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2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22화(122/245)
122
“내 이름은 이수정!! 난 너희들에게 전쟁을 선포하겠따!”
“…넹?”
우렁차기 그지 없는 수정이의 목소리가 울려퍼진 것과 동시에 양혜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저, 저기 수정이 학생…? 친구들한테 전쟁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나와 칭구가 되고자 하는 녀썩들은 기꺼이 친구로 받아주마! 하지만 날 방해한다면 받은 것의 두배로, 이자까지 쳐서 갚아주겠써!”
양혜미가 담임으로써 뭐라 지적을 하기도 전에 수정이는 선생님의 말을 딱 끊어버리며 팔짱을 낀 채 반 아이들을 쭉 둘러보았다. 그러자 이에 반 아이들은 잠시 수정이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이내 저마다 흥분하기 시작하며 수정이의 전쟁 선포를 받아치기 시작했다.
“야! 니가 뭔데 날 칭구로 받아주겠따고 난리야?! 잘난 척 하지마!”
“그래 옳쏘! 내가 널 칭구로 받아주면 모를까, 니가 왜 날 친구로 받아준다는건데?!”
“그럼 나도 전쟁이다! 너네들 다 각오해!”
“드루와 드루와!! 함 해바?? 엉??”
하하. 개판이네.
하나 둘씩 폭주하기 시작한 아이들. 방금 전 까지만 했어도 서로 낯을 가리며 우물쭈물 목소리도 작게 말하던 아이들이 수정이의 전쟁선포 하나로 갑자기 불타기 시작한 모습을 본 1학년 2반의 담임, 양혜미는 속으로 영혼이 가출할 것만 같은 기분과 함께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떻게든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나섰다.
“여, 여러분~ 모두들 일단 다 진정해요~ 전쟁은 나쁜 거니까 하면-”
“흐흐, 어리석은 것뜰! 너네가 아직도 내 힘을 모르는구나! 힘의 짜이를 알려주마!”
하지만 이번에도, 양혜미의 쩔쩔메는 목소리는 수정이의 당돌한 외침에 파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다시 한번 선생님의 존재감을 지워버리고 만 수정이는 이윽고 진작에 파토나버린 자기소개 시간을 갑작스런 영문모를 힘자랑 시간으로 바꿔버리고 말았다.
“심판!!”
“네, 네…?? 저, 저요??”
짧은 혀로 힘의 차이를 보여주겠다며 큰 소리를 친 수정이가 담임인 양혜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영문모를 호칭으로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이미 멘탈이 반쯤 바바삭 된 채 의식의 흐름에 뒤쳐져 있던 그녀는 당황스런 기색과 함께 자기자신을 가리키며 그저 물음표를 가득 띄을 뿐이었다.
“지금부터 어둠의 구구단을 시작한다! 심판은 선생님, 불만은 없겠찌?”
“무, 무슨 구구단??”
누가 들으면 목숨을 걸어야만 할 것 같은 구구단 내기에 양혜미는 음정이 나간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그러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한 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어둠의 구구단인가 뭐시기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래 조아! 넌 이 김정우가 상대해주마!”
수정이의 건전한 듯 불건전하면서도 건전한 대결 신청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던 건 다름이 아닌 맨 처음에 자기소개를 했던 김정우라는 남자아이였다. 자기소개에서 당당히 자신이 1등을 차지할 것이라고 소리쳤던 만큼, 아주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난 이미 10단도 외운 몸이지. 과연 날 이길 수 있을까?”
자신만만한 기색과 함께, 김정우는 자신의 구구단 실력을 자랑하며 수정이에게 도발을 걸었다. 그러자 그런 정우의 자랑을 들은 주변 아이들은 저마다 수근거리기 시작하며 놀란 눈치를 보이기 시작했다.
“쩌녀석… 강한놈이다…!”
“10단을 외웠다니… 이거 재밌게 흘러가는꾼.”
“9단 그 이상도 외울 수가 있따니…”
“….”
…아니, 10단은 외울 필요도 없는건데 왜 다들 그렇게 호들갑이니 애들아. 누가 보면 리만 가설이라도 증명해낸 줄 알겠네.
뭔가 분위기는 되게 진지하고 열정적인데, 초등학교 1학년 아니랄까봐 지식의 수준은 매우 낮다. 안그래도 요즘 아이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선행학습 때문에 나이에 맞지 않게 알고 있는게 무척이나 많다는데, 아무래도 2반의 아이들은 그런 유형에 속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속마음과 함께 양혜미는 자신이 끼어들 틈도 없이 진행되어 버린 목숨을 건 구구단 배틀을 바라보며 자꾸만 가출하려는 영혼을 간신히 붙들었다. 하지만 그런 담임 선생님의 심정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수정이는 가소롭기 그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10단도 외울 수 있다는 정우의 도발을 무시할 뿐이었다.
