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0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01화(101/245)
101
“아빠. 이 가게 내꺼야??”
“?”
수정이가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가게의 간판을 올려다 보더니 갑자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살짝 당황하며 잠시 생각해보더니 의문형으로 대답을 내놓았다.
“어… 한 절반은?”
“진짜??”
“뭐… 그래 대충 그럴거야.”
틀린 말은 아니지. 솔직히 수정이의 원소마법이 아니었으면 가게를 여는 건 꿈도 못 꿨을테니까 수정이의 지분이 5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애초에 이한성이 가게를 열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시스템의 보상으로 얻은 재산 덕이다. 그리고 그 재산은 전부 다 수정이를 돌봄으로써 시스템이 그에게 지급한 것이니 오히려 수정이의 지분이 사장인 이한성의 몫보다 높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 내 가게니까 빙수도 내 맘대로 머글 수 있겠네??”
“아니 그건 아니야.”
갑자기 뭔 소리를 하나만 했더니만… 결국 빙수 때문이었냐…
“그치만 아빠가 방금 내 가게라고 했자나.”
“절반은 네 가게라고 했지. 나머지 절반은 아빠거니까 네 맘대로는 안돼.”
“치이… 아라써.”
수정이가 투덜거리면서 괜히 신나했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고 계시던 이한성의 어머니가 할머니 미소와 함께 다가와 수정이를 토닥이시며 옆에 서있던 이한성에게 질문을 건넸다.
“그나저나 일하는 사람들은? 한성이 너 혼자서 가게를 볼 순 없을테고…”
“그거라면 당분간은 지인들 도움 좀 받기로 했어요. 알바생들 구할려고 전단지를 뿌리기는 했는데 영 소식이 없어서요.”
“지인들?”
“네. 마침 저기 오네요.”
이한성이 손으로 뒤쪽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가락이 향한 끝에 보인 것은 두 여성의 모습, 다름아닌 화연과 해영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잘 주무셨어요?”
“어 그래, 화연이 너는? 또 과제니 뭐니 하느라고 밤샌 건 아니지?”
“지금 공강이예요. 시간 많아서 온거니까 걱정 마세요.”
집에 자주 찾아오는 화연이기에 그녀와 친분도 많이 쌓았던 만큼 그녀가 과제고 뭐고 일을 끝내기 전 까지는 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계셨던 이한성의 어머니셨지만, 화연은 그런 어머니의 걱정에 고개를 저으며 활기가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럼 한성이가 구했다던 아는 지인이라는게…”
“네. 저희예요. 이쪽은 해영이라고 저랑 같이 살고 있는 동생이구요.”
화연이 해영에게 인사하라는 듯이 눈치를 주며 잠시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이에 해영은 남 부러운 그 붙임성 좋은 성격을 십분 활용하며 처음뵈는 이한성의 어머니께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한성이 오빠랑 친한 동생인 해영입니다! 제가 늘 오빠한테 신세가 많아요 어머니!”
“아 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높은 텐션으로 인사를 걸어오는 해영의 태도에 이한성의 어머니는 살짝 당황하시며 말을 놓지 않으신 채 인사를 받으셨다. 그리고는 이내 화연과 이한성을 바라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과 함께 물으셨다.
“혹시 이 아가씨도 나이가 100년이 넘으셨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
“에이~ 전 완전 100% 순혈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예요. 저기 저 600년 묶은 숨쉬는 화석 괴짜랑은 완전 다르다구요.”
이한성 만큼은 아니지만 아들과 한집에 사시는 만큼 엘프니 드래곤이니 하는 인외종들과 인연이 만만치 않으신 어머니의 의심에 해영은 거짓말이 한치도 섞이지 않은 진실만을 내뱉으며 바로 오해의 여지를 차단하였다.
물론 해명을 굳이 그런 식으로 하는 바람에 화연의 심지를 건드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나중에 한 50년 지나서 두고 보자 그래.”
굳이 자신이 600년 묶었느니 어쨌는지를 들먹이는 해영이의 말에 화연은 그렇게 나이답지 못한 유치한 면모를 드러내며 오직 옆에 있던 이한성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자, 일단 다들 추울텐데 밖에서 이러지 마시고 안으로 들어갑시다. 가게 문 열어야지.”
이한성이 닫혀있던 가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불을키며 모두에게 어서 들어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그러자 이에 모두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오며 카페의 구색을 전부 갖춘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이내 다들 소소하게 감탄을 내뱉었다.
