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03)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03화(103/245)
103
“사장님의 빙수 덕분에 제 가족을 위한다면 그깟 야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약한 생각에 빠져있던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예???”
이 뭔 개소리야???
뜬금없이 이게 대체 갑자기 무슨 소리일까. 사장인 자신을 찾길래 클레임이라도 걸 줄만 알았던 손님이 다짜고짜 감사인사를 표하며 영문모를 소리를 늘어놓자 이한성은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을 지었다.
“잠시나마 야근 때문에 가족 생각은 안하고 일을 때려치려고 했던 제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워졌습니다! 이런 빙수 하나로도 충분히 풀릴 수 있었던 피로였는데 고작 그거 하나 견디지 못해서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했었다니…!”
“아니아니, 잠깐만요. 일단은 진정 좀 하시고…”
“전 이만 회사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올테니 그때마다 맛있는 빙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승우는 그렇게 연달아 90도로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들어올 때와는 달리 활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나가버렸다.
“…내가 사람 하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건 아니겠지…?”
정황상 야근 때문에 사퇴까지 고민하던 회사원 같았는데 아무래도 빙수에 들어간 마법 얼음과 세계수의 이슬 때문에 피로해소의 효과가 생각보다 커져서 야근이 별 것 아니었다고 착각해버린 모양이다.
“…왠지 모르게 좀 미안해지는데.”
그렇게 직장이 힘들다면 때려치는 것이 좋았을텐데, 어째 자신 때문에 멀쩡한 사람 하나를 야근지옥으로 다시 밀어넣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진 이한성은 살짝 걱정스러운 어조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어때. 기운 좀 차린 것 같으니까 별 일 없을거야. 나중에 야근 때문에 다시 죽으려고 하면 또 찾아오겠지.”
화연이 방금 전 까지 손님이 앉아 있었던 테이블을 닦으며 이한성의 걱정을 잠재웠다.
‘…하긴 별로 상관 없겠지. 내 일이나 신경쓰자. 내 코가 석자인데 남 걱정해서 뭐하게.’
당장 걱정해야하는 것은 장사다. 이한성은 그렇게 본인이 풀어나가야 할 주된 목표를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가게 구석해서 토라져버린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연이는 거짓말쟁이…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
“쟨 또 왜 저래?”
어째 네거티브한 에너지가 팍팍 튀고 있다만. 누구한테 사기라도 당했나?
“수, 수정아, 언니가 미안해… 다음부터는 안그럴게…”
또 뭔 일인가 싶기 무섭게 화연이 토라져 있던 수정이를 달래며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어째 아까 순순히 말에 따른다 싶었더니, 아무래도 먹을 걸로 애를 꼬셨던 모양이었다.
“에휴… 그러게 애를 함부로 꼬시면 안되지.”
“이렇게까지 속상해 할 줄은 몰랐단 말이야…”
아이를 새빨간 거짓말로 꼬시는 건 좋지 못한 일이다. 늘 이런저런 회유책으로 수정이를 꼬시는 이한성조차도 100% 거짓말로 수정이를 속이려고 들지는 않는다. 다만 많게는 10% 정도의 진실을 섞어 교묘하게 포장할 뿐.
거짓말에는 영 익숙하지 못한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하는 수 없이 한가한 시간을 빌려 간단하게 수정이에게 줄 빙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할 일이 없어 멍을 때리던 해영이 곁에 다가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걸었다.
“오빠, 손님도 없는데 뭐하게?”
“수정이가 토라져서 빙수로 좀 달래보게. 왜, 너도 좀 줄까?”
“아니, 난 카라멜 마끼아또.”
“알겠어.”
해영의 부탁에 이한성은 빙수도 만들 겸 커피도 같이 끓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를 겨우 달래고 온 화연이 다가와 이한성의 일을 거들어주기 시작했다.
“커피는 내가 끓일게. 대신 내 몫의 빙수까지 좀 만들어 줘.”
“어떤걸로?”
“요거트 빙수로.”
“오케이.”
앞으로 30분 정도 뒤면 점심시간이 그냥 점심 좀 일찍 준다고 생각하고 만들면 그만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화연의 부탁을 접수하며 수정이 몫의 빙수와 함께 그녀의 몫도 같이 만들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하루 종일 한가할 것 같은데, 정말로 시급 만원 줘도 괜찮겠어? 부담스럽다면 안줘도 되는데.”
화연이 달달한 우유 위에 시럽을 능숙하게 부으며 말을 꺼냈다.
“난 노동법 위반으로 잡혀가기 싫거든. 문제 없으니까 그냥 받어.”
이왕이면 별 탈 없이 오래오래 빙수카페를 열면서 애들이랑 같이 살고싶다. 그런 핑계를 대며 이한성은 시급을 안받아도 된다는 화연의 사람 좋기 그지없는 발언을 일축하며 수정이를 위한 초콜릿 토핑을 곱게 간 얼음 위에다가 뿌렸다.
