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25)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25화(12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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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의 수정이가 어쩌다가 얌전하고 낯을 좀 가리는 하나와 친구가 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대략 3시간 전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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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 배고프죠? 선생님이 이제부터 간략하게 앞으로 점심 시간에 대한 규칙을 알려드릴게요…”
12시 10분이 되기 무섭게 울려퍼진 4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자, 초등교사이자 1학년 2반의 담임인 양헤미는 기력이 바닥난 목소리와 함께 퀭한 눈빛으로 반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자… 앞으로 이렇게 점심 시간 종이 울리고 교실 앞문을 열면 여러분들이 먹을 점심식사가 담긴 급식차가 준비되어 있을거에요. 하지만 급식을 나눠주는 건 여러분들이 번갈아가면서 해야하기 때문에 1주일 마다 급식 담당을 바꿀 거고요.”
초등학교의 급식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어느 학교는 반 아이들을 데리고 직접 식당까지 이동해 밥을 먹기도 하고, 다른 학교는 반마다 급식차를 보내 교실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그중 개원 초등학교는 후자의 방식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였다.
“선생님~ 그냥 선생님이 나눠주면 안대여?”
뒤쪽 자리에 앉아있던 한 남자 아이가 손을 들어 선생님께 불평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이에 양혜미는 당황하며 손으로 X를 표했다.
“아니 애들아… 선생님도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니…?”
유일하게 아이들로 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점심시간 마저도 애들 급식을 배급해주는데 옭메여 버렸다가는 멘탈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당장 첫날 부터 4교시 까지 수업한 것 만으로도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양혜미는 본인의 생존을 위해 그렇게 학생의 부탁 내지 질문을 거절하며 애써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치만 선생님. 그러면 급식 담당은 맨 마지막에 먹어야 하자나요. 그건 너무 불공평한거 아닌가요?”
그러나 양혜미가 안된다고 말하기 무섭게, 앞쪽 자리에 앉아있던 하나는 똘똘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1학년 답지 못한 논리를 설파하며 이의를 제기하였다.
“어, 어어… 하, 하나야, 네 말이 틀린 건 아닌데… 그래도 선생님이 급식 담당을 맡아줄 순…”
“어른이 되기 위해선 항상 공평해야 한다고 우리 아빠가 말해줬써요. 선생님은 공평함을 깨뜨려도 댄다고 말씀하고 시프신건가요?”
“그, 그건… 그게…”
큰일났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게 생겼다. 이미 고된 정신 노동으로 인해 포도당이 고갈되어버렸던 양혜미 선생은 틀린 구석이 전혀 없는 하나의 논리에 할 말을 잃어버린 채 서서히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양혜미 교사의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 혜성처럼 나타나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준 목소리가 있었다.
“? 원래 세상은 불공평한거 아니야?”
“???”
누구인가?? 누가 방금 애답지 않은 소리를 내었어??
난데없이 끼어들며 하나의 할 말을 없게 만드는 논리에 반박한 아이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양혜미는 관심법이라도 사용할 기새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1교시 부터 반을 혼돈의 카오스로 만들었던 장본인인 수정이가 천진난만한 표정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모두가 불공평해도 무시해야댄다는거야?”
“그치만 우리 아빠는 이렇게 말했는걸. 세상은 원래 밸런스 똥망이라서 공평한게 업따고.”
…대체 저 아이의 아버지는 뭐 하시는 분이실까.
자기 아빠가 염세적이다 못해 아예 염분밖에 느껴지지 않는 말을 딸한테 해줬다는 수정이의 말에 양혜미는 그런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그런 의문을 품던 말던, 이미 한번 마찰이 생겨버린 수정이와 하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채 서로를 마주보며 본인들의 의견을 계속 토로할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수정이 본인은 별 감정이 없는 듯 보이는데 비해 하나는 이상하리 만큼 불이 붙어있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세상이 불공평하다면 바꿔야지!! 너 같은 애드리 그런 생각을 하니까 세상이 불공평한거라구!!”
“? 그럼 니가 말한 건 공평하다는거야?”
“뭐…?”
수정이의 질문에 하나는 잠시 당혹스러워 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렇지만 이내 아이답지 않게 평정심을 되찾고는 수정이의 질문에 곧바로 반론을 내놓았다.
“…그래. 내가 말한대로 하면 공평할꺼야. 선생님이라면 공평성을 지켜주실테니까.”
어른이라면 항상 공정하고 공평하게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하나는 늘 아빠가 해주었던 말을 마음 속으로 되새기며 자신의 주장에 확신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이에 되돌아온 수정이의 말 한마디는 하나의 주장을 근본부터 부정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너 말대로 하면 선생님이 불공평해지자나.”
“…!!”
누군가에게 공평성을 안겨준다는 것은 다른 이에게는 불공평함을 안겨다준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나이에 비해 똘똘하기는 하나 아직 초등학교 1학년에 불과했던 오하나는 지극히도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하기엔 아직 너무 어렸었다.
