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1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18화(118/245)
118
문화의 차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그 존재감이 크고 높다.
예를 들자면 유럽 출신 유학생과 같이 Mac도nal드에 가서 햄버거 세트에 포함되어 있는 감자튀김들을 나눠먹으려고 한곳에다 부었는데 그 유학생이 쌍욕 내지 뚝빼기를 깨려고 한다던가, 아니면 반대로 한국인 유학생이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했는데 배송일이 무슨 한달에서 석달이나 걸린다는 사실에 뒷목을 잡는다던가 하는 것 처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직까지 인간들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알아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로 나라는 달라도 같은 행성에서 살고 있음에도 그렇게 문화가 차이가 나는데, 이세계의 문화는 오죽할까.
자, 여기 지구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테라리움이라는 행성에 이그니스 왕국이라는 독일 정도 크기의 나라가 있다. 문명의 발전도는 중세시대 보다 좀 나은 정도. 노예제도와 신분제가 엄연히 존재하고, 왕이 나라를 통치하는 왕정주의의 나라. 귀족과 평민 사이에는 하늘과 땅 차이의 격차가 존재하는, 민주주의를 채택한 대한민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나라다.
그런데 그런 나라에서 사용하던 귀족식 인사법을 대한민국에서 사용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답은 간단하다.
호감도가 팍 깎이는 것이다.
“우욱… x발, 님 머리 속에 썩은 버터라도 들어갔어요??? 갑자기 뭔 개소름돋는 소리를 하고 x랄이에요…??”
“….”
뭐, 뭐지…? 귀족들의 예절은 진작에 완벽하게 익혔을터, 내 인사에 실수가 있었을 리는 없을텐데… 그런데 왜 저 여자의 반응이 꼭 금방이라도 토를 할 것만 같은 반응인거지…?
이그니스 왕국에서는 귀족 여성들에게 인사를 해주기만 해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자신의 인사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한스는 당혹스러움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그냥 저 여자가 귀족들과 같은 대접을 받는게 익숙치 않아서 그런 것 뿐일테지. 일단은 계속 해보자.’
“갑자기 이렇게 인사드려서 놀라게 만들었다면 죄송합니다 레이디. 괜찮으시다면 제가-”
“그만! 그만!!”
“…예?”
“그만 좀 하라고요!! 아까부터 소름돋게 대체 뭐하는거야??? 미쳤어요 진짜???”
[해영의 호감도가 120% 하락하였습니다…] 같은 알림이 순간적으로 한스의 귓가에 환청으로 울려퍼지는 듯 했다. 마치 폭락하는 주식마냥 한스에 대한 호감을 잃어버린 해영은 오만상을 찌푸린 채 놀라움을 넘어 공포까지 느끼며 뒷걸음질 쳤다.“아, 아니… 대체 뭐가 소름이 돋는다는 건지 설명을 해주시면…”
“그 말투!! 아니, 썩은 식용유로 가글이라도 했나, 아까부터 말투가 개소름돋게 오글거리냐고요!!”
한국인들은 다른 민족들에 비해 특히나 더 오글거리고 느글거리는 걸 혐오하는 편이다. 음식이나 사람 가리지 않고. 항상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을 때 마다 김치 같은게 막 땡기는 것이 그 증거다.
“무슨 일 있어? 아까부터 소란스러운데.”
해영의 언성이 높아지자 잠시 마감을 하느라 자리를 비웠던 이한성이 상황을 살피기 위해 다시 돌아와 둘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은 마침 잘 됐다는 듯이 이한성에게 질문했다.
“오빠, 이 사람 대체 어느 나라 출신이야???”
“어… 글쎄다. 아마 유럽 어딘가 출신일 걸…?”
“유러업??? 아니, 내가 띨빡이라서 모르고 있는건가?? 유럽에선 아직도 막 오글거리는 삼류 로판물 대사 갖다가 인사하고 그래???”
불쾌한 골짜기. 가상 속의 존재가 어설프게 사람을 흉내내려고 할 때 느낀다는 인간의 본능적인 혐오감. 현실에서 어설프게 만화나 애니 속 캐릭터로 코스프레한 사람을 보았을 때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거부감 처럼, 해영 또한 현실에서 싸구려 로판 말투를 사용하는 한스를 보고 정나미가 떨어지려 하는 것은 지극히도 인간의 본능이었다.
“아, 아니 난 그저 예의를 차려서 인사한 것 뿐인-”
어째 상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자신의 계획이 꼬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한스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어떻게든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해명에 나섰다. 아니, 나서려고 했다.
