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129)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129화(12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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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바로 언니가 말한 노는 법이구나…!”
“….”
뭐, 뭐지…? 방금 먼가 되게 불안한 기분이 들었는데…
등골을 타고 흐르는 오싹한 기운. 사람의 DNA 속에 각인된 맹수들을 향한 원초적인 두려움을 느껴버린 하나는 팔에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끼며 세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이내 전투에서 승리한 수정이가 당당하게 돌아오기 무섭게 세리의 위압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후후후! 봤찌? 오늘도 오랑캐들을 무찌른 내 실력이 어때?”
“대단해 언니!”
“….”
수정이가 청솔 초등학교의 아이들을 무찌른 걸 자랑하자 이에 세리는 물개박수를 연달아 치며 언니인 수정이를 찬양하였다. 하지만 물론, 이를 지켜보고 있던 하나의 반응은 영 못마땅한 분위기였다.
“싸우는 건 나쁜거라니까… 그냥 사이조케 지내면 되는데 왜 항상 청솔 애들이랑 싸우고 그래?”
“그야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은 업으니까!”
“….”
한치의 고민도 없이 내뱉은 수정이의 대답에 하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자기 언니에게 잔소리를 하는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세리의 시선 또한 꽤나 따갑게 하나를 향하고 있었다.
물론 눈을 마주치기 무섭게 세리는 홱 시선을 피하며 노골적으로 하나를 무시하려 들었지만 말이다.
‘…나 세리한테 뭐 미움받을 짓이라도 했었나? 아까부터 세리가 자꾸 날 싫어하는 것 같은 기분이…’
하나의 감은 날카로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리는 하나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적대적인 시선을 마구 내비쳤으니.
‘뭐야 저 인간은? 뭔데 주제도 모르고 자꾸 언니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지?’
말했듯이 드래곤은 대다수의 인간을 무시하고 깔본다. 물론 드래곤이기는 해도 인간 부모의 손에 길러지고 있는 세리는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 그러한 경향이 적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가족에 대한 집착은 그 어느 드래곤 보다도 유독 강한 편이었다.
즉 지금 이 순간에도 세리는 하나에게 언니를 빼앗길까봐 질투심을 팍팍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정작 둘 사이에 낀 수정이는 그러한 낌새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벌써부터 신나게 놀 생각에 잔뜩 들뜬 상태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놀이터를 탈환했으니까 빨리 놀자! 뭐 부터 하고 놀래??”
수정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순서를 뺏기기 전에 어서 놀자고 세리와 하나를 재촉하였다. 그러자 이에 서로 어색하고 뻘쭘해 하던 둘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놀거리를 차분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시소타고 놀래? 지금 비어있는 것 같은데…”
먼저 의견을 내놓은 것은 역시나 놀이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하나였다. 그에 비해 놀이터에 놀러 온 것이 태어나서 처음인 세리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만 할 뿐, 별 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고, 그러자 수정이는 우선 하나의 의견에 따르기로 결정하며 곧장 기운차게 시소로 달려갔다.
“오케이~! 그럼 널뛰기 놀이 하자!”
“너, 널뛰기는 좀… 위험하지 않을까? 세리도 있는데…”
널뛰기. 어렸을 적에 다들 한번씩은 해보았을 서서 시소타기. 삐끗하면 팔 하나 부러지는 건 일도 아니고 남자일 경우 끔찍한 고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을 뿐더러 대를 잇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놀이다. 하지만 그런 하나의 우려와는 달리, 수정이는 그러한 걱정을 일절 하지 않은 채 시소 위에 올라서며 말했다.
“괜차나 괜차나! 원래 위험할 수록 재밌는 법이야!”
“으으… 왠지 불안한데에…”
벌써부터 왠지 모르게 안좋은 예감이 팍팍 든다. 본능적으로 그런 기분을 느끼면서도 하도 신나하는 수정이의 모습을 본 하나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마지못해 시소 위에 올라섰다.
“세리 넌 가운데에 서면 돼!”
그렇게 양쪽 끝에 수정이와 하나가 올라서자, 수정이는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세리를 시소 가운데다가 태웠다. 그리고는 이내 인정사정 없이 곧바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무릎을 꿇고는 힘차게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으아아아?! 수, 수정아 잠깐만!!”
“더 높이!”
“꺄아아악???”
신호도 없이 점프한 수정이 때문에 갑자기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부유감을 느끼게 된 하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추리며 애벌레 마냥 시소에 딱 달라붙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소의 반동을 이용해 점점 더 높이 뛰기 시작했고, 세리는 이를 동경스러운 눈빛으로 빠져들다 싶이 바라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우와~”
드래곤들은 기본적으로 높은 곳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애당초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그들은 높은 곳을 좋아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고, 높은 고도에서 낙하하며 활공하는 걸 스릴로 삼아 반복하는 그런 종족이다.
