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17)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17화(117/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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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소드 마스터라는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한스 마이어. 왕국 역사를 통들어 최연소 소드 마스터라는 타이틀을 지닌 그가 이루어낸 업적들은 수많은 신기록들을 갈아치웠을 정도로 천재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한 마리를 상대하기 위해서 머스킷으로 무장한 숙련된 분대 하나가 필요하다고 알려져있는 와이번 30마리를 단신으로 토벌한 일, 역사가 깊은 대륙 검술 대회에서 최초로 무전무패로 승리를 거머쥔 경력, 그리고 기사단 최강의 타이틀을 지니고 있던 소드 마스터 요아힘 슈나이더를 꺾고 20년간 불변했던 최강자의 타이틀을 갱신 한 일까지, 기사단은 물론이고 이그니스 왕국의 백성들이라고 하면 한스 마이어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정도로 한스 마이어는 가희 천재 중의 천재였다.
물론 천재라고 불린 만큼 그에게는 소드 마스터가 되고도 남는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재능도 노력 없이는 아무 쓸모가 없는 법.
그랬기에 한스 마이어는 가족들의 복수라는 명목 아래에 뼈가 상하고 근육이 끊어질 지경까지 훈련과 수련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단련했다. 그 결과, 그는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었고, 강철보다도 단단하고 강한 육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 강인한 육체를 지니고 있던 한스였기에 그는 악랄한 부부사기단에게 속아 넘어가 노예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되었어도 그렇게까지 큰 걱정이 없었다. 이 악마같은 이들이 그 어떠한 고된 노동을 시키더라도 그는 굴하지 않고 버틸 자신이 있었으니.
홀로 던전 속에서 조난당하고, 몬스터들에게 포위되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도 겪었는데 그것 말고도 더한 일이 뭐가 있었을까. 이미 왠만한 위기란 위기는 다 겪어왔던 한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의 노동을 얕잡아 보았다.
그리고, 그건 그가 돌이킬 수 없는 크나 큰 오산이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의 서비스직이란, 온갖 다양한 유형들의 손님과 마주치는 극한의 직업이기 때문이었다.
“젊은 놈이 뭐 이리 눈치가 없어… 척 하면 척 보고 알아들어야지. 너 귀 먹었어?”
나이가 어려보인다고 무시하는 전형적인 꼰대같은 손놈이 있는가 하면-
“자, 여기요.”
[툭-]계산해 달랍시고 멀쩡한 지폐 놨두고 오만가지 동전들을 한꺼번에 기분나쁘게 던져주는 손놈도 있으며-
“덩치도 큰 놈이 안어울리게 뭐 이런데서 일을 하고 그러냐? 너 고졸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딱 들어봐도 왠지 모르게 열이 뻗치게 만드는 손님도 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전부 다 적어놓기에는 종이의 여백이 부족할 정도로 다양한 유형의 진상들을, 소드 마스터인 한스 마이어는 일하기 시작한 첫날 부터 맞닥뜨렸다.
그리고 그 결과, 해가 지고 슬슬 마감을 할 시간이 되었을 때 쯤엔 이미 한스 마이어의 정신은 새하얗게 불타 재가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
“쟤 숨 쉬고 있는거 맞지?”
영혼이 가출한 몸으로 멍하니 의자에 앉은 채 저 먼곳을 바라보고 있는 한스의 모습에 해영이 살짝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튼튼한 놈이니까 걱정 안해도 돼. 소드 마스터라는 놈이 저거 가지고 골골 거릴리가 없잖아.”
“맞아. 꾀병 부리는 것 뿐일테니까 신경 안써도 돼.”
그러나 이한성과 화연은 한스의 상태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그렇게 대답했다. 마치 꼭 저놈은 더 고생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소드 마스터? 그게 뭔데? 그 뭐 다이아 마스터 챌린저 같은거야?”
대한민국 전통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모 게임의 랭크 시스템 비슷한 호칭에 해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잠시 화연과 시선을 주고받으며, 서로 귓속말로 어떻게 할지 상의하기 시작했다.
“쟤 한테는 그냥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딱히 숨길 이유도 없잖아.”
“그렇긴 한데… 설명하면 또 백퍼 지한테만 말 안하고 있었다고 삐질 것 같단 말이야 저 기지배.”
자기 정체에 대해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다가 한번 크게 데인 적이 있는 화연이 해영을 슬깃 쳐다보며 이한성의 생각에 반대했다.
“…설명하기 귀찮은 건 아니고?”
“….”
귀찮은 거 맞네. 아니, 이 엘프님은 꼭 해영이 쟤하고 관련된 일만 생기면 되게 귀찮아하더라. 뭐 서로 가족같은 관계라서 굳이 챙겨주거나 할 필요가 없다, 이건가?
