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0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02화(102/245)
102
[틱-틱- 틱-]계산대의 벽에 걸린 흔해빠진 시계의 바늘소리가 조용한 피아노 음악이 라디오에서 재생되는 가운데 은은하게 이한성의 귓가를 간질였다.
“역시… 손님이 많지는 않네.”
가게를 연지도 어느덧 2시간. 그동안 받았던 손님은 총 합쳐서 고작 10명 정도.
이한성이 예상했던대로 가게를 찾는 손님의 수는 무척이나 적었다. 그리고 사장인 이한성은 그 원인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주변에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홍보가 부족했었으니까…’
이곳의 건물주인 강준영의은 곧 있으면 이 주변에 여러 상가들이 들어설 예정이라 한 두달만 있으면 사람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잦아질거라고 했지만 가게 준비가 워낙에 빠르게 끝났던 탓에 다른 상가들이 들어서기도 전에 가게를 열게 된 것이 아마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현재 이 주변에 있는 상가들이라고는 오로직 이한성의 가게 뿐. 바로 앞의 PC방과 저기 옆의 노래방 같은 다른 상가들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아직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중이라 여전히 이 주변은 사람들의 발길이 상당히 뜸한 편이었다.
“뭐, 당분간은 천천히 입소문을 타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비록 찾아온 손님들은 적었지만 반응은 무척이나 좋은 편이었다. 물론 한겨울인지라 아직까지 빙수를 시킨 손님은 없었으나 브런치의 평가도 썩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오빠 의외로 샌드위치 같은 거 되게 잘 만드네?”
“15살 때 부터 여기저기에서 알바 뛰었던 몸이야. 여태껏 일하면서 만들어 본 샌드위치만 해도 수천개는 될 걸.”
한가해서 계단대에 눌어앉은 채 놀고 있던 해영의 물음에 이한성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대답하며 막 끓여낸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무엇보다도 최근 2주 동안 죽어라 연습한게 가장 크겠지만.
샌드위치 만드는 것 쯤이야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금방 실력이 는다. 물론 그렇다고 막 맛있어서 감탄이 나올 수준의 퀄리티 까지는 아니었지만, 하나당 2000원이라는 가격에 대비한다면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기에 지금까지 찾아온 10명의 손님 중 10명 모두 샌드위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었다.
“그래도 빙수가 메인인데 말이지…”
누구 한명이라도 빨리 빙수를 하나 주문해 맛을 봐야 입소문이 더욱 빨리 퍼지게 될 것이다. 다만 문제라면 지금이 한겨울이라는 것. 사람들이 따뜻한 것을 찾았으면 찾았지, 차가운 걸 섣불리 찾을 시기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 초조해 하지 마. 겨울에도 빙수 먹는 사람쯤은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화연이 테이블을 행주로 훔치며 고민이 많아보이던 이한성을 위로했다. 그러자 이에 가게 구석에서 혼자 놀고 있던 수정이 또한 맞장구를 치며 외쳤다.
“마자마자! 나도 겨울에 빙수 먹는거 조아해!”
“넌 얼음타입이니까 그런거고.”
세리를 데리고 집으로 먼저 돌아가진 어머니와는 다르게 고집으로 가게에 남아버린 수정이. 혼자서 가게에 있으면 지루하고 재미없을 법도 한데 뭐가 그리 재밌는지 창밖을 바라보며 실실 웃고있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여느때와 같이 수정이의 말에 딴죽을 걸었다.
‘그나저나 예상은 했어도 초조해지는 건 어쩔수가 없구만.’
역시 예측하는 것과 직접 겪어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나지막히 중얼거리며 어서 다음 손님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띠링-]기다리기 무섭게 문에 달린 작은 방울이 울리는 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퍼졌다. 그러자 잠시 한가해서 풀어진 상태였던 이한성과 화연, 그리고 해영은 곧바로 다시 비지니스 모드로 전환되어 영업용 미소와 함께 손님을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11번째로 들어온 손님은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 복장으로나 분위기로나 보았을 때 추측되는 직업은 어딘가의 회사원. 그것도 일에 찌들어 눈가에 다크서클이 진한 전형적인 야근에 특화된 회사원이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이랑… 라떼 빙수 작은걸로 하나 주세요.”
점심시간도 아니고 이제 막 11시인데 가게를 찾아온 회사원은 피곤함에 찌든 눈으로 메뉴판을 잠시 바라보더니 간단하게 두가지를 시켰다. 그러자 계산대 담당인 해영은 능숙하게 간단하기 그지 없는 오더를 받으며 손님에게 물었다.