아직 태어나서 본래 덩치에 비해 갑갑한 집안에서 살아온 덕에 아직 높이 날아보거나 한 경험은 없었던 세리는 점점 더 높이 뛰는 수정이의 모습을 보고 이에 자신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흥미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세리는 시소 한가운데에 서있던 몸을 점점 수정이를 향해 옮기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균형이 잡혀있던 시소의 밸런스는 서서히 무너져갔다.
[쿵!]기꺼이 마주편에 매달려 있던 하나를 공중 높이 사출시켜 버릴 정도로.
“어??”
일반적으로 6살 7살 짜리 아이들이 아무리 시소를 험하게 타더라도 마주편에 앉은 아이를 공중으로 사출시켜 버릴 정도의 가속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전장치도 있거니와, 중력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힘이 센 편이기 때문에.
6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시소의 한쪽에 올라타야지만 가능할까 말까 한 일. 몸무게가 20kg이 조금 넘어가는 여자아이 하나를 날려버린다는 것은 그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가 저리도 간단하게 공중으로 사출되어 버린 이유는 지극히도 간단했다.
왜냐하면 시소의 밸런스를 깨버린 것이 다름이 아닌 물리법칙을 벗어난 초월적인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드래곤의 폴리모프는 생각보다 고도의 계산능력이 필요한 마법이다. 보이는 모습만 바꾸는 환영 마법과는 달리 드래곤들의 폴리모프화는 신체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마법이고, 이에 필요한 마법식은 대마법사 조차도 쉽게 흉내내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질량은 그대로인데 부피만 줄어드는 것이라고 하면 설명이 쉬울 것이다. 당연히 크기는 작아졌어도 질량값에는 변함이 없으니 무게는 그대로고, 그에 따른 세리의 현재 몸무게는 약 550kg. 몸무게라고 부를 수준의 무게가 아니다.
물론 드래곤 본인이 원한다면 몸무게를 조절하는 것 쯤이야 쉽게 가능하다. 애초에 세리의 몸무게가 항상 550kg이였다면 할머니나 이한성이 안아드는 것 조차 불가능했을테니. 하지만 몸무게의 변화까지 지속적으로 가볍게 유지하기에는 세리의 폴리모프 능력은 아직 많이 미숙한 편이었다.
“하나야!!!”
주작처럼 하늘로 날아오른 하나의 모습에 수정이는 매우 놀란 외침과 함께 반사적으로 시소의 반동을 이용해 하나랑 똑같이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내 공중에서 하나를 붙잡았고, 무의식적으로 [비행] 마법을 사용해 하나와 함께 바닥에 사뿐하게 착지하였다.
“휴우… 크, 큰일 날 뻔 했따…”
“???”
마치 액션 영화의 스턴트맨과도 같은 움직임이였다. 갑자기 하늘로 사출된 덕에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던 하나는 자신이 멀쩡하게 땅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눈으 휘둥그래 뜨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고, 이내 어떻게 된 것인지 전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채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모, 모지…? 나 방금 분명히 날고 이썼던 거 가튼데…”
[찔끔-]하나의 혼잣말에 수정이는 반사적으로 친구의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늘 아빠가 누누히 당부하던 말이 갑자기 귓가에 맴돌기 시작해서였다.
-절대로, 절대로 남들 앞에서 날아댕기면 안된다. 알겠어? 만약 들키면 국정원이 너 납치해다가 평생동안 당근만 먹이면서 방에 가둬둘거야.
“어, 어어… 그게 그러니까아…”
뭐라고 변명을 해야할까. 당장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그 생각부터 떠올린 수정이는 말끝을 흐리며 하나에게 둘러댈 변명거리를 최선을 다해 모색했다.
그리고 이 귀여운 은발머리의 하프엘프가 떠올린 변명거리는 지극히도 엉뚱하기 그지 없었다.
“우, 우와아아아!! 하나야 너 징짜 대다나다!!”
“뭐??”
이렇게 된 이상 하나가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는 틈을 타 하나가 장대뛰기의 달인마냥 100전 만점인 착지를 선보였다고 스스로 믿게 하는 수 밖에 없다. 누가 들어도 전혀 말이 안되는 변명거리를 겨우 생각해낸 수정이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하나를 치켜세웠고, 이에 하나는 당연하게도 매우 어리둥절한 기색을 내비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수정이는 하나가 의문을 품을 시간도 주지 않은 채 필사적으로 국어책 읽기 말투의 칭찬을 계속했다.