“룰은 간단해. 2단 부터 시작해서 번갈아가면서 9단까지 틀리지 않고 계속 외우는거야.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사람이 먼저 시작하고.”
“핫, 간단해서 좋네. 어차피 내가 이길테니까 나한테 친구로 삼아질 준비나 하셔.”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을 친구로 삼아주는거야?? 너희들 아까 이게 어둠의 구구단인가 뭐시긴가 라고 하지 않았었니…?? 전혀 어두운 구석이 없는 것 같은데…
이긴 쪽이 진 쪽을 친구로 삼는다. 그냥 이건 뭐 누가 이기던간에 애들끼리 서로 친해지고 싶다는 소리일 뿐이다. 다만 그 과정이 이상하리만큼 과격하게 들리는 것 뿐.
그렇게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둠의 구구단이 준비되자, 참가자인 수정이와 정우는 서로 가까이 다가가 상대방을 마주보았고, 이내 답지 않은 진지한 목소리로 게임을 진행했다.
““가위, 바위, 보!””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양쪽 참가자는 서로 손을 내밀었다. 승자는 약간 더 운이 좋았던 정우였다.
“그럼 내가 먼저 가도록 하찌.”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승리의 선점을 가져간 정우는 1학년 답지 않은 썩소를 지으며 깊게 숨을 들이셨다. 그리고는 이내 마치 랩을 하듯 빠르게 구구단 2단을 읊기 시작했다.
“2×1=2, 2×2=死, 2×3=6, 2×4=8, 2×5=10, 2×6=12, 2×7=14, 2×8=16, 2×9=십팔!!”
엄청난 스피드의 랩… 이 아닌 구구단 외우기였다. 거의 합격 목걸이를 받아도 이견이 없을 구구단 외우기에, 주변에서 세기의 대결을 구경하던 아이들은 저마다 환호성을 내지르며 열기를 더욱 불태우기 시작했다.
“어떠냐. 이젠 니 차례다 이수정. 따라올 수 이껬나?”
“물론이지. 생각보다 좀 하는꾼 김정우.”
…이게 대체 뭔 장르야. 아니, 그것보다 대체 난 지금 왜 쟤들이 수업시간에 저러는 걸 굳이 심판까지 봐주면서 지켜보고 있는거지…??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며 승부욕을 더욱 끌어올리는 듯한 수정이와 정우의 대화에 양혜미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그렇게 이 상황에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그녀의 의문이 답을 찾기도 전에, 승부는 다음 차례로 넘어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3, 6, 9, 12, 15, 18, 21, 24, 27.”
2단에서 3단으로 넘어가자, 수정이는 정우가 했던 것과는 다르게 운을 띄울 것도 없이 그저 답만 읆으며 간결하게 턴을 넘겼다. 그러자 이에 주변의 아이들은 다들 일제히 경악하며 혀를 내둘렀다.
“실화냐…?”
“쩌녀석, 답만 외우다니…!”
“…괴물이 들어왔꾼.”
“….”
…난 누구이고, 여긴 대체 어디인가. 분명 선생님을 맡으려고 이 학교에 온 것 같은데, 왜 지금 여기서 이런 꼬꼬마 아이들의 귀여운 구구단 시합의 심판을 맡고 있는 것인가.
진짜 아무것도 아닌걸 가지고 경악해 하는 아이들의 반응에 양혜미는 그저 허탈하게 웃으며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큭…! 감히 신썽한 어둠의 구구단 게임에서 답만 대답하다니, 거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신성함이랑 어둠은 같이 쓰는 단어가 아니란다 정우야…
“난 쓸데없는 걸 시러하는 편이라서 말이야.”
쓸데없는 걸 싫어한다면서 이 사단을 벌인거니 수정아…?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음에도 자꾸만 두 아이의 대화에 일일히 딴죽을 걸게된다. 양혜미는 그런 자신의 성격도 참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자조하며 계속되는 어둠의 구구단을 지켜보았다.
“4×9=36!!”
“45.”
“6×3=십팔!!”
“63.”
“8×9=72!!!”
어둠의 구구단이 클라이막스로 치닫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망의 서로의 차례가 거침없이 흘러가고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9단이 수정이의 차례로 찾아오자, 수정이는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구구단의 피날레를 장식해냈다.
“81.”
9×9=81. 구구단의 마지막이 수정이의 목소리를 타고 반 전체에 울려퍼졌다. 이에 숨도 쉬지 않고 엄청난 긴장감과 함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은 저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승자인 정우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는 서로 막상막하였찌만…”
“…끄치군.”
“10단을 외울 쑤 있는 김정우 녀석의 승리다.”
보통 구구단을 9단 이상까지 외우지는 않는다. 물론 요즘 초등학생들은 막 19단 까지 외우는 경우도 허다했으나, 개원 초등학교의 1학년 2반의 아이들의 경우에는 예외였다.
