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2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21화(121/245)
121
시간이 금새 흘러 어느덧 3월달. 수정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까지는 그리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송 판사의 도움으로 진작에 수정이의 출생신고와 주민등록을 마쳐놓은 상태였기에 법적인 문제는 일절 없었고, 수정이 본인도 설득시키고 나니 의외로 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입학절차는 아무런 방해 없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애를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것 뿐.
“챙길거 다 챙겼어?”
“응!”
아침부터 분주하게 가방을 싸매고 있는 수정이가 기운 찬 목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수정이를 영 믿을 수가 없었던 이한성은 수정이의 가방 속을 하나하나 뒤져보며 준비물을 잘 챙겼는지 일일히 확인하였다.
“어디보자, 필통은 챙겼고, 색연필도 챙겼고, 물감이랑 붓도 챙겼고… 실내화도 챙겼네.”
그 외에도 일기장이라던지 노트라던지 이것저것 왠만한 것들은 전부 다 챙긴 모양이다. 분명 한두개 쯤은 빼먹었을 줄 알았는데, 참 의외다.
“아빠가 누누히 당부하던거 기억하지?”
“응!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써!”
“정말? 어디 한번 확인해 보자. 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나면?”
“안녕하세요 선생님~”
“친구랑 마주치면?”
“요! 왓썹!”
“복도랑 계단에서는?”
“날지 않는다!”
“반 애들이 싸움을 걸어오면?”
“마법은 쓰지 말고 주먹으로 무찌른다!”
“등하교 길에 위험한 사람이랑 마주치면?”
“조져버려!”
“그래그래. 확실히 다 기억하는 것 같네. 학교에서 아빠가 말해준거,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야 한다? 알겠지?”
지난 한달 동안 귀에 딱지가 얹히도록 잔소리를 반복했던게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 걱정에 속으로 불안을 토로했다.
‘…막상 보내려니까 걱정이 되서 미칠 것 같네. 얘가 정말 사고를 안치고 배길 수가 있을려나…?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야 하나…??’
지난 한달 동안 학교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며 수정이가 무난하게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던 이한성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과연 충분할지 이한성은 여전히 확신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학교에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걱정이 되는지 모르겠네.”
차라리 내가 대신 학교에 들어가는게 덜 긴장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걱정해서 달라질게 뭐 있냐고 스스로를 쏘아붙이며 준비가 다 됀 듯이 보이는 수정이에게 말을 걸었다.
“준비 됐으면 빨리 가자. 학교 늦겠다.”
“응!”
이한성이 재촉하자 수정이는 바로 책가방을 메고는 현관으로 뛰어와 새 신발을 신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기운이 넘쳐나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고, 이내 속으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정작 애는 하나도 걱정이 없어 보이는데 말이지. 나 정말 과보호인가?’
신나있는 수정이의 모습에 조금은 걱정을 덜어낼 수 있었던 이한성은 그렇게 한번 스스로가 너무 과보호인 것은 아닌가, 의심해 보며 수정이의 손을 잡고 현관을 나섰다. 그러자 수정이는 곧바로 현관문을 나서기 직전에 잠시 뒤를 돌아보더니, 집안을 향해 기운차게 인삿말을 내뱉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야야, 할머니랑 세리는 아직 자고 있으니까 소리치지마.”
“앗-”
이한성이 꾸중하자 수정이는 실수했다는 듯이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런 수정이의 행동을 본 이한성은 누굴 닮아서 저렇게 귀엽게 구는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문을 닫았고, 이내 수정이와 함께 학교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침이라서 그런가… 아직 공기가 좀 쌀쌀하네.”
이제 벌써 3월달인데도 여전히 바깥의 공기는 찼다. 말은 초봄이라고들 하지만, 이정도면 늦겨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추위에 면역인 수정이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빨리 수정이를 학교에다 데려다 주고 가게 오픈하러 가야 하니까 서둘러야겠다. 느긋하게 가면 좀 늦겠네.’
현재 시각은 8시 45분. 1교시가 9시에 시작한다고 했고, 학교까지 걸어서 5분에서 7분 정도 걸리니 수정이가 첫날부터 지각하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정이를 학교까지 바래다 주고 바로 가게를 오픈하러 가야하는 이한성으로써는 시간이 꽤나 빠듯했다.
가게 오픈 시간은 9시 반. 수정이를 학교에 바래다주고 바로 버스타고 가게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빠르면 25분, 늦으면 35분 정도. 물론 제때 도착하지 못해도 한스가 알아서 가게를 오픈하겠지만, 그녀석 혼자에게 가게를 맡긴다는 건 단 5분 뿐이라고 해도 불안 그 자체다.