“완전 국가대표인줄. 대박. 오지고 지리고 레릿꼬.”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애가 갑자기 왜 이상한 말투까지 써가면서 영문도 모를 칭찬을 하고 난리인 걸까. 하나는 수정이의 태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당혹스러움을 내비쳤다.
“와, 완전 월드컵 금메달 끕의 착찌였써! 기억 안나…?”
“어… 그, 그랬썼나…?”
횡설수설이나 다름없는 수정이의 억지스런 거짓말이었지만 갑작스런 비행 탓에 극도로 긴장하고 있던 상태였던 하나는 그런 억지스런 거짓말에 넘어가고 말았다.
“응응!! 그치 세리야?!”
“….”
이미 거짓말에 넘어간 눈치였던 하나였지만 수정이는 확실히 하나를 속여 넘기기 위해 세리에게 지원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 말은 절대로 안들어도 언니의 말은 철썩같이 듣는 동생인 세리는 미소와 함께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수정이의 시선으로 부터 벗어나기 무섭게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히 질투로 가득 찬 혼잣말을 내뱉었다.
“…언니는 저런 나약해 빠진 인간이 뭐가 좋다고…”
…언니랑 같이 재밌게 시소를 타고 싶었는데 방해를 받아 심기가 심히 불편해진 세리였다.
––––––—
시소 사건 이후에도 위험천만한 사고는 계속해서 하나를 위협했다.
놀이터에서 위험한 것은 시소 뿐만이 아니었다. 예전에 비하면 정글짐이나 원심분리기 같은 위험도 극악의 놀이기구들이 안전 문제로 놀이터에서 자취를 감춰버린지 오래였지만, 이씨 가문의 두 자매와 함께 하면 그 어떠한 놀이기구도 안전한 것이 없었다.
“수, 수정아!! 나 무서워어~!!”
가령하여 수정이가 밀어주는 그네에 탔다가 또 하늘로 사출되어버릴 뻔한 일을 겪었다거나.
“나, 난 못해… 너무 높아…”
멀쩡한 구름다리를 손으로 안 건너가고 괜히 걸어서 건너려다가 있지도 않은 고소공포증이 생길 뻔 했다거나.
“이, 이러다 우리 다 주거!!”
아니면, 철거된 줄만 알았던 원심분리기 비스무리한 놀이기구에 올라탔다가 전투기 파일럿들이 경험하는 중력가속도가 무엇인지 몸소 선행체험을 할 뻔 했다거나.
수정이와 세리에게 있어서는 극상의 재미 그 자체인 놀이들이 하나에게 있어선 극악의 고문 그 자체였다. 하프엘프와 드래곤의 기준에 맞춰주다가 죽어나가게 생긴 인간 소녀는 그 둘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결국 체력이 다해 기진맥진한 채로 벤치 위에 앓아누워버리고 말았다.
“난 이제 틀렸써…”
속이 메스껍다. 눈이 핑 돈다. 아까부터 왠지 모르게 들리지 말아야 할 낮선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체력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새하얗게 불태워 버린 하나는 그렇게 사경을 헤매고 있었지만, 여전히 체력이 남아도는 수정이는 더 스릴있는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다른 놀이기구를 찾아 나설 뿐이었다.
“하나야! 우리 이번엔 저거 타보자!”
“….”
하나에게는 안된다고 대꾸할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대답이 없는 하나를 본 세리는 언니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나약해 빠진 인간에게 친히 사망선고를 내려주었다.
“언니, 이 인간 이미 죽었어. 명복을 빌어주자.”
“나 안주거써.”
제멋대로 사람을 죽이려 드는 세리의 몰상식함에 울컥한 하나는 곧바로 없는 체력을 쥐어 짜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이내 창백해진 얼굴로 살기 위해 수정이를 설득하려 나섰다.
“수정아. 우, 우리 이제 다른 거 하면서 놀자. 응?”
“에이, 벌써어? 아직 재밌어보이는게 마니 남아있는데…”
하지만 수정이는 그렇게 놀이터에서 놀아놓고도 질리지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쉬워 하는 기색이 잔뜩 담긴 수정이의 눈빛을 본 하나는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내, 내가 아이스크림 사줄께!!”
“콜. 놀 만큼 놀아써. 그치?”
하나가 주머니에서 귀여운 고양이가 그려진 지갑을 꺼내며 제안하자, 이에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아쉬운 기색이 가득했던 수정이의 태도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태세를 전환했다.
벌써부터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입가로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는 침과 함께.