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07)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07화(107/245)
107
한바탕 요란했던 소란이 잦아들고 집안에는 다시 평화가 돌아왔다.
“…맛있냐?”
“응!”
결국 배달로 하나 더 시킨 양념치킨을 아주 맛있게 먹어치우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이 질린다는 듯이 그렇게 묻자 수정이는 해맑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도 하나 머글래?”
“됐어. 또 뺏어먹었다고 난리치지 말고 너 혼자 실컷 다 먹어.”
괜히 받아먹었다가 또 난리치면 곤란하다.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양념치킨 대신 후라이드 치킨의 날개살을 뜯어먹었다.
“….”
“근데 세리 넌 아까부터 안먹고 뭐해?”
후라이드 치킨을 달라고 아빠를 쫌생이라고 까지 불렀으면서 정작 먹으라고 주니까 그냥 손에 든 채로 무슨 대학생 연구원 마냥 닭다리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세리.
“…어떻게 먹는거예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킨을 접해보는 세리가 곤란하다는 말투로 이한성에게 여전히 또박또박한 말투로 물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여전히 위화감을 지우지 못한 채 몸소 시범을 보여주며 대답했다.
“여기 끝부분을 잡고 이렇게 그냥 뜯어 먹는거야.”
치킨을 먹는 법이 따로 어딨어. 그냥 내키는대로 뜯고 씹고 맛보면 되는건데.
굳이 치킨 먹는 법을 알려달라는 세리의 물음에 이한성은 영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한 반응을 내비치며 닭다리를 뼈만 남긴 채 깨끗하게 발라먹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세리는 이내 이한성이 보여준 것을 그대로 따라하며 닭다리의 끝부분을 손으로 잡은 채 시원하게 뜯어먹었다.
살점은 물론이고 뼈 까지 함께.
[오도독-우드득-]“야야야! 뼈는 먹는 거 아니야!!”
“?”
갑자기 자신을 제지하려 드는 이한성의 반응에 세리는 뭐가 잘못됐는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의 이빨은 닭뼈를 씹어먹을 수 있을정도로 세지 않을 뿐더러 사람의 치악력은 무슨 늑대나 호랑이 같은 맹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이다. 비록 통뼈를 무식하게 씹어먹는 시도를 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건 단순히 직접 시도해 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세리는 그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 환상종인 드래곤이라는 사실이었다.
살아가는데 있어 대기 중의 마력만 충분하다면 굳이 음식 따위를 섭취할 필요도 없는 드래곤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세계에 드래곤들이 번창했던 시절에 그들은 맛의 유희를 즐기기 위해 각종 유기물은 물론이고 무기물까지 닥치는대로 씹어먹을 정도로 치악력이 티라노사우르스 저리 가라 할 수준이었고, 그건 드래곤의 마지막 후예라고 할 수 있는 세리 또한 마찬가지다.
[꿀꺽-]세리가 입 안의 닭뼈를 거의 가루가 되어버릴 정도로 씹은 채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경악스러운 표정과 함께 뼈를 씹어먹고도 멀쩡한 세리를 멍하니 쳐다보았고, 그제서야 세리의 정체를 다시 한번 상기하며 놀라움을 진정시켰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알아서 먹어.”
자꾸만 쟤가 드래곤이라는 걸 깜빡깜빡 한단 말이지… 생긴 건 그냥 3살짜리 어린아이니까 어쩔 수 없나.
슬슬 익숙해져야 하는데 하는 행동이 다 하나같이 상식을 벗어나 있으니 영 익숙해지기가 힘들다. 그렇게 이한성은 수정이를 처음 돌보기 시작했을 때도 수정이의 기행에 적응하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며 튀김가루와 양념이 잔뜩 묻은 세리와 수정이의 입가를 휴지로 닦아주었다.
“맞다 아빠! 우리 내일 영화보러가면 안대?”
“? 영화??”
“응! 영화! 나 프로즌 킹덤 3 보고시퍼!”
최근에 개봉한 전국의 여자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던 애니메이션 영화의 대작, 프로즌 킹덤의 3번째 시리즈. 최근에 TV에서 수도 없이 떴던 광고에서 그 티저 예고편을 몇 번인가 봤었던 이한성은 그 영화가 바로 어제 개봉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살짝 곤란하다는 눈치로 잔뜩 들떠있는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어… 내, 내일??”