보통 가족관계 끼리는 남들보다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잘만 싸우고, 예의라는 거의 차리지 않다 싶이 하는 것이 보통이다. 당장 이한성 본인만 해도 가족인 수정이와 다투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니.
아무 말도 안하는 화연의 반응에 이한성은 그럴 줄 알았다며 한숨과 함께 무척이나 귀찮아 하는 그녀의 뜻에 따르기로 하며 대충 변명거리를 지어냈다.
“저놈, 검도하는 체대생이야. 체력 하나 만큼은 우리보다 월등히 뛰어날테니까 저거 걱정할 시간에 빨리 정리나 하셔.”
“아~ 어쩐지 몸이 좋아보이던데, 체대생이였구나?”
이한성의 변명거리에 완벽히 속아 넘어간 해영은 그게 거짓말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다 이해했다는 마냥 손뼉을 치며 분주히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해영이 저것도 사람 말을 너무 잘 믿는다니까…’
기본적으로 남이 하는 말에 의심을 품지 않는 성격. 의심이 가도 일단 믿고 보는 해영의 성격 덕에 아주 쉽게 그녀를 속이는데 성공한 이한성은 살짝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조용히 앉은 채 멘탈이 나가있던 한스를 향해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야, 노예. 멍하니 앉아있지 말고 빨리 정리해. 이러다가 12시 지나서 퇴근하게 생겼다.”
“…죽일 놈들. 썩을 것들. 팔다리를 자르고 고블린 무리에게 던져줘도 시원찮을 족속들.”
어… 이놈 상태가 좀 많이 이상한데? K-손님들이 너무 매운맛이었나…? 하긴 뭐… 아까 낮에 일할 때 보니까 유독 오늘따라 진상들이 좀 많기는 했었지.
부정적인 오오라가 넘치다 못해 주변을 침식하고 있다. 한참이나 지켜보고 나서야 그게 분위기 같은 오오라가 아니라 마력이 담긴 진짜 오라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멘탈이 참으로 이 나라의 정서답게 빨간맛이 되어가고 있는 저 노예를 위해 친해 좀 괜찮은 젖병을 입에다가 쑤셔박아주었다.
“…헛?! 뭐, 뭐지?”
“뭐긴 뭐야. 진정제니까 뱉지 말고 쭉 들이켜 짜식아.”
“설마… 내가 정신을 잃었던 것인가…? 소드 마스터인 이 내가…?”
의자에 앉은 뒤의 기억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만취하기라도 한 듯 마냥 중간부터 필름이 뚝 끊겨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한스 마이어는 일주일 내내 잠도 안자고 던전을 돌파해보기도 했던 자신의 정신력이 이정도로 나약했었나-같은 생각을 반복하며 본인 스스로에게 큰 실망을 느꼈다.
“네놈… 설마 내게 육체적인 고통을 선사하려던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주려던 계획이었을 줄이야…!”
“뭔 개소리야. 그냥 니 멘탈이 덩치에 안어울리게 쿠킄다스인거겠지.”
오늘따라 좀 유별나게 진상들이 많기는 했었지만 대다수의 K-알바생들은 거의 일주일에 두 세 번 꼴로 경험하는 일이라고. 뭐 이정도 가지고 정신적인 고통 운운하고 자빠졌어? 니가 아직 대한민국 사회의 진정한 무서움을 안 겪어봤구나?
나중에 다짜고짜 면전에다가 패드립을 날리거나 아주 가게 안을 개판으로 만들어놓는 고렙 진상들을 만나봐야 이정도는 그저 애교수준에 불과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될 것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자신이 겪어보았던 진상들 중 탑 중의 탑 진상들의 행패를 떠올려보며 약해빠진 한스의 멘탈을 비웃었다.
“근데 노예야, 고작 이정도로 빌빌 거릴 정도면 앞으로는 대체 어떡하려고 그러냐? 주 6일은 일하기로 계약했잖아.”
“…! 소, 소드 마스터를 얕보지 마라! 기사의 정신력으로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치고는 눈에 생기가 없다만.
소드 마스터인 한스 마이어는 여태껏 살면서 자신의 눈앞에 닥쳐온 역경의 대부분을 무력으로 해결해왔다. 그가 살던 세계는 21세기 지구와는 달리 모르는 사람 앞에서 입을 함부로 씨부리면 바로 주먹이 날아오거나 칼에 맞는 흉흉한 세계였기에, 소드 마스터인데다가 검에 대한 재능은 물론이고 신체능력도 출중했던 한스를 깔보거나 업신여기는 머저리들은 지금껏 단 한명도 없었다.