“이렇게 한가하게 시간만 때우면서 시급이 만원이라니… 나 그냥 여기 정직원 할래.”
해영이 반쯤 농담적인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다른 말로는 반쯤 진심인 그녀의 말을 들은 이한성은 그새 완성된 빙수를 수정이에게 가져다 주며 해영의 농담에 대꾸했다.
“정직원은 최저시급이야. 그래도 정직원 하고 싶다면 시켜주고.”
“농담이야 농담! 그냥 이렇게 한가할 바엔 미칠도록 바쁜게 더 나을 것 같아서 한 소리일 뿐이야!”
기본적으로 해영은 지루한 걸 그 무엇보다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아무리 당분간만 도와주는 거라지만 시급 만원을 받으면서도 농땡이를 피우기에는 바로 옆에서 사장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또 열심히 일을 하기에는 너무 한가하고, 이래도 저래도 영 불편했던 해영은 그렇게 필사적으로 이한성의 제안을 거절하며 방금 막 다 만들어진 카라멜 마끼아또를 화연의 손으로 부터 낚아채듯 받아내 마시기 시작했다.
“…해영아, 아무리 농담이라도 그렇지.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아유, 언니도 깐깐하게 왜 그래…! 나도 염치가 있지, 계속 시급 만원 받아가면서 정직원으로 일하고 싶을리가-”
“아니 그거 말고.”
“…? 그럼 뭐?”
‘시급 얘기 꺼낸 것 때문에 잔소리를 하려던게 아니었나?’
갑자기 정색하는 화연의 반응에 해영은 무척 당황하며 자신이 내뱉었던 말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되짚어 보았다. 그러나 딱히 짐작가는 것은 없었다.
“너 알바 뛰어본 적 없지?”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한성이 완성된 요거트 빙수를 화연에게 넘겨주며 해영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그녀는 살짝 뻘쭘하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어니… 알바라고 해봐야 보육원에서 일하는 게 전부니까 없다면 없는게 맞긴 한데…”
“그럴 줄 알았다. 조금이라도 알바 뛰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칠정도로 바빠지는게 좋다느니 뭐하다느니 같은 소리는 절대로 안하거든.”
그딴 끔찍한 소리를 했다가는 그날 하루 동안 몸도 멘탈도 탈탈 털리게 될테니까.
알바생에게 있어서는 가게가 바쁜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가게가 잘 돌아가면 힘들긴 해도 돈이나 쑥쑥 들어오는 사장과는 달리 알바생은 시급제지 할당제가 아니기 떄문이다. 1시간 동안 받은 손님이 0명이든 100명이든, 결국 버는 돈은 대게 8천원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오늘 하루는 한가할 것 같아-” 같은 소리를 지껄이면 그날 하루는 가게가 손님들로 미어터지고, “오늘은 왠지 좀 바쁠 것 같아-” 라고 생각하면 그날은 귀신같이 한가한 날이 된다.
물론 노리고 그런 말을 내뱉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뭐… 솔직히 지금은 내가 사장이니까 나한테는 손님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거지만.’
이한성은 그렇게 1년도 되지 않아 알바생에서 사장님으로 출세하는데 성공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한가하기 그지 없는 가게 안을 눈으로 훑었다.
언젠가는 이렇게나 한가한 이곳이 손님들로 시끌벅적해 지기를 내심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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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하루 매출이 30만원 정도 밖에 안됐네.”
현재 시각은 오후 8시.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가게를 연 첫날의 장사는 영 시원찮았다.
사람들이 많아지는 점심시간과 퇴근할 무렵인 늦은 오후에는 잠깐 손님들이 들이닥치기는 했었지만 그 사이사이의 빈 시간에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단 한번도 울려퍼지지 않았다.
“첫날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신경쓰지마.”
“그래그래~ 내일은 오늘보다는 충분히 더 나아지겠지 뭐~”
화연과 해영이 이한성에게 상심하지 말라는 듯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마감 작업을 끝마치며 됐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나 멀쩡해. 처음부터 기대치가 그리 높지도 않았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10만원도 벌지 못할 거라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던 것 치고는 충분히 많이 나온 편이다. 거기에다가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니 그는 남들이 걱정하는 것 처럼 그렇게 우울해져 있는 상태가 전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나 신경 쓸 시간에 빨리 정리나 해. 집에 가야지.”
이한성이 빗자루와 행주를 둘에게 떠넘기며 사장으로써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임시직인 둘은 사장의 명령을 전혀 명령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채 흔쾌히 빗자루와 행주를 받아들며 가게 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수정이 얜 어디갔어?”
이한성이 계산대의 현금을 정리하며 오후 내내 영 조용했던 수정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럼 그렇지.”
이한성은 어렵지 않게 의자 위에 누운 채 자고있는 수정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나 그렇게 하루종일 가게 안을 쏘다니느라 체력이 방전된 모양이었다.
“오빠, 혹시 쓰레받이 어딨는지 알-”
“쉿.”
조용히 해. 애 자고 있잖아.