“응! 아빠 일요일엔 한가하자나!”
“어, 어어… 그래, 보통 그렇긴 한데…”
“?”
“…사실 아빠가 내일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이한성이 머뭇거리는 말투로 시선을 피하며 수정이의 부탁을 돌려서 거절했다. 하지만 사람의 말을 돌려 들을 줄 모르는 수정이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일 있다는 약속에 대해 캐물을 뿐이었다.
“약속? 무슨 약속?? 아빠 친구 업자나.”
“야.”
내가 친구가 없긴 왜 없어. 내가 내일 누구랑 같이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아픈 곳을 팩트로 찌르는 수정이의 돌직구에 이한성은 그렇게 순간 울컥하며 항의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담았다.
“나한테 친구가 없긴 왜 없어. 내일 약속도 친구랑 잡은거거든?”
“친구? 누군데??”
“있어, 친한 친구 한명.”
나보다 연상이고 예쁘고 어딘가 살짝 모자란 친구 쯤은 나도 있단다. 아직 까지는, 말이야.
이한성은 그렇게 수정이에게 말해주기를 거부한 채 두루뭉술 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꼭 이럴때만 눈치가 빠른 수정이는 그 이름모를 이한성의 친구를 단번에 감으로 때려 짐작해보았다.
“연이야?”
“그래 맞아. 연…”
…어?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버린 정답에 이한성은 순간 맞장구를 칠 뻔한 입을 다물며 수정이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알았냐?”
“헤헷.”
단번에 정답을 때려맞췄다는 사실을 확인한 수정이는 대답 대신 그저 자랑하듯이 콧대를 세울 뿐이었다.
“앗! 그러면 나 내일 영화 못보는거야…?”
“아니, 어떻게 알았냐고.”
“으으… 어떡하지…? 해영이 언니가 남녀사이는 방해하는 거 아니라고 해썼는데…”
걔가 진짜… 또 얘한테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한거야.
자신의 질문에는 대답할 생각도 없이 내일 영화를 보러 가고 싶다는 욕망과 아빠의 데이트를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양심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나이에 맞지 않은 지식을 애한테 심겨준 해영을 나무랐다.
“으으으… 영화는 꼭 보고시픈데… 하지만 내일은 아빠랑 연이가… 으으으으….”
수정이의 고민이 가득한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이답게 그냥 평소처럼 가고 싶으면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면 될 것을, 제 아빠의 데이트가 걸렸다고 고민하는 수정이의 모습에 기가 차버린 이한성은 그저 미련하다는 듯이 수정이를 바라보며 마음이 약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확실히 애가 저렇게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데 데이트 하나 때문에 애를 집에 놔두고 나 혼자만 재미를 본다고 생각하니까 양심이 영 찔리네.
남자이기 이전에 이한성은 수정이의 아빠이자 보호자다. 물론 이한성 개인의 삶도 중요시 여겨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바로 자식의 삶이라는 뜻이다.
“쯧… 어쩔 수 없나.”
하는 수 없지. 여기서는 내가 굽히는 수 밖에.
마음 같아서는 애가 실망하든 말든 신경 끄고 내일 하루를 편하게 즐기고 싶지만 그래서는 아빠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이한성은 그렇게 저울질 끝에 수정이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며 핸드폰을 꺼내 화연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수정하려고 했다.
“안돼!!”
“???”
그러나 그 순간, 수정이는 염동력을 사용해 이한성의 핸드폰을 빼앗아버렸다.
“뭐하니?? 갑자기 핸드폰은 왜 뺏은거야??”
“여, 연이한테 전화하려고 했자나! 그건 안대!”
“아니, 전화하는게 뭐 어때서? 너 내일 영화보러 가고 싶다며? 지금 그거 말하려고 전화하려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대는거야!”
수정이가 버럭 외치며 핸드폰을 꼬옥 붙잡았다.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수정이의 행동을 바라본 이한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히 이어지는 수정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 때문에 아빠가 곤란해지는건 싫단 말이야…”
“….”
얜 진짜… 평소에는 그렇게나 안하무인으로 고집을 피워대면서 꼭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만 괜히 어른스럽다니까.
