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0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08화(108/245)
108
세계수 이드그라실.
땅과 하늘을 관통하는 거목이자 테라리움 대륙 전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전설을 지닌 신목.
태초에 황무지였던 이 땅에 씨앗이 떨어져 싹을 틔우고, 대지에 축복을 내려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전해지는 이드그라실은 수만년 동안 모든 생명들에게 찬양받고 숭배받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태초의 어머니. 신들의 고향. 생명의 신. 수많은 종족들로부터 수많은 이명으로 불리워 왔던 이드그라실은 이 세상의 모든 역사를 처음부터 지켜봐 왔던 세계의 유일한 존재. 하지만 그런 이드그라실 조차도 항상 번창하며 푸른 잎사귀들을 피워왔던 것은 아니었다.
수천 년 전 모든 대륙을 전란과 불바다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혼돈의 시대. 드래곤과 신들 사이의 불화로 시작되었던 혼돈의 시대는 많은 종족에게 멸망을 안겨주었고, 온 하늘을 잿더미에 휩싸이게 만들었었다.
불바다에 휩싸였던 것은 대지만이 아니었다. 그토록 비옥했던 대지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이드그라실 또한 혼란의 시대를 피할 수는 없었으니.
가지들이 불타고, 잎이 지고, 열매는 시들고, 그렇게 심각한 피해를 입은 세계수는 더 이상 대지에 축복을 내릴 수가 없었다. 마룡 파프니르의 죽음 이후에 끝을 맺은 혼란의 시대가 지나가고 나서도.
수백년간 지속되었던 혼란의 시대는 막대한 희생 끝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이미 재로 뒤덮여버린 대지는 세계수의 축복 없이는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황폐해진 상태였다. 그토록 비옥했던 토지들은 전부 갈라지고 메말라버려 사막이 되었고, 가뭄으로 인해 작물들이 절멸하자 이미 혼란의 시대를 거치며 지칠대로 지쳐있던 종족들은 기근으로 인해 하나 둘 씩 말라 죽어가기 시작했다.
세계수의 몰락으로 인해 행성은 죽어가고 있었다.
자신들의 최대 적수였던 드래곤들을 멸망으로 몰아넣은 것에 성공한 신들은 행성의 존속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신들이란 원래 대부분이 그런 방관자들이었기에.
그렇게 세계의 멸망이 예정되었던 암울한 시기에 혜성처럼 나타나 예정된 멸망을 늦춘 것이 바로 젊은 엘프이자 최연소 대마법사였던 엘레인이었다.
당시 150살에 불과했던 엘레인은 자신의 동족인 엘프들을 이끌고 죽어가던 이드그라실로 향해 전례가 없던 대마법을 행사해 거수를 되살려냈다. 일개 대마법사에 불과했던 그가 어떻게 태초의 어머니라고 불리워지던 세계수를 되살릴 수 있었던 건지는 수천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런 사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대마법사 덕분에 세계수가 되살아났고, 황폐해진 대지가 회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으니.
되살아난 세계수는 혼란의 시대 이전에도 그랬듯이 전 대륙의 토지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사막은 다시 울창한 숲이 되었고, 뼈 밖에 남지 않았던 대지에는 다시 생명들이 터전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계가 멸망으로 부터 구원받은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세계수의 관리는 엘리인을 비롯한 엘프들이 맡게 되었다. 평화를 추구하며 금욕적이고, 자연과 친화적이며 기나긴 수명을 지닌 그들은 세계수를 관리하는 일에 더할나위 없는 적합자들이었다.
엘프들이 세계수를 관리해왔던 세월은 자그나마치 7천년. 그 긴 세월동안 대륙은 이런저런 종족 내부에서의 작은 전쟁들을 제외하면 그 어느때보다도 평화로웠던 태평성대를 누렸다.
적어도 5년 전 까지만 했어도.
갑작스럽게 전 대륙에 불규칙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자연재해들. 거대한 폭풍이 도시 전체를 지워버리고, 유례없는 대지진이 일어나 왕국 하나를 멸망시켜버리는가 하면 화산이 폭발해 한 종족의 고향을 앗아가는, 그런 자연재해들.
