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58)
#제58화
손에 힘을 주었다. 까드득.
“짐승 새끼가 왜 사람인 척을 해. 네가 할 일은 하나밖에 없어. 내가 묻는 말에 정직하게 답하고 조용히 처맞다가 뒈지는 거. 이해했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간다르바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모르는 것 같군.”
“뭐를?”
“누가 짐승인지.”
잠시 눈을 끔뻑였다.
말이 묘했다. 숨겨진 뉘앙스가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내 경험상 이런 느낌은 절대 무시하면 안 되는데.
그때였다. 간다르바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양쪽 눈, 입, 그리고 구멍이 뻥 뚫린 두 개의 손까지.
거슬렸다. 가만히 놔두면 귀찮아질 거 같아서.
그냥 머리를 터트려야겠다.
그 생각으로 주먹을 내지르려 어깨를 뒤쪽으로 당겼다. 힘을 주며 내려찍었다. 아니, 찍으려 했다.
간다르바의 다리가 내 주먹을 짚는다.
기괴했다. 신체 구조상 지금 이 구도가 맞나?
간다르바의 왼쪽 허벅지가 굽어져 있었다. 그 굽어진 상태에 추가로 종아리까지 굽어져 있었다. 발도 되게 이상하다.
무슨, 조류의 발 같다고 해야 할까.
발가락이 무려 세 개다.
다섯 개가 아니라 세 개.
“……이거 짐승이 아니라 조류 새끼였네. 아, 조류도 짐승인가?”
놈의 발가락에서도 빛이 몰려든다.
그렇게 아홉 줄기의 빛이 나를 향해 뻗어 왔다.
콰아아아앙-!!
뒤로 물러서며 먼지를 걷어 냈다. 손이 욱신거린다.
전에 상대했던 18번째랑은 확실히 다르다.
타이탄에서도 이런 강자는 드물다.
저 지탄, 아니, 총처럼 발사하는 저 기술은 꽤 위협적이다.
“이게 네 영역 전개구나.”
극의에 다다른 이들만이 사용하는 극한의 기술.
아까 심장을 터트리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다 준비 과정이었나 보다.
고개를 들었다.
간다르바는 하늘에 떠 있었다.
그는 ‘존 카터’의 얼굴이 아닌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지금껏 봐 온 사도들과 사뭇 다르다.
일단 얼굴이 길었다. 뿔도 없었다. 두 눈은 길게 찢어져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길었다. 등에 황금색 날개가 있었고, 두 다리가 새의 그것처럼 굽어져 있었다. 발톱도 있다.
그리고 양팔은 아까 보았던 것처럼 구멍이 뚫려 있었다.
손가락 자체가 없다. 혹시 탈부착이 가능한 건가.
슬쩍 내 손을 바라보았다. 길게 베인 상처가 여러 개 있었고, 그곳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까 쟤가 날린 섬광들을 전부 쳐 냈을 때 입은 상처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여러 개 있는데, 그냥은 답하지 않을 것 같구나.”
“그거 되게 잘못된 생각이야.”
“뭐라?”
“뭘 해도 답 안 해. 타이탄에서 고문도 좀 받아 봤거든. 그런데 오히려 고문하던 애들이 다 나가떨어지더라.”
어이가 없는지 간다르바가 웃음을 터트린다.
이어서.
그가 내 쪽을 향해 양쪽 손을 내밀었다.
빛이 몰려든다.
퉁.
그 소리가 난 것 같다. 순식간에 내 앞에 두 줄기의 빛이 닿아 있었다. 하나는 이마에, 하나는 명치에.
콰아아앙-!!
내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렸다. 간다르바가 미간을 구긴다.
“……호신강기의 수준은 내가 지금껏 본 그 어떤 것보다 단단하군.”
“칭찬이야? 고맙네.”
“…….”
간다르바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굉장히 싸늘하다.
할 말이 있는 표정이다. 기다렸다. 내가 이 정도 아량은 있다. 간다르바가 묻는다.
“언제까지 장난질을 할 생각이지?”
“장난?”
“왜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것이냐.”
턱을 긁적였다. 음, 눈치가 빠른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오히려 내가 궁금했다.
“동네 똥개랑 싸울 때 전력을 다하는 멍청한 새끼가 세상에 어디 있어?”
“…….”
“표정이 왜 그래. 아까부터 뭔가 되게 큰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너 사람 아니야, 인마.”
“…….”
“왜 사람 흉내를 내고 그래, 짐승 새끼가.”
