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화(1/245)
01
사회란 참으로 불편하고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다들 살아가면서 그런 생각을 적어도 한번 씩은 해봤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서로 다르게 정해져 있는 출발선. 명문대가 아니면 대학 취급도 안해주는 주제에 정작 힘들게 명문대에 들어가도 터무니없이 낮은 취업률. 거기에다가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되먹지도 않은 유교 문화.
그래. 아무래도 이 나라의 사회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아마 유교 문화일 것이다. 적어도 지금 당장 편의점 계산대를 지키고 있는 청년의 생각은 그랬다.
“야 이 x끼야, 이게 왜 환불이 안 된다는 거야?!”
나이가 60 가까이 된 노인의 신경질적인 목소리. 고지식한 것을 넘어서 무식한 것과 다를 게 없는 말. 남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전형적인 꼰대의 태도.
“아니 그러니까, 여기 직원이 어제 담배를 잘못 줬다니까?! 그럼 환불을 해줘야 될 거 아냐 이 x끼야!”
노인의 폭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청년을 상대로 말 같지도 않은 억지를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손님, 그렇게 말씀하셔도 최소한 영수증을 보여주셔야…”
“영수즈응?! 내가 그런 걸 가지고 있을 리가 없잖아! 너 이 x끼, 손님이 해달라고 하면 해줘야지, 니가 그러니까 공부도 제대로 못해서 이런 알바나 뛰고 있는 거 아냐!!”
그런 고집불통에 남을 전혀 존중할 줄 모르는 꼰대 노인을 상대로 청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낮 알바생에 불과한 그가 자칫 손님에게 무례한 언행을 보였다가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너무나도 뻔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란 그런 곳이다. 노예제도니 신분제도니 뭐니 하는 것들이 사라지고 개인의 자유나 민주주의가 세워졌다고 다들 말하기는 하지만 결국 옛날이나 지금이나 힘이 없으면 무력한 것은 매한가지다.
‘…아, x같네 진짜.’
한참 전 부터 산 적도 없는 담배를 환불해 달라고 고집을 피우는 손님을 상대로 진작에 지칠 대로 지친 알바생 청년이 그렇게 속으로 한탄을 내뱉었다.
청년의 이름은 이한성. 올해로 이제 막 스무살이 된 대한민국의 따끈따끈한 성인이다.
‘그냥 욕 한번 시원하게 끼얹고 알바 때려칠까?’
젊으면 젊을수록 성격도 한바가지 한다고, 이한성 또한 꽤나 입이 거칠고 그닥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성격을 지닌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가 그런 자신의 성격을 죽이고 꼰대 손놈을 상대로 입을 꾹 다물며 굳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당연히 어렵게 얻은 알바자리를 잃고 싶지 않아서였다.
요즘 같은 취업난 시대에는 이런 알바자리 하나 구하기조차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고졸에 딱히 내세울 것도 없는 학력을 지닌 이한성에게 있어서 지금 알바를 떄려 친다는 것은 금전적인 죽음을 의미했다.
‘그래 참자. 당장 월세도 내고 해야 하는데 길거리에 내앉을 수는 없지.’
그랬기에 이한성은 혀를 깨물으면서 까지 성격을 죽이며 잔뜩 흥분한 마음을 가까스로 가라앉혔다.
“하여간에,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건지. 부모 얼굴 좀 한번 보고 싶구만.”
나라를 불문하고 부모와 관련된 욕은 항상 반드시 수위가 가장 높은 욕에 속하기 마련이다. 설령 예수님이라고 해도 패드립을 참으실 수는 없을 터. 그렇기에 인간이 패드립에 분노하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하고도 올바른 일인 것이다.
그러나, 이한성은 달랐다.
“아 그러게요. 제 부모라는 작자들이 딱히 예의를 저한테 가르쳐준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죄송해요.
부모욕으로 뚜껑이 열릴 것이라 생각했던 진상 고객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한성은 조금도 화를 내거나 하는 반응을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 욕을 들어서 어딘가 기뻐 보이는 듯한 기색이었다.
‘어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
누가 듣는다면 패륜아라고 욕해도 할 말이 없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한성은 그런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조금 당황하는 진상 고객을 바라보았다.
“뭐,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이름 모를 진상 고객의 입장에선 살다 살다 부모 욕을 듣고 기뻐하는 인간을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짐작하며 옆에서 다가오는 인기척을 향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손님?”
친절하면서도 무척이나 부드러운 목소리. 눈을 감고 듣는다면 최상의 ASMR이라고 불러도 좋을 목소리다. 그리고 이한성은 그런 목소리를 지닌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금발과 흰 피부. 컬러렌즈를 낀 건지, 아니면 그냥 타고 난건지 모를 녹안이 눈에 띄는 외모. 지나가는 남자들이 꼭 한번 씩 번호를 물어본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지닌 여자.
그녀의 이름은 화연. 이한성과 같은 이 편의점의 알바생이다. 이름과는 다르게 들리는 바로는 외국에서 온 유학생이라고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한 사람이다.
“넌 뭐야? 니가 여기 사장이야?”
“사장은 아니지만 사장님보다 일 잘하는 알바생이에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 저기 저 x끼가 아까부터 이게 환불이 안 된다고 x랄을 하잖아!”
노인이 텅 빈 담배갑을 내밀며 화연에게 항의했다.