가장 먼저 멸망했던 것은 수인들이었다. 갑작스런 자연재해로 인해 인구 절반을 잃고 고향또한 잃어버렸던 그들은 떠돌이 난민에 되어 근처의 다른 종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이에 인간을 비롯한 드워프와 오크들은 그런 난민들을 큰 불화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재해는 멈추지 않았다. 종족 하나를 멸망으로 치닫게 만든 천재지변은 그것 만으로 만족하지 않았고, 인간과 드워프, 그리고 오크들에게 까지 큰 피해를 안겨다 주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세 종족들의 수장은 서로 연합하여 수많은 마법사들과 학자들을 투입해 천재지변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단을 꾸렸다. 그렇게 모인 세 종족들의 천재들은 밤낮을 새며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끝내 그들은 공식적으로 원인을 표명했다.
엘프들이 세계수의 힘에 눈이 멀어 거목을 착취했기 때문이라고.
원인이 밝혀지자 세 종족들은 마치 미리 준비했다는 듯이 서로 군사적인 연합을 맺어 외교적으로 엘프들을 규탄하며 전쟁을 선포하였다. 모든 천재지변의 피해자들은 그런 세 종족들의 뜻을 지지했고, 엘프들을 욕하며 자발적으로 군대에 자원했다.
하지만 엘프들은 그런 그들의 뜻에 저항할 힘이 없었다.
오로지 평화만을 추구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엘프들은 마법에 능했으나 군대가 없었다. 반면 인간과 드워프, 그리고 오크들은 엘프만큼 마법에 능하지는 못했으나 뛰어난 기술과 통솔력, 그리고 전쟁무기들이 있었다.
대포, 머스킷, 그리고 활과 검으로 잘 훈련된 병사들. 그리고 그런 병사들이 다 합쳐서 30만명. 그에 비해 엘프들의 전체 인구수는 고작 5천. 말이 전쟁이였지, 실상은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결국 모두가 예견했듯이 엘프들은 테라리움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것이 불과 작년에 일어났던 일.
그러나 천재지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부르셨습니까?”
캄캄한 방 안에서 오로지 촛불의 불빛만이 주변을 밝히던 가운데, 젊은 목소리 하나가 문을 열며 방 안에 발을 들였다.
방 안에 놓여져 있던 것들은 각종 동물의 가죽과 색이 바랜 종이들로 엮여 만든 책들이 놓여진 서재, 그리고 벽에 장식되어 있는 기사단의 문장과 잘 관리된 롱소드 한자루.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조용히 의자에 앉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큰 흉터를 지닌 노병 한명.
“어서오게 한스 경. 늦은 시간에 불러서 미안하군.”
“아, 아닙니다 파울루스 장군 님.”
노병의 이름은 파울루스 빌헬름. 인간들의 국가인 이그니스 왕국 제3 기사단의 장군이자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그리고 지금 그와 마주선 젊은 병사는 이제 막 기사가 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신병, 한스 마이어.
“자네가 이번에 최연소 소드마스터로 기사가 되었다고 들었네만, 축하하네.”
“과찬이십니다.”
소드마스터. 검에 마력을 불어넣어 검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칭호. 이그니스 왕국이 보유한 소드마스터들의 숫자는 채 300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들은 희귀한 인재들이다.
“겸손해서 좋군.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형식적인 칭찬만 해준 파울루스 장군은 딱딱한 행동과 얼굴에 들어맞게 쓸데없는 소리를 길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네, 엘프들을 사냥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
순간 잔뜩 긴장해 있던 한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엘프들을 사냥하고 싶냐고?
한스 마이어. 올해 20살의 나이로 최연소에 소드마스터가 된 검술의 천재는 파울루스 장군의 질문에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굳이 고민해볼 가치조차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에.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더.”
5년 전, 천재지변이 대륙 전체를 휩쓸던 그 시기에 그는 부모를 잃었다. 그리고 이어서 작년에는 전쟁으로 부터 형들까지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건 전부 다 엘프들이 한 짓이였다.
“고민조차 하지 않는 군. 더욱 마음에 들어.”
“칭찬 감사합니다. 헌데… 엘프들은 다 죽은 것 아니였습니까?”
