고, 진송이 측은 진송이, 진시후, 비서실장 윤영수, 그리고 4명의 팀장, 이렇게 총 7명이었고, 정재석 측은.
그의 자식인 정효주와 정성주, 그리고 나머지까지 총 41명이었다.
서로가 많다고 이야기할 만한 수준이 분명했다.
진송이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많은 사람이 알아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허허. 이보시게, 진송이 각성자. 내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시작은 내가 아니라 자네가 하지 않았나?”
정재석이 다리를 꼬며 진송이를 바라보았다.
“저기 있는 자네의 동생, 진 작가까지는 괜찮아. 하지만 구원 길드의 정예는 아니야. 난 분명 당사자끼리의 대화라고 들었는데 말이지.”
“…….”
“자네가 먼저 저들을 돌려보내시게. 그럼 나도 돌려보내도록 하지.”
“회장님. 앞서도 이야기했듯 이건 많은 사람이 알아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극소수만 알고 있는 게 좋습니다.”
“극소수만 아는 게 좋다? 그런데 그리 말하는 것치고는 행동이 다르군. 분명 전화로 대화할 때와 지금 상황은 달라. 이게 누구로부터 시작이 된 거지?”
솔직히 다 까놓고 말해서 정재석 회장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룹의 오너라는 자리는 지킬 것이 많은 자리다.
아무리 진송이가 대주주라고 해도, 그리고 대한민국의 영웅이라고 해도 지금 진송이의 행동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력 시위처럼 보인다.
미리 언질을 준 것도 아니고, 진송이와 진시후, 단둘만 올 거라고 생각했던 정재석 회장의 입장에서는 그냥 뒤통수를 맞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진송이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이건 당연한 거다.
저기 앉아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저 두 연놈 중 하나를 맡아서 죽여야 하니까.
진시후가 말하기를 저들은 공간을 격리시킬 수 있는 기술을 쓴다고 했다.
홍현을 비롯해 구원 길드 최고 전력이 밖에 있을 때 저들이 공간을 격리하면, 그들은 그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없다.
한자리에 함께 모여 있는 게 낫다.
진송이는 자책했다. 이것까지 설명해 줬어야 했는데.
스스로 자책하며 한숨을 터트렸다.
조금 조급했었나 보다.
“회장님, 사과드리겠습니다. 비서실장님.”
“예, 마스터.”
“전부 데리고…….”
진송이가 말을 멈췄다. 말을 끊고 들어오는 목소리가 있었기에.
“히야……. 걔들 말대로네.”
조용히 커피만 마시며 프로 구경꾼이 되어 있던 진시후였다.
진시후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었으며 다리를 꼬고 있었다.
정재석 회장과 거의 같은 자세다.
진시후가 정재석을 바라본다. 정재석도 진시후를 바라보았다. 진송이도 바라보았고 윤영수도 바라보았으며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진시후를 바라보았다.
“걔들이 그러더라고. 우리 노친네 고집이 아주 똥고집이라고.”
“……진 작가, 이렇게 실제로 보는 건 초면인데 말을 참 이상하게 하시는구려. ‘걔들’이라고? 설마, 진송이 각성자가 이야기했던 ‘그것’을 이야기하는 거요?”
“그럼 그거 말고 이야기할 게 있습니까?”
“있으려면 있고, 없으려면 없는 건데 조금 의외구려.”
“뭐가요?”
“듣기로 진 작가는 성정이 매우 유하다고 들었는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마치…….”
“마치?”
“다른 사람 같구려.”
진시후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에 들려 있던 커피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무슨 검머외인지 뭔지 하는 길드랑 정천 그룹 산하의 길드의 각성자들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이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에게 진시후가 말했다.
“구경 끝났다. 구원 길드 애들이랑 여기 눈 뜨고도 제대로 못 보는 장님 회장님이랑 저기 눈 감고 있는 두 새끼 빼고 전부 나가.”
“……지금 뭐 하는……?”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
“지금 장님 눈 뜨게 해 주고 있지 않습니까.”
정재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던 그때였다.
“여기 애들 기절시켜도 되나?”
누나를 바라보며 묻는 진시후의 말에 진송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된 거다.
진시후가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그 소리와 함께, 진시후가 호명했던 이들을 제외한 모두가 그 자리에서 끈 풀린 인형처럼 허물어졌다.
정재석이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믿기지가 않았다.
저게, ‘그’ 진시후라고?
정재석뿐만이 아니었다. 자리에 앉아 침묵을 지키던 정효주와 정성주.
그리고 뒤쪽에서 각자의 자세로 지켜보던 구원 길드의 핵심 전력들까지.
모두가 멍했다.
지금 뭘 한 건지 이해조차 가지 않았다. 손가락을 튕기니까 30명이 넘는 이들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진시후가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정효주와 정성주, 그들의 뒤로 돌아간 진시후가 오른손으로는 정성주의 왼쪽 어깨를, 왼손으로는 정효주의 오른쪽 어깨를 짚었다.
“10년 동안 재미 보고 좋았지?”
진시후가 웃으며 고개를 내밀었다. 마침 고개를 돌리는 정효주와 눈이 마주친다. 두 사람의 얼굴은 거의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 있었는데.
진시후는 보았다.
이글거리고 있는 정효주의 두 눈을.
“눈깔 봐라. 연기는 그만해. 보기 안쓰러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
콰드득.
진시후는 가차 없었다.
망설임 없이 정효주의 어깨를 부숴 버렸다. 아니, 찢어 버렸다.
피가 왈칵 치솟는다.
그러고는 정효주의 두 눈깔을 찢어 버리려던 그때였다.
터억.
정성주가 손을 뻗어 진시후의 팔목을 붙잡는다.
“거기까지 해라, 진시후.”
진시후의 웃음이 짙어진다.
새끼가.
빠아아아악-!!
가차 없이 휘두른 진시후의 주먹에 정성주가 얼굴을 얻어맞으며 뒤로 날아갔다.
콰아아앙-!!
굉음이 터졌다. 방 하나 정도를 부순 채 날아간 정성주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에 묻어 있는 핏자국, 그리고 흘러내리는 피.
한눈에 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게 분명했다.
진시후가 걸음을 옮긴다. 미간을 구기고 있던 정성주가 자세를 잡는다. 정성주가 주먹을 뻗었다.
후웅.
고개를 옆으로 살짝 틀었다. 주먹이 허공을 스친다.
당연한 거지만 공격을 한 이후에는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진시후가 손을 들어 정성주의 얼굴을 그대로 잡아챈 뒤 쾅, 바닥에 내려찍었다.
“아까 뭐 했냐?”
“……이거…… 놔라.”
“버러지 새끼가, 누가 내 몸에 손대라고 했어?”
그대로 주먹을 내려찍었다.
콰아앙-!
정성주의 이빨이 죄다 부서진다.
“같은 의자에 앉아서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공기를 마시니까 막 동급으로 보이고 그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