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19)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19화(11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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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박살난 벽. 뻥 뚫린 구멍 사이로 세차게 불어 들어오는 찬바람. 그리고 그걸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지켜보고 있는 모두들.
눈앞에서 벌어진 그런 광경에 한스 마이어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정도의 폭발을 저 아이가 일으켰다고…?’
엘프 특유의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흑발의 여자아이. 보는 순간 엘프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은발의 아이와는 다르게, 흑발의 아이에게는 그러한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한스는 지금껏 저 세리 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평범한 인간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고작 3살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저런 위력의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 않는가.’
세리의 정체는 다름이 아닌 드래곤. 세상 그 어떠한 생물과 비교해도 견줄 수 조차 없는 천문학적인 양의 마력을 타고 나는 전설 속의 존재. 세리가 그런 방대한 양의 마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한스는 얼탱이가 빠진 얼굴과 함께 아직도 매워 죽으려고 하는 검은머리의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소드 마스터인 한스가 어째서 그렇게나 대단한 마력을 지닌 드래곤인 세리의 정체를 의심하지 못했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사실 좀 복잡했다.
우선 첫번째로, 마력에 민감한 엘프와는 달리 인간은 여타 다른 종족 중에서도 마력에 꽤나 둔감한 편이다. 오직 수련을 거듭해서 반복한 마법사나 소드 마스터만이 마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니.
그리고 두번째로, 그렇게 인간이 마력에 둔감하다는 것은 둘째치고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의 범우주적인 마력을 타고 태어나는 드래곤의 마력을 감지한다는 것은, 엘프가 아닌 이상에야 그 어느 종족이던간에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감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존재를 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맨눈으로 수억 광년 떨어진 별을 보는 것이 불가능한 것 처럼.
‘엘프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데 저렇게나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다니… 대체 저 아이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이지…?’
저 검은머리 여자아이의 정체가 무엇이던 간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것은 확실하다. 그렇게 판단한 한스 마이어는 저런 존재를 자식처럼 키우고 있는 인간인 이한성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경외심이라기 보다는 경악감에 더 가까운 눈으로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스가 그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말던 일말의 신경조차 쓰지 않은 이한성은 그저 한숨을 내쉬며 세리가 만들어 놓은 난장판을 수습하기 위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뿐이었다.
“에휴… 아주 그냥 다 부셔먹어라 그래.”
한탄이 섞인 혼잣말과 함께 이한성은 조용히 뻥 뚫린 벽을 향해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구멍을 메꾸기 위해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했다.
[스킬: 리커버리를 시전합니다.]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신경조차 쓰지 않는 메세지 창이 효과음과 함께 이한성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처참하게 박살나있던 집의 외벽은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며 원상태로 말짱하게 복구되었고, 그렇게 집이 다시 멀쩡해지자 이한성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목을 꺾으며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
“스킬 없었으면 진짜 어쩔 뻔 했냐…”
엘레인 영감님이 시스템에다가 [리커버리]를 넣어둬서 천만 다행이다. 분명 이 스킬이 없었더라면, 아무리 퀘스트를 통해 돈을 벌어도 돈이 남아나질 않았었겠지.
집에 서식하는 파괴신 두 마리 덕에 물건들이 성한 날이 없는 이한성은 그렇게 엘레인의 천견지명에 그저 감사를 표하며 자리에 앉아 먹다 말던 Fire Chicken 볶음면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스킬: 리커버리의 숙련도가 일정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상위 스킬: 업그레이드 가 스킬 목록에 추가됩니다.]“업그레이드?”
라면을 마저 먹으려고 하니까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가지고는 시야를 방해하는 메세지 창의 내용에, 이한성은 들어올렸던 젓가락을 다시 내려놓으며 시스템 창을 좀 더 자세히 읽어보았다.
[업그레이드: 스킬 “리커버리” 를 사용할 시 수리된 물건의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고장나지 않은 물건에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스킬 “리커버리”와 재사용 대기 시간을 공유합니다.]…또 사기적인 스킬 하나 납셨네.
