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14)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14화(11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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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이동 마법 말이야. 그거 미완성이라고. 성공률이 50% 밖에 안된다, 이 말이야. 도착하는 시간과 위치가 무작위인건 덤이고.”
즉, 너님의 동료들은 아마 지금쯤 다 요단강을 건너셨거나 저기 쥬라기 시대에서 살아남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을거다, 이 뜻이지.
“그럴수가… 그럼 내 전우들은…”
“포기해. 이미 늦었을테니까.”
화연이 일말의 희망조차 기대하지 말라는 듯이 한스를 다그쳤다. 그러자 이에 한스는 절망하기는 커녕 오히려 끝도 없는 적대감을 내비치며 화연을 노려보았다.
“가증스러운 엘프 놈들…! 설마 이것까지 전부 노리고!!”
“착각하지마. 성공률이 50% 밖에 안되는 도박에 뛰어든 건 우리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이세계로의 피난을 시도했던 300명의 아이들 중 생존자는 단 2명. 그 중 한명인 화연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목소리로 주변에 정전기를 튀기며 헛소리 하지 말라는 듯이 한스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적대감으로 똘똘 뭉친 소드 마스터가 그런 화연의 경고를 두려워 할 리가 없었다.
“하, 그건 참 다행이군. 분명 신께서 악행으로 부터 도망치려는 네놈들을 벌한 것이겠지.”
“…신이 벌을 내렸다?”
“당연하지 않나. 네놈들이 사심으로 세계수에 손을 댔던 그 순간부터 신의 분노를 샀을텐데.”
“….”
엘프들이 세계수를 건드리는 바람에 세계에 천재지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인간, 드워프, 오크들은 그렇게 외치며 엘프들에게 전쟁을 일으켰다.
실제로 정말 엘프들이 세계수를 건드리는 바람에 테라리움 각지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천재지변들이 일어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화연 또한 아는 바가 없다. 그 당시 그녀는 5살에 불과했고, 세계수를 관리하는 건 오직 장로들의 몫이였으니.
하지만 수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그녀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숲과 함께 숨쉬며 살아가던 그녀의 종족이 어떤 식으로 자연을 대했었는지.
나무를 베기 전에는 꼭 경건하게 나무를 기리기 위한 기도를 올리고, 숲의 영역은 엘프들 만의 것이 아닌 자연의 것이기에 절대로 함부로 그곳에 사는 생명들을 해쳐서는 안된다고 가르치며, 사냥을 하더라도 사냥감의 넋을 반드시 기려야 한다. 그것은 모든 엘프들이 지키며 살아가던 오랜 전통이자 규율이었다.
그런데 어른이나 아이 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그렇게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그녀의 동족들이 사심을 채우기 위해 세계수의 힘을 이용했다? 조상들의 가르침을 기만하며 세계에 재앙을 불러왔다? 그래서 그녀의 가족이, 친구들이 전부 전쟁의 불길에 휩싸여 죽어야만 했다?
“개소리도 가려가면서 해야지.”
[파치직!]화연의 주변으로 일어나던 정전기들의 강도가 점점 더 격해지기 시작했다. 감정이 격해지는 바람에 마력의 제어까지 격해져버린 그녀의 전기 마법은 이윽고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형광등을 깨뜨려버렸다.
…이따가 고쳐야겠네.
형광등이 처참하게 깨져버린 모습을 본 집주인인 이한성은 화연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애꿎은 남의 집을 꼭 망가뜨려야겠냐고 속으로 한탄을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동시에 집이 더 망가지기 전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하며 끼어들었다.
“둘 다 그만해. 지금 남의 집에서 뭐하는거야 대체?”
“…미안. 좀 흥분했네.”
이한성의 항의에 화연은 간신히 격해졌던 마력을 잠재우며 그에게 사과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이에 됐다는 듯이 손을 저으며 [리커버리] 스킬을 사용해 박살난 형광등을 원래대로 되돌렸고, 이윽고 한스를 향해 시선을 돌려 뭘 잘못 알아도 단단히 잘못알고 있는 그의 정보를 갱신하기 위해 나섰다.
“그리고 거기 너. 아무래도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희 세계에서 일어난 천재지변은 엘프들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야.”
“…하,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네놈이 뭘 안다고 그딴 헛소리를 지껄이는거지?”
“그러는 그쪽이야 말로 뭘 가지고 엘프들한테 책임을 물으려는건데? 엘프들이 세계수를 건드렸다는 증거도 없이 그렇게 엘프들의 말살이니 뭐니 지껄이는 건 아닐테고. 뭐 확실한 증거가 있나봐?”
“증거? 증거라고 할 것도 없다! 대륙 전체를 휩쓸었던 천재지변이 엘프들의 영역에만 발을 미치지 않았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나?!”