엘프를 사냥하는 것이 한스 본인이 기사가 된 유일한 이유였다. 하지만 훈련을 마치고 소드마스터가 되었을 땐 이미 전쟁이 끝나 있었고, 그가 아는 한 살아남은 엘프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우리도 그런 줄 알았지. 하지만 자세히 조사해보니 아니더군.”
파울루스 장군이 보고서 한장을 내밀며 한스에게 읽어보라는 듯이 건넸다.
“이건…”
“마법사 놈들이 엘프들의 은신처를 조사한 결과라네.”
한스가 읽은 보고서에는 그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 용어들이 수두룩하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는 무시하고 그중에서 단 한 문장만 이해해도 보고서의 가치는 충분했다.
“차원 이동 마법…? 설마 엘프들이 이 마법을 사용했다는 겁니까?”
“그렇다네. 적어도 그 놈들이 말하기로는 그렇다더군.”
다 읽은 보고서를 돌려받은 파울루스 장군은 그대로 쓸모가 없어진 보고서를 촛불에 태워버렸다.
“천재지변이 끝나지 않은 것도 엘프 놈들의 생존자가 아직 차원 너머에서 살아있기 때문이겠지.”
대규모적인 탐지 마법을 통해 이미 테라리움 대륙에는 엘프들이 남아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남은 것은 테라리움 바깥의 세계를 샅샅이 뒤져보는 것 뿐.
“그러니 자네를 비롯한 50명의 소드마스터들로 인원을 꾸려 차원 너머의 가증스러운 엘프들을 사냥할 계획이라네. 어떤가, 자네도 동참하겠는가?”
파울루스 장군은 이미 한스의 대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정하나 깃들지 않은 냉혈한인 그는 젊은 소드마스터의 대답을 기다렸다.
“명 받들겠습니다.”
파울루스가 예상했듯이, 한스는 한치의 주저도 없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장군의 명령이 아닌 제안을 신속히 받아들였다.
“제 기필코 한놈도 살려두지 않겠습니다.”
장군을 위해서가 아닌, 이미 떠나버린 그의 가족을 위한 복수를 다짐하며.
–––––––––
“에취!!”
“아 깜짝이야.”
푸른 하늘 아래 영하 8도 까지 떨어진 쌀쌀한 공기 사이로 수정이의 귀여운 재채기 소리가 울려퍼졌다.
“너 추워?”
평소에는 영하 15도에도 덥다고 난리를 치던 애가 왠일이래? 감기라도 걸렸나?
한번도 이정도로 추워한 적이 없으면서 시원하게 재채기를 내뱉은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의아하다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아니, 하나도 안추운데…”
“….그런 얼굴로 그런 말을 하면 설득력이 없다만.”
얼마나 시원하게 재채기를 했는지 얼굴이 얼음 범벅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꼭 재채기를 할 때 마다 콧물 대신에 얼음이 막 튀어나오는 수정이의 체질에 한숨을 내쉬며 누가 보기 전에 재빠르게 옷소매로 수정이의 얼굴에 붙은 얼음들을 털어냈다.
“세리 넌 안 추워?”
수정이와 사이좋게 나란히 손을 꼬옥 있는 세리를 본 이한성이 혹시나 싶어 물었다. 비록 세리가 드래곤이긴 하지만 드래곤이라고 해서 무조건 추위에 강하다는 법은 없었기에.
[절래절래-]딱 봐도 두터운 겨울옷을 입은 채 거기에다가 목도리까지 두르고 있던 세리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얼음 타입이라 추위에 면역인 제 언니와는 다르게 꽤나 추위를 잘 타는 세리였지만, 이한성이 필요 이상으로 각종 방한장비들로 꽁꽁 싸매뒀기 때문에 춥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빠, 우리 영화는 언제 볼꺼야?”
“화연이 언니 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일단은 들어가서 기다리자.”
벌써부터 영화를 볼 생각에 잔뜩 기대하고 있는 수정이의 물음에 이한성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아직 약속했던 시간까지 10분 정도 남아있으니까… 우선 안에 들어가서 애들한테 인형뽑끼라도 시키고 있어야겠다.’
영화관 하면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영화를 보기 전에 접하게 되는 각종 오락거리들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안봐도 애들이 즐거워 하는 게 뻔히 보인다고 생각하며 세리와 수정이의 손을 잡고 영화관 안에 발을 들이려고 했다.
“거기요!! 서십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