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27)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27화(127/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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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만이 가득했던 이한성의 우려와는 달리 다행히도 입학날 이후로 1주일이 지났지만 수정이가 대형 사고를 치거나 해서 이한성이 학교에 불려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저런 걱정이 한가득이었지만 예상외로 수정이는 이한성이 당부했던 50가지 수칙들을 대부분 지켰다. 물론 가끔가다 사소한 사고를 쳐서 담임 선생님의 혼을 쏙 빼놓는 경우는 빈번하게 있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칠 수 있는 사고였기에 봐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바른 생활 교과서에 적힌 질문들에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다던가, 띄어쓰기 시험을 치는데 하라는 띄어쓰기는 안하고 온갖 수학 방정식들로 답지를 도배해놓는다던가 하는, 비교적으로 사소한 사고들. 수정이가 학교에서 무슨 사고를 치던 간에 교실을 얼려버리지만 않으면 다 괜찮다고 스스로 타협을 보았던 이한성으로썬 그정도는 사고 축에도 끼지 못할 뿐이었다.
…물론 수정이의 담임을 맡은 양혜미는 날이 가면 갈 수록 체중이 빠지고 야위어 가는게 보일 정도로 수정이의 기상천외한 행보에 지칠대로 지치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한성은 그런 수정이의 담임 선생님의 속사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애초에 만나본 적도 없고 참관 수업은 아직 기별조차 없는데 학교 관계자가 아닌 그가 양혜미의 고생에 대해 디테일하게 아는 것이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저, 수정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신나서 얘기해 줄 때 마다 미안함만 조금 느낄 뿐.
아무튼 어찌됐든 각설하고 말하자면 수정이의 학교생활은 순탄 그 자체였다. 원래 성격이 활발한 덕에 친구도 잘 사귀고 있는 모양이었고, 수업도 가끔가다 졸긴 해도 잘 들으면서 집에서 치던 사고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치게 된 덕분에 이한성과 그의 어머니의 고생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예상치도 못한 문제가 하나 생긴 것을 제외한다면.
“아빠빠!! 나 학교갈래!”
“….”
대낮 토요일 아침 부터 수정이의 기운 찬 목소리가 꿀잠에 빠져있던 이한성을 뒤흔들었다. 지난 5일 동안 뼈 빠지게 일한 탓에 기운이 바닥나있던 이한성은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과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마구 흔들어대는 수정이를 바라보았고, 이내 수면에 의한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갈라진 목소리를 내뱉었다.
“얘가 왜 아침부터 깽판을 치고 난리야… 아빠 잠 좀 자자…”
“안대에~!! 나 학교가야댄단 말이야!”
…학교? 오늘?
오늘이 무슨 요일이었던가. 잠시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날짜를 기억해내려고 했던 이한성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이제 막 잠에서 깼던 탓에 그의 뇌는 날짜를 추정할 수가 없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더라?”
“토요일!”
“…에라이-”
난 또 순간 오늘이 금요일인 줄 알았네. 하마터면 헷갈릴 뻔 했잖냐 이것아.
당당하게 학교에 가야 된다길래 주말이 아니라 평일인 줄 알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짜증이 한층 더 강하게 섞인 목소리와 함께 울컥하며 수정이를 째려보더니, 이윽고 참기로 하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썼다.
“가서 자라.”
“아 왜~! 나 학교가야 댄다니까!”
“가긴 어딜가?! 오늘 토요일이라며 이것아!”
놀토가 사라진게 언젯적인데 얘가 왜 애꿎은 토요일에 학교에 가고싶다고 난리야??
도저히 평범한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다. 이한성이 수정이의 나이였을 적에는 놀토라는 것이 있었던 시기였던 지라 토요일에도 학교에 가야 하는 날이 있었지만, 그는 가고 싶어서 토요일에 학교에 등교했던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건 분명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학교! 학교!”
“아 쫌…!”
안그래도 이따가 오후에 가게 보러 나가야 되는데 잠이라도 푹 자자 이것아.
현재시각은 아침 7시 반. 알바생을 구한 덕에 오전에는 가게를 맡겨놓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오후에는 확인차 가게에 출근해봐야 한다. 해영이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가게에서 1인분 몫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한성은 되도록 오전에는 최대한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수정이의 횡포는 결국 이한성의 잠을 완전히 달아나게 만들어버렸다.
