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20)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20화(12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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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시러!”
수정이의 한치의 고민도 없는 목소리가 대답을 내뱉었다. 적어도 조금이라도 고민하긴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이한성은 전혀 예상치 못한 수정이의 대답에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아니… 학교나 유치원에 가면 친구도 사귀고 재밌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싫어?”
“시러! 해영이 언니가 학교 같은 건 가는 거 아니라고 했써!”
“….”
아 제발 쫌… 왜 다들 애한테 별별 이상한 걸 못가르쳐서 안달인건데?? 이제 막 5살, 아니 6살 밖에 안된 애한테 벌써부터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면 대체 뭘 어쩌자는거야???
“그럼 유치원도 학교도 안가고 싶다, 이거야…?”
“응! 난 집에서 세리랑 놀꺼야!”
“야 수정아,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라… 너 벌써 6살이야. 언제까지고 집에서 놀기만 하게?”
“그러면 안돼?”
“당연히 안되지!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다녀야 하니까 선택해. 유치원이 더 좋아, 아니면 초등학교가 더 좋아?”
얘가 벌써부터 게으름을 배우고 나태해지면 큰일이다. 벌써부터 평생토록 놀기만 하면서 살고싶다는, 지구 역사상 그 어떤 위인도 지금껏 해내지 못한 꿈을 이루고 싶다는 수정이의 말에 이한성은 바로 수정이의 의견을 기각하며 두가지 선택지를 들이댔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그렇게 간단하게 말을 들을 수정이가 아니었다.
“시러! 둘 다 내 취향 아니야!”
“이게 진짜… 세상에 학교 가기 싫다고 취향을 운운하는 애는 너 밖에 없을거야. 그거 알아?”
그 누가 학교를 가는데 취향을 탄단 말인가. 그렇게 따지자면 세상 모두가 취향이 안맞는다고 진작에 학교를 때려칠텐데.
“휴우… 그럼 왜 싫은지 말해봐. 적어도 이유나 한번 좀 들어보자.”
“…공부하기 시러.”
이한성이 한숨을 내쉬며 묻자, 수정이는 이내 어물쩡 거리는 말투로 입가를 삐죽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이유라는게 고작 그거야??”
“응.”
수정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볼을 부풀렸다. 뭔가 좀더 대단한 이유가 있을 줄만 알았던 이한성은 김이 팍 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이마를 탁 쳤다.
“저기 수정아, 너 지금 내가 너보고 공부 하라고 학교에 보내려고 한다고 생각하는거야?”
“? 아니야??”
“아니거든.”
당장 6자리 수 곱셈도 암산으로 정확하게 풀어내는 애한테 뭣하러 공부를 시킬려고 학교나 유치원에 보낸단 말인가. 공부를 시킬 생각이었으면 저기 어디 영재들만 모인 특수학교에다가 보내려고 했겠지.
“니가 지금 뭘 잘못 이해하고 있나본데… 원래 유치원이랑 초등학교에서는 공부 제대로 안해도 되거든?”
“!!?”
순간 수정이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가득 물들었다.
본래 유치원과 초등학교라고 하면 아이들의 교육과정에 있어 지극히도 기초적인 것만 가르치는 단계에 불과하다. 물론 이 교육열에 미친 나라에서 고작 7살 밖에 안된 아이들을 하루에 일과를 학원이나 과외로 빡빡하게 채워놔서 다니게 하는 부모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초등학생 때 까지는 자녀들의 교육을 크게 터치 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런 부모들 중 후자에 속하는 이한성은 아직 6살 밖에 되지 않은 수정이에게 피말릴 정도로 선행학습을 빡세게 시킬 생각이 전혀 없다. 애초에 중학교 고등학교 때 점수를 아예 날려먹으면서 살다시피 했던 그가 딸아이인 수정이에게 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내로남불 그 자체니 말이다.
그랬기에 이한성은 수정이가 유치원에서나 초등학교나 교육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는 피말리는 삶을 살기를 전혀 원치 않았다. 심지어 수정이가 나중에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도 억지로 학원에 다니게 하고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었을 정도로.
“그럼 학교에는 뭐하러 가는거야?”
“뭐하러 가기는. 친구들이랑 놀러 가는거지.”