잠들은 수정이의 옆에 옆에 앉아 자리를 지키며, 이한성은 해영의 말을 잘라먹었다. 그러자 그녀는 바로 곤히 잠들은 수정이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한성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향해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
“많이 피곤했나 보네.”
.
그새 테이블들을 전부 다 행주로 닦은 화연이 자고 있던 수정이가 깨랴 작은 목소리로 이한성에게 말을 걸어왔다.
“체력이 남아 돌아서 사고 치는 것 보다는 낫지.”
“하긴, 그렇겠다.”
화연이 이한성이 앉은 마주편의 자리에 앉으며 옅은 미소와 함께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뭐 하고 싶은 말 있어?”
“있으면 해도 돼?”
“그러던가.”
언제는 뭐 허락받고 말한 적 있었나.
이한성이 상관 없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화연은 조용히 손짓 한번으로 저 멀리 주방에 놓여져 있던 커피잔과 커피믹스를 가져와 뜨거운 물에다 부었다.
…그래도 여기 명색이 카페인데 꼭 인스턴트를 타서 마셔야 하나.
인스턴트가 맛있다는 건 이한성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녀의 부탁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커피를 타 줄 생각이었다.
물론 귀찮아서 가장 쉽게 기계로 타낼 수 있는 에스프레소 한잔만 간단하게 타서 줬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단 것 보단 블랙을 선호하는 것 같고, 직접 타서 주는 것 만으로도 점수는 따낼 수 있을테니까.’
아무리 화연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는 해도 사람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는 법이다. 여전히 이한성이라는 인간은 합리적인 귀차니스트고, 그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예전보다 나아졌을 뿐, 예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가게 여는 거 말이야… 어쩌다가 마음먹게 된거야?”
이한성이 인스턴트니 에스프레소니 하는 딴생각에 잠시 빠져있던 그 순간, 화연이 나지막히 질문을 던졌다.
“…내가 말 안했었나?”
“안 했어.”
“하긴 뭐… 생각해 보니까 말해준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네.”
가끔가다 그럴 때가 많다. 분명 말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속으로만 말해놓고서는 말했다고 착각하는 그런 경우가.
“별로 대단한 이유는 없고 그냥 가게 여는게 내 꿈이었어.”
“꿈…?”
“어. 왜 가끔 알바하다 보면 그런 생각 하잖아. 차라리 내가 사장이면 좋겠는데-같은 거.”
“아,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
알바 생활을 한 기간만 따지고 보면 이한성보다도 아득히 경력이 많은 화연이 이해한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보통 그런 이유만 가지고 가게 여는 사람은 없지 않아…?”
“없겠지. 그럴 여건이 안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현실에서 본인의 의지를 그대로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실패할 각오를 다지고, 그러면서도 성공하겠다는 마음을 품기에는 세상일이란게 늘 그렇듯이 녹록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니.
“난 그냥 운이 좋아서 여건이 되고, 할 게 별로 없다 싶어서 시작한 것 뿐이야.”
이한성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자고 있던 수정이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보내왔던 화연의 푸른 눈동자는 이한성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숨긴 속마음을 어렵지 않게 헤아릴 수 있었다.
“수정이 때문이구나?”
“….”
“맞나보네. 수정이의 미래가 걱정되서, 그게 이유지?”
육아 보조 시스템은 이한성이 착실하게 수정이를 돌보고, 키우기 위해 주어진 퀘스트를 수행할 때 마다 그에게 보상을 지급해왔다. 그리고 이한성은 그 보상들을 받아 집을 샀고, 자선을 베풀었으며, 자식을 풍족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고 계속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다.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보호자인 이한성이 자녀인 수정이가 무사히 성장할 수 있을 때 까지만 보조해주는 도우미에 불과하다. 수정이가 무사하게 어른으로 자라고 나면 시스템은 아마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고, 수정이는 여느 아이들과 같이 부모의 도움 없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만약 이한성이 평범한 부모이고, 수정이 또한 평범한 딸이었더라면 부모인 그가 걱정할 것은 달리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부모로서 걱정이 된다고 해도 결국 언젠가는 혼자서 자립해 홀로서기를 해야하는게 이치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는 평범한 부모가 아니고, 수정이도 마찬가지로 평범한 딸이 아니다.
엘프와 마찬가지로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는 하프엘프. 앞으로 100년이고 500년이고 흐르지 않는 세월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게 될텐데, 그렇게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야만 하는 수정이에게 있어서는 앞으로 마주서게 될 벽이 많을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잡는다고 해도 오래 머물지는 못할 것이며, 결혼을 한다고 해도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삶은 분명 수정이를 쉽게 지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한성은 갈 땐 가더라도 훗날 수정이에게 도움이 될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그것이 재산이든, 장소든, 추억이든 간에.
만약 살다가 지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수정이가 언제든지 이곳으로 돌아와 마음을 추스릴 수 있기를 바라며.
“…쉬는 것 만큼 세상에서 중요한게 따로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