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2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28화(128/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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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수정이 언니! 잠깐만!”
“???”
상대에게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바로 줄행량을 치려던 그 순간, 앳된 목소리가 수정이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세리??”
아주 익숙한 소녀의 목소리. 앳된 목소리임에도 정확한 발음을 지닌 세리의 목소리에 수정이는 살짝 당황스러워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자신보다 2살이나 어린 흑발머리 소녀가 수증기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상위공격 마법에 속하는 [아이스 스톰]을 정면으로 막아낼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 애초에 수정이는 엘프의 피가 섞인 하프엘프인데다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마법사의 자질을 지닌 천재 중의 천재고, 그런 수정이의 [아이스 스톰]을 정면으로 막아낼 수 있는 존재는 기껏해야 화연과 같은 레벨의 마법사이거나 드래곤 정도 되는 클래스의 강함을 지닌 존재 밖에 없다.
즉, 아까부터 몰래 수정이의 뒤를 밟으며 따라오던 괴한의 정체는 다름아닌 세리였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세리 니가 왜 여깄써?”
“그게… 나도 언니랑 같이 놀고싶어서…”
수정이의 물음에 세리는 수정이의 마법을 막아내느라 잠시 등과 머리에 돋아난 날개와 뿔을 다시 폴리모프로 감추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수정이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여동생의 귀엽기 그지 없는 모습에 흠뻑 넘어가버렸고, 이내 세리의 손을 꼬옥 붙잡으며 함께 학교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우리 가치 놀러가자!”
세리를 데리고 가면 분명 하나도 좋아할 것이다. 수정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금 전 까지만 했어도 잔뜩 토라져 있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휘파람까지 불러가며 텐션을 올렸다.
“근데 언니, 아빠랑 싸웠어…?”
“흥! 싸운거 아니다 뭐! 그냥 아빠가 나쁜 것 뿐이라구!”
“….”
그걸 싸웠다고 부르는 것 같은데.
싸웠으면서 안 싸웠다는 수정이의 대답에 드래곤 답게 어른스러운 세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언니의 반응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수정이는 그런 세리의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해서 제 아빠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아빠는 맨날 그래! 예전처럼 가치 놀구 시픈데 맨날 내 마음도 몰라주고…”
이한성이 돈 많은 백수였던 시절에는 하루종일 늘 곁에 붙어다니면서 이것저것 재밌게 놀곤 했는데 가게를 차린 후 부터는 그런 시간이 부쩍 줄어들어버렸다. 아빠가 일 때문에 바빠서 어쩔 수가 없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는 수정이였지만, 그렇다고 아직 6살 7살 밖에 되지 않은 수정이가 그런 것에 서운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논다는게 뭐야?”
수정이의 불평을 듣고 있던 세리가 고개를 45도 각도로 갸웃거리며 티끌하나 묻지 않은 무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어떻게 그걸 모를수가 있냐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노는거? 그야 노는 건 노는거야.”
“?”
“으음… 그러니까아…”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논다는 행위를 늘 당연하다 싶이 여겨왔기에 정작 설명하려고 하니까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던 수정이는 인간과 사고방식이 눈에 띄게 다른 드래곤인 세리를 위해 골똘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전쟁을 한다던가?”
의문형인 대답. 논다는 행위의 정의를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에는 단어가 조금 딸렸던 수정이는 확신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와 함께 그렇게 말했다.
“전쟁…? 그런게 어떤건데?”
“으으… 나도 몰라! 그냥 재밌으면 노는거야!”
계속되는 세리의 질문공세에 수정이는 설명하는 것을 포기했다.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는 직접 보여주는게 더 빠르겠다고 생각한 수정이는 그대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고, 이에 세리는 당혹스러운 표정과 함께 수정이의 손에 끌려가다 싶이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두 자매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다름이 아닌 토요일의 학교, 교문이 굳게 닫혀있는 개원 초등학교의 앞이었다.
“하나야! 나 왔써!”