“에잇!”
“?!”
갑작스럽게 차가운 무언가가 옷 안으로 들어와 이한성의 신경을 자극했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마냥 튀어오른 그는 황급히 옷 안에 들어가버린 얼음덩어리를 재빠르게 빼냈고, 곧바로 범인인 수정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학교가자~!!”
“….”
참자. 참아라 이한성. 강제로 잠에서 깨서 기분도 더럽고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건 충분히 이해하는데 애한테 화를 낼 수는 없잖아. 그냥 나중에 노예한테 화풀이 하면 되지.
화를 내선 안된다. 이한성은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자 이내 마음이 차분해지며 화가 좀 가라앉는 듯 했-
“아빠는 게으른 쫌생이!”
“나가.”
화가 가라앉을려던 참에 수정이가 냅다 휘발유를 들이 부었다. 이에 한계를 맞이한 이한성의 인내심은 결국 뚜껑이 열리고 말았고, 그는 그대로 수정이를 들어올려 방 밖으로 내쫒은 뒤 방문을 닫아 잠가버렸다.
[쿵-]“앗?! 치사하게 문 잠그기 업기!!”
방에서 쫒겨나버린 수정이는 집요하게 방문을 두드리며 이한성에게 항의했다. 그러나 이한성은 이를 깔끔히 무시한 채 다시 이불을 덮고 침대 위에 누웠고,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이이익! 아빠는 바보! 치사빤스! 쫌생이!!”
“이어폰이 어딨더라…”
문 너머로 시끄럽게 들려오는 수정이의 목소리에 이한성은 잠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이어폰을 찾았다. 그리고는 이내 핸드폰에 꽂은 채 미튜브에 들어가 잠이 잘 오는 브금 1시간짜리를 재생시키기 시작했고, 이내 다시 평안히 자리에 드러누웠다.
“아이고,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이한성의 방 앞에서 계속해서 시끄럽게 떠들언 수정이의 목소리에 일어나신 할머니와 세리가 거실로 나왔고, 이내 잔뜩 삐져있던 수정이에게 말을 걸었다.
“할머니! 아빠가 치사하게 문을 잠갔써!”
“? 한성이가? 아유, 수정이 네가 이해하렴. 네 아빠가 요즘 일하느라 좀 많이 피곤해서 그래요. 아빠는 그냥 쉬게 놔두려무나.”
보나마나 수정이가 또 아침부터 제 아비를 귀찮게 만든 모양이다. 이한성의 어머니는 안봐도 비디오나 다름없는 그 사실을 깨달으시고는 그렇게 수정이를 달래셨다.
“치, 아빠 미워! 나 혼자 갈꺼야!! 메~ 롱!”
하지만 달래기 무색하게 수정이는 방에 있는 이한성을 향해 단단히 삐진 목소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홱 돌리고는 곧장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이에 할머니는 의아해 하시며 수정이에게 물었다.
“어이쿠 수정아, 아침부터 어디가려고??”
“학교!!”
“토요일인데 학교를 가겠다고?”
“응. 하나랑 가치 놀기로 했써.”
“아… 할머니가 대신 같이 가줄까?”
아무래도 학교에 간다는 것이 수업을 하러 간다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학교에 간다는 뜻이었던 모양이다. 충분히 오해할 여지가 다분한 수정이의 말을 알아들으신 할머니는 살짝 걱정스러운 말투로 수정이에게 그렇게 물어보셨지만, 이에 되돌아오는 수정이의 대답은 무척이나 단호했다.
“시러! 혼자 갈꺼야!”
“….”
아동용 신발의 찍찍이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수정이는 혼자서 신발의 착용을 완료했다. 그러자 이내 동생인 세리는 말없이 현관문을 열고 외출하는 제 언니의 모습을 지켜보았고, 할머니는 걱정에 한숨을 내쉬시며 나지막히 중얼거리셨다.
“에고고… 네 언니가 단단히도 삐져버렸는갑다 세리야. 혼자서도 괜찮을련지 원…”
둘째임에도 제 언니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덕에 여태껏 삐진 적이 한번도 없는 세리에게 이한성의 어머니는 나지막히 한탄스러운 걱정을 늘어놓으셨다.