“오히려 공평해지기 위해서는 선생님 혼자한테 급식 담당을 맡끼는게 아니라 우리가 다 같이 돌아가면서 해야하는거 아닐까?”
“그건…”
수정이의 반론에 하나는 반박할 여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반박했다가는 그것은 반론이 아니라 억지에 불과하게 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아버리고 말았기에.
“그치? 제군들.”
하나가 할 말을 잃어버리자 수정이는 반 모두의 의견을 물으며 그렇게 확인했다. 그러자 이에 진작에 1교시에 다들 어둠의 구구단 대결에서 수정이에게 패배했던 반 아이들은 이견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정이의 말에 동의하였다.
“물론입쇼 보스.”
“회장님의 말이 옳다!”
“아아, 정답이다 초등학생!!”
와아… 저게 요즘 초등학교 1학년들이 쓰는 말투구나…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될 것 같네.
한껏 전혀 초등학생 답지 않은 진지한 토론이 방금 막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진지했던 분위기를 한순간에 와장창 깨뜨려버리는 아이들의 말투에 초등교사 양혜미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런 담임 선생님의 속마음은 안중에도 없었던 수정이는 포기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기운차게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선생님께 외쳤다.
“그런고로 이번주 급식 담당은 제가 하겠씁니다 선생님!!”
“어? 어어… 그, 그러렴. 기운이 넘쳐서 다행이구나…”
수정이의 의욕이 넘쳐 흐르는 자원에 당황한 나머지 양혜미는 얼떨결에 수락해버리고 말았다.
원래는 제비뽑기 같은 걸로 정해야 하는데… 하고 싶다니까 말릴 필요는… 없겠지?
“그, 그럼 수정이 말고 또 급식 담당 하고싶은 사람…?”
필요한 급식 담당은 최소 5명. 넉넉하게는 6명 정도 필요하다. 당장 한명은 어쩌다 보니 인원을 채우게 된 양혜미는 다른 지원자가 또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과 함께 반 아이들에게 그렇게 물었다.
“저요!!”
“제가 이 몸바쳐 하겠씁니다!!”
“공평함을 위하여!!”
“….”
뭐, 뭐야 저거… 무서워…
꼭 다들 선동당하기라도 한 것 처럼 비정상적으로 열정적이다. 아까 전 까지만 했어도 급식 담당을 뽑아야 한다는 사실에 귀찮음만 가득한 반응을 내비쳤던 아이들이 이렇게나 의지를 불태우며 자진하려는 모습에 양혜미는 그저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훗, 계획때로.”
수정이가 스스로가 급식 담당이 되어 맛있는 반찬만 골라 잔뜩 퍼먹겠다는 야망을 성공시켰다는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한 채.
––––––
-라고 말하기엔 수정이의 야망은 결론적으로 참담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어, 어째서…”
왜냐하면 지극히도 당연하고 간단하게, 급식 담당을 맡은 사이에 김치와 오이무침 같은 반찬들을 제외한 고기 반찬들은 다른 아이들의 손을 거쳐가며 동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내 쏘시지이!!!”
멸종해버린 비x나 소시지. 비x나 소시지 볶음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소시지들은 온데간데 사라져버린 채 오직 당근만이 가득 남아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원대한 계획에 배신당해 버리고 만 수정이는 그렇게 절규어린 외침을 내뱉으며 식판과 함께 주저앉아버렸다.
“이 돼지들…! 너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내 껀 남겨줘야 할 꺼 아니야!!”
하지만 주저앉은 것도 아주 잠시, 수정이는 곧바로 절망을 원망으로 바꾼 채 한명 당 족히 15개 씩 싸그리 소시지를 가져가 버린 반 아이들을 쳐다보며 식판을 플랫카드 삼아 1인 시위… 라기 보다는 분풀이에 나섰다.
“크큭, 죄송합니다요 뽀스. 원래 소시지 앞엔 뽀스고 뭐고 업지 말이요.”
“짜고로 회장이란 자리는 부하들을 위해 희쌩해야만 하는 자리 아니겠씁니까.”
“오답이다 초등학생.”
수정이의 항의에 아까 토론 때 가장 적극적으로 수정이의 의견을 지지했던 아이들이 저마다 얍삽한 미소를 지으며 다들 한마디씩 수정이에게 대꾸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너무 허탈한 나머지 항의할 기운조차 잃어버린 채 힘없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빠 말이 마자써…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따더니…”
이한성은 늘 수정이에게 이씨 가문의 가훈에 대해 누누히 말하고는 했었다.
[사람을 믿지 말고 돈을 믿어라.]직접 겪어보니 아빠 말이 맞았다는 걸 알겠다. 수정이는 그렇게 오늘의 일을 깊이 머릿속에 새기기로 하며 다시는 이리도 허무하게 소시지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복수의 칼을 갈으며 야채 밖에 남지 않은 반찬들을 식판에다가 담기 시작했다.
