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89)
#제89화
웃으며 답하는 진시후의 면상을 찢어발기고 싶었지만 의미 없었다. 등에 꽂혀 있는 이 검.
이 검에 대체 무슨 힘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재생도 안 되고 그냥 아무것도 안 된다.
진시후가 말을 이었다.
“그럼, 1분 정도 후에 다시 이야기해 보자. 내가 담배를 좀 천천히 피워서, 이거 한 다섯 모금 정도 마시면 대충 1분이겠네.”
진시후가 손가락을 튕겼다.
화아아악-!!
굉음이 들리며 라는 다시 흰색 공간으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견딜 만했다.
굶주림도 없고 몸에 활력도 충만하다. 사방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피하고 또 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이곳은 진시후가 임의로 개조한 공간이다. 진송이의 그것과는 다르다. 진송이 때는 배고픔도 없고 활력도 줄어들 일이 없었다. 진시후가 그렇게 설정했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정반대였다.
고작 1년이 지났을 뿐이다.
라는 바닥을 기어 다니다시피 했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빛은 끊임없이 라의 신체를 타격했다. 정확히는 터트렸다.
정신이 날아갈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기어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온몸을 애벌레 마냥 둥글게 말았다.
퍼버버버버벅.
신체가 터져 나가고 다시 재생되고, 터져 나가고 재생된다. 그 와중에 배는 고프다는 듯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미친 듯이 울렸고, 온몸에는 기운이 없었다.
불굴의 정신이라는 게, 이럴 때는 정말 쓸모없었다.
미칠 수가 없었다. 그냥 정신을 놓고 백치가 되고 싶었지만 의미 없었다.
스스로의 심장을 터트려도, 머리를 터트려도, 금방 재생됐으니까.
그렇게 10년이 더 지났고, 20년이 더 지났다.
화아아악-!!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온 라는 즉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코앞에 있는 진시후가 그걸 허락할 리 없다. 애초에 라의 몸에 꽂아 놓은 검이 장식일 리 없지 않은가.
진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1분 지났네. 다시 물어볼까, 아니면 다시 보내 버릴까.”
무언가 답하려던 라는 하지 못했다.
“눈깔 보니까 안 되겠네. 다시 가라, 그냥.”
다시, 흰색 공간으로 이동했다.
절규했다.
놈에게는 들리지 않겠지만 사방으로 욕을 했다. 개 같은 새끼,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엿 같은 새끼.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났다.
흰색 공간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다시 애벌레 마냥 몸을 둥글게 말고 있던 라는, 평생 겪을 수 없는 치욕을 이 순간 겪었다.
이 안에 화장실이 있을 리 없다. 마실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먹을 게 있는 것도 아니다.
라는 그 자리에서 대소변을 지려 버렸다.
사실 대소변도 먹은 게 있어야 나오는 거다. 이 공간으로 이동되기 전에는 분명 먹은 게 있었기에 대소변이 나오는 게 맞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
터져 나간 신체도 먹을 수만 있었다면 진작에 먹었을 거다. 하지만 사방에 파편이 붙기도 전에 사라진다. 먹을 게 아예 없다는 소리다.
목은 마르고, 배는 고프다.
후자까지는 아직 아니었다.
그래서, 라는 소변을 마셨다.
그렇게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났다.
어느 순간부터 애벌레 마냥 몸을 둥글게 말고 있던 라는 자신의 팔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질겅질겅, 핏물이 묻어 나온다. 핏물을 마시고, 몸을 먹었다. 금방 재생됐다.
공간의 원리 자체를 아직도 라는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먹었지만 배는 채워지지 않았다. 고통만 선명해질 뿐이었다.
다시 10년, 20년, 30년.
피폐해져 가는 정신을 놓아 버리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그냥 이 자리에서 생을 끝내고 싶었다.
사명 같은 건 잊고 싶었다. 아니, 애초에 그딴 사명을 가진 게 의미가 있나 싶다.
그냥 죽고 싶다.
그렇게 40년이 더 지났다.
화아아악-!!
원래 공간으로 돌아온 라는 볼 수 있었다.
담배를 물고 있는 진시후를.
방금 전 흰색 공간에서 겪었던 일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그런데, 이놈한테는 찰나의 순간인가 보다.
“오해하지 마. 방금 오줌 싸고 와서 바로 불붙인 거야.”
“…….”
“오늘 내가 마신 게 좀 많아서 어쩔 수가 없었어.”
실실 웃으며 말하는 진시후를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 라는 말하고 말았다.
“그만…… 해라.”
눈을 동그랗게 뜬 진시후가 모르는 척 되물었다.
“뭐를 그만할까? 담배 피우는 거?”
“…….”
“굳이 그래야 하나? 난 그냥 담배 마저 피울게. 한 개비에 대충 4분 정도면 피우니까 4분 있다가 보자. 잘 갔다 와.”
기어코.
라는 말하고야 말았다.
“제발.”
“가는 귀가 먹었나. 뭐라고?”
“……제발 그만해라.”
진시후는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너 돌대가리야?”
“…….”
“내가 몇 번을 말하냐. 내가 묻는 말에 답만 잘하면 곱게 보내 준다니까?”
“…….”
“자, 다시 질문한다. 네가 모시는 그 새끼 이름은?”
그 와중에도 고민했다. 2초 정도.
하지만 그 2초가 진시후는 거슬렸다.
그래서 그냥 다시 보내 버렸다.
화아악-!!
흰색 공간이 자리한다.
“이- 빌어먹을 개 잡종 새끼-!!”
정확히 20년이 지났다.
다시 원래 공간으로 돌아온 라가 곧장 말했다.
