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1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11화(111/245)
111
“이한성!! 괜찮아?!”
“?”
매우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금발머리의 여성이 갑작스럽게 경찰서 안에 들이닥쳤다. 이에 경찰서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곳으로 쏠리게 되었고, 이에 이한성은 깔끔하게 나갈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타이밍 한번 참.
어떻게 일이 해결되고 딱 나가려는 타이밍에 저렇게 귀신같이 나타난 것일까. 이한성은 미리 문자로 대강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음에도 이렇게 경찰서까지 직접 출두한 걱정이 가득해 보이는 화연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런 이한성의 한숨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화연은 그대로 어중간한 포즈로 멈춰선 이한성에게 달려가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의 몸 곳곳을 샅샅히 확인하며 잔뜩 패닉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다친데는 없는거지?! 칼에 찔리진 않았고?? 일단 바로 병원으로-”
“워워워워 스톱 스톱. 우선 진정 부터 합시다.”
칼에 찔렸으면 경찰서가 아니라 구급차 타고 응급실 먼저 갔겠지, 이렇게 멀쩡하게 서있을리가 없잖아.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평정심을 잃은 채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너무 오바한다며 화연을 진정시켰다.
“칼에 안 찔렸고, 다친데 없고, 그냥 배만 좀 고프니까 호들갑 떨지마.”
애초에 내가 문자로 보냈잖아. [귀찮은 일에 휘말려서 잠시 경찰서에 가게 됐다] 라고만 짧고 간결하게 문자로 전달했을텐데 왜 이렇게 난리야?? 칼 얘기는 또 어디서 주워들은거고??
“…정말로 괜찮은거지?”
“그래 그렇다니까. 왜, 웃옷 까서 보여줘?”
“휴우…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
아니 이 여자가 진짜 왜 이래?? 누가 보면 죽다 살아난 줄 알겠네.
고작 사건에 휘말려서 경찰서 한번 오게 됐다고 거의 힘이 풀려 주저앉다 싶이 하는 화연의 오버 리액션에 이한성은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저기요. 사람이 어쩌다가 경찰서 좀 올 수도 있지, 뭐가 그리 걱정됐던거야 대체??”
“당연히 걱정하지!! 시간에 딱 맞춰서 영화관에 갔더니만 거기 직원들이 하나같이 칼부림이 있었다니 하면서 수근거리는데!!”
“아 깜짝이야.”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러십니까…?
얼굴까지 벌개져서는 갑작스럽게 언성을 높히며 항의하듯 걱정을 토해내는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심히 당혹스러워 하며 주춤거렸다. 하지만 그 직후 이어진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어째서 그녀가 이렇게까지나 호들갑을 떤 것인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려주었다.
“사람은… 정말 쉽게 죽는단 말이야…”
“….”
떨림이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가 살아온 세월에 비해 너무나도 가녀리게 울려퍼졌다.
600년 동안 인간들 사이에 섞여서 인간들과 함께 살아왔던 엘프.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할 긴 세월을 홀로 살아왔던 화연은 수많은 사람들을 보아왔다.
무고한 백성도, 악랄한 폭군도, 탐욕적인 관리도, 추악한 죄인도, 그녀는 지난 600년 동안이나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인간상을 곁에서 지켜보고 겪어보았지만, 그렇게 서로 다른 인간상을 지닌 사람들도 하나 같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결국에 전부 죽게 되었다는 공통점을.
긴 수명을 지닌 채 마법을 부리며 살아가는 엘프들에 비해 인간은 너무나도 나약한 존재다. 그녀가 살아왔던 시대에는 더더욱 그랬다.
어제는 멀쩡하던 인간이 다음날 아침에 싸늘하게 식은 채 발견되는 일을 그녀는 수도 없이 보아왔다. 산짐승에게 당해서, 산적과 마주쳐서, 오랑캐에게 습격당해서, 아니면 그러한 이유 조차도 알 겨를이 없이도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이한성의 문자를 보고도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아온 세월이 길다보니 흉흉한 일들을 워낙에 많이 겪어보았기 때문에.
…분명 죽음과도 가장 거리가 먼 존재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는거겠지. 그 누구보다도 사람이 죽는 모습을 셀 수도 없이 지켜봐 왔을테니까.
황당스럽기만 하던 화연의 호들갑이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나 깨닫고 나니까 황당스럽기는 커녕 무겁게만 다가왔다. 그녀 또한 분위기가 살짝 무거워졌다는 걸 깨달은 건 마찬가지였는지 화연은 이윽고 조금 진정된 얼굴로 이한성을 다시 한번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으로 스캔하며 안부를 물었다.