“깔끔하게 잘 됐네? 되게 엉성하게 해놨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이 되게 커.”
오늘부터 알바생을 구할 때 까지만 이곳에서 일하기로 한 화연과 해영이었지만 둘이 이렇게 가게에 직접 들어와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가게에 처음 와보신 이한성의 어머니 또한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그럴싸하게 준비 된 가게 내부의 모습을 바라보시며 살짝 걱정을 내비치셨다.
“안이 꽤 넓은데 셋이서 볼 수 있겠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어차피 여기가 손님들로 꽉 차지도 않을테니까.”
첫날부터 손님들로 대성을 이루는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이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광고나 홍보에 돈을 들인 것도 아니었기에 이한성은 섵불리 김칫국을 마실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만… 한성이 너 저 두 아가씨한테 시급은 제대로 주고 부른거지?”
“당연하죠. 애초에 둘 다 시급 만원에 넘어가서 제 제안을 수락한거예요.”
최저시급인 8720원 보다 280원이나 더 많은 시급. 임시적으로 카페에서 일하면서 받는 시급 치고는 꽤 많은 액수의 시급이다. 고용주인 이한성의 입장에서는 딱히 카페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닌 화연과 해영을 단기간만 고용하는 것으로 굳이 시급 만원을 지불할 이유가 없었지만, 애초에 시급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흔쾌히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자진했던 화연과 해영이었기에 시급을 한푼이라도 더 주는 것이 그가 둘의 호의에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뭐, 어차피 알바생이 들어오기 전 까지만 도와주기로 했고 그때까지 시급 만원이면 딱히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니까.’
전혀 많을 게 없는 시급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기를 돌려보며 곧 있으면 이곳에서 일하게 될 화연과 해영에게 가게 내부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직원 탈의실이랑 휴계실은 저기 안쪽에 있고, 계산대랑 주방물품들은 다 여기에 있어. 메뉴 조리는 다 내가 맡을테니까 둘한테는 서빙이나 계산을 부탁할게.”
“그럼 서빙은 내가 할게. 해영이 넌 계산대를 맡아.”
“오키도키. 맡겨만 주십사.”
그렇게 별 다른 이견 없이 각자의 역할은 정해졌다. 계산대를 보는 일이야 대충 요령만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늘 보육원의 접수처에서 자리를 잡고 사는 해영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고, 카페라는 것이 한반도에 상륙한 이후부터 간간히 십년 정도의 간격으로 아르바이트를 뛰어왔던 화연은 거의 서빙의 여신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런 역할에 대한 숙련도가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실제로 예전에 편의점에서 같이 알바 뛸 때 진열할 때도 물건을 단 한번도 떨어뜨린 적이 없었을 정도니까 말이야.’
이런저런 다양한 물건들을 손에 든 채 제각각의 다른 자리에다가 진열하다 보면 한두번쯤은 실수로 물건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법인데, 이한성은 약 1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녀와 함께 알바를 뛰면서도 그녀가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초인도 이런 초인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응? 뭐라고?”
“아냐, 아무것도.”
이한성의 혼잣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화연이었지만, 이한성은 이에 그저 말을 얼버무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화연은 싱겁다는 듯이 입가를 삐죽이며 조용히 해영을 데리고 가게 안쪽에 위치한 직원 휴계실로 향했고, 이내 직원들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개인 락커와 어디서 마련했는지 모를 가게 유니폼을 살펴보며 이한성에게 물었다.
“옷은 여기서 갈아입으면 되는거야?”
“아니. 저 안쪽에 탈의실이 따로 있어.”
“? 남녀공용이야?”
이한성이 탈의실이라고 가리킨 휴계실 안쪽의 작은 공간은 사람 한명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뭐 그렇지. 한번에 한명 씩 밖에 못들어가. 그래도 안쪽에서 잠글 수 있으니까 괜한 걱정은 안해도 돼.”
“그거면 됐어.”
안그래도 좁은 휴계실에다가 남자 여자 탈의실을 따로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어차피 당분간 같이 일할 사람이라고 해봤자 해영이 밖에 없었던 화연은 이에 별로 개의치 않아하며 조용히 가게 유니폼을 들고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갔다.
“? 아직 오픈하려면 20분 정도 남았는데, 벌써 갈아입으려고?”