금새 교문 앞 까지 도착한 수정이는 거기서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하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반갑게 친구를 불렀다. 그러자 이에 하나도 손을 흔들며 수정이를 마중해 주었고, 이내 수정이와 함께 온 세리의 모습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반응을 내비쳤다.
“어라? 아저씨랑 같이 온다고 하지 않았써?”
“흥! 내가 언제? 난 그런 치사빤쓰랑 가치 안놀아.”
수정이가 고개를 홱 돌리며 단단히도 삐친 기색을 내비쳤다. 이에 하나는 그런 수정이의 모습을 보고는 아빠와 싸웠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고, 이내 세리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조금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안녕. 이름이 세리라고 해썼찌? 난 하나라고 해.”
“….”
하지만 세리는 하나의 인사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원래 드래곤이란 족속들은 선천적으로 다른 종족을 깔보는 성향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인정한 “가족”을 제외하면 무조건 박대하고 보는 드래곤들. 아직 헤츨링이기는 하나 그런 성향을 짙게 나고 태어난 세리도 다를 것은 없었고, 그런 세리가 “가족” 이라고 인정한 사람이라고 해봐야 양아빠인 이한성과 할머니, 그리고 수정이 뿐이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완전히 제3자인 하나는 세리에게 있어서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관심 밖의 존재였던 것이다.
“세리야! 하나한테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그, 그래…”
시큰둥한 반응과 함께 세리가 하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던 그 순간, 후정이가 세리를 향해 그러면 안된다는 듯이 잔소리를 날렸다. 그러자 언니의 말을 들은 세리는 그제서야 마지못해 고개를 숙여 하나에게 인사하였고, 이내 곧바로 철저한 무관심 모드로 돌아오며 수정이의 곁에 꼭 달라붙었다.
…날 무시하고 있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감이 좋은 편인 하나는 자신보다 2살이나 어린 세리로 부터 그런 기분을 없잖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벌써부터 놀 생각에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던 수정이 덕에 대화의 주제는 곧바로 다른 곳으로 전환되었다.
“하나야! 우리 빨리 놀이터에 가서 놀자!”
“아, 그래. 근데… 세리도 가치 가는거야?”
“응! 내가 오늘 철저하게 세리한테 노는 법을 가르쳐줄거야!”
노는 법을 모르는 세리를 위해 친히 노는 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전수해줄 생각이 만땅인 수정이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 훈수를 두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은 따로 없다는 말을 증명하듯 잔뜩 들떠하며 곧바로 앞장서서 놀이터로 향하기 시작했다.
“가, 같이 가 언니!”
그렇게 수정이가 맨 앞에서서 말도 없이 놀이터로 경로를 정하고 걷기 시작하자 이에 세리는 뒤늦게 언니의 뒤를 따라잡으며 짧은 발걸음으로 수정이의 옆에 나란히 섰다.
언니 몰래 잠시 뒤를 돌아 하나를 향해 경각심 비슷한 무언가가 담긴 시선을 짧막하게 보내며.
“…내가 뭘 잘못한걸까?”
또래 아이들에 비해 얌전하고 어른스럽기는 해도 아직 1학년에 불과했던 하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다.
자신을 향한 세리의 시선 속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질투심이 한가득 담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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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유치원생 부터 초등학생들의 아지트이자 성지, 그리고 어른들이 알지 못하는 치열한 영역 다툼이 늘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결전의 장소.
놀이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오직 강한 자들 뿐이다. 더 빠르게, 더 야비하고, 더 힘이 쎈 아이만이 더 재밌는 놀이기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기에 오늘도 놀이터는 전쟁터였다.
“개원 놈들을 쳐라!! 모두 돌격!!”
“청솔 놈들에게 미끄럼틀을 뺏겨서는 안된다!! 전원 방어 준비!!”