쉬는 시간에 밖에 나가서 놀고, 점심 시간에 또 밖에 나가서 놀고, 초등학생이라면 뭐 다 그런 식으로 놀겠지 뭐. 아니면 요즘 애들은 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니까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서 게임이나 한다던가.
초등학교를 졸업한지도 벌써 10년이 다 됐다. 그새 세월이 흘렀으니 요즘 초등학생들의 생활이 어떤 식인지에 대해서는 이한성이 알고 있는 바가 없었지만, 분명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보단 유치원에 보내는게 더 마음이 놓일 것 같지만 말이야.’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 어느쪽이 더 안전할 것 같냐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유치원 쪽의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더 천진난만하고 안전하다고 느껴지니.
물론 가끔씩 유치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열불터지는 이야기가 뉴스에서 들려올 때 마다 유치원도 그닥 안전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간 끝이 없겠지. 그냥 유치원과 초등학교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수 밖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고민하고 붙잡아봤자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흐를 뿐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아이를 너무 과보호 해선 안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는 수정이 너한테 공부 하라고 잔소리도 안할거고, 시험 망쳤다고 화도 안낼거야.”
사뭇 진지하면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자신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을, 그저 딸아이를 설득하기 위해 내뱉은 이한성은 본인 스스로 생각해도 꽤 멋진 말을 하고 있다고 자만심을 가지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넌 그냥 가서 친구들도 사귀고, 가끔가다 싸우기도 하고, 하면서 놀면 돼.”
[푸드드득-]“솔직히 수정이 너, 집에서 놀기만 하는 것도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잖아. 안그래?”
[으극! 그/아/아/아/앗!!]“하지만 학교에 가면 이것저것 재밌는 일이 많을거야. 좀 귀찮은 일도 있겠지만 그건 금방 잊어버릴 정도로.’
[부북-북- 북-]“그러니까…”
[푸다다다닥!]“….”
부모로써 애한테 멋진 조언을 해주고 있는데, 계속해서 화장실로부터 들려오는 더럽고 경멸스럽기 그지 없는 백그라운드 노이즈가 훈훈하고 진지하던 분위기를 와장창 깨뜨려버렸다. 이에 결국 이한성은 참다 못해 말하다 말고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 안에서 생리현상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한스 마이어에게 욕을 퍼부었다.
“야 이 똥쟁이 새끼야!! 똥을 쳐 쌀거면 좀 조용히좀 싸라!! 아까부터 대체 더럽게 뭐하는 짓거리야!!?”
[우오오오오!! 나온다!!]“아 씨-뭐가 나오는지 알고 싶지 않으니까 좀 닥치라고!!”
순간적으로 애들 앞에서 육두문자를 내뱉을 뻔 했을 정도로 빡친 이한성은 대체 어디가 소드 마스터인지 모르겠는 한스의 추태에 열불을 내며 항의했다. 그러나 그런다고 나오던게 쏙 들어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아아…]“저 더러운 새끼 진짜…”
갑작스럽게 홀가분해진 듯한 한스의 목소리에 이한성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말로 이룰 수 없는 더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박박 소리친다고 해서 사람의 생리현상을 금지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는 하는 수 없이 참기로 하며 다시 하던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아무튼, 학교나 유치원에 가면 재밌을거라는…”
“아저씨 괜차나? 마니 아파?”
그러나 다시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을 즘에, 이미 수정이의 관심사는 저 화장실에서 진득하게 들려오는 고통만이 가득한 한스의 신음소리에게로 돌려진지 오래였다.
[소, 소드 마스터는 이정도로 굴복하지-그아악?!]“야야 수정아, 저거 지지다. 괜히 말걸지 말고 돌아와.”
들려오는 신음소리로 보아하니 아무래도 다 끝났다고 방심하고 있다가 2차 웨이브가 시작된 모양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짐작하며 굳이 더러운 일에 관심가질 필요 없다는 듯이 화장실 앞에 서있던 수정이를 안아들고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아빠, 아저씨 괜찬을까? 악당이랑 싸우고 있는거 가튼데…”
“괜히 신경쓰지 말래도.”
싸우고 있는게 아니라 이미 패배한 것 같으니까.
저런 더러운 놈까지 굳이 신경써주는 수정이의 마음씨에 그저 감탄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던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수정이에게 물어보았다.
“아무튼 수정아. 그래서 넌 유치원이 더 좋아, 아니면 초등학교가 더 좋아?”