“육도, 육도선인이다!”
“그 닌자 만화에 나오는 그거?”
“……같지는 않지만 육도선인이라 불린다. 육도윤회도의 주인. 그는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을 업으로 여기는 존재다.”
“그렇구나. 그래서 그 새끼는 어디에 계시는데요?”
“……지구에 있다.”
“확실해?”
“내가 아는 건 거기까지다. 그분의 이름이 육도선인이라는 것, 그리고 지구에 있다는 것.”
안 믿는다는 듯 진시후가 말했다.
“구라 치지 말고, 새끼야.”
“……진짜다.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아니야. 너는 지금 분명 구라를 치고 있어. 모시는 새끼가 지구에는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새끼랑 어떻게 연락을 해?”
“……워치로 했다.”
“구라 치지 말고.”
“구라 아니라고!”
진시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너는 지금 구라를 치고 있는 게 맞아. 내가 너한테 하는 고문이 만만하니까. 그치?”
“…….”
“너 같은 새끼가 고작 10분도 안 돼서 포기할 리 없어. 이거 2시간 가까이 버틴 놈도 있는데, 고작 10분? 에이, 말도 안 돼.”
고문용으로 쓰긴 하지만 이 술법의 본질은 결국 수련용이다.
이 결계 안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스스로의 경지를 되짚어 보며 다음 단계로 넘어갈 발판을 만드는, 그게 이 술법의 본질이기에 라 정도 되는 괴물이라면 안에서 수련을 할 확률이 높다.
분명 그게 맞다.
정신이 거의 무너져 백치나 다름없는 상태로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2시간 가까이 버틴 이가 존재했던 것도 맞다.
진시후가 말했다.
“다시 가라. 이번에는 한 2시간 정도 있다가 꺼내 줄게.”
라는 그 2시간이라는 게 과연 어느 정도가 될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외쳤다.
“제발. 제발 그만-!”
진시후가 웃는다.
“싫은데.”
화아아아악-!!
라는 다시 흰색 공간에 떨어졌다.
“아아아아아아아-!!”
그의 안타까운 절규가 공간을 울렸지만 의미 없었다.
* * *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물끄러미 놈을 지켜보았다.
아까부터 위쪽이 어수선했다. 아무래도 구조 작업을 펼치는 것 같다.
신경 쓰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사도들이 그분이라 부르는 놈을 고문하고 있다는 사실이니까.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만든 저 공간 안에서 놈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
분명 그럴 확률이 있다.
누나를 대상으로 술법을 펼쳤을 때는 강도를 매우 낮췄었지만 그래도 이 술법 자체가 수련용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최대한으로 생각한 시간이 2시간이다.
내 기준으로 2시간이면 놈한테는 아마 대충 1,000년 정도 될 거다.
그건 굉장히 긴 시간이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그 긴 시간을 버틴다?
그거면 고문을 중단하고 칭찬을 해 줘야 한다.
여하튼, 이게 마지노선이다.
안에서 수련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1,000년이면 놈이 아무리 발악을 해도 내가 있는 이 수준까지는 못 올라온다.
올라오기 전에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그렇게 놈을 내려다볼 때였다.
“어떻게 된 거야? 끝난 거야?”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으로 걸어오고 있는 누나가 보였다.
작게 웃으며 답했다.
“그럴 리가.”
“……그럼 왜 저러고 있는 건데?”
이야기해 주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비행기에서 기억나?”
“비행기면, 내가 2차 각성했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때 그거를 고문용으로 조금 개조해서 쓰고 있었어.”
누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곧바로 내가 한 말을 이해했다.
“……얼마나 지났는데?”
“내 기준으로는 대충 2시간, 얘 기준으로는 한 1,000년? 1,100년? 그쯤.”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누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너, 지금 괜찮아?”
“응, 나 괜찮은데?”
“……땀이 너무 많이 나는 거 같아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나는 분명 말했다. 고문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즐기지도 않는다고. 내 방식의 고문을 하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기운의 소모가 상상 이상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안 하는데 이런 새끼한테까지 아낄 생각은 없었다.
손으로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슥 훔쳐 냈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였더니 조금 덥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 보이는 것과 동시에 바닥에 처박혀 있던 라의 몸이 꿈틀댄다.
나와 누나는 동시에 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눈을 끔뻑였다.
라의 모습이 생각보다 기괴했기에.
입은 웃고 있었다.
“히히히히히히히.”
침을 질질 흘리며 저런 소리를 내며 웃는 놈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코에서도 콧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킬킬킬킬킬킬킬.”
기괴한 수준을 넘었다. 진정한 의미의 미친놈이 되어 버린 게 확실하다.
“……이거 괜찮은 거야?”
“아마도?”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대로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놈에게 물었다.
“육도선인은 어디에 있어?”
“육도?? 육도선인?? 킬킬킬킬, 그분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지. 히히히히.”
“지구에 있는 거 아니었어?”
“몰라. 나는 몰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이 벌레 쉐-끼야.”
“너 지금 미친 척하는 거지?”
“킬킬킬킬, 내가 미쳐? 그럴 리가, 난 미치지 않아. 내가 너 같은 하등한 인간 새끼랑 같은 줄 아냐, 이 미친 개버러지 쉐-끼야.”
턱을 긁적였다. 이거 아무래도 제대로 미친 게 맞는 거 같다.
“너 방금 있었던 그 공간으로 다시 갈래? 이번에는 한 3시간 정도만 있어 볼까?”
그러자 놈의 몸이 마치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아, 안 돼요. 안 돼, 거기 아니야. 거기 싫어. 가고 싶지 않아. 그러지 마, 제발. 형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발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