간다르바는 결심한 것 같다. 그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그의 몸에서 찬란한 광채가 피어 나오기 시작했다. 말은 안 했는데 저거, 탈혼기다.
종을 초월한 존재들이 사용하는 기운.
솔직히 다른 사도들에 비해 기운의 운용이 월등했다.
‘그나마’ 제법 괜찮은 탈혼기의 고수 같다고 해야 할까.
그의 날개가 움직인다. 순식간이었다.
정말 순식간에 그는 내 옆으로 와 있었다. 공기가 찢어진다. 고개를 돌렸다. 그의 손이 뻗어 온다. 구멍 뚫린 손이 아니다. 손가락이 있었다. 발이랑 마찬가지로 세 개.
그 세 개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나 보다. 확실히 짐승이 맞다.
세 손가락이 뻗어 온다. 그대로 손을 들었다.
콰아앙-!!
뒤로 밀린다. 그의 발톱이 내 손을 움켜쥐었다. 그의 입이 벌어진다. 몰려들던 빛무리가 뻗어 나오기 직전, 오른쪽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쳤다.
퍼걱-!
간다르바의 턱이 하늘로 치솟는다. 빛은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갔다. 그때였다. 그의 두 발이 내 양쪽 허벅지를 붙잡았다. 팔도 마찬가지다. 그의 오른팔이 내 오른쪽 팔목을 붙잡는다.
사지가 전부 붙잡혔다.
“다시 묻지. 전력을 다할 생각은 아직도 없는 것이냐.”
음.
“그렇게 원해?”
“그래, 원한다.”
솔직히 나는 지구에 온 이후 단 한 순간도 전력을 다해 본 적이 없다. 아니, 전력이라고 할 수준까지 가지도 않았다.
간단했다.
나는 주먹을 주로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내 주무기는 무투 쪽이 아니다.
“그럼, 우리 거래 하나 할까?”
“……거래?”
“내가 전력을 다하면 내가 묻는 말에 답해. 거짓 없이, 순수한 진실로.”
간다르바가 고개를 끄덕인다.
“좋다.”
이렇게 판을 마련해 주는데 거절하긴 좀 그렇다.
잠시 눈을 감았다. 붙잡힌 사지를 향해 몸 안의 기운을 몰아넣었다.
파스스슥.
기묘한 소리와 함께 간다르바가 미간을 구긴다. 그는 망설임 없이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간다르바를 바라보다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쩌저적. 공간이 일그러진다. 아공간에서 나는 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검날의 길이가 2m는 될 법한 장검이었다.
정상적인 이가 보았더라면 대체 무슨 의도로 만든 검인지 의아해했을 거다.
길이에 비해 검신의 폭이 매우 얇았으니까.
과장 하나 안 보태고 내 손가락 한 마디하고도 반 정도다. 검날부터 검 등까지 길이가 딱 그 정도였다.
“……묘한 검이군.”
자주 들어서 대수롭지도 않다.
이 검은 내가 타이탄에서 6년 넘게 함께했던 검이다.
이 검으로 드래곤 로드의 목을 썰었다.
동대륙에서는 이 검을 천하검이라 불렀고, 서대륙에서는 신의 심판이라 불렀다. 둘 다 오글거리는 단언데, 나는 주로 천하검이라 불리는 편을 택했다.
“그런데, 후회 안 하겠어?”
“후회?”
“어, 보통 내가 검을 쓰면 상대하는 애들은 후회하더라고.”
“그럴 일 없다. 강자면 강자답게 전력을 다해라.”
원했던 일이니 어쩔 수 없다.
대치는 잠시였다.
아까처럼, 간다르바의 날개가 움직인다.
그는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말은 안 했는데 저 속도, 내가 축지를 사용하는 것과 거의 흡사하다. 그 정도로 빨랐고, 간다르바는 그 빠른 속도를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그는 아무런 반동 없이 순식간에 내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아까처럼 그의 다리가 뻗어 온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코앞을 스친다.
그리고.
서걱-!
간다르바의 다리가 하늘로 솟구친다.
“뭐…… 뭐냐!”
당황한 목소리로 고함을 내지르던 간다르바는 곧, 고통 어린 표정으로 미간으로 구기고 말았다. 그럴 만도 했다.