“…아무튼 정말로 괜찮은거 맞지? 거짓말 하는거 아니지?”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해… 걱정할거면 내가 아니라 나한테 칼들고 덤빈 놈이나 걱정하던가.”
아까 테이저 건에 맞았을 때 거창하게도 넘어지더구만. 물론 저 미친놈도 그렇게 넘어져 놓고서는 이상하게 아픈 구석 하나 없지만 말이야.
계속되는 화연의 걱정에 이한성은 아직도 수갑을 찬 채 x랄발광을 하며 형사의 신경을 긁고 있는 미친놈, 한스를 가리키며 그렇게 대꾸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조용히 한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이윽고 미친 듯한 소리만 지껄이던 그를 바라보았다.
“네놈들!! 감히 엘프와 내통한 자를 묵고해?!! 네놈들이 그러고도 인간이더냐!!”
“…저놈은 뭐야?”
“나도 잘은 몰래. 지 말로는 자기가 무슨 이그니스 왕국인가 뭔가 하는 나라에서 온 소드 마스터라는데… 아무래도 너랑 똑같이 이세계 출신인 것 같아.”
엘프인 화연이 보기에도 미친놈 처럼 밖에 보이지 않는 한스의 모습에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어보자, 이한성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으며 일단 짐작가는 바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자 그렇게 이한성이 말해주기 무섭게, 화연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뭐라고? 이그니스… 왕국?”
“? 아는 곳이야??”
“…모를리가.”
화연의 차가워진 목소리가 조용히 공기 사이로 울려퍼졌다. 그리고 이한성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인간에게 고향과 동족을 잃어버린 그녀의 눈에 이세계에서 온 인간이 어떻게 비춰질 지.
‘야 이한성 이 등신아…! 당연한 걸 이제야 깨닫냐??!! 무식해도 눈치는 있어야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뱉어버리고 만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이한성은 자신의 안이함과 눈새기질을 향해 온갖 디스를 날리며 화연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눈치를 살피기 무섭게, 훨씬 더 눈치가 없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소드 마스터는 화연과 눈을 마주치고야 말았다.
“!! 엘프…!!”
“….”
이미 수갑으로 구속되어 있었음에도 저항심이 가득했던 한스 마이어에게 있어 엘프인 화연의 존재는 불난 집에 고옥탄가의 항공유를 붓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엘프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5살 짜리 아이에 불과한 수정이와 동행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한성에게 칼을 들고 달려들었던 광적인 놈이었는데, 그런 놈이 성인 엘프를 바라보고 눈이 돌아가는 건 지극히도 당연한 일이었다.
[챙그랑!]방금 전 까지만 해도 소드 마스터의 손을 단단히 구속하고 있던 수갑이 마치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며 깨져버렸다. 놈이 체내에 남은 얼마 안되는 마력으로 신체강화를 사용했다는 신호였다.
“죽어라!!! 죽어서 내 가족들에게 사죄해!!!”
[스킬의 발동을 감지하였습니다.] [적대 대상이 오러 블레이드를 시전합니다.] [10초 동안 시간의 흐름이 감속합니다.]한스 마이어의 손에 마력으로 생성된 검이 나타나며 공기를 가르고 화연을 향해 휘둘러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위기를 감지한 이한성의 시스템 또한 패시브 스킬인 [위기감지]를 발동시키며 엘프인 화연과 드래곤인 세리를 제외한 주변의 모두를 한없이 느리게 만들었다.
“…사죄하라고?”
느려진 시간 속에서 화연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울려퍼졌다. 말로 이룰 수 없는 적반하장을 목도한 그녀는 이윽고 검을 휘두르려는 자세로 멈춰 선 한스 마이어에게 천천히 다가가 놈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누가 누구한테?”
불타 없어져 버린 숲의 내음이 순간 그녀의 코끝을 스치는 듯 했다. 다시 되살아나버린 가슴 깊숙한 곳에 남은 그날의 기억이 눈앞에 아른거리자, 화연은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을 응축해 번개의 창을 생성하고는 그대로 주저없이 자신의 고향을 불태우고 동족들을 학살했던 인간들과 같은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입은 어린 소드 마스터를 향해 던졌다.
[최상위 마법: 롱기누스의 창을 감지하였습니다.] [살상능력: S+] [감전: S+] [마법효과: 막대한 규모의 마력으로 빚어낸 형태없는 장창. 시전자의 속성에 따라 전기 속성을 지니게 되었다. 위력이 조절되었기 때문에 번개가 지닌 범위피해 효과는 사라졌으나 살상력은 그대로다.]아니, 정확하게는 던지려고 하였다.
