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24)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24화(12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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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지만 문득 의문이 하나 생겼다.
“주문하신 트리플 초콜릿 빙수 나왔습니다~ 맛있게드세요~”
“….”
저 사람… 아니, 엘프는 도대체 왜 굳이 여기서 가게 일을 도와주고 있는 것일까. 한창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어느덧 3시가 거의 다 되어가던 시간을 확인하며, 이한성은 분주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일을 도와주고 있는 화연을 바라보며 그런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공강이 생겼으면 어딜 놀러가거나 집에가서 쉬기나 할 것이지,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거야…??”
심지어 오늘이 주말인 것도 아니고 평일에 여기에서 저러고 있다. 가뜩이나 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한창 바쁠 시기일텐데, 모처럼 생긴 휴식시간을 저렇게 유니폼까지 차려입고 남의 가게 일을 도와주려고 드는 화연의 사고방식을, 이한성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언니가 원래 좀 일 중독 기질이 심해서 그래. 오빠가 좀 이해 해.”
해영이 그렇게 생각하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한성의 말에 동감했다. 그리고는 새로 뽑은 알바생들의 일까지 대신 하며 완전히 일꾼 모드에 들어가 버린 화연을 바라보며 한숨과 함께 말을 이어갔다.
“꼭 자기 일은 매사에 대충이면서 남의 일에만 진심이라니까. 본인 일이나 좀 제대로 하고 살 것이지…”
“…얼마나 심각하길래 그래?”
“말도 마, 오빠가 어제 저 언니가 집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직접 들어봤어야 했는데.”
“뭐라고 했는데…?”
“사람은 일주일에 밥 한끼만 먹고 살아도 안죽는다더라. 내가 오빠 일 도와주느라고 바빠서 요즘 제대로 밥을 안 차려줬더니만… 알고보니까 며칠동안 아침 저녁 쌩 까고 학식만으로 버티고 살았더라고.”
화연의 집에서 늘 식사 준비 담당은 해영의 몫이다. 물론 누가 시켜서 그녀가 부의득하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사 인스턴트와 불규칙하기 짝이 없는 식사로 끼니를 때우던 화연의 모습을 참다 못해 그녀가 본인의 의지로 지원하게 된 것이지만 말이다.
“…용케도 안죽고 살아있었네.”
아무리 식사 준비하는게 귀찮아도 그렇지, 일주일에 밥 한끼만 먹는건 좀 많이 심각한데.
수정이가 생기기 전 까지만 했어도 매사에 늘 귀찮음에 찌들어 컵라면과 햇반으로만 대충 끼니를 때웠던 이한성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이한성은 자신보다 심각한 귀차니스트이면서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남의 가게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화연을 바라보며 그저 감탄을 내뱉었다.
“저기, 사장님…”
“? 왜 그러십니까 재혁 씨?”
구석에 짱박혀서 매우 능숙하고 효율적으로 가게 일을 전부 처리하고 있던 화연의 모습을 바라보던 윤재혁이 이한성에게 다가와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사장님 지인 분 말입니다… 그냥 돌려보내시면 안될까요?”
“?? 왜요??”
“그게… 저분이 저렇게 일을 다 맡아서 하시는 걸 보니까 제 스스로가 사회에 하등 쓸모도 없는 시급만 축내는 쓰레기처럼 느껴져서 말입니다…”
“…네???”
뭔소리래? 아니, 남이 자기 할 일까지 다 해주고 시급도 그대로 받으면 개꿀이라고 생각하는게 정상 아니야?? 근데 왜 얘는 왜 저렇게 죄짓고 있는 듯한 얼굴이래냐??
이한성의 마인드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 여기 한명 더 있었다. 일도 안하면서 시급은 그대로 받는다는, 세상 모든 알바생들의 소원이나 다름 없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몸소 경험하고 있는 주제에 그런 상황이 마음에 들기는 커녕 자괴감만 든다는 윤재혁의 말에 이한성은 경외심이 담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니, 누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냥 편하게 쉬세요. 앞으로 일하면서 오늘 같은 날이 자주 오는 것도 아닐텐데.”
“아뇨! 그럴 순 없습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제 월급을 깎으시는 게…!”
“워워워-진정해요 진정.”
