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16)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16화(116/245)
116
“고작 종이 쪼가리 따위를 화폐로 사용하고 있다니, 이 나라는 어지간히도 빈곤한 모양이로군.”
“???”
미친놈인가?? 갑자기 뭔 정신 나간 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지폐가 종이로 만들어지는 건 어느 나라를 가든 거의 당연하다 싶이 한 일이다. 당장 경제 1위에 서있는 미국 조차도 지폐를 종이로 만드는데, 대체 이놈은 어느 나라에서 살다 왔길래 화폐를 종이로 만들었다고 디스를 하고 있는걸까.
“아니, 빈곤하고 자시고 그럼 지폐를 종이로 만들지, 뭐 황금을 떼다가 만들어요??”
“당연한 소리를. 금화까지는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은화 정도는 당연히 사용해야하지 않나.”
“굳이???”
21세기에 금화나 은화를 화폐로 쓰는 나라가 대체 어딨다고 저런 정신나간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거지?? 진짜 미친놈이세요??
딱 봐도 정상인이 할 법한 소리는 아니다. 해영은 아까부터 금화니 은화니 하는 별별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한스를 진짜 미친놈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어이를 잃었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거지? 왜, 너희같은 미개인들의 시선으로는 금과 은을 화폐로 통용한다는 것이 그렇게 놀랄 일인가?”
“아뇨. 너무 판타지스러운 개소리를 하고 계셔서 놀란 것 뿐인데요.”
“…뭐라고?”
자신이 한 말을 개소리라고 부르는 해영의 발언에 한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이내 언제 왔는지 모를 그림자 하나가 한스의 바로 뒤에서 나타나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그에게 경고를 날렸다.
“눈 안 깔아? 너 방금 우리 해영이 노려봤니??”
“?!!”
주변의 공기조차 얼어붙을 것만 같은 싸늘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화연이었다. 전류가 짜릿하게 흐르는 것만 같은 시선과 함께 한스를 눈빛만으로 제압한 그녀는 이윽고 단단하기 그지 없는 소드 마스터의 어깨에 위치한 혈도들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고라는 이름의 협박을 가했다.
“내가 저번에 해준 마사지가 좀 효과가 덜했었지? 그새 근육이 또 뭉친 것 같은데, 지금 바로 풀어줄까?”
“아, 아니 그럴 필요는 없…”
“그럼 우리 조용조용 가자? 괜히 소란피우지 말고. 알겠지?”
[끄덕끄덕-]무시무시한 마력이 소드 마스터의 단단한 피부를 뚫고 전해지며 생명의 위협을 전달했다. 이에 한스 마이어는 노예계약서 때문에 저항하지도 못하는 신세를 저주하며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한스의 기를 팍 죽여놓은 화연은 다시 해영에게 자리를 넘겨주었다.
“자, 해영아. 이놈이 또 말 안듣거나 그러면 한대 패도 되니까 다시 잘 가르쳐봐.”
“어, 어어… 응 언니.”
…방금 그건 뭐였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 한스라는 외국인이 화연의 말에 꼼짝도 못하는 것일까. 해영은 딱 봐도 뭔가 자신이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보며 다시 한스에게 일을 가르치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 일단 아무튼 받은 현금은 이렇게 여기다가 넣고 손님한테 딱 정확하게 계산해서 거스름돈을 돌려드리면 돼요.”
“…알겠다.”
“아, 그리고 또 현금 말고도 카드로 계산하는 더 많긴 한데 그런 경우에는 그냥 여기 이 버튼 누르면 손님들이 알아서 계산하실테니까 그냥 기억해 두기만 하세요. 알겠죠?”
계산은 컴퓨터의 몫이지만 거스름돈을 일일히 세서 돌려줘야 하는 현금결제와는 달리 카드결제는 그냥 갖다 대기만 하거나 넣고 숫자로 된 비번만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현금결제에 비해 훨씬 간단하고 실수할 여지가 없다. 그렇기에 달리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해영은 카드결제에 대해서는 그냥 그렇게 간단하게 넘어가기로 하며 이어서 다른 것들도 같이 가르치기 시작했다.
카드결제라는게 대체 뭔지 1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한스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대충 알아둬야 할 건 이정도 되는데, 대강 다 이해 하셨죠?”
“…어어, 그래.”
