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10)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10화(110/245)
110
“이게 대체 무슨…”
극심한 멀미를 불러일으키는 차원이동 마법을 통과하고 난생 처음보는 장소로 전송된 한스 마이어는 자신의 눈이 보고 있는 것들을 그 무엇 하나 믿을 수가 없었다.
이그니스 왕국의 그 어떤 건축물보다도 높게 솟아있는 건물들. 그리고 그 밑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요상한 복장을 입은 채 직사각형의 정체모를 무언가를 손에 쥐고 바라보며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는 사람들과 길가를 빠르게 오가고 있는 철로 만들어진 마차들.
“마법진이 오작동을 일으킨 것인가…?”
마법을 통과하기 전에 이세계로 가게 될 것이라는 정보는 당연히 통보 받았던 한스 마이어였지만 그는 이세계가 이런 모습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가 상상했던 이세계의 모습이라고 해봐야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이라던가 아니면 몬스터들이 바글바글한 마계의 모습이었으니. 그런데 그런 그가 어찌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이세계라는 곳이 이렇게나 사람들로 바글바글할 줄.
“우, 우선 동료들을 찾아야겠군.”
한스는 자신이 오게 된 이곳이 이세계라고 믿지 않았다. 그는 철썩같이 마법이 오작동을 일으켜서 대륙 어딘가의 알려지지 않은 나라로 오게 된 것 뿐이라고 믿었고, 빠르고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며 우선 함께 왔어야 했을 동료들을 찾아 나섰다.
‘한밤중인데도 이렇게나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니… 이곳은 대체…’
어떤 원리로 불을 밝히고 있는지 모를 이상한 등불들. 그리고 해가 완전히 진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두려움도 품지 않은 채 태연하게 길거리를 쏘다니고 있는 사람들.
높은 건물들이나 종종 지나가는 자동차보다도 한스를 놀라게 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살던 이그니스 왕국에서는 제아무리 수도라고 할지라도 해가 지고 나면 치안이 극도로 나빠져 저마다 집으로 돌아가 문을 걸어잠그는 것이 상식이였기에.
“아니지, 이런 것에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라 어서 동료들을 찾아야…”
놀랍고 신기한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라 자꾸만 관심이 딴 곳으로 흐른다. 한스는 그렇게 막중한 임무를 떠안고 있는 주제에 한눈을 자꾸만 파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신호등을 일절 무시한 채.
[빠아아앙!! 빵빵!!]“!?”
갑옷을 걸친 소드 마스터가 도로에 발을 내딛기 무섭게 마치 몬스터의 포효와도 같은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시끄럽게 울려퍼졌다. 간신히 부딪치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아 정지하는데 성공한 이름모를 운전자는 그대로 창문을 내리고 무단횡단을 하려던 한스에게 온갖 쌍욕을 퍼부었다.
“야 이 x끼야!! 너 신호 똑바로 안지켜?!! 뒤질라고 환장했나!!”
“…?”
…저 자는 대체 누구길래 이그니스 왕국 기사단의 일원인 나에게 큰소리를 치는 것이지?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한스는 이 정체모를 지역의 주민들이 하는 말을 일절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만 그럼에도 저 철의 마차에 올라탄 남자가 자신에게 욕을 퍼붓고 있다는 사실쯤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뭐해?! 길 막지 말고 빨리 비켜 이 x끼야!”
“어, 어어…”
뭐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충 비키라는 것 같은데…
손짓과 말투로 운전자의 말을 어루어 짐작한 한스는 어정쩡한 발걸음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운전자는 이해하지 못할 언어들로 궁시렁거리며 다시 창문을 올려 철의 마차와 함께 가던 길을 나섰고, 한스는 벙 찐 채로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채 뒷목을 긁적였다.