‘뭐, 새로 뽑은 알바 2명도 같이 있으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
지난 한달 사이 뽑은 젊은 알바생 2명. 기존에 가게를 임시로 도와주던 화연은 다시 학기가 시작되서 일하기에는 너무 바쁜 몸이 되어버렸기에 현재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이한성 본인을 포함해서 한스와 해영, 그리고 새로 뽑은 알바생 2명까지 총 5명이다.
…해영이 걔만 고생이지. 한스 그놈은 일하기 시작한지 한달이 다 됐는데도 아직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으니 원…
작은 한탄과 함께 이한성은 여전히 가게 일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한스를 대차게 디스했다. 물론 말은 그렇게 해도 가게에 한스만큼 체력이 넘치고 거칠게 굴려먹을 수 있는 인력이 따로 없었기에 한스도 나름대로의 장점은 있었다.
그저 이한성에게 굳이 한스의 장점을 부각시켜줘야 할 이유가 없었을 뿐.
“아빠아빠.”
“? 왜?”
걷던 와중에 학교까지 반 정도 도착했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수정이가 이한성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을 걸어왔다.
“근데 자기소개는 어떠케 해야 하는거야?”
“자기소개? 뭐… 그냥 당당하게 하면 돼. 뭐든지 처음부터 얕보이면 안되거든.”
“당당하게?”
“그래. 안그러면 애들이 널 만만하게 보고 괴롭힐 수도 있어.”
참고로 이건 경험담이다. 분명 내가 초등학교 자기소개를 하다가 말을 너무 더듬어서 따돌림을 당하고는 했었지 아마? 뭐… 나중에 싸움이 붙어가지고 실수로 애 팔을 부러뜨린 이후 부터는 그런적이 없긴 했었지만.
이한성은 그렇게 수정이에게 말할 수 없는 뒷 이야기를 속으로 떠올리며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뭔가 대단한 정보를 알았다는 듯이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나지막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음~ 당당하게… 그러쿠나!”
“…?”
쟨 또 왜 무슨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표정을 짓고 그러는거지…? 불안한데…
수정이가 저런 모습을 보이고 사고를 치지 않았던 적이 없다. 이한성은 그렇게 직감하며 뭘 깨달았던 간에 그건 아니라고 미리 말리려고 하였지만 그러려던 순간, 저 멀리서 들려온 아이들의 목소리와 교문 앞에 붙은 학교의 이름이 이한성의 시선을 끌었다.
[개원 초등학교]“…도착했네.”
좀 더 이것저것 말할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어느샌가 학교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여전히 걱정만 가득한 속마음과 함께 교문 앞에서 잠시 멈춰섰다. 그리고는 이내 자세를 낮춰 수정이와 눈높이를 맞추더니, 이윽고 수정이의 코를 살며시 꼬집으며 티나지 않는 태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따가 학교 끝나면 할머니가 데리러 오실테니까 그때까지 수고해. 아빠가 말했던 것들, 전부 꼭 지켜야 한다는거 잊지 말고.”
“웅!”
수정이는 코맹맹이 소리와 함께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이한성에게 달려들어 아빠의 품에 와락 안겼다.
“학교 끝나고 빙수 머그러 가도 돼?”
“그러던가. 친구들도 데리고 오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앗싸아~!”
정말이지, 무엇하나 걱정이 없어보이는 듯한 얼굴이었다. 아이답게 순수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러워서 그런 것인지, 이한성은 도통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의욕이 가득해 보이는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그럼 아빠는 이만 일하러 간다. 사고 치면 빙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고있어.”
“흥! 아빠가 뭘 잘 모르나본데, 난 벌써 초등학생이야!”
“아 예, 대단하신 초등학생 씨. 알겠으니까 종치기 전에 얼른 들어가기나 하세요.”
“아라써! 꼭 사라서 돌아올께!”
무슨 고위험도의 던전에 들어가는 것 마냥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수정이의 인사에 이한성은 작은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며 학교에 가까워짐과 동시에 점점 자신으로 부터 멀어져 가는 수정이의 작은 뒷모습을 지켜본 이한성은, 이내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나지막히 홀로 중얼거렸다.
“…저 트러블 메이커를 학교에 보내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
내뱉은 혼잣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씁쓸함이 섞인 미소와 함께.
–––––––––
9시 정각이 된 것과 동시에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을 익숙한 멜로디의 종소리가 교내 전체에 울려퍼졌다.