한 10분 동안 아주 짧막하게 알아둬야 할 것만 추려서 설명해준 해영의 물음에, 한스는 혼란스러움을 숨긴 엄근진한 표정과 함께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까먹어도 괜찮으니까 너무 긴장하진 마요. 어차피 다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우는거니까.”
한스가 맡아야 할 역할은 단순히 손님을 맞이하고, 영업용 미소로 인사하고, 메뉴를 서빙하고, 손님 없을 때 청소도 좀 하고, 가끔가다 일손이 부족할 때 이것저것 도와주기만 하면 될 정도로 간단하다. 애초에 오늘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그가 나머지 세 사람 처럼 빠릿빠릿하게 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에 해영은 그냥 일단 해보라는 듯이 그렇게 한스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마침 저기 손님 한분 오시네. 한스 씨가 한번 잘 맡아봐요.”
“…알겠다.”
아직 시간이 9시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탓에 한가할 타이밍인 지금, 해영은 때마침 저 멀리서 가게로 향해 걸어오고 있는 손님 한 분을 보고는 한스의 능력을 시험해 볼 딱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한스를 계산대에다가 세워두었다.
[띠링-]월요일의 첫 손님이 가게의 문을 연 것과 동시에 작은 벨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퍼졌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이에 해영은 돌부처 처럼 가만히 서있기만 하던 한스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치며 어서 인사하라는 듯이 눈치를 주었다.
“…어서 오시게나. 뭘 먹으러 왔는가?”
“…예?”
일부러 깐 듯한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 누가 보면 저 손님을 지가 초대하기라도 한 듯한 것 처럼 들리는 것은 둘째치고 손님한테 다짜고짜 반말을 내뱉은 한스의 태도에 손님은 핸드폰에 팔려있던 정신을 붙잡은 채 한스를 바라보며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어, 어서오세요~! 주문 하시겠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손님이 뭐라 항의를 하기도 전에 해영은 한스를 밀어서 잠금해제 하듯이 치워버렸고, 재빠르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수습에 나섰다.
“아, 네. 라떼 빙수 스몰 하나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계산은 카드로 하실건가요?”
“예.”
“네~ 7천 2백원입니다~”
해영이 카드결제기를 내밀며 손님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이름모를 젊은 손님은 익숙하게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결제를 끝마쳤고, 바로 자리로 향해 빙수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려고 했다.
우락부락한 한스의 팔뚝이 자신의 뒷덜미를 단단히 붙잡기 전 까지만 했어도, 그러려고 하였다.
“이봐. 돈을 내라니까 무슨 개수작을 부리는거지?”
“???? 네?????”
다짜고짜 뒷덜미를 붙잡혀 버린 남자 손님의 표정은 그저 황당함만으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 문제 없이 계산을 다 하고 자리에 가서 앉을려는데 직원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자신을 거칠게 붙잡으니 그 상황에 황당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이봐요 미친놈 씨!! 뭐 하는거예요 대체!?”
“돈도 안내고 얻어먹으려는 버러지를 붙잡았을 뿐이다만.”
“뭔 개소리야!! 저 손님 방금 카드로 계산 했잖아!!”
“? 카드로 계산을 했다고? 그게 무슨 소리지?”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 해영은 필사적으로 손님의 뒷덜미를 붙잡고 있는 한스의 손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이에 한스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1도 알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당당하기 그지 없는 태도만을 내보일 뿐이었다.
“내가 아까 뭐랬더라? 분명히 조용조용하게 가자고 했었던 것 같은데.”
“!!”
순간 가슴에 비수가 꽂힌 것 마냥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한스의 머리털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아, 아니 난 그저 이 자가 돈을 안내려고 하기에…”
마치 뒤에서 누군가가 총구를 들이대며 협박을 하는 것 과도 같은 위압감이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겨눠진 것은 총구가 아닌 손가락이고, 향하고 있는 곳은 머리가 아닌 어깨 근육이 위치한 곳이라는 점이었다.
“말로 할 때 놔.”
“….큭-”
놓지 않는다면 당장 등 뒤에서 어깨 근육을 노리고 있는 저 엘프의 손가락이 끔찍한 고통을 안겨다 줄 것이다. 이미 그 마사지라는 이름의 고문을 여러번이나 겪어보았던 한스는 이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나머지 순순히 붙잡고 있던 손님의 뒷덜미를 놓아주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손님. 새로 들어온 애가 정신적으로 좀 많이 힘든 상태라서 실수를 한 것 같네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뭘.”