이미 다 피웠으면서 환불해달라는 건 무슨 도둑놈의 심보일까. 이한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는 노인을 바라보며 혹여나 표정이 드러나지 않게 미소에 힘을 팍 주었다.
“에이, 죄송해요. 그래도 이렇게 다 피우셨는데 환불해 드리면 저희 짤려요. 그냥 이번 한번만 눈감고 봐주세요.”
미소를 유지하는 게 한계였던 이한성과는 다르게 화연은 매우 친절하게 화사한 미소로 노인을 타일렀다.
“…그렇게 까지 부탁한다면야 뭐, 이번 한번만인 줄 알아라.”
저 나이에도 또 예쁜 여자에게는 약한 모양인지, 난폭하기 그지없던 노인의 태도는 아까보다 눈에 띄게 누그러져 있었다.
화연의 설득에 넘어간 노인은 투덜거리는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는 조용히 편의점을 나갔다. 그러자 화연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이한성에게 물었다.
“한성 씨. 괜찮아요?”
“아, 네 뭐.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연 씨.”
“감사하긴요. 저 왔으니까 이만 퇴근하세요.”
“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시계를 보니 벌써 9시였다. 어느 샌가 교대 할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그렇게 화연에게 인사하고는 창고로 들어가 유니폼을 벗었고, 이내 곧장 가방을 챙겨 편의점을 나왔다.
‘밤공기 한번 더럽게 쌀쌀하네.’
가을의 밤공기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가뜩이나 얇은 옷을 걸치고 있던 이한성은 바람 때문에 더더욱 춥게만 느껴지는 체감온도를 속으로 저주하며 빠르게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걸어서 20분. 버스를 타고 간다면 5분 7분 안에 도착할 수 있지만 이한성은 버스 정류장을 그대로 지나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 푼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쥐꼬리만 한 최저임금을 받으며 월세내고 뭐 이것저것 내면서 살기 위해서는 자린고비도 혀를 내두를 절약정신이 필요하다. 지난 2년간의 자취생활로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아버린 이한성은 5분간의 편안함 보다는 뜨뜻하고 배부른 저녁이 더 낫다는 생각과 함께 그대로 계속해서 길거리를 걸었다.
‘빨리 돌아가서 배달이나 시켜야지. 치킨이 막 땡기네.’
점심도 거른 탓에 배가 밥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걸 느낀 이한성은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한참 동안이나 걸은 이한성은 딱 봐도 낡은 티가 팍팍 묻어나는 빌라 앞에 멈춰 섰다.
관리를 안 해서 수북하게 자라난 덩굴과 여기저기 핀 곰팡이들. 가벼운 폭우에도 항상 비가 세고 장마철에는 혹여나 무너지지 않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집이라고 부르기에도 뭣한 건물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계단을 올라갔다.
겉보기에는 다 쓰러져가는 폐건물이지만 이래봬도 이 근처에선 가장 월세값이 싼 곳이다. 당장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자립해야 했던 이한성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노아의 방주나 다름없는 존재인 것이다.
[철컥-끼이익-]현관문 앞에 다다른 이한성은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집안이 그를 반겼고, 이한성은 이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불을 키며 가방을 대충 식탁에다 올려두었다.
“어디보자, 그럼 치킨이나 시켜 볼까나.”
폰을 꺼내 앱을 켠 이한성은 각종 치킨집들의 리스트를 세세하게 훑어보기 시작했다. 맛은 둘째 치고 가장 싼 가격을 선호하는 그에게 있어서 음식은 그저 생존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준비되었습니다.]“?”
잊을만 하면 꼭 뜨는 메시지가 화면을 가렸다. 이에 이한성은 업데이트 예약 버튼을 눌러 나중으로 미루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화면에 뜬 메시지 창에는 OK 버튼 밖에 없었다.
“…이제는 하다하다 못해 기계까지 날 엿먹이려 드네.”
가뜩이나 배가 고파 죽겠는데 배달을 못시키게 된 이한성은 하는 수 없이 OK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이내 핸드폰의 전원은 그대로 꺼졌고, 늘 그랬듯이 한참이나 걸리는 업데이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요 개가튼 핸드폰 진짜… 이럴 때만 업데이트고 나발이고 x랄이야.”
오늘 하루 따라 뭐가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욕을 퍼부으며 핸드폰에다가 충전기를 꽂아놓고는 그대로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털썩-]말없이 바닥에 드러누운 이한성은 조용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형광등의 불빛이 불안정하게 깜빡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한성은 뭐 하나 멀쩡하게 돌아가는 게 없는 집구석을 스윽 둘러보고는 나지막히 한숨을 내뱉었다.
언제쯤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띠링-]갑작스럽게 핸드폰의 알람음 비스무리 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혹시나 벌써 업데이트가 다 끝난 건 아닌가, 싶었던 이한성은 재빠르게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확인했다.
[21%]“…내가 잘못 들었나?”
그러나 핸드폰은 여전히 느리고 착실하게 업데이트를 설치하는 중이었다. 소리를 낸 게 핸드폰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삐끄덕이며 다시 바닥에 누우려고 했다.
[환영합니다]“어우 씨 깜짝이야.”
순간 눈앞에 덜컥 나타난 정체불명의 메시지에 이한성은 도망가는 바퀴벌레보다도 빠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당신은 육아 보조 시스템에게 선택 받으셨습니다. 보호자가 되기를 수락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