미치셨습니까 휴먼? 살다살다 자청해서 월급을 깎아달라는 사람은 또 처음보네. 보통은 어떻게든 날로 먹으려고 해야 정상 아닌가?
인상이 되게 열정이 넘치게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설마 성격까지 열정이 넘치다 못해 열정페이까지 자진해서 하려 들 정도인 줄은 몰랐다.
“월급 깎을 일은 없으니까 쉬어요. 아니면 정 그렇게 일이 하고 싶으시다면 화연 씨 한테 직접 말해서 일 좀 배우던가요.”
화연이가 일 하나는 잘 가르쳐주는 편이니까 말이지.
예전에 편의점에서 같이 일했을 때도 신입 알바생이 들어오면 퇴근시간을 미뤄서라도 신입을 친히 가르쳐주고는 했었다. 물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입한테 일을 떠넘겨 받고는 호구처럼 일만 일대로 일하고 시급은 딱 시급대로만 받는 신세였지만 말이다.
‘뭐, 그렇게 화연이한테 일 다 떠넘겨 놓고 땡땡이 치던 애들은 대부분 다 임 사장님이 짜르셨지만.’
임태준 사장님이 겉보기엔 딱 눈치가 별로 없으신 것 같이 보이는 곰이긴 하시지만 의외로 직장 내 그런 불화라던가 하는 일에는 눈썰미가 좋으신 편이다. 신입들이 화연이한테 죄다 일들 떠넘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마자 칼같이 짤라버릴 정도이니.
…그러고 보니 요즘 임 사장님은 뭐하고 지내시려나? 나중에 한번 찾아가서 살아계신지 확인이나 해봐야 하나…
지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라 해봐야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그나마 있는 사람한테도 연락은 물론이요, 문자조차도 안 하고 살았던 이한성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예전에 비해 장족의 발전이었다. 다만 그런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않은 그는 그저 그새 화연에게 일을 배우러 달려나간 윤재혁을 바라보며 자기보다 어린 놈이 참 열심히도 산다고 속으로 감탄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에 비해 예은 씨 쪽은 나랑 성향이 똑 닮은 것 같지만 말이야.”
사서 고생을 하는 화연과 같은 성향을 지닌 재혁과는 달리, 한가해진 틈을 타 매우 능숙하게 일하고 있는 척을 하는 양예은 씨. 이런 쪽의 알바일에 관해서는 베테랑인 이한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가 물건들을 정리하는 척,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깨달을 수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데 비해 뭔가를 하지는 않는 손. 5분 10분 간격으로 시간을 확인하려는 척 들여다 보는 핸드폰. 그러다 눈치껏 들키지 않게 자리를 바꿔 다른 일을 찾는 것 처럼 행동하는 패턴. 알바 생활에 짬 좀 있다싶은 알바생들만이 터득할 수 있는 티나지 않게 농땡이 치기의 비법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예은 씨. 이한성 조차도 한수 배우고 갈 정도의 능숙함이었다.
“그래. 이게 알바생이지.”
일 할 때는 나름 열심히 하지만 한가해지면 농땡이를 피우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평범한 알바생의 모범 그 자체인 예은의 모습에, 이한성은 자신이 이 카페의 사장이라는 것 조차 망각한 채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당연하게도 농땡이 피우던 자신을 바라보며 굉장히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짓던 사장의 모습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양예은은 좀 불편하다는 기색과 함께 자리를 바꿀 뿐이었지만 말이다.
[띠리링-]“아빠아아!!”
순간 가게 문이 확 열리며 매우 익숙한 골칫덩어리의 목소리가 이한성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갑작스럽게 가게에 들이닥친 손님의 정체를 알 수 있었던 이한성은 이내 피식 웃으며 이씨 가문 장녀의 귀환을 맞이했다.
“시끄럽다 욘석아. 목소리 좀 낮춰.”
손님들이 다 이쪽을 쳐다보잖아. 내가 관종도 아니고 남들 시선 받는 걸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란 말이야.
“학교 끝나자마자 온거야?”
이한성이 수정이의 뒤를 따라 들어오신 어머니와 세리를 바라보며 수정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고, 함께 왔지만 가게 안에 들어오지는 않고 있던 또래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응! 친구랑 가치 왔써!”