저 똥쟁이 새끼만 아니였어도 진작에 대답을 듣고도 남았을 질문을 이제서야 물어보는데 성공한 이한성은 조용히 수정이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대답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한성에게 돌아온 것은 대답이 아닌 질문이었다.
“음… 아빠는 어디부터 가썼써?”
“? 나? 어… 난 초등학교 부터 갔었지.”
가정환경이 가정환경이었는데 그 인간이 날 없는 돈까지 써가면서 유치원에 보냈었을리가 없잖아.
이한성은 유치원을 다녔던 적이 없다.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까지는 계속해서 집에서 간단하게 글 쓰는 법만 간신히 배웠을 정도였고, 그것 때문에 초등학교 첫날에 모르는게 많아서 주변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놀림을 받고는 했던 기억이 있었다.
‘뭐, 그래도 어디 그 인간이 글 쓰고 읽는 법이랑 숫자 세는 법이라도 가르쳐준게 어디야.’
애초에 맨날 술만 퍼마시던 그 인간에게 교육이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었다. 애당초 그 인간 본인만 해도 무식함이 허를 찌르는 수준의 지식만 지니고 있었으니 아버지가 제대로 된 부모였어도 뭘 하나 제대로 가르쳐줬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현명했을 것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무식한 쓰레기였던 아버지를 기똥차게 디스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수정이에게 굳이 쓸데없이 디테일하게 과거의 일을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그럼 나두 초등학교 갈래.”
“어… 정말? 초등학교 먼저 가고 싶어? 왜??”
“음, 아빠도 다녔었다면 엄청 쉬울 것 가트니까?”
수정이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렇지도 않게 은근히 이한성을 돌려깠다. 물론 수정이에게 제 아빠를 디스할 의도는 없었다. 수정이는 그저 순수함 그 자체로 자신의 생각을 있는 고대로 뱉어냈을 뿐.
“…그래 너 잘났다 잘났어. 초등학교가 쉬워서 좋겠다 그래.”
수정이의 순수한 한마디에 빈정이 상한 이한성은 삐딱함이 120% 깃들은 말투로 그렇게 빈정거렸다. 그러나 6살인 수정이는 반어법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다.
“헤헷, 아빠한테는 비밀이지만 사실 난 이~ 만큼 똑똑하거든!”
“어련하시겠습니다 이수정 씨.”
그걸 또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냐? 얄밉게시리.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 얄밉다. 이한성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수정이를 못마땅하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이내 알겠다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아무튼간에 초등학교가 좋다 이거지? 알았어. 아빠가 최대한 빠르게 학교 알아봐줄게.”
주변에 초등학교야 많으니 학교 하나 알아보는 것 쯤은 일도 아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지.
일단 어떻게든 수정이를 학교에 보낼려고 설득시키는데 성공한 이한성은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는 걸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문제는 수정이 쟤가 학교에서 사고를 안 치고 다닐 수가 있느냐는 것인데…’
지난 크리스마스 때 보육원의 아이들과도 잘만 어울려 다닌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수정이의 성격이라면 친구 사귀는 것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수정이가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
집안 전체를 가뿐히 냉동고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만화 영화에서나 나오는 얼음성도 뚝딱 손짓 한번으로 건축할 수도 있으며, 재채기 한번만 잘못해도 물건 하나 얼리는 것 쯤은 일도 아닌 능력을 지닌 하프엘프 소녀. 그게 바로 수정이의 정체다.
그런데 그런 어마무시한 능력을 지닌 수정이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사고를 안 치고 얌전하게 아이들과 어울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긴 할까? 글쎄… 아마 탈모가 완치될 수 있다는 소리 만큼이나 가능성이 일절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데….
‘…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미리 당부해 두면 어떻게든 되겠지. 평생토록 학교를 아예 못다니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제아무리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수정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정이가 남들 앞에서 대놓고 마법을 사용할 정도로 바보인 것은 아니다. 저래봐도 이상한 분야에서는 항상 눈치가 빠른 아이니까 미리 학교에서 마법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해 놓으면 왠만해선 사고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걱정을 잠재웠다. 우선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미래의 자신이 들으면 쌍욕을 퍼부을 무책임한 혼잣말을 속으로 되뇌이며, 그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물들어 있는 수정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계속해서 화장실로 부터 들려오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이 악 물며 무시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