스킬의 숙련도가 일정치에 도달할 때 마다 생기는 상위 스킬들. 최근에 얻게된 [위기감지]의 상위스킬, [스테이시스 필드] 처럼 기존에 있던 [리커버리] 스킬의 강화형인 [업그레이드]의 성능을 확인한 이한성은 그저 혀를 내두르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물건을 수리할 때 마다 능력치가 20%씩 상승한다니, 확실히 설명만 보면 엄청난 스킬인 건 확실한데… 그 상승한다는 능력치라는게 대체 뭘 말하는거지?’
능력치가 20% 상승한다는게 물건이 전보다 20% 더 튼튼해진다는 건지, 아니면 20% 더 잘 써진다는건지 좀 처럼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 시스템 창의 설명에 이한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뭐, 나중에 써보면 알겠지.”
우선 먹던거나 마저 먹자. 이러다가 라면 다 식겠다.
난해한 설명을 아무리 반복해서 읽어본다 한들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다. 수능을 칠 때 풀리지 않는 문제를 수백번 수천번 읽어봐야 아무 소용 없는 것 처럼 말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갈 때 까지 가버렸던 자신의 수능을 떠올리며 얼얼하게 매운 Fire Chicken 볶음면을 깔끔하게 전부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빈 그릇을 그대로 싱크대에 가져다가 설거지를 하고는 정리한 그는, 이윽고 아직도 매워서 어쩔줄을 몰라하는 세리에게 다가가 피식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러게 언니껄 왜 뺏어먹냐?”
“…살인 미수로 경찰에 신고할거예요.”
“뭐, 라면 좀 먹였다고?”
“….”
정말이지 저 애답지 않은 또박또박하고 예의바른 말투는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니까. 고작 3셀 정도 밖에 안된 애가 뭐 이리 어른스러워?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세리의 말에 이한성은 약간의 데자뷰와 어색함을 느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지 이내 수정이가 갑자기 끼어들며 원소 마법으로 만들어낸 마법을 세리에게 건네주었다.
“자! 얼음 먹으면 갠찬을꺼야.”
“….”
너무 매울 때는 얼음으로 입안을 식히는 것이 정답이다. 수정이로부터 얼음을 건네받은 세리는 조용히 받은 얼음을 입에 넣었고, 찐빵같은 뺨을 움직이며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어때? 이제 좀 괜차나?”
[끄덕-]마법으로 만들어진 덕에 보통 얼음보다 훨씬 차가운 얼음의 감촉으로 입안에 난 화재를 진압하는데 성공한 세리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이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굳게 닫혀있는 입을 어물쩡거리며 열었다.
“…고마워. 언니.”
“!!”
드래곤은 선천적으로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종족이다. 그들은 동족을 제외한 타 종족들을 기본적으로 깔보기 십상이기 때문에 드래곤이 다른 종족인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리고 그건 어린 헤츨링도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리는 다른 드래곤이었다면 반쪽이라고 우롱하며 업신여겼을 하프엘프인 수정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게다가 그것 뿐만이 아니라 감사를 표한 것도 모자라서 수정이를 언니라고 부르기 까지 했다. 만약 다른 드래곤이 이 광경을 보았더라면 거품을 입에 물고 쓰러졌을 것이다.
물론 그런 드래곤들의 특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이한성과 수정이는 그저 세리가 드디어 붙임성이 좀 생기려는구나-하고 생각할 뿐이었지만 말이다.
“아빠빠!! 세리가 방금 나보고 언니랬써!!”
“야야, 나도 들었으니까 진정해. 귀 울린다.”
우리 수정이 참 좋겄네 그려. 귀여운 동생한테 언니라고도 불리고 고맙다고 인사까지 받다니. 난 아직까지 아빠라고 불린 적도 제대로 없는데.
아빠라고 불리기는 커녕 쫌생이라고 한번 불려본게 전부다. 굳이 따진다면 예전에 말도 제대로 못 뗐을 때 압빠라고 불린 적이 있긴 하지만, 아마 얘가 제대로 자각하고 그렇게 부른 것도 아닐테니 노카운트다.
이한성은 그렇게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세리를 꼬옥 끌어안고는 엄청 신나하는 수정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분명 세리가 언젠가는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줄 날이 올 것이라고 희망하며.
––––––-
한바탕 소란스러웠던 저녁… 이라기 보다는 야식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한번 집안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찾아 왔었다.