“미리 갈아입어서 나쁠 건 없잖아. 나중에 불편하지 않게 옷이 맞는지 안맞는지 먼저 확인 해야지.”
탈의실 안쪽에서 옷자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화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이한성은 최대한 그녀의 목소리 뒤에서 섞인 환경음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조용히 뒤로 돌았다.
“저기, 오빠. 요즘 언니랑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없었는데.”
해영이 갑자기 귓속말과 함께 말을 걸어오자 이한성은 왠 뜬금없는 질문을 하냐고 묻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흐음… 아무 일도 없었을리가 없을텐데…”
“갑자기 뭔 소리야?”
꼭 무슨 일이 있었어야만 한다는 말투다?
“아침부터 오빠랑 언니 사이의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아서 말이야.”
“? 심상치 않긴 뭐가 심상치가 않아? 평소랑 똑같은데.”
“전혀. 서로 말을 주고받는 분위기며, 말투며, 평소랑 완전 다른데. 뭐랄까… 서로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랄까…”
“….서로 반말 쓰는 걸 말하는 거라면 우리 서로 말 놓은지는 한참 됐거든?”
“….”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반박한 이한성이었지만 그런 그를 바라보는 해영의 시선은 꼭 범인의 실수로 내뱉은 말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기라도 한 탐정과도 같은 시선이었다.
“…우리? 우리이??”
“!!”
아 실수했다.
“와 대박! 설마 했는데 오빠 진짜로 언니랑-”
“만 이천원.”
남들 연애 얘기 좋아하는 또래의 여자들 답게 냄새를 맡고 흥분해서 폭주하려던 해영을 제지하기 위해 이한성은 대뜸 시급 인상을 제시했다.
“에게게, 그정도로?”
“큭… 만 삼천원. 그 이상은 안돼.”
“아하하!! 농담이야 농담. 시급 같은 건 됐고 긴 말 안할테니까 한번 잘 해보세요 싸장님~”
“….”
해영이 이한성의 어깨를 토닥이며 장난기가 가득한 웃음과 함께 탈의실 안에 들어간 화연을 향해 턱짓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금방이라도 화를 덜컥 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자신의 약점을 알아낸 증인을 얌전히 보내주었다.
하필이면 들켜도 쟤한테 들켜서…
안그래도 장난을 자주치는 해영인데 그런 그녀에게 아직까지는 그렇고 그런 화연과의 관계를 들켜버렸다. 보나마나 앞으로 한동안은 저걸 가지고 사람을 들들 볶으며 가지고 놀 것이 분명하다.
“역시 입단속을 단단히 하게 회유를 해야…”
“입단속이라니? 뭘?”
“?!”
순간 바로 뒤에서 닫혀있던 탈의실의 문이 열린 것과 동시에 화연의 맑은 목소리가 잔뜩 긴장하고 있던 이한성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 결과, 이한성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고 화연은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놀라는 그의 모습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렇게 놀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생각보다 빨리 나와서…”
“?”
급하게 이어지던 이한성의 변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대처할 변명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뒤돌아본 그의 눈가에 반듯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화연의 모습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옷은 좀 맞아?”
“좀 끼기는 한데 괜찮아. 너무 널널한 것도 좀 그러니까.”
가게 유니폼이라고 해봤자 적당한 와이셔츠 한벌에 카페의 로고가 그려진 앞치마 뿐. 바지는 그냥 무난하게 입고 움직이기 편한 스키니 진. 하지만 좀 낀다는 화연의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듯 그녀가 살짝 몸을 움직이자 평소에는 잘 드러날 일이 없었던 그녀의 바디라인이 21세 모태솔로인 이한성의 안구에 강렬하게 새겨져 버렸다.
오 마이 아이즈 얼 블레스드.
“미친놈아 뭔 소리야.”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되뇌이고 만 엉터리 영단어에 이한성은 질색하는 얼굴로 본인 스스로에게 일침을 날렸다.
“…? 나 아무말도 안했는데?”
“아, 아니 너한테 한 말이 아니라…”
혼잣말에 오해한 듯한 화연의 어리둥절한 얼굴에 이한성은 손을 저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오해를 풀기 위해 다시 그녀를 바라보자니 그녀의 바디라인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그럴 수가 없었고, 이에 이한성은 필사적으로 눈의 초점을 흩뜨리며 간신히 변명을 끝마쳤다.
“사실 내가 환청이 좀 들리는 편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