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00)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00화(100/245)
100
“….저기요?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ㅈ, 자, 아아…”
???????
마치 쌈을 직접 먹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들이대며 “아아~” 이 x랄을 하는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물음표를 연타했다.
갑자기 왜 이래?? 진짜 노망난건가?? 아니, 대체 왜 수정이 말을 굳이 들어주려고 난리인건데??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얼굴을 잔뜩 붉히고 있는 주제에 수정이가 말한대고 굳이 쌈을 먹여주려고 드는 화연의 행동에 이한성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을 유추해 보았다.
아, 설마 이거 그건가? 그 왜 나이 많은 사람들 보면 막 젊은 사람한테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하면서 막 먹여주려 들잖아.
나이 많으신 분들, 그중에서 특히 나이가 많으신 한국사람들의 특징이 일단은 무조건 먹이려 들고 본다는 것이다. 게다가 화연의 나이는 600살. 수백년 동안이나 한반도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한국사람 다운 한국 엘프고, 자신보다 건 500년은 젊은 남자에게 이것저것을 먹이려고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물론 모습이 모습이다 보니까 당연히 오해할 수 밖에 없지만 말이다.
이한성은 자신이 유추해본 가능성 중에 가장 말이 되는 생각을 해 보며 당황스러움을 잠재웠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많은 상태였다.
…근데 그런거면 얼굴은 왜 붉히고 있는거야??
세상 그 어느 할머니가 후손 뻘 되는 남자한테 쌈을 싸주며 얼굴을 붉힌단 말인가. 상상만 해도 막 오한이 드는데.
가장 그럴싸 했던 가능성 조차 결국 모순된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결국 별로 성능이 좋지 못한 뇌로 화연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실패하고 만 이한성은 괜히 억측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고 생각하며 정면으로 상황을 밀고 나갔다.
“저기, 이거 그린라이트야?”
“그린? 라이트…??”
눈도 못 마주치고 뻘개져서 어쩔 줄을 몰라하던 화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백치미로 물들었다. 그녀가 영어에 무척이나 약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화연의 모습을 보고 이한성이 처음으로 느낀 것은 안도였다. 괜히 분위기가 더 불편해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 그리고 그 다음으로 그가 느낀 것은 터무니 없는 돌직구를 던졌던 본인의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과 현타였다.
니가 아주 그냥 돌았구나 이한성. 요즘 인생살이가 좀 편해지니까 스스로가 아주 그냥 뭐 대단해진 것 같지?? 아주그냥 나르시스트 납셨네 납셨어. 왜 나중에는 여자들이랑 길거리에서 마주치기만 해도 저 좋아합니까?- 이 x랄 하지 그래?
이성의 단순 호의를 가지고 순간적으로나마나 한편의 킹리적인 그린 라이트를 의심하는 건 모태솔로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갑자기 닥쳐온 현타를 애써 이겨내고는 화연의 들이댄 쌈을 손으로 받아서 직접 먹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기색을 내비쳤고, 이내 상추로 고기쌈을 하나 더 만들어서 방금 전과 똑같이 이한성에게 들이댔다.
“왜, 왜?? 나 방금 먹었는데-”
“더 먹어.”
“???”
아 또 왜?? 이번엔 또 뭐가 문제인데??
영문을 모르겠는 화연의 반응에 어리둥절함을 내비치며, 이한성은 일단 그녀가 주는대로 다시 한번 고기쌈을 손으로 받아먹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에 그녀는 이한성이 내민 손을 치워내며 오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입 벌려.”
“아니, 내가 뭐 애도 아니고… 그냥 알아서 먹을테니까 빨리 줘.”
“입, 벌려.”
“아 됐다니까.”
쪽팔리게 애들 앞에서 아내도 아닌 여자한테 그걸 받아먹고 싶겠냐고. 봐봐, 아까부터 수정이랑 세리가 이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잖아.
밥 먹다가 말고 아주 흥미진진한 얼굴로 계속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수정이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세리. 그런 둘의 시선도 그렇고 아까부터 이상하게 광적으로 먹여주는거에 집착하고 있는 화연에게 만만찮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이한성은 그대로 고개를 돌리며 급히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화연은 그렇게 자리를 피하려던 이한성의 팔을 붙잡으며 멈춰세웠다.
“…? 저기요?? 이거 좀 놔주시지??”
“….”
진짜 아까부터 대체 왜 이러는건데. 정말로 그린라이트라서 이러는 건 아닐거고, 뭐 남한테 안먹여주면 안되는 일이라도 있는거야 뭐야?