“나의 승리다 이수정. 운이 나빴꾼.”
“….”
“가위바위보에서 내가 이겼던 순간부터, 이미 승리는 내것이었따.”
“….”
본인의 승리를 확신한 정우가 수고했다는 듯이 찬사가 담긴 박수와 함께 아무말도 하지 않는 수정이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수정이의 반응은 지극히도 태연스러울 뿐이었다.
“쫄리냐? 빨리 해. 설마 10단도 외울 수 있다는게 허세였떤 건 아니겠찌?”
수정이가 이한성과 똑 닮은 썩소를 지으며 정우를 도발했다. 그러자 이에 정우는 얼굴을 찌푸렸고, 이윽고 대망의 10단을 읆으며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10×1=10, 10×2=20, 10×3=30, 10×4=40, 10×5=50, 10×6=60, 10×7=70, 10×8=80, 10×9=90, 10×10=백!!”
교실 전체에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미 누가 승자인지 다 알고 있던 아이들은 저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이에 양혜미는 이게 뭐라고 아이들이 저렇게까지 아쉬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며 서둘러 수업을 시작하려고 했다.
“자자, 여러분 다들 자리로 돌아갑시다~ 이제 수업 시작-”
수정이의 목소리가 침묵을 깨기 전 까지는.
“11.”
“!!”
두자릿수가 나지막히 수정이의 목소리를 타고 울려퍼짐과 동시에 주변의 아이들이 일제히 날카롭게 숨을 들이쉬며 경악을 내비쳤다. 그리고 그건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던 정우도 마찬가지였다.
“너 설마…!”
“22.”
“큭…! 이수정!!!”
“33.”
11단. 그 누구도 외울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11단을 수정이는 계속해서 읊어내렸다.
물론 이에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인 양혜미는 그저 낙담하며 울고 싶은 마음으로 기진맥진하게 주저앉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얘들아… 진짜 첫날부터 선생님한테 왜이러니… 구구단 같은건 나중에 수학시간에 가르쳐줄건데 왜 그걸 꼭 지금 하고있는거냐고오…”
“99.”
아무도 귀담아 듣고 있지 않는 양혜미의 한탄을 무시하며, 수정이는 11단의 마지막 계산을 내뱉었다. 그러자 이에 침묵하고 있던 주변 아이들은 일제히 환호를 외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창 수업중이여야 했을 교실 안은 순식간에 퍼레이드 장소로 변모하고 말았다.
패자가 되어버린 정우와 상황을 수습하는데 실패한 양혜미 선생님만을 제외하고.
“우와아아아!! 저 녀석 11단을 외웠써!!!”
“이렇게 되면 승리는…!!”
“역시나 이럴 쭐 알았찌.”
반 전체가 들썩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승자인 수정이를 찬양하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에 수정이는 모두에게 멈추라는 듯이 손짓했고, 이내 입을 열어 누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내뱉었다.
“아니, 무승부야.”
“…뭐?”
다짜고짜 무승부라는 소리가 승자의 입에서 나오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패자나 다름 없었던 정우였다.
“너가 5번, 내가 5번. 그러니까 무승부야.”
정우가 외운 구구단의 횟수는 2단, 4단, 6단, 8단, 10단을 포함하여 총 5번. 마찬가지로 수정이가 외운 구구단의 횟수 또한 3단, 5단, 7단, 9단, 11단을 포함하여 5번이다. 서로 짝수와 홀수만을 외웠기에 전체적인 횟수는 누구 하나 우세한 것 없이 동등하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수정이의 승리나 다름 없었지만 말이다.
“좋은 승부였써 김정우. 넌 내 친구가 될 자격이 있써.”
“….”
수정이가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며 정우에게 악수를 청하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
“…난 인정못해!”
[탁-]그러나 이에 정우는 수정이의 손을 내치며 악수를 거절하였고, 곧바로 말없이 제자리로 돌아가버렸다.
2차전을 예고하는 한마디와 함께.
“다음엔 널 꼭 이길꺼다! 기억해둬 이수정!!”
“이, 이걸 또 한다고…? 아니 제발 애들아, 그러지 말자… 선생님은 감당 못한다고…”
다음번을 들먹이는 정우의 말에 양혜미는 필사적으로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아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수정이는 이를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정우가 예고한 2차전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말았다.
“훗, 물론이지. 기억해둘께 김정우.”
“앗, 아아…”
나중에 다시 승부를 겨룬댄다. 저 두 아이의 눈빛을 보아하니 100% 확정이다. 그 사실을 깨달아버린 2반의 담임, 양혜미는 결코 넘어선 안되는 강을 넘은 듯 보이는 표정과 함께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내가 이 애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초등교사 양혜미의 고행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