그러나 어째 세리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
“세리야?”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이한성의 어머니는 세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셨다. 그러나 방금 전 까지만 했어도 바로 옆에 서있었던 검은 머리의 소녀는 온데간데 없이 증발해버린지 오래였다.
“? 얘가 어딜 간거래니??”
갑자기 사라져버린 세리의 모습에 이한성의 어머니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시며 세리를 찾기 시작하셨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세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세리라면 이미 제 언니를 따라 현관문을 진작에 나선지 오래였기 때문에.
–––––––––—
“흥! 아빠는 바보 멍텅구리. 가치 놀러가는게 머가 어렵다고 진짜.”
아침부터 가출하듯 집을 나와버린 수정이. 토요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등교길을 걸으며 볼멘 소리로 투덜거리던 수정이는 잔뜩 삐진 표정과 함께 계속해서 쉴 새 없이 아빠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요즘 제대로 놀아주지도 않아서 오늘은 가치 놀고 시펐는데.”
아빠랑 같이 학교에 가서 하나랑 함께 사이좋게 셋이서 놀고 싶었다. 최근들어 이한성이 일 때문에 바빴던 탓에 아빠랑 제대로 놀 시간이 없었던 수정이는 오늘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와 함께 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했었다.
하지만 이한성은 그런 수정이의 마음도 몰라주고 피곤하다면서 자신을 내쫒아버렸다. 물론 이한성이 수정이와 놀아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평일 내내 일 하느라고 지쳐서 그런 것 뿐이었지만, 수정이의 생각은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아 몰라! 아빠랑은 얘기 안할꺼야.”
삐질대로 삐져버린 수정이는 그렇게 이한성을 향해 반항심이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길가에 놓여져 있던 돌맹이를 화풀이 하듯 걷어차버렸다.
[저벅-]“?”
수정이의 자그마한 발에 걷어차인 돌맹이가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작은 발소리 하나가 순간적으로 수정이의 귓가에 들려왔다. 이에 수정이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고,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귀를 기울였다.
“잘못 드른건가?”
그러나 수정이의 눈에는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에 잘못 들은 것이라고 생각한 수정이는 다시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지만 그러기 무섭게 또 한번 발소리가 수정이의 귓가를 스쳤다.
[저벅저벅-]“….”
누, 누구지이…? 설마… 납치범!?
하프엘프의 청력은 인간과 비교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뛰어나다. 이전에 이한성이 잡아내지 못했던 위층에서 들리던 소리도 잡아내 가정폭력 사건을 밝히는데 도움을 준 경험이 있었던 수정이는 지극히도 아이다운 블록버스터 적인 가능성을 떠올리며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위험한 사람이랑 마주쳤다, 싶으면 바로 조져버려. 알겠지?
예전에 아빠가 해줬던 충고가 수정이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 아빠의 충고를 떠올린 수정이는 곧바로 손에다 마력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내 기습적으로 뒤를 돌아보며 화연으로 부터 전수받은 공격 마법: [아이스 스톰]을 사용했다.
“이얍! 괴한은 물렀꺼라!”
상위 공격 마법, [아이스 스톰]. 본래는 마력을 광범위하게 방출해 원소 마법을 시전하여 위협적인 얼음창으로 주변을 휩쓸어버리는 살벌한 마법이지만, 화연이 수정이에게 가르쳐준 [아이스 스톰]은 적당히 살상력을 없애고 그저 단순히 상대방을 얼려버림으로써 제압력을 극대화 시킨 방범용 마법이다.
[콰과과광!!]방범용 [아이스 스톰]이 시전된 것과 동시에 거센 냉기폭풍이 수정이를 몰래 뒤따라 오던 정체모를 괴한을 급습했다. 그러나 이에 정체모를 괴한은 반사적으로 수정이의 마법에 맞대응하여 불의 장벽을 만들어냈다.
“어, 어라…?”
회심의 일격이 불의 장벽에 의해 상쇄되어버리자, 수정이는 심히 당황한 표정과 함께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만난다면 그 즉시 일단 튀고 보라는 화연의 가르침 덕이었다.
하지만 그러려던 순간,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자욱해진 수증기 사이로 울려퍼지며 수정이의 줄행량을 멈춰 세웠다.
“수, 수정이 언니! 잠깐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