만인 모두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오기 전 까지는 말이다.
지나가는 사람 한테 쌍욕을 퍼부어도 목숨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세계. 무력의 사용이 극히 제한되고, 아무리 개패듯 패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법 때문에 마음대로 팰 수가 없는 세계. 그런 세계에서 한스의 무력은 진상들을 상대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곳에서의 한스는 소드 마스터도 뭣도 아닌 학력도 없는 최저시급 알바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건 덤이고.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 일주일에 6번 씩이나 일 해야 한다고…? 그것도 죽을 때 까지…?’
한시라도 빨리 이 지옥같은 곳을 탈출해야만 한다. 과로사로 죽기 전에 저 악마같은 놈들로 부터 벗어나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기 그지 없는 생각에 한스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어떻게든 머릿속으로 탈출 계획을 그리기 시작했다.
‘진정해라 한스 마이어. 냉정심을 잃으면 어쩌자는거냐. 그 어떤 마물 소굴에 떨어져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는 법이거늘.’
당장 탈출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은 그가 본인 손으로 직접 서명해버린 [맹약의 서]. 저 사악한 놈들에게 속아 넘어가 순순히 자신의 이름을 적고 만 고대의 마법이다. 그 [맹약의 서]가 건재한 이상, 그 얼마나 철저히 탈출 계획을 세워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든 맹약의 서를 빼앗아야만 한다. 하지만… 어떻게 빼앗지?’
현재 [맹약의 서]를 보관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방대한 마력과 마법 실력을 지닌 저 엘프 여자다. [맹약의 서]로 인해 이한성을 포함한 그의 지인들을 해치지 못하는 제약이 걸려있는 이상, 정면돌파는 불가능하다.
‘정면돌파가 안된다면 몰래 잠입하여 탈취해야 하는데… 가능한가?’
한스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단순히 [맹약의 서]를 소지하고 있는 게 화연이라는 사실 뿐. 그녀가 계약서를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당연하게도 그가 아는 바가 없다.
‘젠장…! 저놈들이 일만 안 시켰어도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맹약의 서]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을…!’
한스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은 오직 일주일에 하루 뿐. 그 하루를 제외하고 나머지 6일 동안은 매주같이 정신적인 고통을 감내하며 일해야 한다는 패널티를 고려했을 때, 현재 상황으로써 한스가 [맹약의 서]를 탈취하고 저 악마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가능성은 지극히도 0%에 가까웠다.
“저기요, 괜찮아요? 얼굴 빛이 꼭 탈옥하고 싶어서 미치려는 수감자 같은데.”
“….”
풀리지 않는 딜레마를 반복하며 한스가 머리를 쥐어짜내고 있던 그 순간, 정리를 끝마친 해영이 그에게 다가가 살짝 걱정하고 있다는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왔다.
‘잠깐. 이 여자를 이용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스를 노예 취급하며 협박하고 막 다루는 이한성과 화연과는 달리, 이 해영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한스를 사람 취급해주는 정상인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고 낮에도 그렇게 그녀가 한스를 바라보는 눈빛이 꼭 미친놈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긴 했으나, 적어도 그녀는 한스에게 지옥의 전기 마사지를 베푸는 저 악마들과는 달랐다.
‘그래. 이 여자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해봐야겠지.’
현재 한스에게 주어진 유일한 가능성. 어떻게든 해영과 친분을 쌓고, 저 여자를 말로 잘 구슬려 [맹약의 서]에 대한 정보를 엘프로 부터 캐내게 만든다. 낮에도 보았듯이 해영을 마치 친동생 마냥 보호하려던 화연의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할때, 현재로썬 그 계획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여자 하나 꼬시는 것 쯤이야 일도 아니지. 이그니스 왕국에서도 온갖 귀족 자녀들이 내게 집적댔으니 어려울 것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스는 이곳에 오기 전 까지만 했어도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일단 그의 외모 부터가 좀 거칠기는 해도 미남이라고 부를 정도는 되는 편이었으니.
그랬기에 한스는 분명 자신의 계획이 별 다른 어려움 없이 먹힐거라고 자신하며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전 괜찮습니다 레이디. 걱정해주시니 영광이군요.”
이그니스 왕국의 귀족 여성들은 하나같이 이런 인사를 받고 좋아 죽으려고 했었다. 이 여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귀족식 인사법을 선보이며 해영의 호감을 얻으려고 했던 한스였지만, 그녀의 반응은 그가 예상한 것과는 달리 마치 고블린이 사람 말을 하는 광경을 보기라도 한 반응이었다.
“우욱… x발, 님 머리 속에 썩은 버터라도 들어갔어요??? 갑자기 뭔 개소름돋는 소리를 하고 x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