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09)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09화(109/245)
109
“거기요!! 서십쇼!!”
“?”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이 순간 이한성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말한거라고 착각한 이한성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이윽고 마구 몰려있는 인파들이 그의 관심을 자극하며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길거리 한복판에 이렇게 사람들이 뭘 구경이라도 하듯 핸드폰을 꺼내들고 몰려있다는 것은 십중팔구 어떤 사고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중 10에 8번은 대게 술로 인해 생겨난 사고가 대부분. 음주운전이라던가, 술기운에 싸움이 일어났다던가 그런 헤프닝.
길거리에서 술을 마셔도 합법인 대한민국에서는 무척이나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상하게 총이나 마약 같은 쪽으로는 규제가 엄격하면서 술에 관련해서 만큼은 관대한 나라가 바로 이곳.
“우와… 저거 진짜 칼 아니야…?”
“술 마셨나보네.”
“저러다가 사람 하나 다치겠다 다치겠어.”
“젊어 보이는데… 쯧.”
이한성이 예측했던 대로 여기저기서 대강 인파들 너머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듣기만 해도 상상이 가는 말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이에 이한성은 대체 얼마나 취했길래 사람들의 이목을 이렇게 까지 끌은건지 살짝 궁금해하면서도 굳이 확인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수정이와 세리를 데리고 얼른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어어어!!”
그러자 그 순간 몰려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술렁이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뭐에 그렇게 놀랐는지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자 인파 사이에 가려져 있던 이 소동의 주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이한성은 반사적으로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고, 이내 소동의 범인의 인상착의를 목격하고야 말았다.
…저거 뭐하는 놈이야??
범인의 모습을 목격하기 무섭게 이한성의 머릿속을 강타한 생각은 바로 그 한마디였다. 그도 그럴 것이, 술에 취한건지 어쩐건지는 둘째치고 시대상에 전혀 맞지 않는 중세시대 갑옷을 걸친 왠 젊은 청년의 모습이 그의 눈가에 선명하게 비쳐 졌기 때문이었다.
“네이놈들!! 감히 기사단의 임무를 방해하다니, 이그니스 왕국이 두렵지도 않은가?!!”
이름모를 어딘가 많이 돌아버린 듯한 분위기의 청년이 손에 들고 있는 진검인지 소품인지 모를 장검을 주변 사람들에게 겨누며 위협적인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러자 그러기 무섭게 그와 대치하고 있던 경찰관 2명은 최대한 청년을 진정시키려고 하며 협상을 시도해 보았다.
“지, 진정하시고 일단 그거 내려놓으십쇼.”
“이봐 친구, 내가 충고하는데 괜히 사람들 다치게 해봤자 그쪽 형량만 더 높게 나올 뿐이야. 그러니까 그냥 순순히 우리랑 같이 서에 가는게 어때?”
베테랑으로 보이는 경찰관 한명과 살짝 어리숙해 보이는 경찰관이 한명. 누군가가 신고해서 출동한건지 아니면 그냥 우연히 지나가다가 휘말린건지 모를 두 경찰관은 언제든지 돌발상황이 생기는 즉시 허리춤에 차고 있는 권총을 뽑아들어 대응할 준비와 함께 한걸음씩 기사 코스프레 청년을 향해 다가갔다.
“웃기지 마라! 이그니스 왕국의 검인 내가 네놈들 같은 버러지의 말에 순순히 따를 것 같으냐?!”
하지만 청년의 복장이 말해주듯 협상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저 기사 코스프레한 주정뱅이에서 이제는 그냥 미친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청년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한성은 이내 괜히 끼어들었다가 다치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며 서둘러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 네놈!! 거기 서라!!”
“…?”
그러자 그 순간 청년의 날카로운 외침이 주변에 울려퍼지며 또 한번 이한성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아빠, 저 사람이 우리 부르는 것 가타.”
“아냐 그냥 기분탓이야. 괜히 눈 마주치지 말고 무시해.”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굳이 우리만 콕 집어서 서라고 외칠 이유가 없다. 이한성은 그리 믿으며 미친놈의 말을 일절 무시한 채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거기 너 말이다! 엘프 새끼를 데리고 있는 너!!”