사람을 붙잡아 놓고는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어리둥절함을 넘어 이제는 답답함까지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되는 영문을 알 수가 없는 상황에 지쳐버린 그가 화연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를 피하려던 그 순간, 그녀는 그제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그럼 먹여줘.”
“??????????????????”
부끄러움에 타들어가는 듯한 목소리.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평소에는 완벽하게 감춰져 있지만 지금은 붉게 물들은 채 모습을 드러내 버린 엘프귀. 거기에 아까부터 파도처럼 줄곧 흔들리고 있는 푸른 벽안.
아무리 모태솔로이고 연애고자에다가 이성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이한성이라고 해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어… 어어… 그러니까… 먹여… 달라고…?”
“…응.”
혹시나 몰라 다시 한번 확인해본 이한성이었지만 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화연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밟아? 밟을까?? 초록불인게 확실한데 밟아도 되지 않을까???
연애고자들에게 있어서 그린라이트에 대한 반응은 둘 중 하나다. 악셀을 풀로 밟거나, 아니면 고자답게 브레이크를 전력으로 붙들고 있거나.
그리고 이한성은 전자였다.
“…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불과 1초도 되지 않아 언제 쌌는지 모를 쌈 하나가 자신의 손에 들려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그대로 엉성하게 완성되서 밥풀이 줄줄 떨어지는 고기쌈을 화연에게 건넸다.
그러자 화연은 옆머리를 뒤로 넘기더니 이내 눈을 질끔 감은 채 입을 이한성의 손에게로 천천히 접근시켰고, 그대로 그의 손에 들려있던 쌈을 덥썩 먹었-쌈을 먹었…
머, 먹었…
먹어…
“…저기, 나 지금 팔 떨어질 거 같은데.”
1분이 지났는데도 5cm의 거리를 남기고는 그대로 정지해버린 화연을 바라보며, 이한성이 슬슬 저려서 떨리기 시작한 팔과 함께 나지막히 머뭇거리는 그녀를 재촉했다.
“…죄송합니다. 그, 그게…”
이한성의 재촉에 화연은 말을 더듬으며 말끝을 흐렸다.
“…막상 하려니까 너무 창피해서 못하겠어요!!”
화연이 질끈 눈을 감은 채 울먹이는 목소리로 억울하다는 듯이 하소연을 내질렀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깔끔하게 받아먹고 이한성과의 관계를 썸으로 진행시키고 싶었던 그녀였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그녀의 의지를 따라주지 않았다.
“….”
“…풐ㅋ”
아, 웃으면 안되는데.
자신보다 차원이 다르게 연상임에도 연애에 대해 좀 많이 어설프고 어리숙해 보이는 화연의 태도에 모쏠인 이한성은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고 말았다.
“아닠… 그걸 또 창피하다곸… 크헠, 큽…”
“…왜, 왜! 창피할 수도 있는거지!”
“600살이나 먹었으면서 그런게 다 창피해?”
“그럼 당연한거 아니야?! 내가 살면서 이런 남사스러운 짓을 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 이쪽도 연애고자에다가 모태솔로였구나.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너무 창피한 나머지 큰소리를 치는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어느정도 동질감을 느끼며 안도감이 섞인 웃음과 함께 그녀를 마주보았다.
그리고는 그와 동시에 나지막히 한마디를 던지며 언성을 높히던 화연의 입안에다가 기습적으로 쌈을 집어넣었다.
“잘 됐네. 나도 이런 짓은 해본 적이 아직 없거든.”
“?!”
갑자기 입에 고기쌈이 들어와 상황한 화연은 무척이나 당황한 눈빛으로 이한성을 쳐다보며 입을 가렸다.
“….”
“….”
순간 이한성의 돌발 행동에 얼어붙어버렸던 화연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조용히 무의식적으로 입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급발진 한건가…?
얼어붙은 채 영 반응이 없는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방금 전에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되짚으며 가까스로 브레이크를 잡았다. 그러나 그런 그의 생각이 들기 무섭게 화연은 나지막히 입을 열며 침묵을 깨뜨렸다.
“…짜.”
“…? 뭐라고?”
“이거 너무 짜다고…”
“아.”
화연이 오만상을 찌푸린 채 조용히 컵을 집어들며 물로 염분 농도가 급상승한 입안을 헹궜다. 아무래도 팔이 저리다고 달달 떨던 이한성 덕에 쌈 안에 들어있던 밥이 다 빠져나오고 필요 이상으로 들어간 쌈장과 젓갈만이 가득 들어있었던 모양이었다.
“…아하하!”
“풉-”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어서 그럴까, 이한성과 화연은 서로를 바라보며 민망하기 이 그지 없는 상황에 그저 웃기 시작했다.