인간, 드워프, 오크, 종족을 가릴 것 없이 토네이도와 대지진, 그리고 화산의 폭발은 테라리움의 전 대륙을 휩쓸었다.
엘프들의 영역이었던 세계수의 근처만을 제외하고.
“그건 심증이고. 너 증거가 뭔지 모르냐?? 그리고, 설령 그걸 증거로 내세운다고 해서 엘프들이 세계수를 건드린게 원인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건데?? 엘프들만이 피해를 입지 않은 이유가 단순히 세계수 근처라서 그런거라고는 생각 못하냐??”
“….”
예전에 대마법사 엘레인의 영상석으로 부터 들은 말로는 천재지변의 원인이 엘프들이라는 말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조차 되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다고 했었다. 물론 엘레인이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존재했지만, 이미 파편에 불과했던 영상석이 거짓을 고할 이유 따윈 없다.
“그리고 너, 정말로 너네 왕국 윗대가리들이 순수하게 엘프들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전쟁을 선포했다고 믿는 건 아니겠지?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너네 윗대가리들이 엘프들 보다 세계수의 힘에 관심이 더 많은 것 처럼만 느껴지는데.”
“…!! 네이놈!! 감히 이그니스 왕국을 모욕하려는 것이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 같아서 꺼내본건데.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
흥분하기 전에 잠깐 뜸 들인 거 보니까 지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소리라고 생각 했나보구만 뭘.
이한성의 말에 정곡을 찔려버린 한스는 큰소리를 뻥뻥치던 입을 다물며 잠시 침묵을 지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보기와는 다르게 아예 생각이란게 없는 멍청이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네놈이 하고 싶은 말은 뭐냐. 엘프놈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는거냐? 그 말을 지금 나더러 믿으라고?”
“믿고 말고는 네 선택이지. 내가 너한테 굳이 공들여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있을지는 둘째치고 솔직히 난 니가 믿든 말든 별로 상관 없거든.”
굳이 죽어도 안 믿겠다는 놈을 설득하려 들 이유도 없다. 괜히 서로 시간만 낭비하게 될 바엔 그냥 신경 끄는 것이 답이니.
“하지만 이것만은 자각하는게 좋을거야. 너희 세계의 인간들은 책임을 묻는답시고 무고한 엘프들의 목숨을 전부 앗아가버렸다는 사실을 말이야.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
지구의 역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하나 있었지. 저기 멀리 유럽에 있는 어느 나라의 히틀러라는 미친놈 하나가 어느 민족한테 별별 말같지도 않은 책임을 붙여다가 인종청소를 시도했었었지. 하여간에, 지구나 이세계나 어딜가나 사람사는 곳은 하나같이 다 비슷한가봐.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에 한 종족이 멸망의 길로 내몰리고 말았다. 그 악명높은 히틀러도 못했던 것을, 이세계의 인간들은 해낸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질린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이한성은 버럭버럭 소리치던 아까와는 달리 방금 전 부터 영 말문이 없어진 한스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무래도 녀석도 이한성의 말을 듣고 마음이 상당히 흔들렸던 모양이었다.
‘…천재지변을 일으킨게 엘프들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아버지 어머니가 지진에 의해 돌아가신 건 누구 탓이란 말인가. 아버지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전쟁에 나서 시신으로 돌아온 형님들의 죽음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
줄곧 이 모든 비극의 책임은 전부 엘프들에게 있다고 굳게 믿어왔다. 놈들에게 복수하면 그만이라고. 그리한다면 세상을 떠나버린 가족과 지인들의 넋을 기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오직 복수만을 바라보고 지난 5년 동안 칼을 휘둘러왔다. 목숨을 몬스터 소굴에 던져가면서 까지 필사적으로 실력을 갈고닦으며 소드 마스터의 지위를 얻어냈다.
하지만 애초에 그것이 전부 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짓이었다니, 그래서는 안된다. 가족의 죽음이 엘프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소리가 진실이라는 걸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방금 전까지 저 자가 한 모든 헛소리는 전부 거짓이여만 한다.
‘그런데 어째서… 저 자가 한 모든 말을 흘려 들을 수가 없는거지?’
결국 저 자가 한 말을 믿을 근거는 물론이고 믿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니 방금까지 들었던 모든 허무맹랑한 소리들을 헛소리로 치부하고 무시하는 것 쯤이야 아주 간단한 일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는 달리 한스 마이어는 이한성이 한 모든 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 스스로부터가 무의식 한켠으로 저 자가 한 말의 가능성을 결코 부정할 수가 없었으니.