“이거 큰일이군… 설마 언어도 통하지 않을 줄이야…”
처음 와보는 지역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부터 어느정도 짐작하기는 했지만 이곳의 주민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은 안그래도 이미 꼬일대로 꼬여버린 엘프 토벌 작전이 상상 이상으로 꼬여버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는 수통에 담긴 3일치의 물과 아끼면 5일 쯤 간신히 버틸 수 있을 양의 육포, 그리고 드워프의 기술로 만들어진 초강도 미스릴 체스트 플레이트와 왕으로 부터 직접 하사 받은 롱소드 한자루 뿐. 전부 전투를 상정하고 준비한 물건들 뿐이였기에 당장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물과 육포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은 어디에선가 마력이 아주 희미하게 느껴진다만… 그걸 따라가야 하나?’
이 지역의 이름이 무엇이고 이곳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일개 소드 마스터인 한스가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이 땅의 마력 농도가 이그니스 왕국은 물론이고 테라리움 대륙 그 어디 보다도 옅다는 것 뿐이었다.
‘어떻게 마력 농도가 이렇게 까지 옅을 수가 있는 거지? 뭐… 덕분에 오히려 마력의 흔적을 쫒기에는 수월하다만은…’
마력의 농도가 워낙 낮은 탓에 오히려 마력의 흔적이 평소보다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외의 사실을 깨달은 한스였지만 마력 농도가 낮다는 것은 역시 메리트보다는 디메리트가 더 많다는 것을 뜻했다.
“…역시 마력을 사용할 수가 없군.”
평범한 기사와 소드 마스터의 차이는 체내와 대기중의 마력을 전투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냐 없냐로 구분된다.
평범한 기사는 오로직 신체적인 요소만을 활용해 검을 휘두르고 검술을 구사해야 하지만, 소드 마스터는 체내의 마력과 대기 중의 마력을 혼합해 자신의 의지로 마음껏 다룰 수가 있다.
그런 마력 활용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검기와 신체강화다. 마력을 검에 둘러 날린다면 평범한 검격을 상회하는 위력을 지닌 검기가 되고, 마력을 전신에 감는다면 육체적인 훈련만으로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의 근력과 방어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 중의 마력 농도가 짙은 테라리움과는 달리 지구의 대기 중 마력 농도는 있는 만도 못한 수준. 따라서 현재 소드 마스터인 한스의 능력은 잘 훈련된 기사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하다.
‘…젠장, 이래서는 그 괴물같은 엘프 놈들을 제대로 상대할 수 없을텐데.’
무리를 한다면 검기와 신체강화를 어느정도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체내의 마력만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젊은 20세의 소드 마스터는 그런 성가신 불리함을 스스로에게 상기 시키며 단단히 긴장한 채 이 옅디 옅은 마력 농도 속에서 선명하게 느껴지는 마력의 흔적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일단 동료들과 흩어지기는 했지만 다들 나와 비슷한 상황이겠지. 다들 마력의 흔적을 최우선으로 쫒을터.’
이 마력의 흔적 끝에 있는 것이 엘프일지, 아니면 그냥 평범한 마법사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당장 이정표가 될 만한 것은 오직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그 선명한 흔적 뿐이었다. 그랬기에 한스는 단단히 각오를 다지며 허리에 찬 롱소드와 함께 흔적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흔적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간에 자신이 이곳에 자진하여 온 목적은 단 하나라는 다짐 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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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한스라는 미친놈이 이그니스 왕국이라는 어딘지도 모를 나라에서 온 기사고, 마력인가 뭔가 하는 걸 쫒다가 이한성 씨를 흉기로 습격하게 됐다, 이겁니까??”
느낌이 싸늘한 경찰서 안에서, 빡침과 짜증남이 팍팍 묻어나는 인상을 지닌 형사가 당장이라도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눈앞의 자칭 소드 마스터가 한 말을 전부 통역해준 이한성에게 물었다.
“…본인 말로는 대충 그렇다는데요.”