“치욕쓰럽따… 내가 학교에서도 이런 풀때기를 머거야 한다니…”
집에서는 편식을 할 때 마다 아빠고 할머니고 잔소리를 하기는 했어도 억지로 밀어붙이면 기어코 야채들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했었는데, 먹을 것이 야채 밖에 남지 않은 학교에서는 야채 마저도 거부하면 그냥 굶어야만 한다. 그렇게 수정이는 암담한 표정과 함께 식판 위에 올려진 쥐꼬리만한 풀때기들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앉아서 먹을 자리를 찾았다.
이미 진작에 자리를 잡은 반 친구들은 친한 아이들끼리 책상을 붙인 채 시끄럽게 떠들며 밥을 먹고 있었다. 어찌된게 제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수정이는 어디에 앉으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눈에 띄는 자리를 하나 발견하였다.
“나 여기 앉아도 돼?”
“…?”
수정이가 찾아낸 자리는 다름이 아닌 불과 몇 분 전에만 해도 수정이와 의견의 차이로 다투었던 오하나의 바로 옆자리였다. 저마다 한두명 씩은 붙어서 급식을 먹고 있던 아이들과는 달리, 묵묵히 혼자 구석진 자리에서 밥을 먹고 있던 하나의 모습을 본 수정이는 그렇게 대답을 듣기도 전에 막무가내로 하나의 옆에 앉았고, 서툰 젓가락 질로 맛대가리 없는 야채들을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했다.
“으으… 맛업써…”
“….”
당근을 입에 넣고 씹은 수정이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불평을 내뱉자 하나는 묵묵히 허락도 없이 자신의 옆에 앉은 수정이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수정이의 식판을 확인하였다.
“…그러게 왜 바보같이 급식 담당을 마튼거야? 결국 쏘시지는 하나도 못 먹게 됐자나.”
“내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구!! 우씨이… 급식 담당이 되서 쏘시지만 골라머글 생각이었는데에…!”
“….”
수정이가 울상을 가득 지은 채 입에 넣은 당근을 뱉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목으로 넘겼다. 그러자 아까 수정이가 했던 그 모든 행동들이 올바름이라던가 정의로움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하나는 얼탱이가 빠진 표정으로 수정이를 쳐다보더니, 이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모야, 바보 맞자나.”
“우씨이!! 나 바보 아니거든?! 쩌기 배신자들만 아니었써도 쏘시지는 다 내꺼였써!”
“배신 당했으니까 바보지. 바~보.”
“으이익…!”
하나의 놀림에 수정이는 분에 못이겨 죽을 것만 같은 표정으로 이를 악 물었다. 그러자 이내 수정이의 식판에 서리가 생기기 시작하며 뜨뜻하던 된장국에 살얼음이 맺혔지만 옆에 앉은 하나는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자신의 식판에 있던 비x나 소시지를 수정이에게 나눠주었다.
“??”
“바보 같은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고 아빠가 그랬써. 그러니까 나눠줄께.”
“저, 정말이야??? 앗싸아~!!”
예상치도 못한 아이한테 소시지를 나눠받은 수정이는 예의상의 거절도 없이 바로 소시지를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예의바른 하나는 뚱한 표정으로 수정이를 바라보았고, 못 말린다는 듯이 물었다.
“…한번쯤은 괜찬다고 거절해야 되는거 아냐?”
“우웅! 해영이 언니가 공짜는 거절하는거 아니라고 그랬써!”
주변에 괴짜만 가득한 수정이는 예전에 해영이 해줬던 말을 떠올리며 아주 복스럽게 소시지를 먹어 치웠다. 그리고는 이내 하나를 똑바로 마주보며 소스가 가득 묻은 입가로 미소를 지었다.
“대신 대가없는 공짜는 업다고 그래쓰니까 원하는 거 아무거나 하나 들어줄께!”
“…정말로?”
“웅! 대신 무이자로!”
어디서 주워들은 단어를 내뱉으며, 수정이는 팔짱을 낀 채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하나는 잠시 묵묵히 고민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며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친구.”
“응?”
“치, 친구…! 대가는 친구가 되는 걸로 봐줄께.”
“? 우리 이미 친구 아니여써?”
수정이가 대가치고는 별 것도 아니라는 듯한 태도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하나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럼을 타더니 황급히 단어를 바꿔서 다시 말했다.
“다, 당연하지! 내가 말한 건 절친이야!”
“아~ 그래! 그럼 우리 오늘부터 절친하자!”
100% 절친이 무슨 뜻인지 못알아들은 수정이였지만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에 수정이의 미소는 너무나도 밝았다. 그랬기에 하나는 그저 부끄러움이 가득한 얼굴과 함께 수정이의 악수를 받을 뿐이었다.
기뻐서 어쩔줄을 모르겠는 속마음을 애써 숨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