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05)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05화(105/245)
105
“…다들 살아 있어?”
가게를 오픈한지도 6일 하고 12시간이 되는 늦은 마감시간에, 이한성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가게 안에 기력없이 울려퍼졌다.
“…살아있는 것 처럼 보여?”
이한성과 마찬가지로 피곤함에 의해 녹초가 되어버린 화연이 테이블 위에 뼈없는 연체동물마냥 축 늘어진 채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이라도 할 수 있었던 그녀와는 달리, 해영은 진짜로 죽은 것 마냥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아무런 대답도 내뱉지 않았다.
첫날 이후로 갑자기 급증하게 된 손님들. 의도치 않은 SNS의 노이즈 마케팅 덕에 수정이네 빙수카페는 지난 1주일 가량 이 주변의 그 어느 상가 보다도 호황을 누릴 수 있었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다름아닌 사장을 포함한 일하는 사람들의 영혼이었다.
지난 1주일 간의 하루 매출은 자그나마치 평균 100만원. 하루동안 장사해서 남는 재료들은 그야말로 0%. 카페 같은 경우에는 하루 매출이 60만원 70만원만 나와도 충분히 먹고살고 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 어느 자영업자들도 부러워할 만한 수익이다.
어쩌다가 이 사람들도 잘 지나다니지 않는 곳에 위치한 보잘 것 없는 빙수카페가 이런 예상한 것 이상의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일까-라고 묻는다면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우선 첫번째 이유는 바로 SNS에서 핫 이슈가 되었던 게시글. 최승우라는 이름의 평범한 회사원이 과장되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부풀려서 SNS에 불쏘시개를 제공한 것이 시작이었다.
다른 곳 보다 싸고 좋은 맛, 그리고 피로가 싹 풀리는 분위기 내지 숨겨진 효능. 그런 식으로 SNS에 올라간 글은 언제나 늘 그렇듯이 별 것도 아닌 이유를 가지고 댓글창에서 키보드 배틀을 불러 일으켰고, 그렇게 불타기 시작한 댓글창들간의 싸움은 의도치 않게 가게의 이름을 3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알려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이란 어디까지나 리스크가 큰 홍보수단에 불과하다. 제아무리 논란을 일으켜 유명세를 탔다고 해도 사람들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붙들어 놓을 수 있는 관심사가 없다면 여느 논란들이 그렇듯이 금새 잊혀져 버리고 만다.
거기서 들어오게 되는 것이 바로 두번째 이유. 논란의 해명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어쨌든간에 댓글창을 장작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수정이네 빙수카페. 당연히 “다른 곳에 비해 절반 가격” 혹은 “엄청난 맛” 거기에다가 “몸도 마음도 치유되는 분위기” 같은 비현실적인 수식어가 따라붙게 되었으니 사람들은 심리가 시키는대로 그것이 과연 진짜인지 확인하고싶다는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이 작은 빙수카페를 알게 된 300만명의 사람들 중 0.0001%에 해당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직접 가게를 찾게 되었고, 비현실적이라고만 생각했던 논란거리가 모두 다 진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무한으로 증식하는 암세포 마냥 저마다 SNS에 글을 올리며 모두에게 사실을 알렸다.
양은 많은데 가격은 6800원, 거기에다가 맛은 다른 곳에 비해 3배라는 생태계 파괴자가 자영업계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아무리 사람들이 싼 걸 좋아한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거 아니냐고…’
이한성이 새하얗게 불태워진 몰골과 함께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확실히 가게가 잘되면 좋을거라고 기대해보기도 했었던 그였지만, 이런식으로 녹초가 될 정도로 일에 시달리게 되는 건 그가 원한 것이 절대로 아니었다.
“가게를 괜히 열었나… x나 후회되네…”
난 가게가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지.
세상만사 생각대로 흘러가는 일이 하나도 없다. 이한성은 그렇게 녹초가 된 자신과 2명의 임시직원들을 바라보며 몸을 일으켰다.
“…해영이 쟤 죽은거 아니지?”
아까부터 미동도 하지 않았던 해영의 모습이 이한성의 눈가에 들어왔다. 이에 살짝 진짜로 과로사해버린게 아닐까, 걱정이 되었던 그는 [의심병자의 눈]을 사용해 해영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이름: 해영] [종족: 인간] [나이: 19세] [성격: ESFJ(사교적인 외교관)] [Hp: 71/100] [Mp: 0/0] [상태: 생존형 절전모드]다행히도 상태창을 보니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다만 생존본능에 의해 강제적으로 절전모드에 돌입해서 죽은 듯이 잠들어버린 것 뿐.
“안죽었네.”
아직은, 말이야.