“그/아/아/아/앗…!!”
[푸드득-푸득-]…이런 x발, 저 새끼 사운드 한번 쓸데없이 우렁차네. 화장실에서 무슨 애를 낳고 있나.
거실까지 적나라 하게 울려퍼지는 듣기만 해도 더러운 신음과 사운드. 그 매운맛에 환장하는 한국인조차도 매워하는 Fire Chicken 볶음면을 악으로 깡으로 전부 먹어치운 이세계의 소드 마스터에게, 이한성은 속으로 육두문자를 퍼부으며 역겹기 그지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
“아빠, 저 아저씨 많이 아픈가바. 자꾸 화장실에서 끙끙대고 있써.”
“….”
수정이가 걱정된다는 말투로 화장실을 가리키며 이한성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당장 저 사운드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던 이한성은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며 리모컨으로 TV의 볼륨을 높였다.
[근래에 초등학교에서의 학교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악습을 어린이들이 그대로 따라하게 되는 것인데요, 그 원인이 무엇인지 대해 자세히-]“이야… 요즘 애들 참 무섭네. 나 때는 저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
TV에서 흘러나온 뉴스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이한성은 그저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혀를 찼다.
‘우리 때는 애들끼리 막 놀리고 따돌리는 경우는 있었어도 막 집단으로 몰려서 패고 그러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하여간에 어쩌다가 저런 애들이 생겨나게 됐는지 원…’
이한성이 어렸을 때만 했어도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대대적으로 학교폭력이 눈에 띄이기 시작하는 시기는 중학생 때부터 였기 때문에.
“그러고 보니까 수정이도 슬슬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낼 때가 되지 않았나?”
문득 학교 얘기가 나오자 떠오른 생각에 이한성은 잠시 TV에서 눈을 떼고 세리를 귀찮게 하고 있는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수정아, 너 최근에 키가 좀 큰 것 같다?”
“?”
최근 한달 사이에 예전보다 키가 한뼘 정도는 더 큰 것 같다. 하도 먹어치우는게 많아서 그런걸까.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에…”
이한성의 말에 수정이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벽을 등지고 손으로 어림잡아 키를 재보며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정이가 지금 몇 살이었더라? 5살? 6살?’
정확한 나이를 모르겠다. 얘가 어디 정상적으로 자란 적이 있어야 말이지.
한 두달 만에 신생아에서 5살 정도로 훌쩍 성장했는데 이한성이라고 해서 정확한 나이를 일일히 다 세고 있었을리가 없다. 그랬기에 이한성은 수정이의 정확한 나이를 파악하기 위해 [의심병자의 눈]을 사용하며 정보창을 살펴보았다.
[이름: 이수정] [나이: 생후 4개월] [육체 및 정신적 나이: 6살 언저리] [종족: 하프엘프] [Hp: 75/75] [Mp: 6800/9500] [상태: 이상없음]“6살이라…”
어째 키가 좀 큰 것 같다 했다만, 그새 또 성장했네.
2달 전만 했어도 5살 이라고 표시되었던 수정이의 정신연령이 6살로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한 이한성은 부모로써 복잡미묘한 기분들을 느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근데… 6살이면 유치원에 보내야 하나?”
수정이가 워낙에 머리가 좋고 똘똘한 탓에 유치원은 너무 수준이 낮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그래도 수정이는 아무나하고 잘만 친해지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벌써부터 초등학교에 보내기도 좀 그렇단 말이지.”
방금 전 TV에서 보았던 뉴스의 내용이 이한성의 머릿속에 불안감을 일깨웠다. 가뜩이나 외모도 그렇고 태생도 그렇고 눈에 띄는 수정이가 초등학교에서 저런 TV속에서나 나오는 일을 경험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던 이한성은 이내 진지하게 어느쪽이 수정이에게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땅히 떠오르는 답은 없었다.
…하는 수 없지. 이럴 때는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수 밖에.
“수정아, 넌 유치원이 더 좋을 것 같아, 아니면 초등학교가 더 좋을 것 같아?”
이한성은 수정이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며 거실에서 세리와 함께 놀고 있던 수정이의 등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이에 돌아온 수정이의 대답은 놀라우리만큼 간단명료했다.
“둘 다 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