그러나 이어지는 미친놈의 한마디가 무시하려던 이한성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놓고 말았다.
“방금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건가?
순간 들리지 말아야 할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그냥 미친놈인 줄만 알았던게 심상치 않은 미친놈이였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아버린 이한성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장검을 겨누기 시작한 미친놈과 눈을 마주쳤다.
“와… 저 사람 진짜로 미쳤나봐.”
“저게 오타쿠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심각한데…”
“진짜 세상에 또라이들이 너무 많다니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냥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관에 온 젊은 아빠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한성에게 다짜고짜 경찰들과 대치하다 말고 칼을 겨누는 청년의 행태를 목격한 사람들은 저마다 그렇게 한마디 씩 내뱉었다. 그러나 칼을 든 미친놈은 그런 주변의 술렁임에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경찰들을 무시하고 검을 손에 쥔 채 그대로 이한성을 향해 돌진했다.
“엘프놈들을 감싸는 것은 중죄로 간주한다!! 그것이 아이라 할지라도!! 인간인 네놈도 잘 알텐데!”
“아니 갑자기 뭔 미친소리야.”
갑자기 급발진을 하며 손에 든 흉기와 함께 돌진하는 미친놈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당황하며 황당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이한성은 그닥 겁을 먹지 않은 채 달려오는 중세시대 기사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패시브 스킬, [위기감지]가 발동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위기감지]가 발동되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스킬이 발동하기도 전에 경찰들이 한발 빠르게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테이저 테이저 테이저!!”
[파지지직!]“아가가가각-?!”
테이저 건. 경찰들이 흔히들 사용하는 비살상용 제압무기. 발사 시 두개의 전극을 발사하여 제압대상의 옷과 피부를 뚫고 전류를 흘려보내 근육을 마비시키는 현대판 스턴 마법. 그런 테이저 건 두대를 동시에 각각 양쪽 허벅지에 맞는다면 제아무리 이세계에서 온 소드마스터라고 할지라도 꼴사나운 비명을 내지르며 꼴사납게 바닥에 엎어지고 만다.
[움찔-움찔-]“괜찮으십니까? 다치신데는 없죠?”
“아, 예 뭐…”
저보다는 저 미친놈 먼저 확인하셔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젊은 경찰관이 다가와 안부를 묻자 이한성은 바닥에서 물 밖으로 튀어나온 오징어 마냥 움찔거리는 미친놈을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하이고, 그러게 말로 할 때 들으면 얼마나 좋아.”
젊은 경찰관이 이한성의 안위를 확인하는 와중, 베테랑 경찰관은 방금 막 테이저 건으로 제압한 기사 코스프레 청년에게 수갑을 채우고는 그를 일으켜 경찰차 뒷좌석에 태웠다.
뭐… 어쨌든 해결 됐으니까 다행인가?
그렇게 미친놈이 체포되는 모습을 본 이한성은 어쨌든간에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도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지막히 속으로 안도했다.
이어지는 경찰관의 뒷마디를 듣기 전 까지는.
“죄송하지만, 아버님도 같이 서에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
––––––––
한스 마이어. 20세의 최연소 소드 마스터.
이그니스 왕국의 변방 언저리 마을을 대대적으로 몬스터들로 부터 지켜왔던 마이어 가문의 막내 아들이자 엘프들에 의해 가족들을 전부 잃고 만 청년.
어지간한 재능을 지닌 기사들도 최소 40년 이상의 수련을 반복해야지만 될까말까 하는 소드 마스터의 직위를 고작 20살이 되던 해에 얻게 된 그는 주변 동기들이나 지인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엘프 혐오자다.
생각해 보면 그가 엘프를 아이 어른 가리지 않고 그토록이나 혐오하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 제 가족을 전부 엘프들 때문에 잃고 말았으니.
다만 그저 다른 이들에 비해 집념이 강하고 복수심이 짙은 자였을 뿐.
15살 때 가족들을 전부 잃은 후 부터, 한스 마이어는 아무도 남지 않은 고향을 떠나 왕국 전역을 떠돌며 용병 길드에서 이름을 날렸다. 온통 엘프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던 그는 용병 길드에 가입해 수많은 실전들을 치루며 실력을 미친듯이 갈고 닦았고, 결국에야 소드 마스터의 칭호를 얻고야 말았다.