[스킬: 행동제한을 사용하였습니다.] [지속시간 동안 시전 대상의 스킬 및 마법 사용이 제한됩니다.]왜냐하면 이한성이 간발의 차이로 [행동제한] 스킬을 걸어 그녀의 마법을 저지했기 때문이었다.
“휴우… 큰일 날 뻔 했네.”
하마터면 사람이 눈앞에서 고압전류에 산채로 튀겨지는 모습을 지켜 볼 뻔 했다. 이한성은 그렇게 안도하며 마법이 시전되지 않아 당혹스러워 하는 화연을 꾸짖었다.
“아무리 흥분했어도 그렇지 경찰서에서 대놓고 사람을 죽이려고 하다니 대체 무슨 배짱이야?!”
“…? 죽인다니,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냐니, 방금 무슨 제우스마냥 번개창 가지고 사람 하나 올림푸스로 보내려고 했잖아!”
롱기누스의 창인기 뭐시긴가 암튼 x나 쎄보이는걸 사람 심장에다 꽂으려고 했으면서 왜 모른 척이야???
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 앞에서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태연하게 대꾸하는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그렇게 반박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뭔가 오해가 있다는 듯이 표정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죽이려던거 아니야. 기절시키기만 할 생각이었다구.”
“살상능력이 S+급인 마법으로???”
“전력량은 낮추고 전압만 그대로인 것 뿐이니까 상대가 소드 마스터라면 이정도로는 안죽어.”
현대 과학으로 풀이하자면 화연이 사용하려고 했던 위력이 조절된 최상위 마법, [롱기누스의 창]의 전압은 약 수백만 볼트지만 전류량은 테이저 건과 엇비슷한 한자릿수 밀리 암페어 수준이다. 게다가 거기에 더불어 지속시간 또한 밀리 초 단위로 조절하였으니 [신체강화]를 통해 평범한 인간보다 월등해진 방어력과 힘을 지니게 된 소드 마스터를 상대로는 콘센트 구멍에다가 젓가락을 쑤셔박은 것 보다 조금 더 위험한 정도의 위력 밖에 지니지 못한다.
물론 그런 식으로 설명했다가는 이한성의 이과 친화적이지 못한 뇌는 과부화 될 것이 분명했기에 화연은 거기까지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한성의 오해로 인해 앞으로 2시간 동안 마법 사용이 일절 불가능하게 된 자신의 신세에 한숨을 내뱉었을 뿐.
“어… 그런거라면 죄송.”
난 또 사람 하나 확실하게 주님 곁으로 보내려는 줄 알았지. 시스템 창에 막 그렇게 흉흉한 정보들이 뜨는데 오해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자신이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괜히 무안해진 얼굴과 함께 빠르게 사과했다. 그러나 화연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그저 쓴웃음과 함께 미안해하는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내가 정말 사람을 죽일 줄 알았던거야?”
“아니, 뭐… 일단은 살아온 세월이 세월이니까 사람 하나 보내는 것도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줄 알았지.”
그 왜 드라마나 만화에 나오는 몇 백살 씩 산 사람들은 사람 죽이는데 아무런 거리낌도 없더구만. 솔직히 600년 동안 살면서 왠만한 사건사고들은 다 겪었을 것 아니야.
“전혀 그렇지 않거든?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전직 추노꾼?”
“….”
“…농담입니다.”
순간 매우 가늘어진 화연의 눈살에 이한성은 바로 말을 거두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살짝 토라진 듯한 목소리로 불평하듯 입을 열었다.
“정당방위 이외로 살생을 한 적은 없는데…”
…사람을 묻어 본 적은 몇번인가 있다는 소리네.
화연의 토라진 목소리에 이한성은 자신의 짐작이 반쯤은 사실이었다는 걸 깨달으며 앞으로 괜히 깝치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당부했다.
“…그런데 어째 10초가 지났는데도 시간 감속이 안 풀리는 것 같다?”
“…그러게?”
[위기감지] 스킬의 시간 감속 효과의 지속시간은 단 10초. 10초가 지나면 그 즉시 시간은 다시 원래의 속도로 흘러가게 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느낌상으로 스킬이 발동한지 벌써 10초를 훌쩍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스킬의 효과는 끝날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걸 뒤늦게 알아 챈 이한성은 아직도 멈춰있는 주변을 둘러보며 스킬의 효과가 끝나지 않는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따로 찾아볼 필요도 없이, 때맞게 울려퍼진 익숙한 효과음이 그의 수고를 덜어내며 눈앞에 메세지 창을 띄웠다.
[스킬: 위기감지의 숙련도가 일정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상위 스킬: 스테이시스 필드 가 스킬 목록에 추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