“안녕하세여.”
활발한 수정이와는 다르게 약간 어른스러우면서도 낯을 가리는 듯한 아이였다. 학교 첫날 부터 그렇게 학교가 끝나자 마자 가게에 친구를 데리고 온 수정이를 본 이한성은 우려와는 달리 잘 적응한 것 같다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수정이가 데리고 온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이름이 뭐니?”
“오하나에요.”
오하나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는 잠시 이한성을 흘끗 쳐다보더니, 이내 살짝 머뭇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이름을 말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처음 보는 어른과 인사를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대단하네 이수정. 첫날부터 사고칠 줄 알았더니 어엿하게 친구도 사귀고.”
이한성이 의외라는 듯이 수정이를 바라보며 칭찬 아닌 칭찬을 내뱉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그 말에 반어법이 섞여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가슴을 피며 자랑하듯 대답했다.
“헤헷, 아빠가 말해준대로 전쟁을 선포하니까 애들이 전부 내 친구가 되겠다고 굴복했써!”
“…뭘 선포해?? 아니 그것보다 뭐?? 내가 뭘 말해줬다고??”
뜬금없이 학교에서 전쟁을 선포했다는 수정이의 말에 이한성은 얼탱이가 가버린 시선으로 수정이를 바라보며 황당하기 그지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에 수정이는 뭐가 잘못 된 건이 전혀 자각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아빠가 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하라고 그랬자나.”
“아니, 확실히 그렇게 말하기는 했었는데… 그게 대체 어떻게 전쟁을 선포하는 걸로 이어지냐??”
“그야 애들한테 얕보이면 안되니까?”
“….”
…이거 지금 나만 이해 못하고 있는건가?? 애들한테 얕보이면 안된다고 해서 전쟁을 선포한다는게 맞는건가…??
이해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논리가 아니다. 아이들의 사고방식이란 늘 그렇다. 항상 예상의 범주를 벗어나기 마련이니.
“뭐… 그, 그래. 전쟁을 선포한 건 그렇다 치고, 그럼 애들이 니 친구가 되겠다고 굴복했다는 건 또 뭔 소린데?”
“으음… 그게 설명하자면 긴데에~”
수정이는 그렇게 잠시 말끝을 흐리며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간략하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추려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친히 친구가 되어주겠따고 전쟁을 선포하니까 애들이 웃끼지 말라고 해서…”
“…그래서?”
“그래서 어둠의 구구단으로 전부 조져버렸써.”
“….”
전혀 설명이 안됩니다만. 어둠의 구구단이 뭔지는 일단 무시하고, 조져버렸다는 표현은 또 뭐야??
초등학교 1학년이 쓰기에 “조져버리다” 라는 표현은 그닥 어감이 좋지 못하다. 이한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해하기는 포기하기로 하며 수정이의 단어 선택을 지적하였다.
“야, 이제 막 초1인 애가 조져버렸다가 뭐냐?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지.”
“? 그치만 아빠는 쓰자나.”
“아빠는 써도 되는데 넌 쓰면 안돼. 쓸 거면 다른 표현을 써.”
“음… 그럼 볶아버리는 건 괜차나?”
“어. 그정도면 합격이다.”
여전히 좀 과격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조져버린다” 보다는 훨 낫네. 그래도 여전히 학교에서 뭔 일이 있었던 건지는 1도 짐작이 안가지만 말이야.
“…선생님만 잔뜩 고생하셨겠구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수정이 이녀석이 학교에서 한바탕 깽판을 부리고 왔다는 건 확실하다.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수정이의 담임 선생님에게 x를 눌러 깊은 유감을 표했고, 아까부터 수정이 뒤에서 머뭇거리고 있던 하나를 보고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암튼 왔으면 친구랑 저기 탈의실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빙수 만들어서 갖다 줄테니까.”
“오예!! 하나야, 빨리 가자!!”
“으아앗!? 수정아 좀 천천히 가!”
빙수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수정이는 하나의 손을 붙잡고는 탈의실에 들어가버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본 이한성은 오늘 막 사귄 친구랑 참 사이가 좋아보인다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저 사고뭉치가 어쩌다가 저런 얌전한 친구를 데려왔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