복수심으로만 가득했던 한스가 5년 동안이나 실전을 훈련 삼으며 소드 마스터의 칭호를 얻으려고 그토록 노력했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엘프들과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투입되는 것은 오로직 소드 마스터들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제 노력으로 얻어낸 소드 마스터의 칭호를 받고 가족들의 복수를 위해 직접 최전선으로 나가 눈에 보이는 모든 엘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도륙할 생각이었다. 본인의 사지가 날아가고 정신이 피폐해져도 엘프놈들의 씨를 전부 말릴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이.
그러나 애석하게도 소드 마스터가 되었음에도 그는 최전선에 투입되지 못했다. 그가 그 칭호를 얻었을 때는 이미 전쟁이 끝나 있었기 때문에.
오직 복수만들 바라보고 소드 마스터가 되었는데 정작 복수는 흐지부지 끝이 나버렸다는 사실은 집념이 가득하던 그를 텅 빈 인간으로 만들어버렸다. 삶의 의지를 잃고 흥미조차 잃어버린 채 소드 마스터라는 나이에 맞지 않은 칭호를 짊어지게 된 한스는 그저 매일같이 먹고 자고 숨만 쉬기를 반복 할 뿐, 살아있다고 말할 수가 없는 삶을 사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파울루스 장군의 제안을 듣기 전 까지만 해도 그랬다.
다 죽어버린 줄만 알았던 엘프들이 차원 이동 마법을 통해 이세계로 피난했다는 소식. 그리고 그 소식을 접수한 이그니스 왕국은 최정예 소드마스터들을 꾸려 테라리움 전역에 주었던 피해에 대해 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내빼버린 그 더러운 엘프놈들을 싸그리 다 소탕시킬 계획을 세웠다.
어째서 굳이 왕국이 나서서 소드 마스터라는 고급 인력까지 내세우며 이세계로 도망쳐버린 엘프들을 소탕하려는 것인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있었지만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복수의 기회를 다시 되찾게 된 한스에게는 이유 따위야 아무래도 좋았다. 오직 그 기회만을 바라보고 이곳까지 온 그는 그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파울루스 장군의 제안을 받아들여 작전에 참가했고, 이세계 끝까지 따라가 모든 엘프들을 한놈도 남기지 않고 전부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차원 이동 마법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도 신경쓰지 않은 채.
성공률 50%, 거기에다가 도착 지점의 위치나 시간대는 무조건 랜덤. 말이 차원 이동 마법이지, 실질적으로는 어디로든지 문의 랜덤박스나 다름없는 것이 바로 대마법사 엘레인의 미완성된 차원이동 마법이다.
그런데 그런 미완성된 마법을 인간들이 그보다 한참 모자른 수준으로 역설계하여 사용했으니, 결과는 불보듯이 뻔했다.
50명 중 절반조차 되지 않는 15명 만이 차원이동 마법을 통과한 채 지구라는 행성의 전혀 다른 시간대와 위치에 뿔뿔히 흩어지고 만 것이다.
어째서 본래의 성공률인 50% 보다 낮은 수의 인원들만이 차원이동 마법을 통과하는데 성공했는가-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꽤나 간단했다.
왜냐하면 애초에 엘레인의 차원이동 마법은 어린아이들을 피난시킬 목적으로 연구되고 만들어진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차원이동 마법으로 보내고자 하는 대상의 크기가 크면 클 수록 마법의 정확도와 성공률은 눈에 띄게 감소한다. 대마법사 일레인은그 사실을 연구를 통해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에 오직 엘프 아이들만을 피난시켰던 것이었다.
물론 그런 사실들을 엘프들에 비해 마법 연구에서 50년은 뒤떨어져 있는 인간들이 알아차릴 일은 애당초 없었지만 말이다.
마법 연구에 대해 무지한 소드 마스터라면 더더욱.
그렇다. 20세의 최연서 소드 마스터인 한스 마이어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수도 한복판에 고립되고 만 것이었다.
그것도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