생각해 보면 그동안 왕국과 다른 두 종족간의 연합이 내려왔던 행동들에 의문을 품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엘프들 개개인의 마법 재능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세 종족이 연합하면서 까지 그들을 침공하여 다섯 자리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
천재지변의 책임을 묻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항복으로 몰고 갈 수도 있던 전쟁의 흐름을 억지로 그들을 말살할 때 까지 끌고 간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쟁이 끝나고 엘프들이 멸종하다 싶이 되었음에도 천재지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점.
한스 마이어는 멍청이가 아니었다. 복수를 다짐하기 전 까지만 했어도, 그는 가문에서 가장 총명하다고 칭찬을 받던 아이었으니. 단지 복수에 눈이 멀어 가족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물게 할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 뿐.
‘천재지변의 원인을 조사하고 밝혀냈던 건 분명히 마탑의 인원들로 이루어진 조사단이었지. 그리고 그들과 가장 두터운 친분을 지닌 곳은…’
“…왕실이군, 젠장할.”
마탑이 왕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있는 공공연한 사실. 마탑과 라이벌이라는 의식이 짙은 왕실기사단 소속인 한스는 현 마탑이 왕실과 돈독한 협력자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왕실과 마탑 두 곳 모두 예전부터 세계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마탑이 왕실과 짜고 조사 결과를 위조해 엘프들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 씌웠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법한 얘기다.
한스는 이한성의 말을 100% 신뢰하는 것이 아니었다. 엘프들에게 향한 그의 적대심과 증오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그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남아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왕국과 마탑이 협력하여 모든 사실들을 위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었다.
‘…이제와서 의심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다만은.’
진실이 어쨌든간에 이미 너무 늦었다. 이미 상대방에게 원하는 정보를 전부 불어버린 이상, 이용가치가 없어져버린 자신은 이곳에서 복수도 진실도 얻지 못한 채 죽게 될 것이 확실했으니.
죽음을 예감한 한스 마이어는 허탈한 눈빛과 함께 조용히 낯선 세계의 집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길게 끌 것도 없다는 듯한 말투로 눈앞의 엘프와 이 세계의 주민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죽여라.”
‘결국 이렇게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한 삶이 끝나겠군. 아버지, 어머니, 형님들, 모두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불효자가… 곧 그곳으로 뵈러 가겠습니다.’
한스는 짧막하기 그지 없는 유언과 함께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후회라고 부를 것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던 그였지만, 이미 예정된 죽음에 추하게 발버둥 치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그가 죽음을 받아들이기 무섭게, 그의 유언아닌 유언을 듣고 있던 이한성은 그저 황당하다는 듯이 한스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대꾸할 뿐이었다.
“…뭐래??? 우리가 널 왜 죽이냐???”
얘 눈에는 21세기가 ㅈ으로 보이나. 우리가 무슨 저기 쌍룡파 조직원들도 아니고… 사람 죽여서 좋을게 뭐 있다고 막 죽음을 각오하고 난리인건데???
이한성에게 있어 한스 마이어를 죽일 이유는 눈꼽만큼도 없다. 살인죄도 살인죄지만 무엇보다도 이한성에게 있어선 그저 불법체류자 1에 불과한 한스를 죽이는 것은 그야말로 리스크만 크고 리턴은 제로인 비효율의 극치였기에.
그리고 그건 화연에게 있어서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미안하지만 여기는 테라리움이 아니야.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시대는 진작에 사라졌거든.”
화연이 이한성의 말에 동조하며 꼭 “널 죽일 가치조차 없다” 라는 투의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덧붙였다. 물론 그녀라고 해서 자신의 고향을 불태우고 동족들을 살해한 인간들을 증오하지 것은 아니었지만, 그건 벌써 600년 전의 일인데다가 바로 앞에 밧줄로 구속되어 있는 저 새파랗게 어린 소드 마스터가 자신의 가족과 동족을 살해한 것도 아니었기에 그녀 또한 한스 마이어를 죽일 이유는 없었다.
당연히 그렇다고 해서 한스 마이어에게 악감정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날… 죽이지 않겠다고? 네놈들, 설마 미쳐버린거냐??”
한스 마이어는 자신을 살려두겠다는 화연과 이한성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럴것이 테라리움의 상식으로는 적에게 정보를 넘겨버린 자는 적이든 아군이든 바로 처분해버리는 것이 상식이었기 때문에.
“미쳐버렸다니, 말이 좀 심하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발을 디디고 있는 이곳은 테라리움이 아닌 지구다. 그것도 치안이 매우 뛰어나고 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치국가. 테라리움의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이한성은 그렇게 자신과 화연을 미친놈 취급하는 한스를 사악한 미소와 함께 바라보며 나지막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마침 쓸만한 노예가 들어왔는데 죽여버릴리가 없잖아?”
21세기 대한민국의 상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마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