그렇게 한스가 손님을 놓아주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이한성은 재빠르게 사장으로서 바로 상황 수습에 나섰다. 한스에게 마치 정신 장애가 있다는 듯이 둘러댄 이한성의 거짓말이 꽤나 잘 먹혀들었는지, 손님은 황당스러워 하면서도 뭐라고 항의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냥 한스를 미친놈 바라보듯이 한번 흘겨보고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자, 그럼 이제 이게 대체 뭔 시츄에이션인지 설명 좀 해보실까 노예야?”
“난 잘못한 거 없다! 애초에 저놈이 돈도 안내고 저 이상한 물건으로 헛수작을 부리려고 한건데 왜 내가 죄인 취급을 받아야하는거지?!”
이한성의 추궁에 한스는 억울해서 미치겠다는 듯이 언성을 높이며 항의했다.
“이상한 물건? 뭐, 설마 이렇게 생긴 거?”
짐작 가는게 있었던 이한성은 곧바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자 이에 한스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래! 그깟 종이 쪼가리로 만든 허접한 화폐 하나 내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 그런 요상한 물건으로 헛수작을 부리려는 것인지, 웃음이 다 나오더군!”
“야이씨-”
저 미친 x끼가 진짜 돌았나. 카드 결제 하나 때문에 손님 뒷덜미 붙잡고 행패를 부렸던거야???
이한성의 얼굴에 분노와 빡침이 한가득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를 육아를 통해 단련된 인내심으로 참아낸 그는 조용히 손짓과 함께 마사지 형을 내릴 준비를 끝마친 화연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놈을 매우 쳐라.”
“예에 나으리.”
[빠지지지직!!]“그아아아앗?!”
대기 중이던 화연의 얇은 손가락이 소드 마스터의 단련된 어깨 근육의 틈새를 파고들어 전기마법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이에 한스는 맥없이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소리와 함께 스턴건이라도 맞은 마냥 바닥에 쓰러졌고, 이한성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앉아계시던 손님에게 소란에 대해 사과의 말을 올렸다.
“죄송합니다 손님. 많이 소란스러우셨죠?”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저 사람 괜찮은건가요?”
“아 네 물론이죠. 원래 가끔씩 저래요.”
“….”
이한성의 말에 손님은 바닥에 축 늘어져 버린 한스의 모습을 바라보며 침묵하였지만, 이내 그냥 그러려니 하며 다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서비스 차원으로 스몰이 아니라 라지로 드려야겠네.’
어찌어찌 일을 잘 넘기는데 성공한 이한성은 어떻게든 한스가 싸질러 놓은 똥을 치워야겠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신음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킨 한스를 바라보며 친히 카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잘 봐. 이것은 카드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거 하나만 있으면 현금이 따로 필요가 없지.”
“카… 드?”
“그래. 너네 나라 같은 야만적이고 구시대적인 곳에서 온 사람들은 접해본 적이 없을 현대 문물의 상징 중 하나란 소리다.”
이한성은 그렇게 비꼬는 티가 팍팍 묻어나는 말투와 함께 카드를 다시 지갑 속에 넣어두고는 그 지갑으로 한스의 머리를 툭툭 쳤다. 오랜 알바 생활로 단단하게 다져진 그 답게 그는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로 어떻게 하면 사람을 빡치게 만들 수 있는지 아주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알아 들었으면 빨리 일어나라 노예야. 저기 손님 또 온다. 일해야지.”
“….”
이한성이 재촉하자 한스는 자꾸만 명예로운 소드 마스터인 자신을 노예라고 부르며 능욕하는 이한성의 주둥아리를 뭉개버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가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화연이 아주 친절한 미소와 함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그의 혈자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며 다시 한번 경고를 남겼다.
“표정 풀어. 얼굴에 다 보이네.”
“…알겠다.”
“대답이 짧구나?”
“…알겠습니다.”
안그래도 악감정이 있는 엘프의 말에 순순히 따라야 하는 것도 모자라 존댓말까지 써야 한다니, 굴욕도 이런 굴욕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한스 마이어는 말 그대로 노예가 되어버린 자신의 신세를 저주하며 언젠가 이 모든 굴욕들을 받은대로 저 악마같은 자들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돌려주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였다.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을 정도로 일이 정신없이 바빠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