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06)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06화(106/245)
106
“쫌생이.”
…????? 쟤 방금 나보고 뭐라 했냐???
3살짜리 아이의 입에서는 나와선 안될 단어가 이한성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한성은 자신의 청력이 너무나도 정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어… 저기 그… 세리야, 너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냐??”
분명 뜻을 잘 모르고 내뱉은 것일 것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과 함께 세리에게 물었다.
[스윽-]이한성의 물음에 세리는 대답없이 그저 손을 들어올려 거실에 놓여진 TV를 가리켰다.
내 이럴 줄 알았어. 하긴 쫌생이 같은 단어를 얘가 어디서 배웠겠어. 난 그런 말 가르친 적 없고 어머니가 그랬을리도 없고 수정이는 더더욱 아닐텐데.
역시 아이들에게 있어서 TV는 양날의 검이다. 백지나 다름없는 아이들은 TV에서 얻은 지식 중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세리야. 쫌생이라는 단어는 나쁜거야. 아빠한테 쓰면 안돼.”
“그래 맞다. 얘가 아빠한테 쫌생이가 뭐야 쫌생이가. 얼른 사과하려무나.”
이한성은 침착하게 세리의 잘못을 바로잡아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고, 그의 어머니 또한 거들으시며 세리의 잘못을 지적하셨다. 그러나 세리는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무튼 쫌생이라고 하지 말고 아빠라고 불러봐. 아. 빠.”
“쫌생이.”
아까와 똑같은 단어가 다시 한번 세리의 입으로 부터 튀어나왔다. 이에 이한성은 순간 울컥 할 뻔한 심정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손에 든 치킨과 함께 또 다시 한번 단어교정을 시도하였다.
“쫌생이가 아니라 아빠.”
“쫌생이.”
…어쭈? 이것 좀 봐라. 얘가 좋게좋게 말하는데도 계속 쫌생이라 그러네?? 아무리 단어의 뜻을 잘 몰라서 그런다고 해도 그렇지, 듣는 사람 기분 나쁘게시리…
아무리 악의가 담겨있진 않다고 해도 쫌생이라는 말을 들어서 기분이 좋을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렇게 이한성은 아이를 상대로 짜증이 나려고 하는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치킨봉투를 든 손을 이리저리 허우적거림과 동시에 세리에게 항의했다.
“아니, 아빠라고 한번 불러주는게 그리도 힘드냐?? 왜 자꾸 쫌생이라고 부르는건데??”
그리도 말을 안듣는 수정이조차도 말을 뗀 이후부터 단 한번도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주지 않은 적이 없는데 왜 세리는 첫날 이후로 단 한번도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주지 않는 것일까. 이한성은 통 영문을 모르겠는 세리의 호칭에 은근히 마음이 상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
그러나 그런다고 세리가 이한성을 아빠라고 부르는 일은 없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이한성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맛있는 냄새가 코를 휘감아오는 치킨만을 바라 볼 뿐.
“…그래 됐다, 너 잘났다 너 잘났어. 이거나 먹고 잘 살아라 이것아.”
괜히 아빠라고 한번 불리자고 일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에게 이 이상의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싶지 않았던 이한성은 그렇게 스스로 한발 물러서며 순순히 세리에게 치킨을 넘겨주었다.
그러자 그 순간, 세리는 조용히 치킨이 든 봉투를 받아들며 3살짜리 아이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또박또박한 발음과 함께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아버지.”
“….????”
말했다. 토씨 하나 틀리지도 않고 아주 정확하고 예의바르게 말했다. 그것도 아빠가 아니라 아버지라고 부르면서까지.
너무 놀라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 이한성은 그저 세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런 그의 시선을 느낀 세리는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묻는 듯한 뚱한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할지 감이 안잡히네 이거…”
하는 말은 다 알아들으니까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할 줄 아는데 안하는 것일 수도 있을거라고 짐작하긴 했었다. 그런데, 그냥 말을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무슨 현직 아나운서 뺨치는 발음으로 또박또박 존댓말까지 써가면서 말을 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얘가 드래곤이라서 그런건가…?’
한낱 인간 따위가 아니라 불멸자에 가까운 환상종이라서 학습능력이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 그 왜 판타지 속에서 드래곤이라고 하면 지혜로운 현자같은 존재들이라는 인식이 있지 않은가.
이한성은 그렇게 조심스럽게 짐작해 보며 가만히 할머니의 등에 업힌 채 치킨을 살펴보고 있던 세리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저, 세리야. 너 말 할 줄 아는거 맞지?”
[끄덕-]“어… 근데 왜 지금까지 입도 뻥긋 안하고 있었어?”
“귀찮아서요.”
“….”
드래곤이라는 것들은 대체적으로 게으르고 무기력하며 숨을 쉬는 것 조차 귀찮아 하는 족속들이다. 하지만 그런 지식을 알고 있을리가 없었던 이한성은 도저히 3살 짜리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는 세리의 대답에 황당스러워 할 수 밖에 없었고, 그저 수정이보다 더한 괴짜가 집에 들어왔다고 속으로 한탄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래도 수정이보다는 평범한 줄 알았더만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들어와버렸네.’
하기야 인간의 피가 반이라도 섞인 수정이와는 다르게 이쪽은 순혈의 드래곤이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종족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아빠~! 치킨 안머글꺼면 내가 다 먹는다?”
부엌에서 혼자 양념치킨을 뜯어먹고 있던 수정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잠시 고민은 뒤로 미뤄두기로 하고는 어머니로 부터 세리를 떼어내 품에 안은 채 후라이드 치킨이 든 봉투와 함께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야야야, 너 벌써 다 먹은 건 아니지?”
“응! 다 머겄써!”