형사의 물음에 이한성은 양팔에 수갑을 찬 채 의자에 앉은 한스 마이어, 최연소 소드 마스터의 뻔뻔하고 자만스러운 태도를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구속구를 당장 풀지 못할까!! 감히 이그니스 왕국의 기사인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해?!! 네놈들이 우리 왕국을 우습게 보는구나!!”
앞선 영화관 앞에서 일어난 난동의 범인인 한스가 체포된지도 어느덧 1시간. 테이저 건을 맞고 체포된 그와 함께 피해자 신분으로 데이트는 물건너 가고 경찰서에 출두하게 된 이한성은 지금 이 상황 속에서 아직도 남들은 못알아듣는 언어로 시끄럽게 큰소리를 쳐대는 한스 마이어의 항의를 알아들을 수 있는 게 오직 자신 뿐이라는 사실에 비탄을 금치 못했다.
왜 하필 나만 이 미친놈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어가지고… 일단은 대충 독일어를 할 줄 아는 걸로 둘러대놓기는 했지만 괜히 통역 역할을 떠맡게 되서 더 귀찮아졌잖아.
가뜩이나 데이트고 뭐시고 저 미친놈 때문에 취소되가지고 짜증나 죽겠는데 통역사 노릇까지 해야한다. 저놈 하나 때문에 오늘 하루 일정이 완전히 파토나버렸다.
“아빠, 나 배고파.”
그렇게 이한성이 끓어오르는 화를 조용히 다스리고 있던 그 순간, 옆에서 세리와 함께 앉아 있던 수정이가 꼬르륵 거리는 배꼽을 붙잡으며 이한성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조금만 참아. 여기서 나가는대로 맛있는거 사줄게.”
“정말? 그럼 나 햄버거!”
“맥do날드?”
“버거퀸!”
“그래? 웬일이야, 너 빅mac파 아니였어?”
“해영이 언니가 버거퀸이 더 마싰다고 했써!”
“어… 그래? 하긴 뭐 확실히 나도 거기가 마음에 들긴 하다만.”
말이 빅mac이지 양은 쥐꼬리만한 것 보다는 양이 훨씬 많이 나오는 버거퀸이 훨 낫다. 햄버거의 맛은 거기서 거기고 중요한 것은 양이라는 신념을 지닌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해영이 간만에 이익한 정보를 애한테 가르쳐줬다고 소소하게 놀라며 옆에서 들려오는 한스의 지랄발광을 전력을 다해 무시했다.
“너 이자식…! 같은 인간인 주제에 부끄러운 줄 알아라!! 저 더러운 엘프놈들을 감싸고 돌다니, 네 기필코 네놈을 엘프놈들과 함께 사이좋게 죽여주마!!”
[쾅!!]하지만 이한성이 무시할 필요도 없이, 참다 못한 담당 형사가 책상을 거세게 내리치며 한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아 쫌 닥쳐봐 x끼야! 확 오도바이 헬메트 씌워 버릴라.”
잡혀온 범죄자들이 시끄럽게 떠들때 형사들이 애용한다는 오토바이 헬멧. 닥칠 줄을 모르는 시끄러운 놈한테 씌워놓고 덥개를 닫아버리면 마법처럼 조용해지는 형사들의 매직 아이템이다. 늘 주정뱅이들이 서에 잡혀와서 행패를 부릴 때 마다 그런 식으로 처리해왔던 12년차 형사, 강견우는 그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호통으로 20세 소드 마스터의 입을 다물게 만들고는 한숨과 함께 펜으로 서류에다 증언들을 써내렸다.
“뭐 그래 이놈은 그냥 정신나간 또라이라고 치고, 이제는 그쪽 얘기나 좀 들어봅시다.”
“…저요? 전 피해자입니다만.”
강견우가 시선을 바꾸며 이한성을 바라보자, 이에 이한성은 살짝 황당하다는 듯이 그렇게 대꾸했다.