세상 그 어떤 5살 짜리 아이가 부모님 데이트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고집센 성격을 굽히려고 들까. 어린아이란 그렇게 쓸데없이 눈칫밥을 먹으려고 드는 존재가 아니라, 부모를 짜증나게 만들고 속을 썩힐 정도로 마음껏 고집을 피우고 떼를 써야 마땅한 그런 존재들이다.
[딱!]“아얏!”
이한성의 가벼운 딱밤이 수정이의 이마를 강타했다. 영문도 모른 채 기습공격을 당한 수정이는 살짝 빨개진 이마를 만지작 거리며 따끔함에 눈물이 맺힌 시선으로 이한성을 올려다 보았다.
“너, 전혀 안어울려 그런 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척 따위.”
“…?”
이한성의 말 한마디에 수정이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한 표정과 함께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그렇게 수정이가 물음표를 잔뜩 띄우던 틈을 타 잽싸게 핸드폰을 돌려받았다.
“여보세요? 아, 난데. 내일 영화관에 갈 때 애들도 같이 데리고 갈 건데, 괜찮지?”
핸드폰을 돌려받은 이한성은 바로 화연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가 받기 무섭게 일방적으로 통보를 날렸다. 당연히 예고도 없이 다짜고짜 갑작스러운 소식을 통보받은 그녀는 어물쩡 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얼떨결에 대답을 내뱉었다.
[어, 어어… 나야 문제 없는데…]“오케이. 그럼 끊어.”
[뭐? 자, 잠깐-]화연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이한성은 통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그렇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일방적이게 통화를 끝마친 그는 핸드폰을 도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고, 수정이에게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수정. 너 지금 몇살이야.”
“다섯 살…”
“그래. 고작 다섯 살이지. 그러니까 괜히 어른스러운 척 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고집 피우고 사고 치고 그래도 돼.”
난 그 나이 때 그러지 못했으니까.
이한성은 뒤에 덧붙이고 싶은 한마디를 오로지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수정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살짝 울먹이는 듯한 기색과 함께 훌쩍이더니, 이윽고 조용히 입을 열어 이한성에게 말했다.
“그치만 그러면 맨날 아빠가 잔소리 하자나.”
“그건 당연한거고. 그래도 된다고 해서 그게 옳은 행동이라는 건 아니니까.”
사고치거나 잘못을 했으면 잔소리를 듣고 혼이 나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게 아이가 혼이 나는 것에 지레 겁을 먹고 아무런 사고도 치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 그 아이의 부모는 좋은 부모가 아니라는 뜻이다.
“넌 사고를 치고, 난 혼을 내고, 그건 당연한거야. 넌 아직 어리고 난 니 아빠잖아.”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 속의 부모와 자식은 누구나 그런다. 아이는 사고를 치고, 부모는 그것을 잘못 됐다며 혼을 내고. 아이가 클 때 까지, 아니. 아이가 커서도 그런 끝나지 않는 관계가 반복되는 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이다.
적어도, 이한성이 생각하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그렇다.
이한성의 말에 수정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알아들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해 했으면 됐어.”
그 이상 설교나 잔소리를 늘어놓고 싶지 않았던 이한성은 조용히 입에 물고 있던 닭뼈를 봉투 안에다가 버렸다. 가뜩이나 이제 막 퇴근한지라 피곤한데 그 이상 피곤한 일을 자처하고 싶을리가 없었다.
“아빠. 그럼 내일 세리도 같이 가는거야?”
“어. 왜, 너 혼자 가게?”
“그런거 아냐! 세리가 먼저 보러가자고 했단 말이야!”
“…쟤가?”
수정이가 결코 그런게 아니라는 듯이 강력하게 반박하며 외치자 이한성은 무척이나 의외라는 눈빛으로 세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에 세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세리 너… 어른스러운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런 거 좋아하나보다…?”
평소에는 뭐 하나에 관심을 비치는 일이 거의 없어서 몰랐는데, 설마 그런 아이다운 취향이 있었을 줄이야.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언니인 수정이보다도 더 정확한 발음과 예의바른 말투로 말을 했던 세리가 프로즌 킹덤 3를 보고 싶어 했다니, 꽤나 놀라운 사실이다. 이한성은 그런 생각과 함께 여전히 무표정을 하고 있는 속을 알 수 없는 3살짜리 드래곤 소녀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쨌든간에 세리에게도 아이다운 면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