한박스를 혼자 다 먹어치웠다는 수정이의 대답에 이한성은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한 반응을 내비치며 양념으로 가득한 박스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수정이의 말과는 다르게 박스 안에는 아직 닭다리 하나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다 먹었다면서? 그럼 이건 뭔데?”
“앗! 안돼! 이건 세리꺼야!”
마지막 남은 닭다리 하나를 낚아 챈다고 오해한 모양인지 수정이는 잽싸게 이한성이 손을 대지 못하게 박스를 뒤로 빼돌렸다. 그리고는 이내 닭다리 하나를 그대로 손으로 집어 이한성의 품에 안겨있던 세리에게 내밀었다.
“자, 아~!”
“….”
무표정만 가득하던 세리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란 것이 내비쳐졌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와 먹기 싫다는 마음이 팍팍 풍겨나는 거부감이.
그렇다. 드래곤은 매운맛에 대한 면역이 일절 존재하지 않는 종족 이었다.
[홱-]수정이의 호의는 둘째치고 양념치킨의 시뻘건 양념이 두려웠던 세리는 먹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정으로 확고하게 드러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런 세리의 반응을 본 수정이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에 이한성은 빠른 눈치로 세리가 매운 맛을 유전자 레벨부터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씨익 웃었다.
아까 쫌생이라고 불렸던 것에 대한 복수를 할 절호의 기회가 저절로 찾아왔기 때문에.
“어허, 세리야. 니 언니가 널 위해 친히 닭다리를 남겨줬는데 그러면 안되지.”
“….”
마치 악마가 희열을 느끼는 것 과도 같은 표정이었다. 도저히 아빠라는 인간이 지을 법한 미소는 아닌 이한성의 표정을 본 세리는 바싹 겁을 먹은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악마…”
“세리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본데, 원래 인간은 다 저마다의 악마를 지니고 있단다.”
“히익…”
이한성이 수정이로부터 닭다리를 대신 건네받은 채 그대로 세리의 입가를 향해 먹으라는 듯이 들이댔다.
드래곤인 세리라면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 이한성을 가볍게 뿌리치고 도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리가 이한성을 부모이자 보호자라고 인정한 이상, 부모의 뜻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습성을 지닌 드래곤으로서 세리가 이한성의 복수에 힘으로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다른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말이다.
“이얍!!”
[퍼억!]“앜?!!”
누가봐도 세리가 싫어하는데 강제로 양념치킨을 먹이려던 아빠의 모습을 본 수정이가 하나뿐인 동생을 위해 직접 나서며 얼음으로 만든 매직스틱으로 이한성의 허벅지를 강타했다.
“세리 괴롭히지 마!”
“어우씨… 나 방금 뼈 맞았어…”
TV에서 자주 나오는 사랑과 정의의 용사 매직 큐어처럼 멋진 포즈를 하며 당당하게 아빠를 향해 매직스틱을 겨눈 수정이였지만 고통 때문에 정신이 없는 이한성은 그런 수정이의 경고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
그렇게 이한성이 통증에 몸을 제대로 갸누지도 못하고 있던 와중, 그의 품에 안겨 있던 세리가 말없이 자신을 위해 나서준 언니, 수정이를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동경의 눈빛. 마치 히어로에게 구출된 히로인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한 시선.
“세리야 괜차나?”
동생이 그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수정이는 이한성의 품으로 부터 세리를 떼어내며 걱정이 담긴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이에 세리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 만큼 키가 더 큰 수정이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 괜찮아요.”
“!!”
순간 수정이의 표정이 놀라움 그 자체로 물들었다. 난생 처음으로 동생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 이외에도 직접 대답해 준 모습을 목격한 수정이는 얼마나 놀랐는지 방금 막 자신이 쓰러뜨린 아빠에게 달려갈 정도였다.
“아빠빠빠!! 세리가 방금 말했써!”
“어. 그리고 넌 방금 내 다리를 분지를 뻔 했어.”
방금 막 지 애비 다리를 얼음 막대기로 후려쳤으면서 넌 아무렇지도 않나 보구나. 누구 딸인지 참 대단하다 대단해.
“세리는 천잰가봐!”
이한성이 빈정거리는 말로 대꾸하든 뭘 하든, 수정이는 전혀 귀담아 듣지 않은 채 자신보다 더 어른스러운 세리의 모습에 그저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었다.
“…별로 대단한 건 아닌데.”
세리가 부끄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무표정으로 이한성을 쫌생이라고 불렀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말 그대로 정상적인 3살짜리 아이의 반응이었다.
여전히 발음이 귀신같이 똑 부러진다는 것만 뺀다면 말이다.
‘…뭐, 서로 친해진 것 같으니까 다행인가.’
얼마 전 까지만 했어도 세리는 수정이를 무척이나 귀찮아 했었다. 조용하고 말이 아예 없이 얌전하기만 했던 세리에게 수정이는 마치 고양이를 상대하는 강아지마냥 지칠 줄을 모르고 적극적으로 돌진했으니 세리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랬던 세리가 지금은 자신을 구해준 수정이를 동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까지도 입을 열었다. 분명 수정이를 제 언니로 받아들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짐작해 보며 끝내 복수하고자 세리에게 먹이지 못한 마지막 남은 양념치킨의 닭다리를 씹고 뜯고 맛보기 시작했다.
“으아아앙?! 내 닭다리!!”
그러자 뒤늦게 그 모습을 목격한 수정이는 잔뜩 울먹이는 얼굴과 함께 이한성에게 달려들어 어떻게든 닭다리를 뺏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에 수정이의 아비 되는 사람인 이한성은 딸아이의 울상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채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닭다리를 깨끗하게 뼈만 남길 뿐이었다.
딸아이한테 한대 좀 맞았다고 기어코 유치하게 복수를 시전하는 쫌생이 그 자체인 이한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