내 검이 간다르바의 명치를 꿰뚫었으니까. 그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푸욱, 그 소리가 뒤늦게 난다. 그대로 팔에 힘을 주었다. 근육이 부풀어 오른다. 검이 옆으로 이동한다. 서거거거걱, 섬뜩한 소리가 울리며 간다르바의 옆구리가 완전히 찢어졌다. 투두둑 쏟아지는 장기를 멍하니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간다르바가 뒤쪽으로 자리를 박차려 했지만 의미 없었다.
서걱-!
간다르바의 나머지 다리도 잘렸으니까. 이어서 그의 날개가 움직인다. 아니, 움직이려 한다.
곧장 팔에 힘을 주었다.
서걱-!!
그의 황금 날개 한쪽이 툭, 떨어진다.
눈을 끔뻑이는 간다르바를 향해 자리를 박찼다. 동시에 놈이 내 쪽을 향해 양손을 내민다.
둘 다 구멍이 뻥 뚫려 있었고 또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겨눈 자리에 나는 없었다.
공간을 접었다. 내 눈앞에는 간다르바의 뒷모습이 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의미 없었다.
푸욱-!
검이 간다르바의 목을 꿰뚫는다. 그의 두 눈에 비친 내 두 눈동자는 금색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쿨럭…….”
끝났다.
잔뜩 폼을 잡은 간다르바는 아마 나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탈혼기의 고수가 사용하는 ‘영역 전개’는 그 정도의 자신감을 준다.
쓸데없는, 그런 자신감.
짐승이 애교를 부리길래 잠깐 놀아 줬을 뿐이다. 모래사장에서 구른 것도, 빛무리를 모아 쏘아 내던 것도, 전부 그냥 놀아 준 거다.
장난을 언제까지 할 거냐는 간다르바의 질문은 정당했다. 나는 단 한 순간도 진심으로 힘을 다한 적이 없었으니까. 사실, 지금도 진심은 아니다.
간다르바가 땅에 처박힌다. 푸우욱, 모래사장 안으로 검이 파고들었다. 자연스럽게 피가 흐르고 있는 간다르바의 등에 앉았다.
울퉁불퉁한 돌덩이 위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괴물이 맞았군……. 말도 안 되는 힘이다. 그대의 편린은 지금의 나로서 도저히 감조차 잡을 수가 없군.”
잠시 그렇게 있었다. 간다르바가 여기에서 무엇을 하건 전부 의미 없다.
싸움은 끝났으니까.
“말했잖아. 후회할 거라고.”
“…….”
“너뿐만이 아니라 타이탄에서도 모든 애들이 후회했어.”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진심이다. 그리고.
“여담인데, 손을 좀 섞어 주고 합도 좀 맞춰 주면 상대가 항상 좋아 죽더라고. 그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좋지 못한 취미를 지녔군.”
“칭찬은 고마운데, 자, 이제 질문할게. 거짓 없이, 진실된 답을 말해 봐.”
“만약 내가 답하지 않는다면?”
웃고 말았다.
“안 하려고? 그러면 쉽게는 못 죽을걸. 내가 약속 안 지키는 새끼들을 되게 혐오하거든. 아마 네가 죽는 건 몇 년 후, 혹은 몇십 년 후가 될 수도 있어.”
타이탄에서도 그랬다. 나는 약속을 안 지키는 놈들을 인간으로 안 본다. 아니지, 인간으로 안 보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생명으로 안 본다. 쉽게 죽지 못하게 모든 이빨을 뽑아 버리고 재생 못 하게 불로 지져 버린다.
갈고리를 등에 꽂아 고정시킨 뒤 고문 기술자들을 초청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들을 펼쳐 보게 만든다.
최장기간 살아 있던 애가 8년이다. 그 8년도 내가 지구로 돌아올 기회가 생겨서 죽여 줬던 거지 여기는 지구다.
8년이 아니라, 두 자릿수 이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
“……물어봐라.”
“음, 뭘 물어볼까.”
“……이 새끼가 진짜…….”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난 이 도플갱어들한테 궁금한 게 없다.
도플갱어들이 ‘그분’이라 부르는 놈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이건 전에 상대했던 도플갱어가 자기들한테는 금제가 걸려 있다고 이야기했으니 질문을 할 필요가 없고, 굳이 지금 찾아갈 생각도 없다.
원래 세상이 그렇다. 부하를 전부 죽이고 나면 대가리는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쪽팔려서라도 무조건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 죽이면 된다. 혹은 하나하나씩 타고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스쳐 지나가며 만날 수도 있다. 그들의 목적?
사실 목적도 크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뭘 하건 전부 죽일 거니까. 전부 죽으면 하던 일도 전부 무의미해진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