“네~ 총 9800원 입니다~”
“…네?”
순간 회사원이 잘못 들었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뜨거운 아메리카노도 한잔 시켰습니다만…”
“네~ 저도 알아요~”
“…??”
회사원의 표정이 어리둥절함을 넘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빙수 하나에 최소 만원은 나가고, 커피 한잔에 4천원은 되니 그의 당혹스러움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렇게 상상 이상으로 싼 가격에 당황한 회사원은 다시 한번 메뉴판을 바라보며 자신이 시킨 메뉴들의 가격을 확인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3천원이라고 적힌 아메리카노와 6천 8백원이라고 적힌 라떼 빙수의 가격이 회사원의 눈가에 들어오며 입을 떡 벌리게 만들고 말았다.
“계산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어… 카, 카드로 부탁드립니다…”
해영의 질문에 컬쳐쇼크에 빠져있던 회사원은 가까스로 정신줄을 붙잡으며 지갑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해영은 웃으며 카드결재기를 내밀었고, 회사원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계산을 끝마치고는 멍하니 테이블에 다가가 앉았다.
“오빠, 들었지? 라떼 빙수 하나랑 뜨거운 아메리카노 하나야.”
“어 그래.”
해영의 물음에 이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빙수 기계로 얼음을 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한성이 빙수를 만드는 동안, 대기 중이던 화연은 기계로 커피를 우려내기 시작했고, 능숙하게 바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타내 손님에게 가져다 드렸다.
“주문하신 뜨거운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커피를 건네받은 회사원은 가볍게 서빙해준 화연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어두는 분위기와 함께 창 밖을 내다보며 커피를 들이켰다.
“…그냥 회사 때려칠까.”
커피를 한모금 들이킨 회사원이 깊은 한숨과 함께 그렇게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올해로 35살이 된 꽤나 벌이가 좋은 회사의 사원인 그의 이름은 최승우. 결혼생활 5년차에다 성격 좋은 아내와 아들 하나를 둔 한 가족의 가장이다.
아내와의 관계도 더할나위 없이 가깝고, 아들과의 관계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다가 월급도 꽤 빵빵한 덕에 금전적인 문제도 일절 겪고있지 않는 최승우. 그런데 그런 그가 지금 이렇게 원래라면 회사에서 사무실에 앉아 일을 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반차를 내고 난생 처음와보는 빙수카페에 찾아와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바로 그의 직장 상사가 너무나도 ㅈ같았기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꼰대중의 꼰대가 상사냐고…’
팀의 모두가 달라붙어도 한달 안에 성공시킬까 말까 하는 힘든 프로젝트를 일주일만에 혼자 성공시키라고 닥달을 하지 않나, 안그래도 업무량이 장난 아닌데 지 것 까지 스리슬쩍 떠넘겨서 사람에게 야근을 강요하질 않나, 그러다가 새벽 4시에 집으로 돌아가서 3시간 만에 다시 출근하면 3분 늦었다고 지랄을 하질 않나.
최승우의 상사라는 인간은 그런 인간이었다. 승진이 목을 매면서 지는 고생하지 않으려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전형적인 악덕상사.
“그래. 때려치자.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이건 아니야. 사람이 이렇게는 못살아.”
최승우가 언제 다 마셨는지 모를 커피컵을 구겨버리며 제정신이 아닌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젯밤도 새벽 4시 까지 회사에서 야근을 했던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아저씨, 아저씨 괜차나?”
가게 구석에서 홀로 놀고 있던 수정이가 좀비 그 자체인 몰골인 최승우에게 불쑥 고개를 들이대며 물었다. 그러자 처음보는 꼬마의 질문에 대답할 기운조차 없었던 그는 그저 테이블 위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빠~ 이 아저씨 죽은 것 가타.”
“야야, 멀쩡한 사람 죽이지 마.”
수정이의 외침에 라떼 빙수의 토핑을 마무리 하고 있던 이한성이 그리 대답하며 수정이에게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이에 수정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최승우의 마주편 자리에 앉아 다 죽어가는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고, 이한성은 그런 수정이를 못말린다는 듯이 쳐다보며 그새 다 완성된 라떼 빙수를 화연에게 넘겨주었다.
“이것 좀 손님한테 갖다 줘. 수정이한테도 손님한테 폐끼치지 말라고 한소리 좀 해주고.”
“맡겨줘.”
화연이 라떼 빙수가 올려진 트레이를 능숙하게 한손으로 들어올리며 미소와 함께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손님인 최승우에게 다가가 완성된 라떼 빙수를 건네주었다.