인간은 그리 쉽게 죽거나 하지 않는다. 고작 일주일 동안 뼈빠지게 일한 걸로 과로사에 이를 정도로 인간이 약한 존재였다면 대한민국의 인구수는 저출산이 효과를 보기도 전에 진작에 폭발적으로 하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과로사로 세상과 하직하는 것도 그리 먼 일이 아니겠지.’
3명이서 손님들로 미어터지는 가게를 굴리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하루라도 빨리 새 알바생들을 구해야만 한다.
화연과 해영은 어디까지나 임시직원. 다음주 까지는 계속해서 도와주기로 했지만 그 이후에는 이한성 혼자서 직원을 뽑고 하면서 가게를 굴려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당장 3명이서도 바빠서 죽어나가는 실태인데, 이한성 혼자서 가게를 본다는 것은 말 그대로 죽음을 의미했다.
“내일이 일요일인게 그나마 다행이지.”
다행히도 일요일에는 가게를 열지 않으니 내일 하루는 숨을 돌릴 수 있다. 이한성은 그 사실에 깊은 안도를 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슬슬 불을 끄고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하였다.
“일요일에 무슨 예정이라도 있어?”
화연이 가게 스위치를 하나 둘씩 내리던 이한성에게 다가와 물었다. 분명 일요일이 어쩌고 하는 그의 혼잣말을 들은 것이리라.
“아니, 없는데.”
하루종일 집에 들러붙어 있을 예정입니다만.
“그럼 내일 같이 영화라도 볼래?”
“글쎄, 내일은 그냥 좀 쉬고…”
…잠깐만, 영화?
순간 한쪽 귀로 흘려들었던 단어가 다시 반대쪽 귀를 통해 이한성에게 들려왔다. 이에 그는 잠시 멈칫 거리더니, 천천히 화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많이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화연의 옆얼굴이 이한성의 눈가에 들어왔다.
“그래…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겠네.”
“아뇨. 아닙니다. 시간 됩니다. 몇시? 무슨 영화??”
이한성은 필사적으로 내뱉었던 말을 도로 집어넣으며 제발로 걷어 찰 뻔한 기회를 간신히 붙잡았다.
“어… 그건 아직 안 정했는데. 어떤 영화가 좋아?”
“아무거나. 공포 영화 말고 잔인한 거 말고 너무 밝은 것만 아니면 돼.”
“….”
아무거나 라고 말한 것 치고는 주문이 쓸데없이 되게 많다. 그렇게 확고한 이한성의 영화 취향을 본의아니게 확인하게 된 화연은 못 말린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그에게 결정을 떠넘겼다.
“그럼 네가 알아서 정해줘. 어차피 난 온라인으로 예약하는거 할 줄도 모르거든.”
“알았어. 그럼 내 취향대로 대충 고른다?”
“그래. 난 아무거나 다 괜찮으니까 상관없어.”
취향이 깐깐한 이한성과는 달리 화연은 장르에 상관없이 뭐든 다 잘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그렇게 선택권을 완전히 이한성에게 넘긴 채 벌써부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볼 만한 영화를 알아보는 그의 모습을 옅은 미소와 함께 바라볼 뿐이었다.
“새로나온 008 영화 어때? 내일 3시에 상영하는 것 같은데.”
“그거 괜찮겠네. 무슨 영화야?”
“첩보 액션. 008 시리즈 본 적 없어?”
“없는데. 술게임 아냐?”
“….모르면 됐고.”
그건 공공칠빵이겠지 엘프님아. 대체 영화를 얼마나 안보고 살았길래…
“그럼 이 영화로 예매한다?”
“난 다 괜찮대도. 그걸로 예매해.”
“오케이.”
영화에 대해 별 지식이 없는 화연의 수락을 받아낸 이한성은 별 다른 망설임 없이 그대로 앱을 통해 예매를 완료했다. 그리고는 이내 핸드폰을 도로 주머니 속에 집어넣으며 화연과 확실한 약속을 잡았다.
“영화는 3시에 시작하니까 내일 2시 반 쯤에 요 앞 GGV에서 만나자.”
“알았어. 2시 반, 맞지?”
“어 그래. 늦지 말고 나와.”
“걱정마. 늦을 일이 생겨도 텔레포트로 바로 갈테니까.”
“아니…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고.”
“농담이야.”
텔레포트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영화관 앞에 짠-하고 나타났다간 일이 어떻게 될지 아주 훤하다. 주변사람들이 죄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고 할 것이 눈에 선명했던 이한성은 농담이라는 화연의 말에 남모르게 조용히 안심했다.
“그럼 내일 2시 반에 보자. 난 해영이 데리고 먼저 갈게. 그래도 괜찮지?”
“네네 그러십쇼. 남아서 도울 것도 없으니까 먼저 가던가 말던가.”
뻗어있는 화연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쳐맨 화연의 말에 이한성은 그렇게 언제나 늘 한결같은 삐딱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진작에 정이 들어버린 그런 그의 면모에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미리 계산해 두었던 텔레포트 마법을 통해 순식간에 집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거 말하자 마자 빨리도 가버리네.”