다 합쳐서 26명 정도 모인 1학년 2반의 교실은 입학 첫날이라 그런지 여러 아이들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초등학교라는 공간이 처음인 1학년 2반의 아이들은 다들 칠판 앞에 적혀진대로 정해진 자리에 앉은 채, 서로를 탐색하듯이 훑어보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짝꿍이 누구인가, 어떻게 생겼는가, 친구로 삼아도(?) 될 자질이 있어보이는가, 아니면 반대로 자신을 친구로 삼을(?) 정도로 잘난 녀석인가, 그런 것들을 알아내기 위해 탐색전을 벌이는 1학년 2반의 아이들.
하지만 그런 탐색전 사이에서 유독 다른 아이들의 스캐닝을 많이 받는 아이가 한명 있었으니, 그건 다름아닌 누가봐도 눈에 띄는 외모를 지니고 있던 이수정, 이씨 가문의 장녀이자 하프엘프이며, 어째서인지 조직의 보스가 지을 법한 포즈를 취한 채 주변의 시선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는 아이였다.
“야, 쟤 예쁘지 않아?”
“미국에서 왔나봐.”
“나보다 예쁜애랑 친구하기는 좀 그런데…”
“가서 말을 걸어볼까…?”
주변 아이들이 숙덕이는 소리가 수정이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학교에 오기 전에 아빠가 말해줬던대로, 수정이는 만만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그저 코웃음을 치며 때를 기다릴 뿐이었다.
[드르르륵-]서로간의 탐색전이 한창이던 순간,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젊은 여성 한명이 교실 안에 발을 들였다.
“자 여러분, 다들 조용히하세요. 수업 시작합니다.”
당당하게 교실에 발을 들인 20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여성의 이름은 양혜미. 올해 처음으로 1학년들의 담임을 맡게 된 따끈따끈한 신참 교사다. 사실상 첫 출근인지라 살짝 긴장해있던 그녀는 일부로 엄숙한 척을 하며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고, 조용히 교탁 위에다가 출석부를 내려놓았다.
“선생님 이름은 양혜미. 앞으로 1년간 여러분의 담임을 맡게되었어요. 앞으로 1년간 사이좋게 지냅시다.”
“네에~”
사무적인 자기소개에 2반의 아이들은 저마다 말끝을 늘어뜨린 대답을 내뱉었다. 그러자 이에 양혜미는 속으로 말을 더듬지 않아 천만 다행이라고 안도했고, 바로 능숙한 척 학생들에게로 차례를 돌렸다.
“그럼 이제 여러분들에 대해 서로 알아볼 시간을 가져볼까요? 저기 교실 맨 오른쪽 앞부터 시작할테니, 이름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하고싶은 말을 짧게 마음껏 해보세요.”
양혜미는 그렇게 살짝 음정이 불안정한 느낌이 없잖아 드는 목소리로 교실 맨 오른쪽의 가장 앞자리에 앉은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앉아있던 장난끼가 가득해 보이던 남자아이는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나 교실 전체를 바라보았고, 이윽고 큰소리와 함께 자신을 소개했다.
“난 김정우!! 나 태권도 품띠니까 다들 각오해! 반의 1등은 나야!”
“어, 어어… 그, 그래. 모두 정우에게 박수~”
[짝짝짝-]좀 과격한 면이 없잖아 있는 자기소개였지만 그런 식으로 자기소개를 하면 안된다는 법은 없었기에 양혜미는 살짝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치며 아이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그러자 김정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아이는 그대로 기고만장한 표정과 함께 도로 자리에 앉았고, 바로 옆에 앉아있던 얌전한 외모를 지닌 여자아이에게 차례를 넘겼다.
“나는 오하나라고 해. 좋아하는 건 아이스크림이고 커서 아이돌이 되는게 꿈이야.”
초등학교 1학년 답게 꿈도 크고 좋아하는 것도 먹는거인 자기소개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 생각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듯, 이어지는 반 아이들 대부분의 자기소개는 전부 다 비슷비슷한 느낌이었다.
수정이의 차례가 오기 전 까지는 그랬다.
“그럼 다음 친구~”
“!!”
교실의 맨 왼쪽 가장 끝자리에 앉아있던 수정이의 차례가 마지막으로 찾아왔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제 아빠랑 똑 닮은 야비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참으로 임팩트가 넘치는 자기소개를 내뱉었다.
“내 이름은 이수정!! 난 너희들에게 전쟁을 선포하겠따!”
“…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