이것은 바로 21세기 어린이들의 공성전. 미끄럼틀의 소유를 두고 치열하게 공격하고 방어하는 현실판 전략 시뮬레이션. 개원 초등학교의 아이들과 청솔 초등학교의 아이들이 서로 편을 나눠 놀이터를 정복하려는 치열한 정복 전쟁이다.
오늘 이 놀이터에서 펼쳐진 공성전은 다름이 아닌 각 초등학교의 1학년들 간의 전쟁이었다. 남녀 구분할 것도 없이 다들 놀이터에서 놀 권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을 바쳐 참전하였고, 그렇게 이른 토요일의 아침부터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인 전투는 시작되고 말았다.
“대장! 청솔 놈들이 암벽을 타고 후방으로 접근하고 있씁니다!”
정찰병 역할을 맡은 개원 초등학교의 남자아이 하나가 대장 역할을 맡은 수정이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썩소와 함께 미끄럼틀의 반대쪽으로 기어올라오고 있는 청솔 초등학교의 공격대를 바라보았고,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까스 부대! 공격!!”
“우오오오오!!”
수정이의 지시를 하달받은 아이들이 전원 기어올라오고 있던 청솔 초등학교의 아이들을 향해 궁댕이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메탄이 포함된 천연 가스를 내뿜으며 청솔 초등학교의 후방 공격을 성공적으로 저지했다.
[북북-부북-]“으아아악?! 깨스 깨스!! 전원 후퇴하라!!”
“개원 놈들…! 치사하게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다니! 제네바 협정 위반이다!!”
청설 초등학교의 아이들이 서둘러 후퇴하며 물러갔다. 이에 수정이는 미끄럼틀의 맨 위에 당당히 올라선 채로 후퇴하는 청설 초등학교의 아이들을 향해 우렁차게 외쳤다.
“으하하하! 전쟁은 원래 치사한거다 어리서근 것뜰아!”
“….”
치열하던 공성전이 방어측인 개원 초등학교의 아이들에게로 승기가 기울자, 이를 근처 벤치에 앉아서 얌전히 지켜보고 있던 하나는 적응이 전혀 안되는 듯한 기색과 함께 오늘도 개원 초등학교를 승리로 이끈 수정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으으… 싸우는 건 좋지 않다고 내가 말했는데…”
항상 놀이터에 놀러올 때 마다 상황이 이모양으로 흘러간다. 워낙에 얌전한 성격을 지닌 하나는 이런 상황이 올 때 마다 늘 벤치에 앉아서 관전해야 하는 자신의 신세에 한숨을 내쉬며 불평어린 혼잣말을 내뱉었다.
청솔 초등학교와 개원 초등학교의 딱 중간지점에 위치한 이 놀이터는 근처 동네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장소이자 가장 많은 놀이기구들을 지닌 놀이터다. 그 때문에 늘 이 놀이터는 개원 초등학교와 청솔 초등학교 아이들이 놀이터의 소유권을 두고 자주 다투는 분쟁지역이었고, 단 하루도 다툼이 끊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물론 서로가 마음만 먹고 한발짝 씩 물러난다면 싸우지 않고도 놀이터를 함께 쓰는 것이 가능하기야 했지만 아이들이란 존재가 어떤 존재들인가. 기본적으로 내가 가지지 못한다면 부숴버리겠다는 마인드를 내장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아이들인데.
아무튼 그리해서 오늘도 어김없이 놀이터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룬 아이들. 오늘의 승자는 다름아닌 개원 초등학교, 그리고 승리의 주역은 훌륭히 아이들을 이끌었던 수정이였다.
“청솔 놈들이 물러간다!”
“저희가 이겼습니다 대장!!”
개원 초등학교의 아이들이 다같이 만세를 외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를 지켜보고 있던 하나는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옆에 앉아서 함께 공성전을 지켜보고 있던 세리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 세리야. 싸움은 나쁜거니까 넌 저러케 놀면 안-”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나는 동경으로 가득찬 눈빛으로 수정이를 바라보고 있는 세리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말을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저게 바로 언니가 말한 노는 법이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