“주문하신 라떼 빙수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
아까는 예의상으로라도 감사인사를 했던 최승우였지만 현재 테이블 위에 늘어진 채 시체처럼 널브려져 있던 그에게는 그럴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수정이는 언니랑 같이 가자. 손님 귀찮게 하면 안돼요.”
“시러. 나 여깄을래.”
“아빠가 수정이한테 빙수 만들어준대도?”
“!! 빙수!!”
화연의 거짓말에 단번에 속아 넘어간 수정이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순순히 그녀를 따라 최승우의 곁을 떠났다. 그러자 그렇게 손님으로써 홀로 테이블에 남게 된 그는 천천히 얼굴을 들어올려 방금 막 만들어진 라떼 빙수를 바라보았고, 이내 멍하니 수저를 들어 별 기대 없이 빙수를 한 입 떠먹었다.
“….!!!!”
그리고 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활력이 그의 몸에 흘러들어오며 좀비 그 자체였던 그의 몰골을 말짱하게 회복시켜주었다.
“뭐, 뭐지…? 이 홍삼 뺨치는 느낌은 대체…”
명절 선물세트로 지인에게 받았던 홍삼즙도 이정도의 효능은 없었다. 한입 먹자마자 이렇게 피로가 가시고 온 몸에 생기가 돌아오는 듯한 기분을 가져다주는 음식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 자빠진 최승우는 이윽고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라떼 빙수를 바라보며 터무니 없는 의심을 내뱉었다.
“설마 여기다 마약이라도 넣은 거 아니야…? 한입 먹고 이렇게 효과가 직빵으로 올리가…”
이정도면 거의 무슨 각성제라도 탄 것이 아닌가 의심해야 할 수준이다. 그렇게 한입만으로도 피로를 싹 해소해준 라떼 빙수의 정체를 의심해보던 최승우였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그가 손에 쥔 숟가락은 계속해서 분주하게 빙수와 입을 오가고 있었다.
그렇게 작은 사이즈로 시킨 라떼 빙수가 전부 사라지기 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제아무리 작은 사이즈였다고는 하나 평범한 속도로 먹으면 5분은 가뿐하게 걸릴 양을 단시간만에 전부 먹어치운 최승우는 뒤늦게 그릇이 텅 비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충격에 물들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야 내 빙수 어디갔어.”
다 먹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1분이지만 먹는 본인이 흘러갔다고 느낀 시간은 고작 6초 내지. 빙수에 홀린 것 마냥 정신이 팔려있던 최승우는 피로해소에 밀려 그만 잊고 있었던 빙수의 맛을 한박자 늦게 자각하며 다시 한번 충격을 먹었다.
“심지어 맛있잖아…! 이런게 6800원 밖에 안한다고…?”
아무리 작은 사이즈라고는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만원 값은 할 정도의 사이즈다. 그런데 그렇게 터무니 없는 싼 가격을 지닌데다가 맛도 좋고 피로회복까지 직빵으로 시켜준다니, 혜자도 이런 혜자가 따로 없었다.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했었던거지…?”
세게수의 이슬이 첨가된 라떼 빙수에 의해 피곤에 찌들어 있던 정신이 맑아지자,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직장을 때려치려 했던 본인의 충동적인 선택이 최승우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무리 직장상사가 ㅈ같아도 해도 그렇지, 애도 먹여 살려야 하는 주제에 뭐?? 때려쳐?? 그깟 야근이 뭐라고… 고작 이 빙수 한입에 풀릴 정도 밖에 힘들지 않은 일인데…!’
틀리다. 말 그대로 과로사 하기 직전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원래라면 미미했을 빙수의 효과가 더더욱 강력하게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빙수가 뭘로 만들어졌는지 알 리가 없는 최승우가 그 사실을 깨달을리가 없다.
그런 중대한 착각을 해버린 최승우는 바로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나 이미 계산이 다 끝났음에도 다시 한번 계산대로 향했다. 그리고는 이내 계산대를 지키고 있던 해영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이곳 사장님이 누구십니까?”
“사장님이요? 오빠, 잠깐 와봐. 손님이 오빠 찾는데?”
갑자기 사장이 누구냐고 묻는 최승우의 질문에 해영은 바로 옆에서 주방을 정리하고 있던 이한성을 불렀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살짝 불안하다는 표정과 함께 다가와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날 왜? 빙수에 무슨 문제라도…”
“감사합니다 사장님!!”
“???”
이한성이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최승우가 버럭 감사인사를 외치며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사장님의 빙수 덕분에 제 가족을 위한다면 그깟 야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약한 생각에 빠져있던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예???”
이 뭔 개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