빈말이라도 좋으니 돕겠다며 남기를 기대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스스로에게 솔직해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삐딱거리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주먹을 꽉 쥐며 짧막한 환호를 내뱉었다.
“예쓰!”
이한성이. 태어나서 21년 동안 모태솔로였던 주제에 드디어 데이트를 다 하는구나. 이 잘난 놈 같으니라고.
빨리 알바생을 구해야 겠다느니 어쩌니 하던 중대한 사항이라도 데이트 앞에서는 뒷전에 불과했다. 어리석은 인간답게 우선사항을 착각해도 단단히 착각하고야 만 이한성은 하루의 피로가 싹 사라진 듯한 기분과 함께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요상한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가 깜빡하고 있는 장애물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
“다녀왔습니다.”
밤 9시. 아침 7시가 나가 건 14시간 만에 그립기 그지 없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이한성의 목소리가 현관으로 부터 들려와 집의 거실에 울려퍼졌다.
“아빠빠빠~!!”
현관문이 닫히기 무섭게 가장 먼저 퇴근한 이한성을 마중하러 나온 건 역시나 가장 발이 빠르고 기운이 넘치는 수정이였다. 마치 토끼처럼 껑충껑충 뛰어와 강아지처럼 몸을 던져 달려드는 이씨 집안 장녀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옅은 미소와 함께 수정이의 귀염발랄한 코를 집게 손으로 막았고 이에 수정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이한성에게 물었다.
“치킹응? 양녕치킹 먹공시픙데!”
“응. 난 후라이드 파야.”
아무래도 아빠 보다는 치킨이 더 기대됐던 모양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오는 길에 사가지고 온 후라이드 치킨이 든 봉투를 내밀며 수정이에게 카운터를 날렸다.
“아 왜~!! 내가 앙념치킨 먹구싶다고 말했자나!”
“어허, 이 아비가 고달픈 퇴근길에 친히 지갑을 열어 치킨을 사왔으면 그냥 주는대로 먹어야지.”
어차피 후라이드든 양념이든 주는대로 잘만 먹으면서 왜 난리야?
편식은 잘하면서 호불호는 거의 없다시피 한게 수정이의 입맛이다. 그 민트초코 빙수도 맛있다고 다 먹어치우고, 탕수육도 부먹이던 찍먹이던 간에 그냥 먹어버리는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어째 오늘의 수정이는 양념치킨을 먹지 않으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모양이었다.
“양! 념! 치! 킨!”
“아… 알았어 알았어. 그것도 같이 사왔으니까 그만해. 귀 울린다.”
계속해서 양념치킨을 요구하는 수정이의 클레임에 이한성은 다른 손에 들고 있었던 봉투를 건네주며 수정이의 항의를 잠재웠다. 그러자 수정이는 불평을 쏙 집어넣은 채 신나라 봉투를 낚아채고는 부엌으로 달려가버렸고, 이에 뒤늦게 마중나오신 이한성의 어머니가 세리를 등에 업으신 채 쌩 지나가는 수정이를 미소와 함께 바라보시며 아들인 이한성에게 물으셨다.
“뭐하러 치킨을 두개나 사왔어? 그냥 반반으로 사왔으면 될 것을.”
“저번에 그랬다가 수정이 혼자서 다 먹어치웠잖아요. 저도 맛 좀 보게 일부러 따로따로 사온거예요.”
이한성이 입고 있던 코트를 의자에 걸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의 등에 업힌 채 멀뚱히 맛있는 냄새가 폴폴 나는 봉투를 쳐다보는 세리의 시선을 느끼고는 어머니께 물었다.
“그나저나 세리는 좀 어땠어요? 아직도 한마디도 안해요?”
“입도 뻥긋 안해. 말은 잘 알아듣는데 왜 말을 안하는건지 원…”
“그러게요. 말을 못하는 건 아닐텐데.”
세리가 처음 인간으로 폴리모프화 하는데 성공했던 날, 세리는 틀림없이 이한성을 서투른 발음으로 아빠라고 불렀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날 이후로 이한성은 세리가 단어 하나 입에 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
그저 항상 이런 식으로 손가락으로 무언가 원해는게 생기면 가리킬 뿐.
“왜, 너도 치킨 먹고싶어?”
[끄덕-]세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이한성은 잠시 치킨을 바라보았고, 이윽고 씨익 웃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협상 제안을 3살짜리 드래곤에게 들이댔다.
“먹고싶어요-라고 말하면 줄게. 어때?”
애초에 드래곤이 치킨을 먹어도 되는 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자.
어떻게든 한번 쯤은 세리가 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이한성은 치킨을 협상카드로 내세우며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자 이에 세리는 무척이나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이한성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쫌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