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79)
#제79화
간단했다.
홍현은 지금 그냥,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시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 상태라면 30초?
한 20초 정도 후면 심장이 멈춘다.
내가 없었더라면 분명 그렇게 됐을 거다.
그대로 손을 뻗어 홍현의 머리에 올렸다.
“운 좋은 줄 알아, 인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연기가 반응한다. 머지않아 그 자연기들이 내 손으로 빨려 들어왔고, 그것은 곧 홍현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흐릿해졌던 홍현의 눈이 또렷해진다.
뚫렸던 몸의 구멍이 메꿔진다. 세포가 활성화되고 심장이 거세게 뛴다. 바닥까지 보이던 선천지기가 자연기로 가득 채워진다. 이 부분에서 한마디 덧붙였다.
“현아.”
“……예.”
“너 선천지기가 뭔지는 아냐?”
“모릅니다.”
당당했지만 어쩌겠나. 사실 모르는 걸 안다고 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은 없다. 묵묵히 말을 이었다.
“태초의 기운, 너라는 존재를 지탱하는 너만의 기운, 선천지기가 없으면 사람은 죽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맞아. 그 선천지기가 들어설 그릇을 자연기로 채워 넣었거든? 이거 전부 네 걸로 만들어야 돼. 오늘 집에 가서 한 며칠 동안 꼼짝하지 말고 명상해. 그런데.”
잠시 홍현의 얼굴과 어깨 쪽에 나 있는 거대한 흉터를 바라보았다.
“너 환골탈태 한 번 했었냐?”
“……예, 500레벨일 때 한 번 했습니다.”
“그런데 흉터가 그대로네? 이게 꽤 의미 있는 흉터였나 봐?”
홍현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조금 놀란 모양이다.
뭐 때문에 놀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충 설명부터 하면 이게 맞다.
환골탈태는 쉽게 말하면 신체의 재구성이다.
하지만 그 재구성의 바탕이 무엇인가.
영혼이다.
그렇다면 영혼을 이루는 것은 무엇인가. 선천적으로 태어난 기운을 넘어 ‘경험’이다.
영혼에 깊게 각인된 경험은, 정확하게 말하면 영혼에 깊게 각인될 정도의 상처는 환골탈태를 한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내 경우와 같다.
나는 환골탈태를 거의 수십 번은 넘게 했지만 몸의 흉터는 거의 그대로였다.
하나하나가 다 내게 의미 있는 흉터라 그런 거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기 공항에 전용기 대기시켜 놓을 거래. 그거 타러 가. 음, 갈 순 있지?”
“……예, 갈 수 있습니다.”
“그럼 됐어.”
“……진시후 씨는 어떻게 하려고 하십니까?”
“나? 여기 온 것처럼 다시 뛰어가야지. 아니면 여기 온 김에 누구 좀 만나고 가도 되고.”
그게 누구인지 홍현은 굳이 묻지 않았다.
홍현은 곧장 나를 향해 고개를 깊게 숙였다.
“오늘 이 은혜,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놈치고 지키는 놈 없더라. 다 나보다 먼저 뒈지더라고.”
“…….”
“넌 오래 살아라. 그래야 그 은혜를 갚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도플갱어 진시후보다 저는 지금의 당신이 더 좋습니다.”
기겁을 했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도플갱어, 그 새끼 그거 완전 불연성 쓰레기 같은 놈이더만, 불에도 안 타는.”
“……그건 맞는 말씀이십니다.”
여하튼.
“당신이라는 호칭보다는 형님이 더 낫겠다. 앞으로 형님이라고 불러.”
“……예, 형님.”
“이제 가봐. 야, 멕시코.”
“네…… 네?”
“다음부터는 사람 얼굴에 흙 뿌리지 말고. 그거 되게 안 좋은 버릇이야.”
“…….”
“좋은 거 알려 줬으면 감사합니다 해야지?”
가브리엘라가 눈을 끔뻑인다. 이거 진짜 미친놈 아니야, 그런 표정이다. 신경 쓰지 않았다.
“……가…… 감사합니다.”