한쪽은 남이 주는 걸 제대로 못 받아먹어서 문제고, 다른 한쪽은 남한테 제대로 주질 못해서 문제인 총체적 난국의 상황. 서로가 그린라이트임을 확인 했음에도 양쪽 다 초짜라 급가속과 급브레이크를 반복하며 사고밖에 내지 못하는 이 상황이 본인들이 생각해도 그렇게나 웃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서로의 미숙함을 웃어 넘기는 이한성과 화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수정이 또한 둘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웃었다.
“헤헷.”
언니가 엄마가 될 날이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았기에.
–––––––
인생을 살다 보면 이전까지 시도하거나 겪어보지 않았던 경험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순간들이 이따금씩 찾아온다.
그중 몇몇은 우리들이 원해서 내딛는 첫걸음이지만, 나머지의 다수는 우리들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필연적으로 내딛어야만 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초, 중, 고등학교가 그렇고, 취직이 그러며, 군대가 그렇다. 우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경험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해 첫걸음을 내딛기 전에 온갖 최악의 상황들에 고민하며 긴장하고, 그렇게 첫걸음을 내뎌 어느정도 적응하다 보면 또 다른 걸음을 내딛어야만 하는 난제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은 그런 경험들에 대해 별로 좋지 못한 기억만을 남기게 된다. 본인이 원해서 한 것도 아니고, 성취감 같은 것들 보다는 고생했던 것 만이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게되니.
하지만 그런 고생길들을 헤쳐나가다 보면, 우리는 자신의 선택으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런 기회는 억지로 해야만 했던 경험들과는 달리, 미지의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도전감을 마구 불러일으킨다.
물론 대부분은 조금 해보고 처참하게 깨져서 도전감 따윈 안중에도 남지 않은 채 다시 아무런 의욕도 가지지 못한 놀기만 하면서 잘 먹고 잘 사는 허황된 삶을 꿈꾸게 되지만 말이다.
“이를테면 자신감의 순환이라는거지.”
아침 8시. 이제 막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학생들이 수업을 시작할 시간에, 이한성은 인테리어 작업과 창업 준비가 전부 끝난 자신만의 빙수 카페 앞에서 옆에 멀뚱히 서있던 수정이에게 그렇게 일러도 너무 이른 현대인들의 고찰에 대해 연설을 늘어놓았다.
“자신감의 순환?”
“그래. 구름이 비가 되서 강으로 흐르고, 다시 바다로 흘러가서 구름이 되는 것 처럼 자신감도 마찬가지라는거야.”
자신감이 넘친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잠깐만 이게 아닌데→ 역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다 망했다. 나는 사회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고 산소만 탐내는 쓸모없는 유기생명체다→ 사실대로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 그렇게 생각하니까 뭐든 어떻게든 다 될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이유없이 자신감이 넘친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사이클을 반복할까. 아마 90% 이상의 20대 젊은 세대들은 다 이런 순환을 반복하리라고 조심스럽게 뇌피셜을 내세우며, 이한성은 무슨 대단한 충고라도 하는 것 마냥 수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참 좋은 것 가르친다 인석아.”
[꼬집-]“앜?!”
순간 뒤에 서 계시던 이한성의 어머니가 못 들어주겠다는 듯이 혀를 차시며 아이에게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이한성의 옆구리를 꼬집으셨다. 그러자 이한성은 단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억울하다는 듯이 뒤를 돌아보았고, 이에 그의 어머니는 자고있는 세리를 등에 업으신 채 30분 후에 첫 오픈을 하게 될 예정인 아들내미 가게의 간판을 올려다 보셨다.
“[수정이네 빙수카페]? 저게 가게 이름이야?”
“네. 좀 영어도 쓰고 세련된 이름으로 하려고 했는데 안풀려서 그냥 대충 저거로 했어요.”
자신의 작명센스가 구리다는 걸 본인 스스로도 잘 자각하고 있던 이한성이었기에 그냥 수정이의 이름을 가져다가 붙인 것도 있었지만, 그가 굳이 가게 간판이름에다가 딸아이인 수정이의 이름을 넣은 건 이름짓기가 귀찮아서 만이 아니었다.
‘일단은 수정이가 만든 얼음 덕에 시작하게 된 빙수카페니까… 저렇게라도 이름을 안지으면 꼭 수정이의 능력을 팔아먹는 것 같아서 영 불편하단 말이지.’
그렇게 속으로 살짝 양심이 찔린다는 듯이 중얼거린 이한성은 이내 옆에 서있던 수정이를 흘끔 쳐다보았다.
수정이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가게의 간판이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간판이름을 쳐다보던 수정이는 이윽고 이한성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그에게 물었다.
“아빠. 이 가게 내꺼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