“이게 일 처리가 원래 피해자 증언도 들어보고 해야되요. 간단하게 무슨 일이 있었고 저놈이랑 무슨 사이인지만 말하면 되니까 그냥 대충 짧게 말하쇼.”
이한성의 대꾸에 강견우도 똑같이 귀찮은 마음이라는 듯이 그렇게 대변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하는 수 없이 아주 간결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저놈이랑은 오늘 처음보는 사이고요, 저놈이 제 딸을 보더니 눈이 돌아가서 칼을 들고 달려들었습니다.”
“오케이, 특수폭행 미수에다가 심하면 살인 미수까지도 가겠네. 원인은 뭐 짐작가는거라도 있나?”
“…아뇨. 없습니다만.”
사실은 대충 뭐 때문에 저놈이 달려들었는지 진작에 눈치를 깐 이한성이었지만 그는 거짓 진술로 답변했다.
‘…아까부터 저놈이 시끄럽게 떠들어댔던거나 저놈의 시대에 맞지 않는 복장으로 보아할 때 수정이를 향해 달려든 이유는 딱 하나 뿐이지.’
수정이에게 엘프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생각해 보면 간단하게 얼추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근거가 너무나 많으니까.
우선 지금 이 자리에서 오직 이한성만이 저 한스 마이어라는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 한국어 이외에는 그 어떠한 제2 언어를 익히지 않은 그가 생판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이세계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이유는 시스템의 도움이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까부터 저놈이 떠들어대던 이야기가 예전에 대마법사 엘레인과 화연으로 부터 들었던 엘프들의 멸망에 대한 이야기와 딱 들어맞는다는 것.
거기에다가 마지막으로 저놈이 수정이에게 엘프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점까지, 이 모든 근거들을 짜집어 유추해보았을 때 논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딱 하나다.
저 한스 마이어 라는 놈은 진짜로 테라리움이라는 이세계에서 온 이방인이자, 그 이세계에 위치한 인간들의 국가인 이그니스 왕국의 기사이며, 판타지에서 흔히 나오는 소드 마스터로 지구로 피난 온 엘프들을 사냥하기 위해 이 지구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까지 쫒아왔다는 뜻.
“…쯧, 뭐 알겠습니다. 어차피 더 알아볼 것도 없을 것 같으니까 이만 보내드리죠.”
“아,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오히려 오랫동안 붙잡아둬서 미안했수다. 딸애가 배고파 하는 것 같던데 빨리 데려가서 뭐 좀 먹이기나 하슈.”
“그래야겠죠.”
퉁명스럽고 거칠어도 제대로 사과도 하는 강견우의 모습에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수정이와 세리를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강견우는 다시 펜으로 서류를 끄적이며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놈은 당초 뭐하는 x끼인지 조회도 안 뜨네. 뭐 신분 같은 것도 확인이 안되고, 불법체류자인가… x발 사람 x나 귀찮게 만들고 자빠졌어.”
신분을 확인하려고 컴퓨터를 몇 십분 동안이나 붙들고 있었지만 뭐 하나 건진 게 없다. 불법체류자라고는 해도 찾아보면 뭐라도 떠야지 정상인데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마냥 아무것도 뜨지 않는 한스 마이어 라는 인간의 처지에 골머리를 썩게 생긴 강견우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지금은 잠깐 얌전해진 한스를 찢어버릴 기세로 째려보았다.
‘…저 형사 아저씨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저 녀석은 그냥 이대로 경찰에게 맡겨야겠지.’
짜증으로 가득 차 보이는 형사의 얼굴을 본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살짝 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어차피 당장 그가 일에 치이게 생긴 형사를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별 다른 오지랖 없이 아이들과 함께 서둘러 경찰서를 나서려고 했다.
생각치도 못한 인물이 갑작스럽게 경찰서 안으로 들이닥치기 전 까지만 했어도 그러려고 했다.
“이한성!!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