“그래, 너도 고생 많았고 한국으로 가라. 가서 내 동생 좀 간호해 줘.”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 가브리엘라와 홍현이 그대로 공항 쪽으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잠시 그곳에 남은 나는 한숨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지금 잡을 수 있는 사도들을 미리 다 죽여 놔야 할 것 같다.
윤영수 비서실장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에는 총 5명의 사도가 있다.
그 5명, 전부 죽여 놓을 생각이다.
그리고 멕시코에서 브라질까지.
오늘 나는 남미 대륙을 싹 쓸어 버릴 거다.
워치를 들어 헬레나에게 연락했다.
신호음은 정확히 두 번 갔다.
-……또 왜요?
“뭐 해.”
-……피 먹고 있는데요.
“내가 지금 멕시코거든.”
-알아요. 또 바다 건너셨던데요? 공군 기지가 난리가 났어요.
“그래? 괜히 미안하네.”
-그러실 필요 없어요. 거기 부사령관이 우리 애거든요. 수습하긴 했는데, 왜요?
“여기 근처에 있는 사도 새끼들 오늘 정리하려고. 할 거 없으면 같이할래?”
건너편에서 우당탕, 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 씨. 내 커피……. 그런데 근처면 대체 어디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일단 남미 쪽.”
-설마 남아메리카 전부요?
“왜? 싫어?”
-……위치 파악 정도는 하고 있는데, 눈치가 빠른 놈들이라 신속하게 해야 할 거예요. 사실 이미 숨어 버린 놈들도 있고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던 헬레나가 곧장 말을 이었다.
-이거 철저하게 움직여야 돼요. 멕시코 쪽에 있는 사도들 위치는 다 아시는 거죠?
“알지.”
-운이 좋으셨네요.
그래서.
“할래, 말래?”
-할게요. 대신 최소 절반 정도는 살려서 주세요.
절반이 뭐야.
“너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절반 이상도 줄 수 있어. 오케이?”
-……진짜 시원시원하시네. 좋아요. 같이해요. 지금 바로 추적 들어갈게요.
워치를 끈 뒤 곧장 자리를 박찼다.
내가 향하는 곳은 멕시코의 칸쿤이다.
* * *
칸쿤은 멕시코 남동부에 위치한 킨타나로오주의 최대 도시다.
관광 특화 지역이기도 한 이곳에는 그랜드 로얄 칸쿤이라는 이름의 2성급 호텔이 존재한다.
그곳의 지배인으로 있던 아르투르 에레라는 훤칠한 키와 우람한 덩치에 짙은 콧수염이 매우 인상적인 중년의 남자였다.
그리고 그는, 지금 예상치 못한 존재의 방문을 받게 되었다.
“너야? 여기 지배인이?”
흰색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기질을 보이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기질은, 그냥 생양아치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미친놈이 보일 법한 그런 기질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건, 비록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고 해도 아르투르가, 이 남자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대한 모른 척했다.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들려오는 답이 가관이다.
“너 조지러.”
조지러 왔단다. 저 먼 한국에서 멕시코까지.
‘……비행기를 탔다는 기록은 없는데, 설마 바다를 건너왔나?’
어색하게 웃었다.
“……손님, 초면에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없었던 일로 할 테니 그만 돌아가 주십시오. 여기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본래라면 그냥 돌려보낼 리 없다.
이곳은 멕시코다. 아무리 관광 특화 지역이라고 해도 멕시코는 멕시코인 법이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어디 조용한 데 가서 묻어 버리거나 살려 달라는 말을 한 백만 번 정도 할 때까지 두들겨 팼을 거다.
하지만 이 남자는 팰 수도 없고, 조용히 묻어 버릴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다.
하얀 가면을 쓴 남자가, 아니, 진시후가 웃음기 섞인 어조로 말했다.
“야.”
“……예?”
“내가 친절하게 제안을 하나 할 거야. 너는 이걸 무조건 수락해야 돼. 거절은 있을 수 없어. 이해했지?”
무조건 수락을 해야 한다? 그럼 이건 제안이 아니라 협박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 궁금했다.
대체 무슨 ‘제안’이길래?