“우리 해영이 한테 뭘 하려고 했었다고?”
“!!”
이번에도 어김없이 암살자 마냥 한스의 등 뒤에서 갑툭튀한 화연이 언제든지 그의 승모근을 조질 수 있도록 검지를 겨누기 전 까지만 했어도 그랬다.
“그, 그냥 친목을 다지려고…”
“아~ 그냥 친목을 다지려는 거였구나?”
한스의 대답을 들은 화연은 자신이 쓸데없는 오해를 했었다는 것을 깨닫기라도 했는지 이윽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내 바로 쎄한 표정과 함께 한스를 추궁했다.
“왜?”
[파지지지직!!]화연의 검지 끝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아직 닿지도 않았는데 벌써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만 같은 공포심을 느낀 한스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경직된 모습으로 떨리는 입술을 움직였다.
“지금까지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본 적이 없어서…”
“….”
“….”
“….”
순간 주위의 공기가 측은지심으로 가득하게 물들은 건 기분 탓이었을까.
한스의 변명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덩치도 큰 주제에 자신이 아싸라고 제 입으로 고백한 한스를 앞두고 그 누가 그를 동정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뭐, 뭐냐. 왜 다들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거냐?”
“….”
주위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한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이에 화연은 동정어린 시선과 함께 조용히 손을 거뒀고, 이한성은 동족이라도 찾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며, 해영은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을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미친놈으로 낙인 찍혔던 한스 마이어에 대한 주변의 인식은 알고보니 불쌍한 미친놈으로 바뀌었다.
–––––––
“아빠 왔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언제나 그랬듯이, 이한성은 집의 현관문을 가볍게 열며 말을 지지리도 안듣는 딸내미들을 불렀다.
“아빠빠빠!!”
역시나 오늘도 가장 먼저 이한성을 마중나오기 위해 튀어나온 것은 수정이었다. 가게를 시작하고 나서 부터 아빠랑 같이 있는 시간이 부쩍 줄어들어 심심하기라도 했는지, 최근 며칠 동안의 수정이는 이렇게 이한성이 퇴근할 때 마다 달려나와 밤새도록 꼭 들러붙어 있으려고 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야 좀 떨어져라 수정아. 아빠 신발 좀 벗자.”
“치킨은??”
“오늘은 없다. 그저께도 먹었으면서 왜 자꾸 닭 타령이야?”
“치, 그럼 됐써.”
치킨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무섭게 수정이는 바로 이한성으로 부터 자동으로 떨어져나갔다. 그런 속물적이기 그지 없는 이씨 집안 장녀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떫은 표정을 지으며 신발을 벗고 마루 위에 발을 붙였고, 그러자 함께 돌아온 한스 마이어 또한 어설픈 손놀림으로 익숙하지 않은 운동화를 벗으며 현관에 발을 붙였다.
“? 아저씨 표정이 왜 그래? 누가 괴롭혔써??”
“…신경 쓸 것 없다.”
아침만 했어도 반항심으로 가득했던 한스의 얼굴이 반쪽에다가 폭삭 노화가 진행된 채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수정이의 물음에, 한스는 조용히 대답하기를 피했다. 엘프에게 적대적인 것은 둘째치고 아이와는 도저히 친해질 수가 없었던 한스였기에 그는 그렇게 수정이를 무시한 채 바로 자신의 임시 거처인 2층의 방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2층에 올라가기도 전에, 이한성의 어머니는 그를 멈춰 세우셨다.
“한스 총각, 라면 끓여 놨으니까 먹고 올라가. 사람이 밥은 먹어야지.”
한스가 이세계인인 것은 둘째치고 사실 엘프들을 사냥하기 위해 이곳으로 넘어온 소드 마스터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시는 이한성의 어머니는 그저 한스가 해외에서 온 유학생이라고만 알고 계셨다.
그래서일까, 이한성의 어머니는 한스를 유독 잘 챙기시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들과 비슷한 나이의 청년이라서 그런지 무의식적으로 챙겨주게 되시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위었던 한스는 싹바가지 없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한성의 어머니가 보여주시는 호의를 마냥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한스는 그대로 계단을 올라가기 직전에 발걸음을 돌리며 말없이 식탁에 앉았다. 그러자 이윽고 이한성 또한 겉옷을 걸어놓고는 한스의 마주편에 앉았고, 저녁 냄새를 귀신같이 맡은 수정이와 세리 또한 우르르 달려와 각각 이한성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라면 냄새가 쥑이는구만.”