“너는 내가 곱게 죽여 줄게. 고문도 안 하고 그냥 고통 없이 깔끔하게 세상 하직하게 해 줄 테니까, 여기 멕시코에 있는 모든 사도들 지금 여기로 불러.”
“……사도가 뭡니까?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손님.”
“이 새끼 봐라.”
그대로 진시후가 손을 뻗었다. 아르투르는 피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진시후의 손이 너무 빨랐고, 두 번째는 아르투르가 뒤늦게 반응했기에.
그대로 진시후에게 콧수염이 잡혔다.
망설임 없이 진시후가 반대쪽 손으로 뺨을 올려붙인다.
짜아악-!!
피가 튀긴다.
한 번 더 휘둘렀다.
짜아아악-!!
볼이 터지고 입 안이 터졌다. 이빨도 네다섯 개 정도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야. 사람 말이 말 같…….”
“……이거 놔라.”
중간에 말이 끊긴 진시후가 한숨을 터트렸다. 아르투르가 쏘아 내는 살기가 상당히 농밀하다.
“안 되겠다. 넌 더 맞아야겠다.”
즉시 아르투르가 손을 뻗었다. 진시후의 팔을 걷어 내는 동시에 진시후의 목을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일반인’으로 알려진 아르투르였지만 지금의 이 동작은 절대로 일반인의 것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각성자는 더더욱 아니었고.
하지만 상대가 진시후다.
빠각-!!
뻗어 오던 아르투르의 팔이 중간에 꺾인다. 뼈가 튀어나왔다. 진시후가 발을 뻗는다.
빠아아악-!!
아르투르의 몸이 멀리 날아가 책상에 처박힌다.
진시후는 걸었다.
저벅저벅.
그렇게 걷던 진시후가 슬쩍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마나로 이루어진 검 한 자루가 진시후의 얼굴 옆을 정확히 한 치 차이를 두고 스쳐 지나간다. 그대로 발을 들어 아르투르의 얼굴을 향해 내려찍었다.
꽈아아앙-!!
아르투르가 커헉, 피를 토해 냈다. 그의 모습은 이미 일반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뿔과 날개가 돋아난 흔한 사도들의 모습이었고, 그런 그를.
빠아악-! 빠아악-!
콰앙-! 콰아앙-!!
진시후는 미친 듯이 두들겨 팼다.
주먹으로, 발로.
그렇게 대략 열두 대 정도를 후려치다가 모자랐는지 무너졌던 책상을 들어 아르투르의 머리에 그대로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커헉.”
부서진 책상 다리 두 개가 진시후의 옆에 떨어진다. 한 손으로 아르투르의 머리채를 움켜쥐고는 다른 한 손으로는 나무 다리를 집어 든 뒤, 그대로 놈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콰아앙-!!
나무가 부서지고 아르투르의 머리에서 뼛조각이 튀어나온다. 신경 쓰지 않았다. 반 토막 난 나무를 다시 휘둘렀다. 빠아악-! 손잡이만 남았다.
몸을 숙여 바닥에 있던 나머지 책상 다리를 쥐어 든 진시후가 다시 휘둘렀다.
정확히는 휘두르려 했다.
“자…… 잠시만요!”
아르투르의 다급한 외침이 아니었더라면 분명 그대로 휘둘렀을 거다. 그리고 그대로 휘둘렀으면 100% 확률로 아르투르의 머리는 터졌다.
“아, 이놈의 성질머리. 하마터면 곱게 죽여 버릴 뻔했네.”
작게 중얼거리는 진시후의 말에 소름이 돋는 아르투르였지만 거기까지였다.
“……멕시코의 사도들만 불러오면 되는 겁니까?”
“어.”
“…….”
“새끼, 대가리 굴리는 거 보소. 어, 맞아. 네가 걔네들 다 불러서 협공해도 돼. 솔직히 너 혼자서 나랑 노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방금 봤듯이.”
“…….”
“이건 너한테 기회야. 멕시코의 모든 사도들과 함께 나를 협공할 수 있는 기회. 성공하면 나를 죽인 영웅이 될 거고, 실패해도 다른 놈들이랑은 다르게 넌 고통 없이 세상 하직하게 되겠지. 거의 로또 당첨된 수준이잖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