일하느라 허기가 져있던 이한성은 매콤하게 코를 자극하는 라면의 냄새에 입맛을 다시며 냄비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시뻘건 비주얼을 자랑하는 지옥에서 온 매운맛의 대명사, Fire Chicken 볶음면이 떡하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빠! 나도 라면 머글래!”
“어어…”
그러고 보니 집에 남아있는 라면이 이거 밖에 없었지. 이걸 어떡한다냐… 애들한테 이걸 먹였다간 아주 그냥 난리가 날텐데.
당장 매운맛을 잘 못 먹을 뿐, 그래도 먹기는 하는 수정이는 둘째치고 드래곤이라 그런지 매운맛에 거의 공포를 느끼다 싶이 하는 세리가 문제다. 아니나 다를까, 드래곤 특유의 뛰어난 후각으로 이 라면의 매운맛을 본능적으로 눈치챘는지, 세리는 벌써부터 겁을 먹고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정아. 정말로 먹고싶어?”
“응! 할머니가 라면은 뺏어먹는게 진리라고 했써!”
“….”
또 내가 없는 사이에 쓸데없는 지식을 가르치셨구만. 뭐,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만…
“그래. 정 먹고 싶다면 먹어.”
뭐든지 한번 데여봐야 아는 법이지. 애가 먹어보고 싶은데 뭘 어쩌겠어.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변명거리를 내뱉으며 수정이가 매운맛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즐기고 싶다는 속마음을 감췄다. 그리고는 바로 기다릴 것도 없이 젓가락으로 볶음면을 덜어 수정이에게 나눠주었다.
“자, 여기.”
“…아빠. 이거 라면 아닌 것 가타.”
그릇에다가 라면을 나눠받은 수정이는 시뻘건 비주얼을 지닌 Fire Chicken 볶음면을 한참이나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뭔가가 잘못 됐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빨갛고 면이 들어가면 그게 라면이지. 라면 맞으니까 안심하고 먹어.”
“…그런고야?”
“어. 그런거야.”
“…아라써.”
이한성의 말을 믿어보기로 한 수정이는 조금 미심쩍지만 그래도 냄새는 좋으니까 분명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어린이용 젓가락으로 볶음면을 한젓가락 먹으려고 했다.
그러나 시뻘건 양념에 볶아진 면이 수정이의 입 속에 들어가기 직전, 잔뜩 겁에 질려 있던 세리가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으며 수정이를 말렸다.
“응? 세리 너도 먹고시픈거야?”
[도리도리-]갑자기 자신을 말리려는 세리의 모습에 수정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이에 세리는 기겁하며 고개를 젓더니, 이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먹으면 죽을지도 몰라…”
“!!”
세리의 말에 수정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놀란 표정과 함께 이한성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에 이한성은 그저 웃으며 아무 말 없이 볶음면을 크게 한 젓가락을 떠다가 입에 집어넣고 맛을 음미했다.
“그래, 이게 라면이지.”
“….”
이한성이 멀쩡하게 라면을 시식하는 모습을 본 수정이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다시 세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뭐가 문제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멀쩡한데??”
“아, 아니야…! 속고 있는거야…!”
“하지만 아빠는 엄청 마싰게 먹고 있자나.”
먹으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걸 맛있게 먹고있을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수정이는 자꾸만 자신을 말리려고 하는 세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자꾸만 라면을 먹고싶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으으…”
불행히도 드래곤이라 그런지 말주변이 없는 세리는 수정이를 설득할 말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정이보다 어림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나이 만큼은 드래곤 답게 어른스러웠던 세리는 이윽고 수정이를 구하기 위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섰다.
“흐읍…!”
“앗! 내 라면!”
바로 수정이의 라면을 낚아채 자신이 대신 희생하기로 한 것이었다.
“!!??”
시뻘건 면발이 작은 세리의 입 속으로 한입에 쏙 들어갔다. 스코빌 척도 4000에 해당하는 매운맛을 마음의 준비도 없이 정면으로 경험하게 된 가여운 헤츨링은 이내 빨게지기 시작한 얼굴과 함께 팔다리를 파닥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참지 못하고 거실을 향해 거대한 화염 브레스를 토해냈다.
[화르륵-쾅!! 쨍그랑!!]“….”
드래곤의 브레스는 산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아무리 어린 헤츨링의 브레스라고 해도, 집 하나를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은 된다.
[휘이이잉-]거실의 벽이 흔적도 없이 세리의 브레스에 의해 날아가자 2월달 밤의 찬공기가 집안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저마다 할 말을 잃은 채 순식간에 벌어진 참상을 조용히 목도하였다.
…드래곤에게 매운걸 먹여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